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66화
66화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존재했다. 마법으로 앞을 비췄지만 마법으로도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어둠이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헌터 중의 누군가가 그 통로에 팔을 집어넣었는데 바로 앞에 있는 팔도 보이지 않았다.
“…….”
다들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지금까지 함정도 충분히 끔찍했는데 앞이 보이지도 않는 곳을 가는 일은 결단코 피하고 싶었다.
“큼!”
왕세자도 당황한 듯이 헛기침만 했다. 지금까지도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했는데 한층 더 괴상한 통로가 나왔다.
차마 자신이 먼저 갈 용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남들을 보내자니 위엄이 살지 않았다.
왕세자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송진우가 나섰다.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왕세자 전하.”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고맙게도 송진우가 나섰다.
왕세자는 체면 때문에 크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안도한 얼굴이었다.
“허어~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자신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크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왕세자는 마지못한 듯이 허락했고, 송진우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통로 앞에 섰다.
“공헌도를 얼마나 쌓으려고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지금까지 잘한 건 알지만 저기는 미지의 곳이잖아.”
“너무 들뜬 거 아냐? 여긴 중앙 대륙이라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질투 반, 우려 반 섞인 눈빛으로 송진우의 등을 보았다.
저곳을 통과하면 큰 보상을 받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본인이 먼저 나설 자신은 없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쑤욱~
마치 어둠이 송진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리조차 전달되지 않는 곳이다.
암흑 속에 들어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소리도 들리지 않아 감각으로만 걸어야 했다. 손으로 더듬더듬 짚으며 걸어도 모자랄 판국에 송진우는 그냥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이곳에도 물론 무시무시한 함정이 있다. 그건 특정한 발판을 밟거나 뭔가를 눌러서 발동되는 함정이 아니다.
이곳의 함정이 발동하는 조건은 딱 하나다. 바로 이곳에 너무 오래 있는 것.
즉, 나약함과 두려움을 테스트하는 시련인 것이다.
한 치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주저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위에서 내려오는 돌기둥에 쥐포가 될 것이다.
어둠의 통로는 길지 않았다. 고작 10m 남짓한 거리다. 하지만 이 공허와 같은 통로 덕분에 밖에서는 송진우가 하는 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좋았어.”
근처에 있는 장치만 건드리면 어둠이 사라지고 밖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들어온 공간 중앙에는 거대한 지팡이가 둥둥 떠 있었다. 이것이 예전부터 내려오는 왕가의 비보고 이곳이 최종 목적지다.
원래는 이곳에서 왕세자가 의식을 거행해야 하지만 송진우는 겁도 없이 지팡이에 다가가 그것을 단숨에 잡았다.
▲영광의 홀
(에픽)
▷능력 :
스킬 데미지 +100%
지식 +500
지혜 +500
마나 재생율 +300%
명성 +10,000
명성만큼 마법 공격력 증가
이건 엄청난 힘이 담겨 있는 지팡이다. 가히 왕가의 보물이 될 수도 있는 능력의 지팡이지만 송진우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다.
만약 이 지팡이가 목적이라도 지팡이를 포식이에게 저장하면 단숨에 왕가의 적이 될 것이다.
이 지팡이가 왕가의 비역에 있는 이유는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왕가의 의식은 봉인된 것으로부터 힘을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켄타디언을 계승하는 모든 왕들은 비역에서 힘을 얻고 그 힘을 바탕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 봉인된 무언가가 송진우의 최종 목적이다.
푸시시시~
봉인의 핵심이었던 지팡이가 사라지자 좁은 공간에 엄청난 기운이 몰려드는 것이 느껴졌다.
[……누가 나를 깨웠는가.]그건 늙고 힘없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오랜 봉인 탓에 기운이 소실되었는지 목소리는 다 죽어가고 있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봉인되었던 남성이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뼛속까지 들춰지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그 남성이 약간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네게서 나와 같은 종류의 힘이 느껴지는구나.]이건 예지에서도 본 적 없는 일이다. 정체불명의 신은 봉인된 것의 힘을 얻으라고 했지 그게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송진우의 의문에 답하듯이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카이로스. 과거, 기회의 신이라고 불렸던 잊힌 존재다.]“카이로스?”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기회의 신으로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인지도는 높지 않아서 그리스 신화를 잘 알지 못하면 생소한 신이기도 했다.
[이건…… 그의 힘이군.]카이로스는 송진우에게 힘을 준 정체불명의 신에 대해서 잘 아는 눈치였다. 다시 송진우를 샅샅이 들여다보더니 감탄하며 소리쳤다.
[갈기갈기 찢긴 신체를 언데드에게 붙여 힘을 계승한다라……. 획기적인 발상이군. 하지만 그답지 않은 생각이기도 해. 그만큼 절실하다는 증거겠지.]카이로스는 시선을 송진우에게서 거뒀다. 이미 필요한 건 모두 알아낸 후다.
[힘을 계승한 아이야. 이곳으로 온 이유가 뭐냐?]또 만난 신이다. 송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분이 여기서 힘을 얻으라 했습니다.”
[역시 그렇군. 복수를 위해서 내 힘도 필요하다는 거겠지.]“……복수요?”
이건 송진우도 처음 듣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힘을 준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게 복수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면 내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네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군. 어쩌면 그는 봤을 수도 있지.]혼자 중얼거린 신은 다시 송진우에게 말했다.
[이 세계의 법칙을 알고 있느냐?]“법칙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이 세계는 거짓으로 만들어진 진실한 세계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실제이기도 하지. 대부분의 법칙은 너희의 것을 따랐고 힘의 우위조차 너희의 관념을 통해 완성되었지.]이건 송진우도 알고 있는 디멘션 월드의 법칙이다. 몇 년 전에 이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되어 큰 파장을 가져오기도 했다.
완벽한 가상현실인 디멘션 월드는 모종의 이유로 멸망한 미래에서 온 10서클 마법사가 과학과 마법을 조합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바로 10서클 마법인 ‘세계 창조’로 말이다.
그가 디멘션 월드를 만든 목적은 멸망한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완벽한 훈련소를 짓기 위함이었다.
디멘션 월드에서 싸우는 방법과 실질적인 힘을 얻어 자신도 지키지 못한 미래를 현대인들 스스로 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몇 년 전에 영웅들의 활약으로 위기를 몇 차례나 넘긴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위협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재미있는 것은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 때, 10서클인 마법사도 별처럼 많은 모든 법칙을 알거나 구현할 수 없어서 현실의 법칙을 빌려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도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생겼다.
본래 프로그램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NPC가 모든 법칙을 뛰어넘어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건 위대한 마법사도 알 수 없었던 영혼이라는 것이 NPC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신급 존재들은 현실에도 힘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을 얻게 되었다.
송진우에게 힘을 준 정체불명의 신처럼 말이다.
[나는 딱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아무리 10서클의 마도사라도 모든 세세한 사항을 다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디멘션 월드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디멘션 월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판타지와 무림, 각종 신화와 괴담들이 형상화되어서 만들어진 세계다.
그러니 사람들이 강하다고 믿어지는 신화 속 인물과 드래곤 같은 이야기 속의 괴물들은 정말로 그만큼 강하게 형상화되었다.
반대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슬라임이나 고블린 같은 잡몹들도 그만큼 약하게 만들어졌다.
모든 신화 속에 나오는 신들도 같은 힘을 가지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신화와 신이 더 강했고 잊힌 신화의 신은 약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신화를 담고 있는 신성 대륙에서 ‘헤븐’ ‘올림포스’ ‘아스가르드’ 순으로 영토가 넓고 유명하지 않은 신화의 지역은 작거나 없는 것이 그 예다.
[나는 점점 잊히고 있다. 점점 약해져서 결국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겠지.]그리스 신화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편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신들과 반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명하지 않은 신들은 점점 몰락해갔다.
[그것을 알고 그가 너를 내게 보낸 것이겠지. 어쩌면 이게 내 마지막 기회이겠군.]아이러니하게도 기회의 신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그게 송진우다.
[그의 힘과 나의 힘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힘이 ‘시간’이라면 나의 힘은 ‘시각’이지. 둘의 힘이 정말로 하나가 된다면 어쩌면 복수도 꿈이 아닐 테지.]그것이 정체불명의 신이 바란 것이다. 너무나 강력했기에 둘로 나누어져야 했던 힘이 하나가 된다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아쉽게도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군.]“그 말은…… 제게 힘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 대가로 네게 부탁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내 신도를 찾아라. 그리고 그들에게 내 증표를 건네주어라.]“신도……를 말입니까?”
[그렇다. 규모는 작지만 내 신도는 아직 어딘가에서 활동하고 있다.]그 순간 허공에서 작은 빛 덩어리가 생성되더니 이내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건 손바닥 크기의 물건이었다.
▲카이로스의 증표
???
[이것을 그들에게 전하고 네가 그들의 힘이 되어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게 준 힘도 결국은 사라지게 될 거다.]카이로스에게서 받은 힘은 영원불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카이로스가 정말로 사라지기라도 하면 그에게서 받은 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그럼 내 권능을 너에게 넘기겠다.]우웅~
사방에 있던 엄청난 기운이 송진우에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송진우의 눈으로 모였다.
“크윽!”
예지를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이 눈에서 느껴졌다.
뇌가 타는 듯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고통을 참는 일에는 이골이 난 송진우는 꾹 참고 기절하지 않도록 버텼다.
“커억!”
겨우 고통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카이로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된 건가?”
혹시나 해서 왼쪽 눈의 옵션을 살펴봤는데 특별히 달라진 것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은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능력인 미래 예지도 옵션에는 나타나 있지 않으니 이것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곧 이 힘을 사용할 수 있겠지.”
송진우는 정신 차리고 시간을 확인했다.
카이로스와 대화하고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걱정했지만,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다.
카이로스와 말하고 있을 때도 예지를 봤을 때처럼 시간이 멈춘 것이다.
“다행이네.”
송진우는 지팡이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을 달성했지만 송진우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송진우가 들어간 곳을 보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죽은 거 아냐?”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걸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다들 송진우의 생사에 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3차 승급자도 우습게 죽이는 무시무시한 함정이 가득한 통로에 제 발로 들어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왕세자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을 때,
스르륵~
어둠의 장막이 걷히니 통로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