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2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21화
521화
이제 와서 마이크가 송진우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힘을 숨기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송진우는 완벽히 힘을 개방한 상태다. 게다가 폴네우스와 포세이돈을 흡수해서 더 강해졌다.
그런데도 어처구니없이 송진우에게 마이크가 달려드는 것이다.
‘악감정은 없지만……’
이번 퀘스트에서 마이크는 송진우에게 잘 대해준 편이다. 하지만 그가 노배 레스에 가담하기로 된 상황이니 그에게 관용을 베풀 생각은 없다.
송진우의 낫이 그대로 달려오는 마이크를 벴다.
촤악!
포세이돈의 신체도 가른 송진우의 낫이다. 일개 플레이어인 마이크의 몸 정도야 우습게 자를 수 있다.
역시나 송진우의 손에는 베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없어도 너무 없었다.
‘뭐?!’
이건 사람을 베는 감각이 아니다. 송진우가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마이크가 변화한 후였다.
잘린 마이크의 몸은 여러 개의 종이 인형으로 변해서 날아갔다.
파바밧!
‘식신?’
이건 종이 인형을 이용해 소환수를 소환하는 음양사의 식신이다.
놀랍게도 마이크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식신이었던 것이다.
수천 개로 나뉜 종이 인형은 곧, 종이 새로 변해서 날아갔다. 목표는 포세이돈이 떨어트린 창을 향해서다.
송진우가 손쓸 새도 없이 마이크가 변한 종이 새는 트리아이아를 물고 사라져 버렸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열심히 사냥하고 나온 드랍템을 도둑맞은 셈이다. 그것도 포세이돈의 무기인 트리아이아다.
하지만 송진우는 뒤통수를 긁적였을 뿐,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그건 송진우가 대인배라서가 아니다. 그것이 들고 간 트리아이아는 더 이상 트리아이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 트리아이아는 본래 포세이돈이 사용하는 신화 속의 창이 아니라 제이제이가 사용하는 세이렌의 창이다.
폴네우스와 포세이돈의 이야기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세이렌의 창이 트리아이아로 변모한 거다.
그래서 처음에 나왔을 때도 퀘스트 템이라는 설명이 떴고, 포세이돈이 사라진 지금에는 평범한(?) 유니크 템으로 변했다.
물론, 유니크 아이템을 경매로 팔면 큰돈을 벌겠지만, 지금의 송진우에게는 그리 중요한 액수는 아니다.
“황당해하는 얼굴이 눈에 선하네.”
송진우는 관심을 끊고 자신의 육신을 찾은 제이제이에게 향했다.
제이제이는 송진우를 보며 허리를 넙죽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악마에게서 우리를 구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제이제이가 선창하자 뒤에 있던 세이렌들도 합창하듯이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예전의 미모를 되찾은 다이애나 옆에는 전보다 훨씬 더 생기있는 모습의 레드펄이 있었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송진우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왕국을 구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인석에 뺏긴 힘을 되찾자 레드펄도 목소리를 되찾은 것이다.
아직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은 모습이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송진우에게 할 말이 남은 듯이 우물쭈물하던 레드펄은 도망치듯이 다이애나의 곁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제이제이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껄껄! 우리 딸이 많이 쑥스러운가 보군.”
그러더니 송진우에게 빠르게 다가와 목에 팔을 두른 후에 짓궂게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사위.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말이긴. 내 딸과 결혼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
제이제이의 말에 송진우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냥 폴네우스의 계략이 아니었습니까? 세이렌의 왕위 계승권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잖아요.”
애초에 세이렌 왕국은 보통 여왕이 나라를 다스린다. 제이제이의 경우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하지만 제이제이는 엄숙하게 말했다.
“그래. 하지만 예외가 있지.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바로 지금과 같은 시기지.”
제이제이는 폴네우스와 포세이돈의 공격으로 반파된 왕궁을 가리키며 말했다.
“본래는 레드펄이 여왕이 되어야 하지만, 이 아이의 힘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재건하는 것은 무리네. 그러니 자네처럼 강하고 지혜로운 자의 힘이 필요해.”
“……당신은 그동안 뭘 하고요?”
송진우가 본 제이제이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나라를 바르게 세우고도 남을 거다.
하지만 제이제이는 옆에 있던 다이애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수십 년 만에 겨우 해방되었네. 이제 마누라랑 여생을 즐겨야지.”
결국, 지루하고 어려운 것은 모두 송진우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놀겠다는 말이다.
송진우가 한마디 더 하려는 데, 그레이프가 만류했다.
[제안을 받아들이십시오. 세이렌 왕궁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세이렌 왕궁을 얻는다면 귀중한 해양 병력을 얻는 셈이다. 왕궁에서 얻는 자금은 물론이고 북극 지역을 지배할 수도 있다.
그 말에 송진우가 망설이자, 그레이프가 쐐기를 박았다.
[어차피 레드펄은 이곳 북극에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와 NPC 아내가 한 명 더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않습니까?]녹림의 적인해와 바빌로니아의 에레슈키갈. 이미 송진우에게는 결혼한 NPC가 둘이나 있다.
진지한 결혼이 아니라 퀘스트의 일부분 혹은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역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수정 씨가 싫어하지 않을까?’
송진우가 걱정하듯이 말했는데, 그레이프가 뻔뻔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비밀로 해야죠.]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론하려 했는데, 실은 지금도 적인해와 에레슈키갈에 대한 것은 비밀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나 나쁜 놈일 지도.’
[대의를 위함입니다. 이미 이곳의 위치는 노배 레스에게 발각된 상황입니다. 주인님이 얻지 않으면 노배 레스의 손에 넘어갈 겁니다.]그 말도 틀리지 않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대비하고 노배 레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제이제이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송진우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 습니다.”
송진우가 마침내 승낙하자 제이제이는 크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와하하하! 오늘은 이 왕국에 경사가 겹치는 귀중한 날이다! 모두 왕국으로 돌아가 축제를 벌이자!”
“와!!”
결국, 그날 축제와 결혼식이 다이렉트로 진행되었다.
송진우는 세이렌 왕국의 정식 왕으로 즉위했고 새로운 엠블럼과 칭호, 그리고 와이프를 얻었다.
“서방님.”
참고로 첫날밤에서 레드펄의 신음 소리는 그 어떤 노랫가락보다 감미로웠다고 한다.
* * *
한편, 새롭게 만들어진 노배 레스의 아지트에서는 조셉이 창을 들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군.”
분명 트리아이아를 들고 왔는데, 지금 확인해 보니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모습도 변해 삼지창이 아닌 평범한 창의 모습이었다.
“히든 피스라도 있었던 건가?”
조셉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창을 앞으로 던졌다. 날아간 창은 조셉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손으로 들어갔다.
“원하는 것을 가져오지 못해서 미안하군.”
조셉의 말에 앞에 앉아 있던 남자는 창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말했다.
“상관없어. 어쨌든 아직 포세이돈의 힘이 남아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건가?”
“물론 진짜 트리아이아라면 더 좋았겠지.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야.”
남자의 말에 조셉이 조금 기분 나쁘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고 말했다.
“내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큭큭! 그게 신녀의 예언이었으니까. 오히려 이런 성과를 가져온 것이 의외라면 의외로군. 그건 그 안에 신녀의 능력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자가 있었다는 뜻이니까.”
“확실히 묘한 자가 있었지.”
“누구지? 신원을 확실하게 알면 도움이 될 거다.”
“신원 같은 것은 몰라. 애초에 별 볼 일 없는 자로 위장해서 들어왔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
“그런가? 그건 아쉽게 되었군. 쓸만한 자면 포섭하고 위험한 자면 제거했을 텐데.”
남자는 아쉽다는 듯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런데, 세이메이. 언제까지 그런 모습으로 있을 거지?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낭비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에 조셉, 아니 세이메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금 내게는 크게 부담될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역시 익숙하지는 않군.”
그렇게 말한 세이메이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키가 1m 정도밖에 안 되는 미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그것을 본 남자는 클클거리며 말했다.
“그래야 우리 아기 신이지.”
놀랍게도 세이메이가 신들의 전쟁에 참가한 신 중,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신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난 음양신으로 현재 일본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아직 그의 정체를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신들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상해.”
세이메이는 짧아진 다리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세이렌 왕국에 가서는 노배 레스를 들먹였던 세이메이다. 물론, 그가 노배 레스의 새로운 지배자라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노배 레스에 관한 것은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그의 보호자가 노배 레스의 새로운 지배자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일본과 노배 레스는 연합 전선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노배 레스의 힘이 예전보다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연합은 생각보다 그리 강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월드 스톰인 신들의 전쟁이 중요한 거다. 이번 전쟁에서 이기는 세력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
남자는 세이렌의 창을 집더니 이상한 행동을 했다. 단단하고 긴 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 것이다.
그 이상한 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아드득! 아드득!
그 남자는 창을 마치 과자처럼 자근자근 씹어서 먹기 시작했다.
저건 그냥 쇠붙이가 아닌 각인 아이템이다. 디멘션 월드의 마력이 있어서 일반적인 힘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다.
그런 것을 사람이 먹어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꿀꺽!
마침내 창을 끝까지 집어삼킨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포세이돈의 힘이 남아 있군. 그럼 이제 하데스의 힘만 남았는가?”
그런 남자를 보고 꼬마가 된 세이메이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는 광경이군. 그게 정말 맛있나?”
“생각보다는 먹을 만해. 그게 내 권능이니까.”
“그러고 보니…… 세이렌 왕궁에서 만난 그자도 그대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있었어.”
“나와? 그자도 탐식의 힘을 가졌다는 뜻인가?”
“아니. 그것과는 조금 달라. 하지만 분위기는 분명 비슷했어.”
“세계에는 많은 헌터들이 활약하고 있으니. 비슷한 힘이 하나쯤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아니지.”
“그럼 이제 뭘 할 거지?”
“조금 기다려. 신녀가 곧 다음 신탁을 내려줄 거야. 이번과 같은 유희는 다시는 얻기 힘들 거야.”
“뭐. 이번에 나도 실컷 놀다 왔으니까 기다려주지.”
“그래. 그래야 내 아이지.”
“부탁이니까, 그런 어투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거든. 한대운 보호자.”
그 말에 한대운이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그러니까 조금만 얌전히 기다리라고. 곧 우리의 세상이 될 테니까.”
* * *
송진우가 북극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결국 급보를 보냈다.
“마라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놈들이?”
현재 공허교단 본진은 행운의 여신도인 엘렉산더의 의견을 수용하여 중앙 도시로 옮긴 후였다.
행운의 여신교의 본진도 이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모두 마라교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동맹의 결과다.
두 세력은 조약을 통해 서로의 본진을 최대한 가까이에 두고 만약 마라교가 한 곳에 쳐들어올 시 힘을 합쳐 막기로 약속했었다.
지하드교가 당한 것처럼 허무하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마라교도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세력의 동맹을 눈치챘을 거다. 어쩌면 역습을 당해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음에도 공격을 감행했다.
‘그만큼 병력에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송진우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이미 한수정이 모든 병력을 소집한 상태다.
송진우는 한수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럼 저는 계획대로 움직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