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63화
63화
신이 준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최고 점수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최고 점수를 얻으려면 가장 안쪽에 있는 족장의 머리를 가져가야 한다.
휙! 휙!
송진우는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불필요한 싸움을 피했다.
이미 오기 전부터 오크와 전투하며 전투 패턴을 익혔다.
물론 족장은 일반 오크와 다르겠지만, 다른 오크 족장과 만날 기회는 얻지 못했으니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회색 오크는 일반 오크보다 몸집도 더 크고 피부가 돌처럼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속도는 조금 둔하지만 방어력만큼은 뛰어나다. 대신 마법 방어력이 취약하다.
미로처럼 얽힌 언덕길이었지만 가는 길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신의 눈에 붙은 지식과 지혜 스탯 덕분인지 환영으로 봤던 길이 똑똑히 기억난다.
《회색 오크 부락》
거대한 언덕을 등지고 회색 오크들의 부락이 보였다. 이곳에 있는 모든 오크들은 일반 오크보다 더 강한 전사 등급이다.
그들의 목을 가져가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겠지만 송진우가 원하는 것은 1등이다.
턱!
미리 가지고 온 등산용 장비를 이용해서 옆 벽을 기어올랐다. 힘으로도 그냥 오를 수 있지만 소리가 안 나게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곳에서 오크에게 걸리면 부락에 있는 모든 오크들이 몰려들 것이다.
“끙차!”
밧줄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린 곳에는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 역시 예지를 통해서 본 안전지대다. 여기서 오크 족장이 있는 곳은 멀지 않다.
밧줄을 회수해서 포식이에게 저장한 송진우는 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배를 긁적이며 하품하고 있는 보초를 지나가니 언덕에 있는 동굴이 보였다. 저곳이 회색 오크의 족장이 있는 곳이다.
슬금슬금 이동해서 들어가니 술과 고기들이 사방에 나뒹굴고 있고, 그 안에 거대한 체구의 오크 족장이 누워 있었다.
“크으으으으으!!!”
처음에는 들어온 것을 들킨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족장이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것이었다.
‘아우, 깜짝이야.’
송진우는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지금 싸우면 동굴 밖에 있는 보초들이 눈치채고 바로 들어올 것이다.
구석으로 간 그는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땡! 땡! 땡! 땡!
밖에서 종이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락의 위치를 알아낸 플레이어들이 힘을 모아 공격한 것이다.
‘지금!’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오크 족장도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며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였다.
“데스 사이드!”
스킬을 외치자, 송진우의 낫에 검은 기운이 스며들며 사신의 낫 모양으로 변했다.
“쿠엉?”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오크 족장이 뒤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스앗!
송진우의 낫이 그의 목을 베었다.
《기습 효과를 얻었습니다.》
《3.2배 크리티컬 데미지를 주었습니다.》
◆회색 오크 족장
(LV 650)
기습 덕분인지 오크 족장이 아직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침입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송진우의 낫이 수없이 오크 족장을 벤 후였다.
“쿠어어어!!!”
역시 650레벨의 몬스터라서 그런지 단숨에 끝내지 못했다.
오크 족장은 반사적으로 몽둥이를 집어 들고 반격했다. 사람 크기의 거대한 몽둥이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송진우를 덮쳤다.
하지만 송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쉐도우 스텝!”
3초간 무적이 되고 그동안 공격도 할 수 있는 사기 스킬이다.
비록 지속 시간은 길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3초면 모든 걸 뒤바꿀 수 있다.
오크 족장의 몽둥이는 그림자로 변한 송진우의 몸을 너무나도 허무하게 뚫고 지나갔다.
반면 송진우의 낫은 계속 정타로 적중했다.
스앗! 스앗!
“쿠어!”
결국 오크 족장은 더 버티지 못하고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다.
데구루루!
혓바닥을 길게 늘어트린 족장의 머리가 송진우의 발밑에 굴러들어 왔다.
“휴~ 쉽지 않네.”
그토록 쉽게 잡아놓고 한숨을 쉬는 송진우다. 누가 보면 엄살이라고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도 마음을 졸이고 잡은 오크 족장이다.
“포식아 저장해.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다른 물품처럼 오크 족장의 머리도 저장하려 했지만, 이상하게 포식이는 혀만 날름하고 움직이지 않았다.
“왜 안 저장해?”
송진우는 계속 머리를 들이밀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문뜩 어떤 생각이 들었다.
“설마…… 퀘스트 아이템이어서 저장을 못 하는 거냐?”
낼름!
그 말에 긍정이라도 한다는 듯이 포식이가 혀를 날름거렸다.
“……하긴 퀘스트 아이템은 창고에 못 넣긴 하지.”
이럴 때는 영락없는 게임이다. 할 수 없이 송진우는 거대한 족장의 머리를 들고 뛰어야 했다.
밖에는 쳐들어온 플레이어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오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열심히 하시라고.”
송진우는 왔던 길을 통해서 벽을 넘고 유유히 뛰어갔다.
이대로 도착만 하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이다. 기쁜 마음에 발걸음이 날아갈 듯했지만, 그 기분을 잡쳐놓은 존재가 있었다.
“또 왔네.”
“와~ 가면 봐! 무시무시한데?”
“이번엔 내 거다.”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달려오는 송진우를 둘러싸고 무기로 엄포를 놓았다.
“야! 그거 놓고 사라지면 목숨은 살려주마.”
총 세 명의 남자들이 흉악한 표정으로 송진우를 위협했다.
그들은 열심히 뛰어서 퀘스트를 클리어하기보다는 돌아오는 플레이어의 것을 빼앗으려 한 것이다.
이미 그들의 발치에는 두 개의 오크 목이 놓여 있었다. 이미 다른 플레이어를 위협해서 빼앗은 목이다.
“와~ 저놈 것은 큰데?”
“더 상위 개체 것을 잡았나 보지.”
“잘됐네. 이걸로 점수를 더 획득할 수 있겠어.”
그들은 이미 송진우의 것을 뺏은 것처럼 히히거리며 자기들끼리 좋아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들의 뒤에 있는 핏자국을 보고 있었다.
“……이미 죽인 거냐?”
뒤에 있는 피의 양으로 봐서는 사소한 다툼 정도가 아니었다. 최소 두 명분의 피가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눈썰미가 좋네.”
“그냥 모르고 있었으면 편히 갔을 것을…….”
그들은 애초에 송진우를 고이 보내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를 건네면 보내는 척하다가 방심한 틈을 타서 공격하려 한 것이다. 이미 두 명이 그렇게 죽었다.
송진우는 또 그들 갑옷에 있는 표식을 보고 말했다. 그곳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그려져 있었다.
“플레임 길드냐?”
“이것 봐. 이렇게 알아보니까 그냥 보내줄 수가 없지.”
그들은 근처 마을을 거점으로 두고 활동하고 있는 거대 길드의 길드원이다.
이곳에서는 유명한 길드기도 했지만, 송진우가 그들을 알아본 것은 예지에서 봤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의 가장 걸림돌인 길드다.
“잘됐네.”
“뭐?”
송진우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니 세 명의 플레임 길드 플레이어들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숫자를 줄일 수 있어서.”
“어?”
송진우는 그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빠르게 움직였다.
팟!
너무 빨리 움직여 남자들에게는 흐릿한 잔상만 보였을 정도다. 그리고 다시 송진우의 모습을 찾았을 때는 이미 한 남자의 앞에 있었다.
“일단 한 놈!”
퍽!!!
송진우의 낫이 플레이어의 목을 꿰뚫었다.
송진우의 전체적인 능력치는 공격력에 치우쳐져 있었다. 이미 공격력만큼은 웬만한 3차 승급자보다 높았다.
그는 송진우의 단 한 수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어어?”
한 명이 쓰러지자 멍청한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송진우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X발!!”
뒤늦게 무기를 꺼내서 반응했다.
“3차 승급자다!”
단 한 번의 낫질로 친구가 허망하게 죽는 것을 목격했다. 3차 승급자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의 외침은 타당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발을 더 얼게 했다.
가면에 있는 공포 효과까지 더해지니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상태에서 송진우를 당해낼 리가 없었다.
퍽!!
다시 움직인 송진우의 낫에 한 명의 명치가 뚫렸다.
가면 안에 있는 송진우의 눈과 마주치자 그는 공포로 벌벌 떨었다. 낫을 통해 그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포식자는 나다. 너희는 사냥감이고.”
원래 송진우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여러 일을 거치고 언데드가 되면서 점점 심장도 냉철하게 변했다.
중앙 대륙인 이곳에서 사람이 죽으면 정말 죽는 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공격했다.
물론 죽이지 않으면 죽는 상황이었지만, 예전 송진우라면 조금이라도 망설였을 것이다.
“히익!”
나머지 하나는 또 하나의 동료가 처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기 시작했다.
저놈이 길드로 돌아가서 자신에 대해 말하면 골치 아파진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데스 그랩!”
도망가려던 그의 몸이 쭉 당겨져 왔다. 공포로 물든 그가 떨리는 입을 열었지만…….
“사, 살려…….”
퍽!!
송진우의 낫이 그것을 용서치 않았다.
“개새끼들!”
살 가치가 없는 놈들이다. 이놈도 이놈의 길드도 전부다.
그들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후에 2시간 안에 살리지 않으면 영원히 죽을 것이다.
물론 송진우가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생사가 아니라 자신의 흔적이다.
누가 그들의 시체를 자세히 본다면 낫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먹…… 아니다.”
무심코 포식이에게 그들의 시체를 먹으라고 하다가 깜짝 놀라서 입을 닫았다.
먹힐지도 의문이지만 아직 진짜 사람의 인육을 섭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이 떨어트린 물건만 줍고는 옆 산길로 시체를 끌고 가서 묻기로 했다.
이미 노가다는 만렙인 송진우다.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자 10초도 안 돼서 사람 셋이 들어갈 구멍이 생겼다.
툭!
그들을 묻고 다시 길을 뛰었다. 조금 지체되었지만 아직 송진우는 선두권이다.
송진우가 도착하자 왕실에서 나온 관리가 크게 반겼다.
“오~ 족장을 잡았는가?”
“그렇습니다.”
“족장을 이렇게나 빨리 잡다니, 감탄할 일이군. 내 자네의 실력을 잊지 않겠네.”
가면을 쓰고 있지만 송진우가 언데드인 것을 관리가 모르지 않았다.
만약 이곳이 신성 제국이라면 호통을 치며 송진우를 쫓아냈겠지만, 관리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여러 세계관이 혼합된 이곳은 언데드뿐 아니라 마족도 활개 치고 돌아다니는 곳이다. 실제로 앉아 있는 플레이어 중에도 마족 플레이어가 있었다.
물론 언데드 특성상 호감도가 떨어진 채로 이야기하지만, 신의 음낭에 붙은 매력 수치 덕분에 그런 효과가 상쇄되고도 남았다.
“감사합니다.”
먼저 온 플레이어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송진우를 쳐다봤다. 송진우보다 빨리 왔지만 관리의 저런 말을 자신들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 플레이어들이 속속 도착했고, 그들이 온 시간과 사냥물을 판별해서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매겼다.
당연히 송진우가 1등이었다.
“자네의 실력이 가장 출중하군.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거야.”
“맡겨만 주십시오.”
관리는 등수에 오른 200명의 플레이어를 데리고 성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황금색으로 된 화려한 갑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많은 군사들을 데리고 있었다.
황금 갑옷의 남자가 관리에게 말했다.
“용병들은 구했는가?”
“네, 왕세자님!”
그는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맡은 왕세자다. 그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그를 도울 병사들과 용병들을 모았다.
“그럼 가도록 하지.”
“넷!”
많은 병력이 왕세자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규병들도 있었고 플레이어들과 NPC로 이루어진 용병들도 있었다. 돌발 퀘스트로 모집한 플레이어 말고도 많은 수의 플레이어가 존재했다.
그들은 이 나라에 거점을 확보한 거대 길드원들이었다. 따로 퀘스트를 받지 않고도 왕실의 명령에 따라 이곳에 왔다.
물론, 길드원 모두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원 제한이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 인원을 돌발 퀘스트에 투입한 것이다.
‘저기 있군. 플레임 길드.’
송진우는 거대 길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플레임 길드를 바라보았다. 저들이 이번 퀘스트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염상섭.’
그가 플레임 길드의 길드장이다. 직접 병력을 인솔해서 이번 퀘스트에 참가했다.
그만큼 규모도 크고 중요한 퀘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