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78화
78화
마사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마을 영주인 노다 타다야시는 무예와 학문을 중시하며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가 하는 유일한 놀이는 가끔 나가는 사냥이 전부였다. 술도 멀리하고 여자도 부인을 제외하면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품 덕분에 마을은 나날이 발전했다. 물론 크고 작은 문제는 늘 있었지만 항상 지혜롭게 풀어나갔다.
“그런데 세메로스가 그런 영주님을 유혹해서 변하게 만들었지.”
음양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식신과 주술은 이 세계에는 없는 쾌락을 선사할 수 있었다.
식신은 사람이 아닌 짐승, 혹은 곤충으로 만들어낸 음양사의 부하, 혹은 충실한 노예 같은 존재다. 인위적으로 만든 요괴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습은 음양사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데 주로 아름다운 여성으로 만들어진다.
매혹적인 미모에다가 전투력도 상당하여 음양사의 밤 시중은 물론이고 호위 병사 노릇도 한다.
세메로스는 인세에는 없는 아름다운 식신과 오감을 자극하는 주술로 영주에게 황홀경을 느낄 수 있는 쾌락을 선사했다.
“그 어떤 마약보다 지독한 쾌락이었다. 그 강건하던 영주님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지.”
영주는 쾌락에 빠져 정무를 뒤로 미뤘다.
예전에는 영지의 대소사는 모두 영주가 정했지만, 어느 새부턴가 새롭게 이인자가 된 세메로스가 담당하게 되었다.
영주의 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가신들도 세메로스가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쾌락에 빠져 모두 이성을 잃었다.
유일하게 쾌락에 저항했던 사람이 바로 마사토였다.
“어떤 유혹이 다가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여겼지만 그가 선사하는 쾌락은 나조차도 막기 버거운 것이었다. 겨우 그 유혹을 이겨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세메로스의 손에 들어간 후였지.”
결국 마사토는 영주에게 직언했다는 이유로 성에서 쫓겨났다. 아마 정신이 혼미한 영주는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남겨진 히메 님이 걱정이었지. 근데 이런 것을 내게 남기다니…….”
말을 들어보면 히메는 모든 것이 성의 세메로스에게 집어삼켜진 상태에서 이 쪽지와 부적을 마사토에게 남긴 것이다.
왜 이 중요한 거울이 상점에 팔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마사토에게 왔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건 쪽지가 아니라 부적이다. 마사토는 부적을 들고 한참이나 뚫어지게 봤다.
“이건 요괴 퇴치 부적이야. 이것을 왜?”
요괴 퇴치 부적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마사토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히메 님은 왜 이 부적은 내게 보낸 거지?”
아무리 살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사토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자 불현듯 무슨 생각이 떠오른 송진우가 말했다.
“혹시…… 그 세메로스라는 사람이 요괴는 아닐까요?”
“요괴?”
하지만 마사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가 요괴라면 사람들이 요기를 못 느꼈을 리가 없어. 만약 내가 못 느낄 정도의 요괴라면…….”
말을 이어나가는 마사토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대요괴…….”
말을 하던 마사토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점점 말소리를 줄였다. 그런 그에게 송진우가 쐐기를 박는 말을 했다.
“영주와 성 사람들을 모두 홀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설마…… 그럴 리가?!”
세메로스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음양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요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요기를 감출 수 있는 존재는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대요괴밖에 없다.
놀란 마사토가 부적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에는 작은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그건 막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어떤 대요괴의 표식이었다.
“백면금모구미!”
그건 강력한 구미호 요괴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악독하다고 소문난 요괴의 이름이다.
이 요괴는 행동반경이 엄청나서 인도에서 일본에 이르는 경로까지 온갖 요사스러운 짓을 뿌리며 다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정도의 요괴가 왜?!”
권력을 탐하는 것은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산을 뒤엎을 만큼 강한 대요괴가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인간사에 개입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세메로스가 성을 장악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도시 사람들은 그 전과 별반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 정도로 세메로스가 완벽하게 일을 수행한다는 소리다. 영주에게서 모든 권력을 뺏었는데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다.
잠시 고민하던 마사토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부적이 대요괴를 막을 방법이라도 된다는 건가?”
히메가 이것을 일부러 전달했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말이다. 어쩌면 구미를 막아낼 방법을 알아냈을 수도 있다.
“아무리 봐도 이것으로는 부족해 보여.”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지만 이 부적만으로 대요괴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작 이런 부적 한 장으로 잡힐 요괴였다면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싸움에서 살아남았을 리 없다.
“게다가 이건 아직 미완성이군.”
붉은색의 안료로 문양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지만 빠진 부분이 더 많다.
완성되지 않은 부적으로 이 정도의 힘을 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 부적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후지 켄사이밖에는 없어.”
후지 켄사이는 마사토가 알고 있는 가장 영험한 도사다. 그라면 이 부적의 용도를 밝히고 남은 부분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마사토는 이제까지의 경박한 모습은 버리고 송진우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히메 님의 뜻을 영영 알 수 없었을 거야.”
통안을 가지고 있는 송진우조차 이 거울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다른 플레이어였으면 이 거울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며 만약 샀어도 거울을 분리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제야 기다리던 알림음이 들렸다.
《히든 퀘스트 발견》
《마사토를 도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라.》
역시나 히든 퀘스트였다.
이 정도로 꼭꼭 숨겨진 퀘스트라면 당연히 보상이 가장 많은 히든 퀘스트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대충 퀘스트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고 있을 때, 성질 급한 마사토가 길을 떠나려 했다.
당연히 송진우는 그를 잡아야 했다.
“잠깐만요!”
송진우가 다급하게 부르자 마사토가 의아한 표정으로 뒤로 돌아섰다.
“뭐지? 난 지금 바쁘다네.”
“저도 돕겠습니다.”
“뭐? 자네가?”
“네. 보아하니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마사토는 잠시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아시아 전역을 공포로 떨게 한 대요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위험한 일이야. 외부인인 자네가 목숨까지 바쳐 할 만한 일이 아닐세.”
그 소리도 틀리지 않았다. 이게 퀘스트가 아니라면 송진우도 감히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히메 님을 도울 수만 있다면 일생의 영광이 될 것입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과는 동떨어진 말이었지만 마사토에게는 통했나 보다. 그는 허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자네를 서역의 시귀라고 우습게 봤군. 사죄하겠네. 자네도 명예와 긍지를 아는 무사였어.”
“그럼 저도 돕는 겁니다.”
“그렇게 하세. 만약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내 그대의 공을 잊지 않겠네.”
그렇게 송진우도 마사토의 계획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남쪽 산에 후지 켄사이라는 도력 높은 도사가 거주하고 있다네. 그를 만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후지 켄사이라는 도사는 도시에 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과 떨어진 곳에 살면서 도력을 갈고 닦고 있었다.
“그럼 가지.”
* * *
《붉은 대나무 산》
당연한 말이지만 도사에게 가는 길에도 많은 몬스터가 등장했다.
이곳도 중앙 대륙이다. 최소 레벨이 500이 넘는 고레벨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곳이다.
짐승과 요괴가 섞인 듯한 괴물들이 출몰했는데 송진우는 그것들의 이름을 볼 시간도 없었다.
번쩍!
“켁!!!”
마사토가 도의 손잡이를 가볍게 만지는 듯했는데 어느새 몬스터들이 두 쪽으로 갈라져 죽었다.
송진우의 동체 시력으로도 보기 힘든 엄청난 쾌도술이었다.
“어서 가지.”
괜히 이 도시의 무사들을 이끈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실력이 있으니 이인자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덕분에 송진우는 손쉽게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아이템은 포식이의 몫이었다.
“포식아, 저것을 챙겨.”
날름.
이게 바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그렇게 몇 분 걸으니 산 한가운데 자그마한 오두막이 보였다. 그곳이 목적지였다.
“켄사이! 후지 켄사이! 안에 있습니까?”
마사토가 밖에서 큰 소리로 부르니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술 냄새가 진동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누가 나를 부르는 건가? 딸꾹!”
방금까지 술을 먹은 듯 코가 새빨간 노인이 나왔다. 복장도 팬티 같은 바지만 간신히 걸치고 있어서 도저히 도사라고는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납니다!”
“응?! 이게 누구야? 성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이 가짜 도사는 마사토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송진우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 시체는 뭐지?”
“말하자면 깁니다. 그보다는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응? 무슨 이야기?”
“그러니까…….”
마사토는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켄사이라는 도사는 중간 부분부터는 술에서 완전히 깬 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듣기 시작했다.
“백면금모구미? 지독한 농담이겠지?”
“나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이것 좀 봐주세요.”
마사토는 켄사이에게 공주의 부적을 보여주었다.
“이건!!”
켄사이는 이제까지 반신반의한 표정을 완전히 지우고는 경악한 표정을 부적을 잡아챘다.
“어~ 어~ 조심해요!”
“가만히 있어 봐!”
켄사이는 떨리는 손으로 부적을 보고 쓰다듬기도 했다. 그러고는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말했다.
“틀림없어. 이건 구미의 요력이야.”
“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죠?”
“그 맹랑한 히메가 구미의 털과 피, 그리고 피부 조각을 갈아서 안료로 사용했어.”
부적에 그려진 붉은 안료는 그냥 주술력이 들어간 안료가 아니었다. 무려 구미의 신체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요력이 생생히 느껴졌다.
구미의 신체를 어떻게 얻은 것인지도 궁금했지만 그보다는 왜 구미의 신체를 부적에 넣은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왜 히메가 구미의 신체를 사용해서 안료를 만든 거죠?”
“히메가 머리를 잘 쓴 거야. 이건 이제 구미의 힘이 들어있는 부적이야. 그 말은 곧…….”
“곧?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줘요.”
“구미의 방어체제를 완벽하게 무력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자신의 힘은 걸러내지 못하니까.”
그 말에 송진우와 마사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말은, 이것만 있으면 구미도 죽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아직 많이 모자라. 그것을 알아서 부적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군.”
켄사이는 부적을 눈앞까지 바짝 붙여서 살펴봤다.
“엄청나게 복잡한 부적이야. 부적도 그 귀하다는 금린어의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고, 안료에는 용의 피가 섞여 있어.”
부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재료를 쓴 셈이다. 그리고 남은 부분을 채워야 할 재료는 켄사이가 알고 있었다.
“구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검은 오니의 뿔과 오로치의 피가 필요해.”
당연히 구하기 쉬운 재료가 아니었다. 둘 다 레벨이 600이 넘는 강력한 몬스터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원래 거울에 봉인되었던 부적이 떨어지면서 구미의 요기가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라면 몇 시간 내로 이 부적은 무용지물이 될 거다.”
“네?”
히메가 간신히 구한 구미의 신체다. 이번이 아니라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시간 내에 부적을 완성해야 한다.
“두 요괴들의 위치는 이곳에서 정반대에 있네. 지금으로서는 둘이 각각 한 마리씩 잡는 수밖에는 없겠군.”
켄사이의 말에 마사토와 송진우가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