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7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79화
79화
마사토가 잠시 고민하더니 송진우에게 선택지를 줬다.
“자네가 자신 있는 하나를 택하게나. 그러면 나는 다른 쪽을 사냥하지.”
평소에는 현실과 구분이 안 가는 중앙 대륙이지만 이럴 때는 영락없는 게임이다.
송진우는 어쩔 수 없이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니와 오로치라…….’
오니는 일본 도깨비로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르는 강력한 전사다.
3m에 가까운 키에 힘과 체력이 좋아서 판타지 대륙의 오우거와 비견되는 몬스터이기도 하다.
‘상성은…… 나쁘지 않아. 속도전으로 밀고 나가면 유리하게 싸울 수 있을 거야.’
아직까지는 빠르고 다양한 패턴을 보이는 적보다 단순히 힘으로 밀고 나가는 적들이 더 상대하기 쉽다.
그에 비하면 오로치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거대한 뱀 모양 요괴다.
머리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상대하기 까다롭고 움직임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히드라와 자주 비교되는 몬스터다.
‘기다란 몸체에 감기면 빠져나가기 힘들겠지.’
마수형 몬스터는 언제나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뱀이면 말할 것도 없다.
오니도 만만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플레이어들에게 둘 중 하나만 잡으라고 시킨다면 대부분은 오니를 선택할 것이다.
그만큼 오로치는 동급 요괴 중에서는 독보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다.
“저는…….”
송진우가 오니를 선택하려는 순간이었다.
“오니를…… 큭!!!”
갑자기 또 왼눈이 아려오면서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의 눈으로 보이는 미래 예지가 다시 발동된 것이다.
찌잉~~~
[……강력한 요괴다!] [……히메 님!!] [……꼬리가 하나 없어!] [……요력이 부족해!] [……이대로는 안 돼!]“……괜찮나?!”
다시 정신을 차리니 다케다와 켄사이가 놀란 눈으로 송진우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잘 말하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잡고 쓰러지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찮습니다. 잠시 어지러웠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어지러움이다.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예지에서 본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머릿속을 정리한 송진우는 다케다에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오로치를 잡겠습니다.”
송진우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이 게임은 높은 난이도로 깰수록 얻는 보상이 크다.
오니라는 더 쉬운 선택지가 있다는 것부터가 함정이었다.
“그럼 내가 오니를 잡도록 하지.”
각자 잡을 것이 정해지자 켄사이가 둘의 등을 밀면서 말했다.
“그럼 나는 의식을 준비하고 있겠네. 늦지 않게 잡아야 의식을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다케다가 보여줬던 무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오니의 뿔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문제는 송진우다.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오로치는 이곳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구망산이라는 곳에 살고 있네. 실력이 모자라면 뱀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할 걸세.”
“믿어주시죠. 반드시, 필요한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송진우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간 곳은 오로치가 산다는 구망산이 아니라 뜻밖에도 방금 전에 왔던 슈리켄 마을이었다.
이동 시간도 최대한 아껴야 하는 퀘스트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을 들여 마을에 온 것은 사냥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급하게 상점가로 간 송진우는 숨 고를 틈도 없이 상인에게 말했다.
“이것과 이것을 사겠습니다!”
“아, 아니…….”
“돈은 여기 있습니다!”
급해서 잔돈도 받지 않고 부리나케 뛰어서 다시 마을을 벗어났다.
켄사이가 말한 구망산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15분 후였다.
《구망산》
“헉~ 헉~ 말이라도 사고 싶다.”
아쉽게도 언데드가 이용할 수 있는 탈 것은 데스 나이트가 타는 해골마와 리치 등이 사용하는 골렘밖에는 없다.
그것도 특정한 직업만 탈 수 있으니 디바우러인 송진우는 그림의 떡이다.
“아직도 한참 남았네.”
구망산에는 일본 설화에 나오는 각종 요괴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급 요괴인 오로치는 산 깊은 곳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카라카사소승
(LV 570)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산 요괴인 카라카사소승이다.
옛 우산에 요괴 들린 모습이라 한 발로 콩콩 뛰어서 긴 혓바닥으로 공격했다.
날름!
“더러워!”
번들거리는 혓바닥이 날아오니 송진우가 기겁해서 뒤로 물러섰다. 저런 것에 맞으면 육체보다 정신에 더 큰 데미지를 입을 것이다.
단숨에 다가간 송진우가 여러 조각으로 찢으니 힘없이 쓰러졌다.
◆로쿠로구비
(LV 590)
다음에 나온 몬스터는 겉모습은 아름다운 여성인데 목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나는 요괴였다.
낫으로 목을 자르려 해도 마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움직여 쉽게 공격하기 힘들었다.
“완전 호러 영화네.”
목을 구석으로 몰아서 겨우 처치하고 다양한 몬스터를 피해서 정상으로 향했다.
사냥이 목적이 아니니 최대한 몬스터와 만나지 않는 곳을 찾아 이동했다.
그러게 다시 30분을 이동하니 목표했던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오로치
(LV 600)
머리가 세 개 달린 뱀 몬스터다. 몸길이가 4m가 넘고 각각의 머리에서 화염, 뇌전, 얼음을 발사한다.
오로치를 쓰러트리면 퀘스트 아이템인 오로치의 피가 떨어질 것이다. 그것을 들고 가면 퀘스트 달성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지.’
송진우는 홀로 떨어져 있는 오로치를 공격하지 않고 더 깊숙이 들어갔다.
이 퀘스트를 완벽하게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일반 오로치를 사냥해서는 안 된다. 그럴 거면 그냥 오니를 사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송진우가 노리는 것은 오로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개체다. 사실 이곳에 있는 모든 오로치는 그것의 아류에 불과하다.
송진우는 가파른 절벽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오로치는 진짜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면서 먹잇감의 냄새를 맡는데 언데드인 송진우의 냄새는 맡지 못했다.
“……예지에서 봤던 것보다 더 큰데?”
마침내 도착한 산 정상에는 거대한 뱀 몬스터가 꽈리를 틀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야마타노오로치
(보스)
(LV 700)
머리와 꼬리가 모두 뱀의 머리로 되어 있어 어디가 앞인지도 모르겠다.
총 8개의 머리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데 길이가 못해도 50m는 넘어 보였다.
야마타노오로치는 일본 신화 속에서 구미 정도로 유명한 몬스터다.
전승에 따르면 일본 삼대 악귀라고 불리는 주탄동자의 아버지라는 설도 있다.
그 강함을 생각하면 레벨 700은 훌쩍 뛰어넘어야 정상이겠지만, 일본에 국한된 설화라서 간신히 700을 넘는 정도다.
물론 레벨 700도 송진우에게는 충분히 강력한 적이다. 같은 레벨의 몬스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오로치의 특성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놈을 잡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노멀 엔딩으로 끝난다.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야마타노오로치의 피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송진우도 준비한 것이 있었다.
“포식아, 뱉어.”
송진우의 말에 포식이가 뱉은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동상이었다.
▲스사노우의 신상
(일반)
스사노우는 아마테라스, 츠쿠요미와 더불어 일본 신화에서 3대 신으로 꼽히는 신이다.
그중에서 하필 스사노우의 신상을 가져온 이유는 바로 야마타노오로치를 물리친 장본인이 이 스사노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스사노우의 신상은 일반적으로는 아무 능력 없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특별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
송진우는 스사노우의 신상을 야마타노오로치에게 힘껏 던졌다.
휙!
신상은 정확히 날아서 야마타노오로치의 머리 중 하나에 명중했다.
쨍그랑!
도자기로 만든 신상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졌다.
하지만 송진우는 기대하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스사노우의 힘이 야마타노오로치를 속박합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생명력 재생률이 5분 동안 0이 됩니다.》
《야마타노오로치는 5분 동안 혼란 효과에 걸립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방어력이 5분 동안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단지 싸구려 신상을 던졌을 뿐인데 엄청난 디버프가 발동되었다.
이런 작용도 히든 피스에 속했다.
[크르릉!] [크러렁!]8개의 머리가 혼란에 빠져서 서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스스로 물어뜯은 곳에서는 금방 출혈이 났는데 평소라면 금방 아물 상처지만, 디버프에 걸린 지금은 전혀 치료되지 않았다.
가만히 놔두어도 자멸할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에는 직접 나서야 한다.
송진우가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야마타노오로치의 몸 중앙에 뛰어들었다.
퍽!!!
송진우의 낫이 야마타노오로치의 목을 반쯤 갈랐다. 방어력이 반으로 줄었음에도 손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이 상당했다.
‘조금 부족하네.’
혼란에 빠진 머리는 모든 것을 공격했는데 가운데서 열심히 움직이는 송진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크!”
미끄러운 뱀의 몸을 밟으면서 날아오는 산성액과 뇌전 등을 요리조리 피해야 했다. 피한 투사체들은 뱀의 몸통에 닿아 데미지가 되었다.
싹둑!
가장 까다로운 부식액을 뱉는 머리부터 잘라냈다. 머리가 줄어들 때마다 느끼는 압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런 강한 보스를 혼자서 5분 안에 잡는 건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5분이 지나면 신상을 던져 걸었던 디버프는 사라지게 된다.
5분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디버프가 풀리면 레벨 700의 보스를 잡는 일이 불가능해지겠지만, 송진우는 별로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포식아! 신상!”
5분이 거의 다 지났을 때, 포식이에게 저장했던 신상을 다시 던졌다.
사놓은 신상은 충분했으니 몇 시간이 지나도 물건이 떨어질 일은 없다.
모리유에게 배운 겸술은 인간 형태의 적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괴수들에게도 효과적이었다.
뱀 요괴의 거대하고 기이한 몸 형태 때문에 처음에는 헤맸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구극혈마보의 효능은 매끄러운 뱀의 몸통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일단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반격은 자연스럽게 연계되었다.
철푸덕!
다시 잘린 뱀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원래는 강한 헌터라도 수십 명이 모여야 잡을 수 있는 보스를 신상 하나로 너무나 쉽게 잡고 있다.
이것이 정보의 힘이다.
콰직!!!
마침내 모든 머리가 떨어지니 몸통도 움직임을 멈췄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피
(퀘스트)
일반 오로치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담고 있는 피다. 더 좋은 엔딩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재료이기도 하다.
야마타노오로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피가 전부가 아니었다. 야마타노오로치를 도축하니 역시나 포식이에게서 느낌이 왔다.
《특성 포식이 발동됩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혓바닥을 포식했습니다.》
▲야마타노오로치의 혓바닥 (각인)
(스페셜)
▷능력 :
민첩 +350
지혜 +350
생명체 탐지
날카로운 언변
이제는 혓바닥까지 포식한 송진우다.
입을 오므리고 혀를 열심히 움직여 달라진 것이 없는지 확인했지만, 딱히 달라진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 특성만 얻은 건가?”
혓바닥이 뱀처럼 변했으면 말할 때마다 혀를 신경 써야 할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포식이가 혀를 내밀었다.
날름!!
“왁! 깜짝이야!”
포식이의 혀 길이가 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길어졌다. 그 의미를 깨달은 송진우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아니라 네가 얻은 거냐?”
포식이는 새로 얻은 혀가 마음에 드는지 한참이나 혀를 날름거렸다.
찰싹!
“야! 치워!”
송진우는 얼굴에 달라붙은 포식이의 혀를 손으로 잡아챘다. 이제는 혀가 너무 길어져서 송진우 얼굴도 핥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먹고 혀를 쭉 내밀자 족히 3~4m 정도로 길게 뻗었다.
“……잘하면 잘 써먹을 수도 있겠네.”
모습은 더 징그러워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디자인보다는 성능이지.”
포식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다 뒤로 넘어갈 것이다.
어차피 생긴 것으로는 글렀으니 더 많은 특성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다.
“이제 돌아가야지.”
야마타노오로치를 잡은 것치고는 이른 시간 안에 켄사이가 머무는 곳으로 돌아왔다.
오두막에 돌아오니 이미 마사토 도착해서 명상하고 있었고, 켄사이는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돌아온 송진우를 보자 켄사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늦지 않게 돌아왔군. 어서 피를 주게.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어.”
“여기 있습니다.”
송진우가 피를 건네자 물건을 확인한 켄사이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 일반 오로치의 피가 아니군! 도대체 뭘 잡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