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5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53화
553화
“아저씨!”
한수정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김홍택 실장은 그대로 허물어지며 진액으로 변했다.
“안 돼!”
경악한 표정의 한수정이 다급하게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 황급히 그녀를 막았다.
그건 한수정의 위험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온 노혜미였다.
“안 돼요! 너무 늦었어요!”
노혜미도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다. 평소의 깔끔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산발에다가 옷도 누더기가 되었다.
그녀도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노혜미의 만류에도 한수정은 여전히 애달프게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잃은 한수정이다. 그녀는 얼빠진 얼굴로 김홍택 실장의 흔적만 쫓았다.
“나 때문에 아저씨가…….”
애초에 김홍택 실장은 야망이 큰 사람이 아니다. 업무가 끝난 후에 한 캔의 맥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소시민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헌터가 되어 수많은 전장을 누비게 된 것은 모두 한수정 때문이었다.
보호자로서 위험한 곳에 한수정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자신만 아니면 김홍택 실장은 이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한수정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여전히 한수정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보고 있었다. 그걸 본 노혜미가 그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멍청아! 정신 차려! 너까지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넌 연합을 이끌어야 하잖아!”
“하지만 나 때문에 아저씨가……. 다들 나 때문에…….”
한수정은 실성한 사람처럼 같은 말만 되뇌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신의 욕심 때문에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자신이 애초에 후계자 자리를 욕심내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걸 본 노혜미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너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야!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거잖아!”
노혜미가 처음 헌터가 된 계기는 욕심 때문이었다. 엘리샤 길드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면 쉽게 많은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송진우였지만.
하지만 노혜미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시간은 현실주의자, 물질만능주의자였던 노혜미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그 어떤 보석이나 황금 주머니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세상이 바뀌고 많은 상식이 달라졌지만, 절대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건 그 어떤 곳, 어떤 시대라도 결국 이끌어가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계를…….
사람이 중심인 시대를 만들고 싶었다.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생각은 바람이 되고 신념이 되었다.
그것은 깍쟁이 아가씨라고 불리던 노혜미를 투사로 만들었다.
“모두 너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어! 네가 무너지면 안 되잖아!”
눈물까지 흘리며 외친 노혜미의 목소리가 한수정에게 닿았다.
“나, 나는……….”
한수정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자신을 믿고 이 위험한 전쟁에 뛰어들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검은 파도에 삼켜지고 있었다.
모두 자신과 김홍택 실장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받는 사람들이다.
절대로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스러져도 될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을 깨달은 한수정은 입에서 피가 나도록 이를 앙다물었다.
으드득!
그리고 비틀거리면서 기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태를… 보였습니다.”
한수정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짝, 하고 쳤다.
자신은 공허교를 이끄는 총지휘관이다. 지휘관이 패닉에 빠지면 병력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전열을 다시 가다듬겠습니다. 혜미 씨, 도와주세요.”
“이래야지 우리 길장님이지.”
노혜미도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다가오는 진액 병사에게 활을 쐈다.
“스톰 애로우!”
파지지직!!
“시간을 끌게요! 어서 병력을 지원하세요!”
“네.”
하지만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다. 전열을 다시 가다듬으려면 끝없이 밀려오는 진액의 병사들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한다.
그때 아이리스가 다가왔다.
“보이드 배리어!”
아이리스가 주문을 외우자 거대한 방어막이 뻗어 나가 밀려오는 진액 병사들을 밀어냈다.
그 크기와 견고함이 공중 정원의 방어막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송진우와 공허교가 성장한 만큼 성녀인 아이리스도 강해진 것이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그동안 다른 분들을 부탁드립니다.”
“아이리스 씨! 고마워요!”
한수정은 다시 파워 아머를 가동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사방에 소리쳤다.
“모두 전열을 다시 세우세요! 이제 조금만 버티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한수정도 송진우가 하려는 일을 알지 못했다.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역전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쉽게 믿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한수정은 송진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포식귀 님이 반드시! 우리를 구원할 겁니다!”
신앙과도 같은 맹목적인 믿음이다.
어쩌면 어리석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신뢰가 사람들을 설득시켰다.
“그래! 조금만 버티면 된다!”
“포식귀 님이 오실 거야!”
상황은 최악을 치닫고 있었다.
이미 사방에 진액 병사들이 꽉 차서 주변 경관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다.
수천만 마리를 죽였지만, 진액 병사의 수는 여전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게다가 저들에게 당한 자들은 진액이 되어서 아군을 위협했다.
마왕의 골렘은 거의 다 부서져 이제 세 개밖에 남지 않았고 모리유와 동동이는 한대운과 세이메이에게 형편없이 밀리는 상황.
눈 씻고 아무리 찾아봐도 유리한 점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항복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건 아직 희망이 남았기 때문이다.
절망이 사람들을 유혹하려 할 때마다 한수정은 큰소리로 외쳤다.
“버티면 이길 수 있습니다! 포식귀 님이 돌아올 겁니다!”
“오오오!!”
진영이 재정립되기가 무섭게 아이리스의 보호막이 무너졌다.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뒤를…… 부탁합니다.”
아이리스는 그런 말을 남기고 혼절했다. 생명력마저 사용하며 방어막을 유지한 반동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리스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방어막이 무너지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진액 병사들이 물밀 듯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버티면 이길 수 있습니다!”
한수정의 외침은 각오라기보다는 주문에 가까웠다.
“죽어라! 이 괴물들!”
하늘에서 보면 검은 먹물이 천천히 퍼지는 듯했다.
단숨에 집어삼키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착실하게 빈 곳을 침범하고 있었다.
[쿠어어어!!]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모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런 병사들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커억!”
동동이가 모은 몬스터들은 모두 엘리트급 이상의 것들이다.
사람들에게는 재앙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지만, 사방을 둘러싸며 공격한 진액 촉수는 당해낼 수 없었다.
[크르륵!!]간신히 복구한 전열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전선은 계속 밀리고 병사들은 빠르게 죽어 나갔다.
이대로라면 송진우가 돌아온다고 해도 전멸한 후가 될 거다.
“조금만 버티면!!”
한수정은 기도처럼 계속 같은 말을 되뇌었다.
그토록 치열하게 싸웠지만, 적은 반도 해치우지 못했다.
이제 쓰러트리는 적보다 쓰러지는 아군의 수가 더 많았다.
쓰러진 아군은 진액 병사가 되어서 칼을 휘둘렀다.
희망조차 고문이 되었다.
이제는 한수정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 순간…… 그토록 기대하던 기적이 나타났다.
번쩍!
환한 빛과 함께 모든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지만, 몇몇은 자신이 죽어서 다른 세상에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 자신이 죽지도, 다른 세상에 가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방을 새까맣게 메우고 있던 진액 병사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증발…… 했어?”
진액 병사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 1km 안의 모든 진액 병사가 완전히 소멸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채로 주변을 돌아볼 때, 누군가가 허공에 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포식! 포식귀 님이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한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정말로 송진우가 유유히 허공에 떠 있었다.
“포식귀 님이 돌아왔다!!”
“와아아아!!”
바닥까지 떨어져 있던 사기가 하늘을 꿰뚫듯이 단숨에 상승했다.
그 지긋지긋한 진액 병사가 당장 주변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이제 이길 수 있어!”
광기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한수정의 외침이 이들을 세뇌시킨 덕분이다.
그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송진우는 정신을 집중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 속에는 아직 한수정과 송하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완전히 늦지는 않았네.”
4년이다.
다레니안이 만든 시공간에서 무려 4년 동안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말할 사람도 하나 없는 공간에서 송진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수련뿐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급신인 송진우가 상급신의 권능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중급신의 경지에는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중급신이 되면 단지 신성력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천지창조의 비밀과 만물의 지식을 얻고 탈바꿈하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그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하겠지만, 결국 송진우가 송진우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겪어 봐서 안다.
모든 사랑과 즐거움, 고통과 좌절까지도 스쳐 지나가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멸망마저도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하며 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
불멸을 얻지만 모든 인간성을 잃는다.
그건 즉, 현재 송진우의 모든 인연과 관계의 끈을 잘라낸다는 뜻이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중급신이 되지 않고는 이 위기를 떨쳐낼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갖가지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마지막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작전은 이러했다.
예전에 송진우가 그랬던 것처럼 아주 짧은 순간 중급 신의 경지에 발을 올려 두고 바로 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다레니안의 힘을 분석하고 흡수해야만 했다.
이건 낮은 확률의 도박이다.
예전에 송진우가 중급신이 되지 않은 것은 의지로서 거부했다기보다는 힘이 많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몰라보게 성장한 지금은 중급 신으로 나아갈 충분한 힘을 갖췄다.
그러니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지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 버릴 가능성이 더 컸다.
그래도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송진우는 가부좌를 틀고 모든 신성력을 개방했다.
밀려오는 세계의 진리를 거부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
슈슈슈슈!
이건 사랑이나 마약, 그 어떤 즐거움이나 쾌락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황홀경이었다.
이대로 신이 되면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제껏 겪었던 그 어떤 경험보다 강렬한 유혹.
송진우마저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도한 흐름에 의식이 쓸려 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기억 깊은 곳에서 이제까지 송진우를 지탱하는 것이 반짝 떠올랐다.
[오빠.]그건 거대한 흐름에 비하면 보잘것없을 정도로 하찮은 인세의 기억.
새로 신이 된 송진우에게는 바닷물을 이루는 단 하나의 물방울 정도로 작은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을 얻은 송진우에게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알갱이가 모든 것을 불태울 겁화의 시작이었다.
화르르르!
10원짜리 동전 하나를 얻기 위해 거대한 저택을 허무는 꼴이다.
당연히 어리석고 불합리하다.
하지만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는 작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뜻밖의 지원군도 있었다.
《운명찬탈자 권능이 발동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