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6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61화
외전 3화
[포기하라.] [너에겐 무리다.] [네 주제를 파악해라.]사방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예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것들의 반복.
전부 자신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던 잔인한 말. 혹은 충고를 가장한 비웃음.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떤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목소리에서 들리는 강렬한 악의는 문호진의 팔다리를 끌어내리는 듯했다.
‘이래서…였나?’
문호진은 본인이 남들보다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자란 신체를 끌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뛰어난 정신력 덕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모두 뼈를 깎는 수련을 거치고 남들과의 경쟁을 뚫고 공주의 직속 기사가 된 이들.
그런 그들도 이겨내지 못한 어둠이다.
문호진도 천천히 어둠에 잠식되었다.
“어어, 쓰러진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문호진도 휘청거리자 혹시나 하며 지켜보던 이들도 역시나 하며 혀를 찼다.
“결국 무리한 일이었어. 어서 건져낼 준비나 하자고.”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문호진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지만, 손으로 다리를 잡으며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이렇게 무너질 순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반응은 냉담하다.
남들처럼 한다면 절대로 그 편견을 뛰어넘지 못할 거다.
지금 실패하면 절호의 찬스를 놓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호진이 힘들게 붙잡고 있는 꿈과 희망이 완전히 붕괴하는 계기가 될 게 분명했다.
‘나는…… 그에게…… 그를…….’
지금 문호진에게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영상으로만 포식왕이었다.
세계 최강의 헌터.
수십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한 영웅.
월드 스톰이 끝나고 혼잡한 세상을 안정화하는 데도 그의 공이 가장 컸다.
포식왕은 모두의 영웅이었지만, 특히 문호진에게는 그 의미가 특히 남달랐다.
그의 어린 시절이 자신과 놀랄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헌터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했음에도 짐꾼 일을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TV에서 포식왕의 처음 시작은 짐꾼이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그가 걸어왔던 길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이었음이 분명했다.
그가 있었음에 문호진은 참고 견딜 수 있었다.
누구도 가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이었다면, 문호진도 벌써 옛날에 포기했을 거다.
하지만 포식왕이 이미 가본 길을 따라가는 것이기에 그 발자취만 따르면 되었다.
뚜렷한 목표와 꿈.
그것이 있기에 문호진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암흑으로 물든 세상이지만, 한줄기 등댓불이 자신을 지켜주었다.
“끄으으윽!!”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부들부들 떨릴 뿐, 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음을 내니 손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이까짓 것에!!”
이가 부러지라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너무 세게 물어서 잇몸에서 피가 흐를 정도였지만, 문호진은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어어! 움직인다!”
무너질 줄 알았던 문호진은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문호진은 어둠과 악몽 같은 목소리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한 줄기 빛이 문호진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있었다.
첨벙. 첨벙.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있고, 바닥은 미끄러워 목발이 헛돌았지만, 문호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에픽 퀘스트 클리어》
《꿈의 신, 오네이로이의 화신이 되었습니다》
《디멘션 특성 획득》
…….
뭔가 엄청난 내용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문호진은 그것을 확인할 정신도 없었다.
시련을 클리어했다는 자각도 하지 못한 채로 빛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좀비처럼 걷던 문호진이 벽에 부딪히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빠르게 뛰어와서 그를 품에 안았다.
바로 헤이즈 공주였다.
“됐습니다. 이제 그만 걸으셔도 됩니다.”
문호진이 강의 중간을 넘는 순간, 거짓말처럼 물은 사라졌고 그린존에서 다시 레드존으로 변했다.
문호의 다리도 멀쩡해졌고 목발도 사라졌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자 헤이즈 공주가 달려와 그를 안은 것이다.
“헉! 헉!”
여전히 부들부들 떨고 있는 문호진을 헤이즈 공주가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조금 쉬세요.”
헤이즈 공주가 다독이자 문호진의 호흡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갑자기 앞의 벽에 덜컹거리면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드르륵!
마침내 열린 문 뒤에는 엄청난 양의 보물이 있었다.
거대한 상자만 세 개 보였고, 금화와 보석들이 바닥에 수북이 깔려 있었다.
“우와!”
이제까지의 고생을 단숨에 씻어 내기에 충분한 보상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훌륭해요!”
이것으로 헤이즈 공주의 업적이 늘어났다.
지금 시대에서는 히든 던전을 깨는 것보다 왕가의 명예를 더 올리는 방법은 없었다.
짐꾼을 많이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짐꾼의 보따리가 모두 꽉 차서 헌터들도 한 꾸러미씩 품에 안아야 했다.
보물을 챙기고 다들 정신없는 사이에 헤이즈 공주가 문호진에게 다가갔다.
“이제 좀 괜찮으신가요?”
“아,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
상대는 작아도 한 나라의 공주다.
문호진은 예를 갖추려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헤이즈 공주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지금은 공주가 아니라 공대장입니다. 게다가 당신은 저희 나라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 네. 송구합니다.”
그래도 문호진이 경직되어 있자,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헤이즈 공주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못 들었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문?호·진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호진 군. 그럼. 소원이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 네. 그러니까…….”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준다고 했지만, 당연히 한계는 있다.
왕국을 달라거나 자신과 결혼해달라는 등의 부탁은 무리다.
헤이즈 공주는 이 귀여운 소년이 무얼 부탁할까 궁금했다.
그리고 문호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저를 길드에 넣어주세요.”
“네? 길드에요?”
원한다면 수많은 돈을 얻을 수도, 어쩌면 그레이트 리스토레이션 포션을 달라고 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문호진은 그보다 헌터로서 길드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다리가 완치되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진짜 원하는 것은 포식왕처럼 용맹한 헌터가 되는 것이다.
“정말 그걸로 만족하시겠어요?”
“네! 물론입니다.”
처음에 헤이즈 공주는 문호진이 자신을 떠보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는 눈동자를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의 문호진이 혹시 거절당할까 봐 조마조마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 헤이즈 공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처럼 용감하고 강인한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우리 로렌 길드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허락을 받은 문호진은 너무 기뻐서 넙죽 절했다.
“발렛 경에게 이 사실을 말해놓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을 떠난 후에 하죠.”
“네, 알겠습니다.”
마침내 모든 보물을 챙기고 일행들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보상이 있는 곳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에 예기치 않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이게 무슨?!”
던전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몬스터만이 아니다.
어쩌면 몬스터보다 더 무서운 게 바로 플레이어들.
퀘스트가 막 끝난 후를 노려 보물을 빼앗으려는 도적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기다리는 자들은 그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자들이다.
“그렉?! 네게 어째서 이곳에…….”
그렉은 헤이즈보다 두 살 더 많은 친오빠로 헤이즈와는 차기 왕권을 노리고 경쟁하는 사이다.
불행히도 둘의 다툼은 선의의 경쟁이 아니었다.
음모와 혈투가 난무하는 피 튀기는 살벌한 싸움이었다.
그런 그렉이 나타났으니 끝이 좋게 흘러갈 리가 없었다.
역시 그렉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라버니에게 너라니. 여전히 건방지군.”
그렉이 손을 위로 향하니 수풀에 숨어 있던 자들이 활시위를 팽팽히 당겼다.
그걸 본 헤이즈가 급히 소리쳤다.
“습격입니다. 공격에 대비하세요!”
헤이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발렛이 소리쳤다.
“방패병! 방패를 세워!”
위급한 상황에서도 병사들은 절도 있게 움직여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타다다당!!
한차례 화살비가 쏟아진 후, 바로 추가 공격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할 뿐.
‘설마?’
헤이즈 공주가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을 때, 사건이 터졌다.
푹!
“으악!”
놀랍게도 아군 병사가 같은 편에게 무기를 휘두른 것이다.
등 뒤에서 공격을 받은 이들은 허무하게 쓰러졌다.
아군에게 공격을 가한 이들은 모두 파마트가 데려온 병사였다.
배신당한 것이다.
“파마트!! 감히 네가!”
공주의 외침에 파마트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가 나쁜 거야! 네가 내 청혼만 받아줬어도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야.”
처음부터 그렉 왕자가 파마트를 회유하여 이번 원정에 그를 집어넣은 것이다.
파마트는 이번 원정에서 헤이즈 공주에게 청혼을 하여 성공하게 되면 그렉을 배신하고 공주에게 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렉은 그런 파마트의 생각조차 파악하고 있었다.
‘너 같은 게 헤이즈의 눈에 찰 리가 없지.’
그렉은 헤이즈가 파마트 같은 속물의 청혼을 받아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한 것이다.
“공주님!”
발렛이 서둘러 배신자들을 처단하려 했지만, 이미 전세는 완전히 넘어간 후였다.
배신자들에게 방패병이 쓰러지자 화살을 막을 자가 없게 되었다.
파바박!
“큭!”
발렛은 등 뒤에서 날아온 화살에 관통되어 비틀거렸다.
“발렛 경!”
헤이즈 공주도 처지가 썩 좋지 못했다.
파마트의 병력이 헤이즈 공주를 노리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어서 저년을 잡아! 사로잡아서 지하 감옥에 가둔 후 내 몸소 채찍질할 것이다!”
공주는 파마트가 가지도록 미리 그렉과 계약한 후다.
파마트는 헤이즈 공주를 무너트린 후에 자신의 첩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공주님을 지켜라!”
헤이즈의 친위대들이 나섰지만, 역시나 중과부적.
안팎에서 쳐들어오는 병력과 싸우기에는 무리였다.
“크악!”
병사들이 쓰러지자 보다 못한 헤이즈 공주도 검을 들고 나섰다.
목표는 배신자인 파마트였다.
“네 이놈!!”
헤이즈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다.
파마트는 자신의 병력을 믿고 느긋하게 서 있었지만, 그건 그의 오산이었다.
챙! 챙챙!
“컥!”
“너무 빨라…….”
헤이즈 공주가 순식간에 자신의 병력을 쓰러트리고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게 아닌가?
“멍청이들아! 뭐 하고 있어! 어째서 계집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분노에 찬 헤이즈 공주는 있는 힘을 다하여 파마트의 병력을 뚫었다.
그녀의 눈에 타오르는 귀화를 보고 파마트는 바지에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히이익!”
하지만 헤이즈 공주의 분전도 거기까지였다.
퍽!!
갑자기 날아온 충격파에 얻어맞고 벽으로 날아가 버렸다.
“꺄악!”
쿵!
가까스로 일어난 헤이즈 공주의 눈앞에는 푸른 피부의 괴인이 보였다.
“서, 설마. 여래장?”
그는 여래장이라는 별호의 랭커다.
이번 일을 위해서 용병으로 투입된 거다.
이렇게 유리한 상황인데도 여래장을 데려온 것을 보면, 그렉이 단단히 작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헤이즈 공주가 충격으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파마트가 다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어디서 반항이야!”
그렇게 말한 파마트가 자신의 기사들에게 손짓해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끌고 오게 했다.
이미 헤이즈 공주의 병력은 무력화된 상황.
심한 충격을 받은 공주는 힘없이 끌려갔다.
“이 건방진 년!”
짝!
파마트는 힘껏 손을 휘둘러 헤이즈의 뺨을 때렸다.
한 대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계속 뺨을 갈겼다.
짝! 짝!
헤이즈 공주의 고운 얼굴이 다 터지고 입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상대편에게 잡힌 자들은 차마 볼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다다다다!
누군가가 힘차게 헤이즈 공주를 때리고 있는 파마트에게 몸을 날렸다.
“엇!”
이미 모든 이들이 제압된 상황.
파마트는 마음 놓고 공주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짐꾼인 문호진이다.
파마트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설마 짐꾼이 나설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틈을 노리고 문호진이 배낭에 담았던 무기를 뽑아서 날아올랐다.
“하아압!”
파직!
황금으로 빛나는 검을 그대로 파마트의 등에 꽂았다.
“컥!”
어떤 검인지는 몰라도 효과가 대단했다.
아무리 급소라고 해도 레벨 차이가 심한 파마트의 몸을 관통했으니.
하지만 짐꾼의 공격 한 번에 죽을 정도로 파마트는 약하지 않다.
그때, 헤이즈 공주도 움직였다.
“큭!”
헤이즈는 무너진 파마트의 등에 꽂혀 있는 검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를 잡고 있던 자들의 목에 혈선이 생겼다.
“컥!”
문호진과는 달리 충분한 데미지다.
급소인 목이 잘린 이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피를 흘리고 있는 파마트를 무섭게 노려봤다.
“네놈!”
“자, 잠깐!”
놀란 파마트가 손을 저어봤지만, 헤이즈는 기다리지 않았다.
푹!
결국, 정수리가 관통된 파마트는 힘없이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