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67화
67화
“성공했나?”
“우와! 진짜로 해냈네?!”
어둠이 사라져도 플레이어들은 쉽게 들어가지 못했다. 병사 한 명이 들어가서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사람들이 움직였다.
“들어간다!”
일행은 뚫린 통로를 통해서 모두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온 공간에서 지쳐 숨을 고르고 있는 송진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괜찮은가?”
왕세자가 직접 나서 송진우를 챙겼다.
연이은 활약 덕분에 지금 송진우에 대한 호감도는 일반인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조에 도달했다.
왕세자가 공주였다면 다음 관계로 진전할 퀘스트도 떴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조금 지쳤을 뿐입니다.”
“고생했네.”
다른 사람들은 송진우가 함정을 파훼하느라 저렇게 지친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송진우에게 신경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앞에 있어서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게 왕가의 비보로군.”
왕세자는 지팡이 앞에 섰다.
여기에 오기 위해서 쉽지 않은 함정을 돌파했지만 결국 도달했다. 이제 의식만 치르고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의식을 준비해라!”
“네! 왕세자님!”
왕자를 따라왔던 마법사들이 의식에 관련된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저 장치를 통해서 카이로스의 힘을 이으면 모든 의식이 종료된다.
물론 카이로스의 힘은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직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그때였다.
푹!!!
갑자기 누군가가 검을 휘둘러 이곳까지 함께 온 동료를 찔렀다.
비릿한 피 냄새가 삽시간에 공간에 퍼졌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푹!
“으악!!”
“무, 무슨 짓이야!”
동시다발적으로 살육이 일어났다.
“이, 이건!”
당황한 왕세자를 그의 기사단이 보호했고 기사단장은 눈에 불을 켜고 호령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기사단장은 번개처럼 움직여 동료를 찌른 자들을 단숨에 도륙했다.
하지만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수의 병사가 죽거나 다친 후였다.
그때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플레임 길드에 소속된 마법사였는데 이제까지 두꺼운 로브를 눌러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이지 않던 자였다.
“해내셨군요. 형님.”
“너, 넌!!! 부르스?! 이게 무슨 짓이냐!”
놀랍게도 로브를 벗은 남자는 왕국의 이왕자였다.
장자인 왕세자에게 순위가 밀렸지만 그의 야심은 이미 왕국에도 소문난 상황이었다. 그런 이왕자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단숨에 상황을 파악한 왕세자가 따라온 병력에게 호통을 쳤다.
“나를 배신한 거냐!”
플레임 길드를 비롯한 다른 대형 길드들은 이미 이왕자 뒤에 서 있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왕세자가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지만 반란의 주동자인 염상섭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둘째 왕자님이 주기로 한 보상이 훨씬 더 많았거든요.”
이 자리까지 참가하기 위해서 염상섭이 이끄는 플레임 길드는 많은 퀘스트를 해결하며 왕세자와의 호감을 올려야 했다.
앞으로 왕이 될 왕세자와 줄을 대면 당연히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니 길드의 자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노력 덕분에 백작의 지위까지 오르고 중요한 의식에도 참여하게 되었지만, 그때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퀘스트가 떴다. 바로 이왕자가 접선한 것이다.
[날 도와주면 공작의 지위를 주겠다.]왕세자의 보상도 후했지만 이왕자가 약속한 것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왕세자의 보상으로는 앞으로 몇십 년을 더 노력해도 공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거대한 나라에도 공작의 수는 다섯을 넘지 않는다.
이 왕국에는 지금 세 명밖에 없으니 공작에 오를 수만 있으면 플레임 길드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그 꿈이 지금 닿을 듯이 손짓하고 있다.
염상섭은 당당하게 외쳤다.
“이미 전세는 우리에게 기울었다. 이미 밖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을 거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이곳처럼 밖에도 미리 사주를 받은 병사들이 왕국군을 기습했을 것이다.
물론 병력은 왕국군이 우세하나 그곳에도 이왕자의 세작들이 있어서 맞부딪히면 이왕자 세력이 이길 가능성이 높았다.
염상섭의 말에 퀘스트를 받고 이곳에 왔던 플레이어들은 바로 항복했다.
그들은 단지 보상을 얻기 위해서 왔을 뿐이다.
왕세자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울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항복하자 이제 왕세자의 병력은 거의 남지 않았다.
“훗! 좋아, 그래야지.”
이제 왕세자와 그의 병력을 모조리 죽이고 이왕자가 대신 의식을 거행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왕자가 왕세자를 죽이는 것은 내란에 가까운 짓이지만 성공한다면 혁명이 된다.
“자, 그럼…….”
이왕자가 추살 명령을 내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펑!!! 펑!!!!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면서 거대한 불꽃이 좁은 공간을 수놓았다.
“뭐, 뭐야!”
불꽃은 정확히 이왕자의 세력이 있는 곳에만 일어났다.
왕세자의 병력과 항복하고 구석으로 몰린 플레이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그때 연기를 뚫고 송진우가 나타났다.
“지금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송진우는 구석으로 가 뭔가를 조작했다. 그러자 숨겨져 있던 문이 열렸다.
드르륵!
새로 드러난 통로는 원래 의식을 마치고 나가야 하는 곳이다. 다행히도 그 통로는 왕세자 쪽에 있었다.
“지금 도망쳐야 합니다.”
당연히 폭발은 송진우가 만들어 낸 것이다. 함정 관련 스킬이 없어서 그냥 무식하게 폭약을 잔뜩 설치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곧 먼지가 걷히고 이왕자 쪽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콜록! 콜록!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잡아!”
폭발에 휘말려 잠시 균형감각을 잃었지만 대부분은 멀쩡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작은 틈이 왕세자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모두 도망쳐라!”
왕세자의 병력은 모두 새로 생긴 통로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예지에서는 가장 주된 전력인 기사단장과 많은 병력이 함정에 죽은 뒤였다. 그래서 왕세자 병력은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 때문에 송진우가 신경 써서 왕세자의 병력을 살린 것이다.
만약 염상섭이 왕세자를 시해하고 자신의 말대로 헌터들에게는 아무 위해를 가하지 않았으면, 송진우도 그냥 염상섭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염상섭은 항복한 헌터들까지 잔인하게 죽였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으려 증인을 모두 없앤 것이다.
“이쪽입니다.”
이 퀘스트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쾅!!! 쾅!!!!
일행이 빠져나가자 다시 폭음이 들렸다. 입구에 깔아놓은 마지막 폭탄이었다. 이것을 위해 포식이에게 폭약을 꽉꽉 채워 운반했다.
‘처음이 훼이크였지.’
두 번째 폭발이 진짜였다.
처음에는 먼지만 났지만 두 번째는 폭약을 꽉꽉 담았기에 폭발력이 훨씬 뛰어났다.
덕분에 병력이 달려오는 속도의 몇 배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갔고 죽은 자도 있었다.
우르르!
폭발력 때문에 통로 위에 돌이 떨어졌다. 통로 자체가 무너진 건 아니지만 저걸 치우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충격 때문에 날아간 이왕자가 무너진 통로를 보고 이를 갈았다.
“큭! 어서 저것을 치워라!”
“네!!”
이제 의식과 헌터들의 처리가 문제가 아니다. 만약 왕세자가 이곳을 빠져나간다면 완전히 판이 뒤집어질 것이다.
그 사이 왕세자 병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허겁지겁 달리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 금방 밖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밖도 아수라장인 건 마찬가지였다.
챙!! 챙!!
“죽여!!”
밖에 대기하고 있던 병력은 둘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냥 싸우면 팽팽하게 싸움이 진행되겠지만 역시 기습에 성공한 이왕자 세력이 유리했다.
벌써 병력이 상당수 줄어든 후다. 그걸 본 왕세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서 저들을 도와라!”
왕세자의 직속 기사단은 거의 다 이곳에 있다.
전장에서 지휘관의 유무는 전투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니 이들이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왕세자를 말렸다.
“왕세자 저하!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일단 후퇴하셨다가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내 어찌 혼자 살겠다고 몸을 내뺄 수 있단 말이냐?!”
“적의 숫자는 아군의 배가 넘습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일단 성으로 퇴각했다가 병력을 다시 집결한 다음에 이왕자에게 복수해도 늦지 않습니다.”
송진우의 만류에 기사단장도 합세했다.
“그렇사옵니다. 왕세자 저하!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지금은 저 용병의 말을 따라야 합니다.”
“큭!!!”
왕세자는 분한 듯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전투를 지켜보았다. 전투는 그들의 말대로 자신들 편이 완전한 열세에 놓여 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이왕자 세력이 저 통로를 뚫고 빠져나올 겁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왕세자는 잠시 고심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의 말에 따르겠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여기는 이왕자 세력이 장악했지만 성으로 가면 왕세자의 세력이 훨씬 크다.
무사히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번 일을 빌미로 이왕자 세력을 뿌리부터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잘하면 전화위복의 기회. 물론 실패의 대가는 처참할 것이다.
“이쪽입니다.”
송진우가 길을 인도했다. 전투에 정신 팔린 병력을 피해 언덕을 끼고 돌아 옆으로 이동했다. 그러고 나니 눈앞에 보이는 건 광활한 평야였다.
“이제 뛰셔야 합니다.”
이곳에 말이라도 대기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여기는 평소에 사람들이 드나들 수 없는 왕가의 비역이다. 말은커녕 조랑말도 숨길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일행은 때 아닌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철컹철컹.
기사단은 뛰기에는 부적합한 두꺼운 판금 갑옷을 입고 있다.
그래도 워낙 스탯이 높고 중갑옷 스킬도 있어서 제법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왕세자였다.
“헉~ 헉~”
평소에 무예 수련을 게으르게 한 건 아니지만 밥 먹고 훈련만 하는 기사단과 같을 리 없다. 몇 미터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송진우가 뒤를 보이 뽀얀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필시 일행을 쫓는 이왕자 세력일 터다. 훨씬 늦게 출발했지만, 말을 타서 곧 따라잡을 기세였다.
두두두두~~~
“놈들이 온다!”
지축을 흔드는 말발굽 소리에 다른 일행들도 추격대를 알아차렸다. 곧 따라잡힐 것을 직감한 기사단장이 검을 빼 들었다.
“여긴 우리가 맡을 테니 네가 왕세자님을 안전하게 모셔라!”
왕세자를 위해서 대신 죽겠다는 소리였지만 송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방도가 있으니 믿고 따라와 주세요.”
“방도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기사단장은 쉽게 믿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만약 송진우가 말한 방법이라는 것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결과가 어떨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기사단장의 말을 듣기도 전에 왕세자에게 다가가 급하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만, 왕세자님 옥체에 손을 대겠습니다.”
“헛!”
그렇게 말하며 송진우는 왕세자를 번쩍 들어서 등에 업었다. 그리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빨리 따라오세요!”
왕세자를 업고도 바람처럼 달리는 송진우의 모습에 주저하던 기사단장도 결심을 굳히고 말했다.
“……모두 그를 따라라!”
다시 일행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비역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곳에 병력이 대기하고 있지도 않았다. 역시 그곳도 허허벌판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행의 의구심은 짙어졌지만 송진우의 목소리는 밝아졌다.
“거의 다 왔습니다!”
송진우의 자신만만한 말과는 달리 앞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들과 송진우 등에 업힌 왕세자의 얼굴빛이 어두워졌지만, 뒤따라오는 이왕자의 병력은 웃고 있었다.
“저기 있다!”
말을 타고 온 이왕자의 병력이 이곳까지 따라 온 것이다. 다급해진 왕세자는 업힌 상태에서 송진우를 재촉했다.
“뭐, 뭔가 방도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