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53화
53화
“영주님. 이 아이가 제가 말했던 아이입니다. 아직 어리지만 재능이 있고 똑똑하고 정의로우니 중히 쓰시면 가문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오호~ 단장이 이렇게 크게 칭찬하는 건 처음 들어보오. 그대의 추천인데 내가 어찌 소홀히 다루겠소.”
“감사합니다. 인석아! 어서 백작님께 인사드려라.”
그 말에야 쭈뼛쭈뼛 서 있던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저는 레오나르드라고 합니다.”
“그래. 어린 나이에 벌써 높은 실력을 지녔다지? 그것도 용병의 검술로.”
“변변찮은 재주입니다.”
“허허~ 용병치고는 겸손하군. 좋네! 헨슨 경, 저 아이에게 우리 가문의 검술을 가르치는 것을 허락하겠네.”
“그게 정말입니까?”
“이제 우리 식구인데 그쯤이야 어렵지 않지.”
그 말에 듣고만 있던 레오나르드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허허~ 대신 우리 영지를 잘 지켜주어야 하네.”
“제 목숨을 걸고 지켜내겠습니다.”
“좋네. 음? 이레아~ 언제부터 거기 있었느냐? 마침 잘 되었군. 이리 와 보아라.”
그 말에 이레아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때가 겨우 8살이었다.
“이 아이는 내 외동딸이네. 나보다 이 아이를 더 우선시했으면 좋겠군.”
“두 분 모두 지켜드리겠습니다.”
“허허~ 그것도 좋지. 인사하렴, 이레아. 우리의 새로운 식구란다.”
그 말에 이레아는 레오나르드의 얼굴을 살짝 훔쳐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안녕.”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레오나르드라고 합니다.”
“응. 앞으로 잘 부탁해.”
첫인상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평민치고는 기품 있게 생겼다고 느꼈던 것 같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소녀는 숙녀가 되었다.
“아가씨. 공부 안 하고 어디 가십니까?”
“공부 다 했거든! 너 하인 주제에 말투가 건방지다.”
“헤에~ 하인이 아니라 병사입니다. 그것도 아가씨 호위이고요.”
“기사는 무슨. 레오나르드 뒤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는 주제에.”
레오나르드가 빈민가에서 구해온 잭이라는 놈이다. 재능은 있는 모양인지 금세 강해져서 기사들도 이기는 실력이 되었다.
단지 레오나르드처럼 평민 출신이라서 정식 기사는 되지 못하고 호위 병사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잭은 그것에 딱히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
잭이 능글거리자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뒤통수를 쳤다.
퍽!
“아! 누구야?”
“누구긴 누구겠냐? 너 자꾸 아가씨한테 까불래?”
그는 역시 레오나르드가 데려온 병사, 그롬이다. 그도 역시 호위를 맡고 있었다.
그들이 다시 투닥투닥 싸우자 이레아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짐짓 위엄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너희! 이제는 날 영애님이라고 불러. 언제까지 아가씨라고 부를 거야?”
그 말에 싸움을 멈춘 잭은 다시 싱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영애는 뭔가 거리감이 있어 보이잖아요. 그냥 아가씨라고 부를래요.”
“너희 자꾸 나 무시할래?”
이레아가 삐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레아는 얼른 표정을 지우고 도도한 척했다.
“영애님을 뵙습니다.”
이제는 기사단의 부단장이 된 레오나르드였다. 레오나르드가 인사를 하자 이레아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어, 그, 그래. 별일 없느냐?”
“영지에는 아무 문제없으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어, 그래.”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롬, 잭.”
“네. 스승님.”
“네. 대장님.”
“영애님을 지키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 안 된다.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 믿는다.”
그렇게 레오나르드가 사라지자 셋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이레아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 때문에 이게 뭐야! 체면 다 구겼잖아.”
“그게 왜 우리 때문입니까? 평소의 아가씨와 다를 게 없었는데요.”
“뭐?!”
“그리고 왜 아가씨는 우리 대장님만 보면 얼굴을 붉히십니까?”
“내, 내가 언제? 나 얼굴 안 붉혔거든!”
“에이~ 다 티가 나는데.”
“이씨!”
결국은 오늘도 이레아가 잭의 머리채를 붙잡아 흔드는 거로 끝났다.
레오나르드는 이미 왕국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뛰어난 기사였다.
그는 혼자 힘을 키우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무술을 아낌없이 병사들에게 전수했다. 그 덕분에 병력 전체가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백작도 항상 레오나르드를 가문의 보물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수많은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백작가가 점점 부강해지고 있을 때였다.
하루는 이레아가 바깥이 보고 싶어서 호위들을 데리고 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적한 곳으로 들어섰을 때 갑자기 검은 복면의 습격자들이 나타났다.
“꺄아아악!!”
“아가씨를 지켜!!”
대낮에 발생한 습격이었다. 놈들은 대담하게도 백작가의 영역 안에서 이레아를 납치하려 한 것이다.
이레아의 호위병들도 약하지 않았는데 습격자들의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드의 수제자인 그롬과 잭이 없었더라면 벌써 전멸을 면치 못했을 거다.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신호탄을 쏘았으니 곧 지원이 올 겁니다.”
“으, 응.”
하지만 숫자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남매처럼 지내던 호위병들이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지는 광경이다. 차라리 악몽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영애는 믿고 있었다.
‘레오나르드가 올 거야. 조금 있으면 레오나르드가 올 거야.’
이레아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정말로 기적처럼 그가 등장했다.
“대장님!!”
신호탄을 보자마자 병력을 규합하기도 전에 달려온 레오나르드였다. 단 한 명이 온 것뿐이었지만 그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스악!
레오나르드가 무기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두세 명씩 쓰러졌다.
적들은 레오나르드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미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아군은 용기백배해졌다.
“모두 쓸어!”
밀리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적들을 몰아붙였다. 결국 적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드는 이레아를 놔두고 그들을 쫓아갈 수 없었다.
“영애님, 괜찮으십니까?”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로 레오나르드는 평소처럼 이레아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와줬어.”
이레아는 레오나르드를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애써 냉정한 척했지만 실은 무서워서 서 있기도 힘들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영애님. 제가 반드시 지켜드리겠습니다.”
레오나르드는 이레아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때부터였다. 이레아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문제는 레오나르드의 감정이었다.
‘그는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그저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하루에도 수백 번 그의 마음을 그리다가 이내 지웠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인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차오르는 이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어.’
그롬과 잭,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이레아 아가씨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레오나르드만은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이레아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날이 되었다.
왕실의 부름을 받고 수도로 향하는 길에 정체 모를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데리고 온 병력보다 최소 5배는 많은 병력이 일행을 둘러쌌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이레아는 믿고 있었다.
‘레오나르드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야.’
하지만 그때가 살아 있는 레오나르드를 보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비장한 표정을 지은 레오나르드의 마지막 말을 꿈에서도 잊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레오나르드는 아군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홀로 그 많은 병력에 돌격했다.
3천이 넘는 병력이다. 다들 레오나르드가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레아는 믿고 있었다.
‘레오나르드라면 살아서 돌아올 거야.’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레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석이던 기사단장의 자리에 그롬이 올랐다.
다시 평민 출신 기사단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지만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롬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났다.
아직도 레오나르드가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돌아왔을 때 깜짝 놀랄 만큼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검을 들었다. 다들 만류했지만 이레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3년이 지났다.
이제는 모두 레오나르드가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성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롬은 점점 레오나르드처럼 변해갔고 잭도 짓궂은 장난을 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이레아는 레오나르드가 무사히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4년이 지났다.
바르샤 후작의 도발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었다.
백작은 병으로 드러누웠고 그 자리를 이레아가 차지했다.
이레아는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다들 안쓰럽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그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레아는 텅 빈 거실에 홀로 남아 레오나르드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지켜드리겠습니다.]“거짓말쟁이.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 지켜줄 거면 끝까지 살아남아서 옆에 있어 줘야지! 그냥 내 옆에만 있어만 주면 되는데!”
그리고 이레아는 깨달았다. 레오나르드는 영웅이었지만 그녀의 믿음처럼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헛된 기대를 한 자신이 잘못한 것이다.
“믿음 따위는 부질없어. 그러니 더 강해져야 해. 그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약하지 않았으면 그도 죽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뭐?”
“어떤 스켈레톤이 나타났는데 이름이…… 레오나르드라고 합니다.”
“혹시 대장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불처럼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냉담하게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벌써 5년 전의 일이야. 불가능한 일이야.”
이제 기대하는 것도 지쳤다. 이것마저 사실이 아니면 더는 버틸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롬과 잭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레아도 못 이기는 척 그를 보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피처럼 붉은 스켈레톤이었다.
“돌아왔습니다, 영애님.”
목소리는 전혀 달랐지만 그가 정말로 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부정했다.
‘거짓말.’
그는 저런 모습일 수 없다.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레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담했다.
“저게 그라고?”
이레아를 마음속에는 반가움보다 분노가 먼저 치밀어 올랐다.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는 몰랐다.
이제야 돌아온 레오나르드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그 기품 넘치던 레오나르드가 스켈레톤이 된 것에 대한 분노인지 몰랐다.
어쩌면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매정한 말들만 나왔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기회만 주시면 다시 가문을 위해서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을 편하게 했다.
마치 예전처럼…….
그렇게 그가 다시 내게로 왔다.
그 순간 이레아가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파르테논 신이 있었다.
[이제 네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느냐?]“……이제 알았습니다.”
[그럼. 네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말해라.]이레아는 이제 자신이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언제까지나 레오나르드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도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래도…….’
이레아의 마음은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를 믿고 있어.’
레오나르드이라면, 레오나르드라면 반드시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레아는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말했다.
“레오나르드를…… 나의 영웅을 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