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73화
73화
결국 한동영은 투덜거리며 자신의 길드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그 뒷모습을 보며 송진우와 한수정은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오라버니 귀엽죠?”
“귀엽네요. 그런데 너무 괴롭히시는 거 아니에요?”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죠.”
“동영상 들켰다고 저렇게 쩔쩔매다니. 재밌는 분이네요. 사실 남자라면 그런 동영상쯤은 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을 텐데요.”
2차 성징이 지난 남자들이 므흣한 동영상을 보는 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동영상이 없는 것이 더 안 좋은 징조다.
한수정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맞아요. 사실 저도 그냥 웃고 넘기려 했는데 오라버니가 길길이 날뛰는 바람에 좀 골려줬죠. 그러다가 이렇게 됐고요.”
“아하~ 사실 여동생에게 들키면 창피하긴 하겠죠.”
만약 송진우도 동생, 송하나에게 그런 영상을 들켰다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볼 것이다.
하지만 한수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런가요? 제가 봤을 때는 별거 아니었는데요.”
“아…… 그걸 보셨어요?”
민망한 동영상이었을 텐데 한수정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남자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영상인데 왜 그렇게 쑥스러워하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오라버니가 드디어 운동하려고 결심한 것을 알고 기뻤는데요.”
그 순간 송진우는 굳어서 눈동자만 굴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운……동요?”
“네. 남자들 그런 거 다들 보잖아요. 근육질 남자가 나와서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요.”
뭔가 섬뜩한 느낌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차마 그런 말을 못 하고 횡설수설했다.
“……뭐, 운동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다들 멋진 몸을 가지고 싶어 하니까요.”
“그렇죠? 오라버니도 운동 영상을 종류별로 가지고 있더라고요.”
“……종류별로요? 얼마나요?”
“음… 너무 많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100개는 넘던 거 같던데?”
“……그렇군요.”
송진우는 더는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그러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말은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그러니까… 남자의 자존심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그래요?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가?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한수정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송진우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송진우에게는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잠시 후, 모든 준비가 끝났다.
“진입하겠습니다.”
여러 문파가 모여서 숫자는 이쪽이 훨씬 많다.
같은 숫자라면 형편없이 밀릴 테지만 숫자를 이용해 차륜전을 사용하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가죠!”
“오늘 청성파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
순식간에 많은 인원들이 밀물처럼 밀려 나가 새까맣게 청성파를 덮기 시작했다.
“웬 놈들이냐!”
밤 경계를 서고 있던 무인이 다가오는 적을 보고 재빨리 검을 들었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무인들을 당해낼 리 없었다.
“크악!”
청성파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쓰러졌고 잠자고 있던 다른 자들도 부랴부랴 나왔지만 이미 사방이 적들로 둘러싸인 후였다.
“죽여!”
기습의 효과는 대단해서 정면으로 맞부딪쳤다면 오히려 밀렸을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청성파의 무인들도 전열이 정비되자 싸움이 치열하게 변했다.
“누가 감히 대 청성을 침범하는가!”
800레벨이 넘는 일대 제자와 900레벨이 넘는 장로들이 합세하자 밀리던 청성파 무인들도 힘을 얻었다.
“아악!”
장로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연합한 무인들이 한둘씩 쓰러져갔다. 저들과 근접에서 검을 부딪치는 것은 자살행위다.
물론 그것을 위한 대책도 있었다.
“일제 사격!!”
“마탄 발사!”
“속사!”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화기를 발사하자 청성파의 무인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분노한 장로들이 바람처럼 다가왔을 때는 한동영의 길드원들이 활약했다.
“세도우 컨트롤!”
“텔레키네시스!”
“커터!”
한동영의 주력 병력은 강력한 사이킥 능력자들이다.
사이킥 파워는 중거리에서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다가오는 장로들을 한 번에 죽일 수는 없어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다.
“밀어붙여!!”
플레이어와 무인 연합군이 거칠게 밀어 붙었고, 청성파도 명성 그대로의 힘을 뽐내며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들과 용감히 맞서 싸웠다.
한편, 이 작전의 가장 핵심 인물인 패우혁은 여창해가 머무는 본당으로 쳐들어갔다.
옆에는 가장 큰 조력자인 송진우도 함께 있었다.
“여기는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
◆청성파 일대 제자, 남해일
(엘리트)
(LV 850)
대부분의 인원은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앞마당으로 나갔지만, 몇몇은 남아 본당을 지키고 있었다.
패우혁과 송진우는 그들을 모두 쓰러트리며 겨우 여창해가 있는 바로 앞까지 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청성파의 제자는 사나운 기세를 뿜으며 둘에 대항했지만 패우혁은 무심히 손가락을 튕겼다.
팟!
패우혁의 손가락 끝에서 붉은 총알 같은 것이 나가더니 적의 몸에 흡수되었다.
구극혈공의 강력한 내력이 담긴 탄지공이다.
마기에 가까운 힘이 몸에 들어가자 청성파의 일대 제자가 무릎까지 꿇으면서 괴로워했다.
“컥!”
파괴적인 내기가 돌아다니면서 내장을 찢고 기맥을 터트렸다. 정순한 청성파의 내공이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이곳은 네게 맡기겠다.”
원수를 눈앞에 두었다는 생각에 패우혁은 몸이 달아올랐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이제 송진우와 이 청성파 무인만 남았다.
“더러운 시귀가…….”
“네깟 놈들에게 더럽다는 말은 듣기 싫다. 언데드만 못한 새끼들.”
송진우와 구극혈공에 당한 청성의 일대 제자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쾅!!!
청성파가 사용하는 검법은 청풍검법으로 날이 얇은 청강검을 휘어지게 휘둘러 변화무쌍한 초식을 만든다.
청풍검법의 가장 유명한 초식인 분광결(分光訣)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여러 개의 빛줄기가 뻗어오는 듯한 환상을 보게 한다.
파바박!!!
일대 제자 남우일은 단숨에 끝낼 생각으로 분광결을 사용했다.
머리와 몸통은 물론이고 팔다리도 동시에 공격하는 빠른 찌르기다. 그야말로 전광석화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수법이다.
평소 남해일의 실력이었다면 이 한 수로 송진우는 죽거나 빈사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구극혈공이라는 엄청난 디버프 효과를 안고 있어서 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대부분 빗나갔다는 것을 깨달은 남해일은 이를 갈았다.
“제길!”
여러 찌르기 중에 적중된 곳은 단 하나다. 그리고 그것으로는 송진우의 공격을 늦출 수 없었다.
붕~~!
아름다운 호선을 그린 거대한 낫이 남해일의 옆구리를 강하게 베고 지나갔다.
“큭!”
큰 부상을 입은 남해일은 상처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섰지만 송진우는 멈추지 않았다.
앞선 발을 축으로 한 바퀴 빙글 돌아 원심력을 이용해 더 강력한 공격을 날렸다.
쾅!!
간신히 검을 들어서 막았지만 그렇게 얇은 청강검으로는 거대한 낫의 충격을 모두 해소할 수 없었다.
결국, 남해일은 트럭에 받힌 사람처럼 형편없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커억!!!”
물리적인 충격을 받으니 내공으로 억눌러놓았던 구극혈공이 다시 몸속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외상과 내상이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날 죽인다고 해도 청성은 무너지지 않을 거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
“지옥에서 널 저주하겠다. 더러운 시귀!”
이미 자신이 살 수 없음을 직감한 남해일이 송진우를 저주했다.
하지만 송진우를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옥에 간다고?”
송진우는 배를 남해일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배가 가로로 쫙 벌어지면 끔찍한 모습의 입이 나타났다.
이제는 친숙해진 포식이다. 하지만 남해일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넌 지옥에도 가지 못해. 넌 내 식사가 될 거다.”
포식이가 금방이라도 남해일을 잡아먹을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대담한 남해일이라도 이 끔찍한 광경을 보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 저리 가!!!”
남해일이 밥 먹을 때도 놓지 않았던 검마저 팽개치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의 정수리에 거대한 낫이 날아와 꽂혔다.
푹!!
“커억!”
이변이 없는 한 청성의 다음 장문인이 될 천재 무인, 남해일의 죽음이었다.
그의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송진우가 말했다.
“먹어!”
한 번이 어렵지 다음은 쉬웠다. 송진우의 말에 포식이는 남해일를 말끔히 먹어 치웠다.
쩝쩝!
“아이템도 안 주네. 거지 주제에.”
빠르게 아이템을 확인하고 패우혁이 들어간 문으로 뛰어갔다.
만약 패우혁이 지기라도 하면 이 모든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다른 이들은 레벨 1500의 여창해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송진우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본 것은 아직도 벌컥벌컥 뛰고 있는 여창해의 심장을 들고 있는 패우혁이었다.
여창해는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렇게 쉽게 보내면 안 되었는데…….”
최소한 사부님과 사제들이 느낀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자신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쿵!!
패우혁은 그대로 땅으로 쓰러졌다.
“형님!!”
거사를 준비한 약 일주일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호형호제하기로 한 둘이다.
술잔을 나누면서 피보다 진한 우정을 맹세했다.
“아우님 왔는가?”
여창해를 죽였지만 패우혁의 상태도 최악이었다.
불완전한 구극혈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렸기에 모든 내장과 장기가 망가졌고 기맥은 산산이 조각나서 복구가 불가능했다.
바로 앞에 있는 송진우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네, 형님. 아우가 왔습니다.”
송진우가 아우를 자처한 것은 단지 더 좋은 보상을 받기 위함이었다.
친밀도를 높이면 일반 보상보다 더 나은 보상을 받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며 쌓은 정은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사람이 아니라 NPC여서 그랬을까?
송진우는 차마 다른 사람에게는 내보일 수 없었던 자신의 사정과 심정을 모두 털어놓았고, 패우혁은 잔잔한 눈빛으로 그 모든 것들을 받아주었다.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군, 아우님. 한잔 받게.”
진짜 이런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는 듯한 현재의 자신을 패우혁은 사려 깊고 진중한 말로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그런 그가 핏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다.
“아우가 왔습니다.”
송진우는 빠르게 빠져나가는 온기를 붙잡으려는 듯이 패우혁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알고 있었다.
모르지 않았다.
이 이야기의 끝은 결국 정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 엔딩은 이야기 속에나 있는 일이다.
송진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패우혁은 멍하게 허공만 바라보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사부님이 ……기뻐해 주실까?”
결국 자신마저 망쳐버린 복수행이다.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 모두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패우혁이 걱정하는 것은 단 하나, 선행과 봉사를 강조했던 사부님이 자신을 마중 나왔을 때 자신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느냐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송진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요! 틀림없이 자랑스럽게 여기실 겁니다!”
송진우의 마음을 알고 있는 패우혁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송진우에게 유언을 남겼다.
“나를 사부님 곁에…… 묻어…….”
하지만 패우혁은 유언을 끝까지 남기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다.
송진우의 손을 잡았던 그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툭!
“형님!!!”
누구보다 정이 많았던 사내의 마지막 모습에 송진우는 가슴이 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