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60화
60화
부글부글부글.
보스는 크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윽고 흰색 죽처럼 변해 바닥에 낮게 깔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퍼즐형 보스다.
이런 몬스터는 약점이나 퇴치 방법을 찾지 못하면 절대 죽일 수 없지만, 방법만 찾아내면 의외로 쉽게 죽일 수도 있다.
“끔찍한 놈이군.”
하콘이 신발 바닥에 눌어붙은 흰색 액체를 닦아내면서 말했다. 이놈 때문에 순식간에 9명이 죽었다.
“좋은 놈들이었는데…….”
보스에게 죽은 이들은 그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옷과 장비도 모두 녹아 보스에게 흡수되었기에 유품도 남기지 못했다.
“근데, 이 방은?”
보스를 죽이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군사 기지 가장 안쪽에 있는 이 방에는 여러 장치들이 눌어져 있었고, 문서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건 또 뭐야?”
다른 이들이 기계 장치를 구경할 때 송진우는 문서를 주워 읽기 시작했다.
「심한 방사능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구름 시티로 이동했다. 만약 바이러스를 제대로 연구할 수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을 방사능 위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7일 차, 연구를 위해서 도시를 탐험하는 중 우연히 불발탄을 발견했다. 이 저주받은 시대의 원흉이다. 다른 연구자들은 이것을 즉시 없애야 한다고 했지만,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로 설득했다.」
「20일 차, 방호복을 세 겹이나 껴입었음에도 몸에 이상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연구원 중에 반 이상이 연구를 포기하고 도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나는 이 연구를 포기할 수 없다.」
「60일 차,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채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것을 밖으로 가져가서 연구하기만 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다.」
「65일 차, 문제가 생겼다. 우리의 연구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건물의 입구를 막고 우리를 이곳에 가뒀다. 식량은 아직 충분하지만 방사능이 우리를 좀먹고 있다. 만약 이대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도 밖에 돌아다니는 야생 구울처럼 흉측하게 변할 수 있다.」
「70일 차, 세인이 피를 토하고 한참을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니 결국 버티지 못했다.」
「77일 차, 에디가 자살했다.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한 거다.」
「82일 차, 샘이 발작을 일으켰다. 방호복을 벗고 앤의 목을 물어뜯었다.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쏴야 했지만, 앤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90일 차, 몸이 참을 수 없이 가렵고 열이 나기 시작한다.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른 동료들도 나와 같은 증세다.」
「99일 차, 피부가 모두 녹아버리고 내장도 기능을 상실했다. 완벽히 구울이 되었다. 동료들도 모두 같은 처지가 되었지만 이성을 잃지 않은 건 나밖에 없다.」
「120일 차, 무슨 수를 써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억울하다. 난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흉측한 구울이 되고 말았다.」
「130일 차, 드디어 문이 열렸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피부가 모두 떨어졌다. 이제는 돌아갈 곳도 없다. 혼자만 구울이 되는 건 억울하다. 폭탄, 폭탄을 이용하면 날 가둔 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겠지.」
「300일 차. 원자핵과 기폭장치를 분리했다. 이것을 다른 미사일에 옮겨 터트리기만 하면 방사능이 주변 도시로 퍼져나갈 거다.」
「가렵다. 배고프다. 몸이 흐물흐물해졌다. 방사능에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 몸이 액체처럼 변하고 있다.」
「미사일이 완성되었다. 이게 버튼만 누르면 복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지는 여기서 끊겨 있었다.
“이건…….”
보스 몬스터의 과거인 듯했다.
송진우가 놀라고 있자 하콘과 다른 용병들도 문서를 읽고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핵폭탄이 아직 남아 있었다고?!”
과거 전쟁에서 사용된 핵폭탄 수십 발 때문에 과학 대륙에 돌연변이와 구울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대기 중에 방사능이 가득한데 여기서 또 핵폭탄이 발사되면 다시 엄청난 숫자의 돌연변이가 생겨날 것이다.
보스였던 연구원의 계획도 주변 마을 사람들을 모두 구울로 만드는 것이었다. 만약 이 폭탄이 발사되었으면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건가?”
주변을 살펴보니 정말 거대한 미사일이 언제라도 발사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쪽지에 따르면 저 빨간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괴물이 된 연구원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이성을 잃은 듯했다. 그가 버튼만 눌렀으면 이 미사일은 어딘가로 날아가 폭발했을 것이다.
송진우는 내심 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구울은 다른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이 폭탄을 터트리는 게 어때?”
“뭐?!”
그의 말에 다른 용병들이 뭔 미친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그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생각해 봐. 이것을 터트리면 주변 마을을 모두 언더 시티로 만들 수 있어. 더 이상 숨어서 지낼 필요 없다고.”
그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구울 용병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괄시하고 무시하던 놈들이다. 그들도 구울로 변하면 속이 시원하겠군.”
이곳 구울들은 마치 하층 계급처럼 인간들의 무시와 냉대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도 하소연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전에 알렉을 만났을 때도 그렇다. 만약 구울의 숫자가 조금만 더 적었다면 알렉 일행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들은 구울을 몬스터라고 생각하고 사냥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누군 구울이 되고 싶어서 됐냐? 우리도 피해자라고! 왜 우리가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야 해? 그들도 구울로 변한다면 우리의 기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겠지.”
그가 분노해서 열변을 토했다.
원래 사람이고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만 언데드인 송진우는 비록 그와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저기 병신이다!] [장애인 새끼야! 너 때문에 우리 반이 제일 늦잖아!] [야~ 송장!]소아마비 탓에 다리 한쪽을 절어야 했던 송진우다.
어린 시절부터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며 자라야 했다. 그 때문에 성격은 점점 소심해졌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때 걸린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것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손가락질하며 괄시했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과 여동생에 대한 책임감이 없었다면 진즉 무너졌을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놈들은 결국 우리를 몰살시킬 거다. 그 전에 우리가 선수 쳐야 해!”
“맞아!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하지만 그들의 생각에 반대하는 자도 있었다. 하콘이었다.
“미친 소리 하지 마! 이 저주받은 물건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우리와 같이 만든다고? 그 전에 수십만 명이 더 죽을걸?”
방사능으로 구울이 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방사능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니 이 핵폭탄이 사람들이 없는 지역에 터진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다.
“그깟 놈들 몇 명이 죽는 게 대수야? 왜 우리만 당하고 살아야 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럼 놈들과 똑같이 되는 거라고! 잘 생각해!”
“똑같이 갚아주는 거야! 죽기 전에 죽이는 거라고! 당연한 생존 전략이야!”
“모두 알렉 같은 놈들만 있지 않아. 그들 중에는 우리에게 친절한 자들도 있어. 그런 이들도 모두 죽일 생각이야?”
구울들은 둘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핵폭탄을 써서 복수하자는 쪽과 그건 너무 잔혹한 짓이라는 쪽이 정확히 삼 대 삼으로 갈렸다.
급기야는 무력시위로 번질 위기에 달했다. 분위기가 너무 달아오르자 하콘이 송진우에게 물었다.
“거기, 매끈이. 너는 어느 쪽이지?”
여기가 중요한 선택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핵을 터트리면 주변 마을 몇 개가 초토화되고 대신 구울들의 마을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언데드 플레이어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구울들의 거주지가 늘어가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언데드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송진우가 이곳에 온 이유도 다른 종족에게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고 단지 가상현실의 안이니 크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곳의 NPC들도 현실의 사람들처럼 감정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건 다르지 않다.
이미 현실과 디멘션 월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다.
반대로 폭탄을 터트리지 않는다면 그냥 변함없이 이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득도 없다.
“나는…….”
송진우가 편드는 쪽이 다수가 된다. 그러니 송진우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쉽사리 결정하기 힘들었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건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한때는 너무나도 서럽게 펑펑 울며 자신을 놀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다리를 절게 해달라고 하늘에 빈 적도 있다.
불합리한 억압과 하소연할 곳 없는 억울함을 저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자신이 느끼는 절망을 모두 평등하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자신의 심정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모두 바보들입니다. 다른 것과 잘못된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구울을 적대시하고 있어요. 이기적인 겁쟁이들이에요. 그래도…….”
힘을 얻고 다리를 고쳐서 마음이 달라진 게 아니다. 가장 예민하고 힘든 시기에 겪었던 그 모든 부당함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래도 분노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이건 복수가 아니라 또 다른 폭력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선량한 사람들까지 휘말릴 겁니다.”
하지만 역시 반발은 일어났다.
“뭐가 선량한 사람이야! 그냥 방관한 놈들도 똑같아! 그들 역시 우리가 죽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맞아! 난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어!”
탕!!!
흥분한 용병이 총을 발사했다. 총알에 머리를 관통당한 구울은 그대로 바닥에 꼬꾸라졌다.
“제정신이냐!”
순식간에 전투가 벌어졌다. 기습으로 숫자는 맞춰졌지만 이쪽에는 송진우가 있다.
다수 대 다수가 아닌 상황에서는 사수들의 위력은 크게 떨어진다.
휙!
송진우가 낫을 휘두르자 용병의 목이 잘렸다.
“제길!”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한 용병이 그대로 폭탄이 있는 곳으로 뛰었다. 그대로 핵폭탄을 발사할 생각이었다.
“안 돼!”
그 의도를 깨달은 하콘이 총알을 발사했고 송진우도 움직였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삑!
총알이 그의 머리를 박살 내는 것과 동시에 빨간 버튼이 눌러졌다.
천천히 천장이 열리며 뿌연 하늘이 보였다.
위이이잉~~~!
군사 기지에 있는 모든 에너지가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다.
“제길 이렇게 쉽게?”
송진우가 미사일 발사대를 부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곳은 핵 공격에도 멀쩡하게 남아 있는 튼튼한 건물이었다.
“이제 어쩌지?”
이제 살아 있는 것은 하콘과 송진우, 단둘이다. 송진우와 하콘은 전사이지 엔지니어가 아니다. 발사되기 시작한 미사일을 멈출 방법 따위는 알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몇 가지 조작 방법을 알아냈다.
“방법은 있어.”
모든 버튼을 눌러본 하콘이 말했다. 이제는 금방이라도 미사일이 발사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