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5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57화
557화
송진우조차 예상하지 못한 파괴력이다. 만약 이런 것이 본진에서 터졌더라면 아군까지 전멸시킬 뻔했다.
“큰일 날 뻔했네.”
엄청난 스탯과 태허참공겸의 마지막 초식이 만들어낸 파괴력은 한 세계를 파멸시킬 정도였다.
만약 공격 도중 송진우가 정신을 놓았더라면 지구의 핵까지 데미지를 주었을 거다.
어쨌든 전투는 끝났다.
아직 진액의 병사는 남아 있었지만, 오버 마인드인 천신이 사라져서 아까와 같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송진우가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히 물리칠 것으로 보였다.
“난 좀 쉬어야겠다.”
송진우는 그 자리에 털썩 누워 눈을 감았다.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리한 공력의 운영으로 내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만약 힘 조절에 조금만 더 실패했으면 송진우도 같이 소멸되었으리라.
“남은 건 다른 사람들이…….”
송진우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 * *
한편 송진우가 기절한 곳에서 약 5km 떨어진 곳.
꾸물거리던 점액이 형상을 갖추더니 한대운의 형상으로 변했다.
“큭! 포식귀 놈! 어떻게 이런 힘을…….”
수억 명의 생명력을 모았지만 포식귀의 힘은 그것조차 우스워질 정도로 강력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보험을 마련했기에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그대로 소멸할 뻔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고 봐라!”
이번에 대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천신의 기반은 남아 있다.
수억 아니, 이번에는 수십억 명을 제물로 바치면 얼마든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포식귀의 정체를 확인했다. 이제 가족 관계 등을 조사하고 약점을 찾아서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다.
그런 일에는 한대운이 전문가다.
“두고 봐라! 포식귀 아니, 송진우. 다음번엔 이렇지 않을 거다.”
한대운은 이를 갈며 움직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자가용 비행기를 대기 시켜 놨다.
본래 힘이라면 날아서도 충분히 갈 수 있지만, 지금은 힘이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
그런 한대운의 의식도 어느 순간 끊겼다.
으득!
어느새 다가온 그레이프가 그의 목덜미를 물고 있었다.
[주인님의 뒤처리를 하는 게 내 임무지.]그레이프는 송진우처럼 뒷마무리를 어설프게 하지 않았다.
아지직! 아지직!
한대운의 몸을 갈가리 찢은 후에 허무의 공간으로 보냈다.
호로록!
그게 한대운의 마지막이었다.
* * *
송진우가 한대운과 천신을 죽이자 동동이는 지구의 신이 되었고, 그 힘으로 진액이 된 사람들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디멘션 월드의 법칙에 따라 2시간 이내에 죽은 인간들은 살릴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리스의 부활 마법이 범위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리와인드 월드!”
그렇게 살아난 사람이 수천만 명이 넘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 전투로 수천만 명이 죽었다는 뜻이다.
살아난 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홍택 아저씨! 살아나셨군요!”
“아, 아가씨? 이게 도대체 뭔…….”
비록 적이었지만 천신교의 헌터들도 귀중한 전력이다.
앞으로 다시 닥쳐올 월드 스톰을 대비하자면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한대운을 제외한, 살릴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살렸다.
공식적으로 월드 스톰인 ‘신들의 전쟁’이 끝났다.
세레나자드가 지구의 새로운 신을 선언한 순간 모든 인류가 환호성을 질렀다.
* * *
그로부터 몇 달 뒤. 세계는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새로운 신이 된 동동이와 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공허교가 백방으로 노력한 덕분이다.
다른 강력한 라이벌이 모두 사라진 지금, 공허교 세력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승자독식의 세상이다.
바란다면 새로운 신이 된 동동이와 그의 보호자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의 질서를 재편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동이와 그의 보호자인 슬라임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공존.
지구의 본래 주인인 인간과 새롭게 이주한 타종족이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다.
여기서 타종족이란 엘프와 오크 등의 지성이 있는 종족과 본래 몬스터였으나 영혼과 이성을 얻은 자들이다.
그런 몬스터들을 위한 도시도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전쟁이 끝났지만, 그렇다고 평화의 시대가 온 것은 아니었다.
천신교와 마라교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처리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부서진 도시도 재건해야 하고 여전히 중앙 대륙에서 핍박받으며 사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세계가 하나로 힘을 뭉치면 어쩌면 금방 끝낼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룩스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인들은 동동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유일신을 모시고 있어 동동이를 신으로 인정하면 교리가 완전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면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기에 필연적으로 떨어지는 콩고물을 노리고 각지의 지하 조직들이 슬그머니 움직였다.
그들은 겨우 봉합되기 시작하는 세계 질서를 흔드는 암적인 자들이었다.
만약, 새로운 신이 된 동동이가 나선다면 세계는 하나로 통합될 수 있었을 거다. 그럼 어쩌면 이 평화를 더 오래 지속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동동이는 개입을 최소로 하기로 했다.
[내가 전면에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약하게 만들 뿐이다. 월드 스톰 정도로 위급한 일이 아니면 나는 직접 나서지 않을 거야.]이것이 동동이의 선언이었다.
정말로 동동이는 초반 몇 번 중요한 일을 제외하고는 전면에 나서는 일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동동이의 혜택을 전혀 못 받은 것은 아니다.
지구를 수호하는 신이 생겼다는 점만으로 사람들은 정신적인 지주를 얻었다.
추상적이지만, 지금 같은 혼란한 시대에 그것만큼 도움이 되는 게 또 없다.
다른 힘은 좀 더 직접적이었다.
바로 신들의 전쟁에서 송진우에게 큰 힘이 되었던 ‘고유 특성’.
본래는 공허교인들에게만 주어지던 특성을 이제는 지구인 모두가 얻을 수 있었다.
고유 특성을 얻기 위한 방법은 간단했다.
1차 승급을 한 후에 직업과 종족, 그리고 선천적인 능력을 고려해서 패시브 혹은 액티브 스킬이 생긴다. 그리고 2차, 3차 승급 후에 강화된다.
고유 특성은 모두 유니크 스킬이다. 응용하기에 따라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최소한의 힘이 없으면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에서 고유 특성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다.
레벨이 낮더라도 고유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활약할 여지가 있었다. 또 성장 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실 동동이가 남몰래 도운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을 바탕으로 세상은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났을 때, 송진우의 몸은 완벽히 회복되었다.
휙!
시험 삼아 낫을 휘두른 송진우는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통증이 느껴지지 않네.”
한대운과 싸움에서 얻은 상처는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까딱 잘못했으면 모든 세포가 괴사할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송진우의 몸을 공격한 건 한대운과 천신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공허의 힘이었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공허의 힘에 송진우의 재생력도 먹통이 되었던 거다.
그래서 아이리스와 연오란이 바로 옆에서 신성력을 불어넣었음에도 거동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공허교에서 가장 강력한 포식귀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포식귀라는 존재를 두려워했다.
이제는 포식귀가 검은 사신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안다.
죄지은 자들은 이제는 명실공히 최강자가 된 포식귀가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몰라 계속 전전긍긍해야 했다.
우습게도 송진우가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던 게, 오히려 다른 마음을 먹은 자들을 두려워서 잠자코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송진우는 침대에 누워서도 세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아~ 좋다!”
다시 깨어난 송진우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신들의 전쟁이 끝나고 한 달 뒤에 떠오른 미래 예지에서 오랜만에 동생, 송하나의 미래 모습이 나왔다.
저주받은 운명, 파멸된 미래.
이제까지 본 송하나의 미래는 모두 절망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본 미래는 달랐다.
전쟁이 없는 평온한 나날 속에서 동생, 송하나는 처음 보는 어떤 남자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물론 미래 예지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긍정적인 예지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월드 스톰은 끝났고 노배 레스는 사실상 괴멸했다. 물론 아직도 지구에 다가올 위협은 남았지만, 송하나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들은 모두 사라졌다.
어쩌면 예전에 크노로스가 말한 대로 이미 송진우는 송하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건지도 모른다.
틀림없이 그럴 거다.
지금 송진우는 중급신에 가까운 힘을 지닌 초월자다.
이미 경험했다시피 더 강해지면 인생사를 초월해서 송하나를 의식하지 않게 될 거다.
어쩌면 지금 정도의 강함이 오빠 송진우로서 마지노선일 수도 있다.
이제 송하나에게 어떤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자신이 나서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이제 된 거야.”
송진우는 다시 방에 돌아가 털썩하고 침대에 쓰러졌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제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오던 송진우였기에 몇 달의 휴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저 지금은 이 행복을 그저 만끽하고 싶었다.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움직여야지.”
애초에 송진우가 헌터가 되어 위협을 무릅쓰고 행동한 것은 동생, 송하나를 구하기 위해서다.
동생의 무사한 모습을 봤으니 이제 송진우도 조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수련도 큰 의미 없다.
레벨도 1,000이 넘어 더 오르기도 힘들고 현경의 경지가 된 송진우니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유의적으로 강해지기 힘들 거다.
“이제 나도 좀 쉬어도 되겠지?”
그동안 투쟁의 연속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았다.
밥은 포식이가 대신 먹고 소화했고, 잠잘 때도 디멘션 월드에 접속해서 퀘스트 해결에 몰두했다.
늘 혼자 다녔기 때문에 대화할 사람도 없고 수다 떨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보람은 있었다.
동생이 무사한 미래를 본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해 온 모든 일을 보상받는 것 같았다.
이제 송진우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늘 가면을 쓰고 다녔으니 자신을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원한다면 거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도 있지만 송진우는 소소한 삶을 바랐다.
“수정 씨와…… 유원지라도 다녀올까?”
송진우는 천장을 보면서 한수정과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러고 보니 한수정의 취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유능한 길드장이라는 사실뿐.
“그리고 아름답고.”
한수정은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하니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이제는 동생에게 닥친 위협이 사라졌으니 예전에 미처 하지 못한 대답을 들려줄 차례였다.
낯간지러운 말이 목구멍에서 나올 때쯤이었다.
오랜만에 크로노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해주었다.]“크로노스 님?”
[넌 내가 준 과제를 생각 이상으로 잘해 내었다.]크로노스가 송진우에게 원한 것은 자신을 죽인 아들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에게 한 방 먹이는 것이었다.
신들은 죽일 수 없다.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건 그들의 기반인 올림푸스를 망치는 것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들의 아바타인, 한대운을 죽여 직접적으로 신들에게 타격이 가게 했다.
게다가 그 힘을 흡수해서 크로노스의 격을 높일 수도 있었다.
본래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고무적인 성과다. 게다가 송진우가 아바타가 된 지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았다.
송진우가 작심하고 힘을 동원하면 정말 올림푸스 지역을 싹 쓸어버릴 수도 있을 거다.
[넌 최고의 성과를 내었다.]“계약을 따랐을 뿐입니다.”
크로노스가 선한 신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가 자신에게 힘을 준 것도 결국 자신의 복수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송진우는 크로노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그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동생은 벌써 파멸한 후였을 거다.
크로노스는 그런 송진우의 마음을 읽고 흡족하게 말했다.
[수고했다, 나의 계약자여. 그러니 이제…….]그 순간 송진우는 갑자기 모든 힘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네 모든 것을 내게 바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