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81화
81화
마사토가 먼저 길을 나서자 사방에서 병사들이 나타났다.
“적이다!”
◆노다 가문의 창병
(LV 545)
◆노다 가문의 닌자
(LV 555)
창병은 다른 대륙의 전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닌자는 조금 특별했다.
일본도보다는 조금 작은 닌자도를 사용하며 술법이나 인술을 사용하는 일종의 마법 전사들이었다.
“오의, 화둔!”
“오의, 나뭇잎 인술!”
창병이 앞을 가로막고 닌자들이 뒤에서 보조하거나 그림자에 숨어 이동해 뒤를 점하려 했다.
처음 보는 조합에 송진우는 긴장했지만 마사토는 거침없었다.
“조무래기들은 비켜라!”
마사토는 강력한 사무라이다.
카타나라고도 불리는 기다란 일본도를 사용해서 가로막는 병사들을 거침없이 베었다.
쏟아지는 닌자들의 수리검과 술법도 그에게는 아무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노다 가문의 사무라이
(LV 600)
막부 지역의 사무라이는 다른 지역의 중장갑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꺼운 철갑의 갑옷을 입고 고대 일본 특유의 투구를 쓰고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번만은 마사토 혼자서 뚫지 못할 것 같았다. 송진우도 거대한 철퇴를 든 사무라이와 마주 섰다.
“더러운 시귀가 감히 이곳을 침범하다니!”
거대한 낫도 날붙이임에는 틀림없다. 일부러 무겁고 단단한 철퇴와 무기를 맞부딪치는 건 손해 보는 일이다.
낫을 철퇴에 부딪칠 것처럼 휘두르다가 손목을 돌려 날의 방향을 바꿨다.
빙글.
날의 방향을 바꾸니 순식간에 공격의 각도가 완전히 변했다.
공격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건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로 급커브 길을 돌기만큼 어렵고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다.
일반 사람이면 근육이 파열되고 관절이 비명을 지르겠지만, 포식귀의 육체를 지닌 송진우는 온몸이 부서져도 재생할 수 있다.
퍽!!
철퇴와 엇갈린 송진우의 거대 낫이 사무라이 갑옷의 빈틈을 찔렀다.
“커억!”
처음에 기세를 잡으니 다음은 쉬웠다. 비틀거리는 사무라이를 쉴 새 없이 몰아치니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쓰러졌다.
그를 쓰러트리고 옆을 보니 이미 마사토는 가로막고 있던 사무라이 셋을 쓰러트린 후였다.
“계속 달려야 해.”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늦어도 적들에게 둘러싸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마사토가 강하다고 해도 사방에서 몰아치는 적과 맞서 싸울 수는 없다.
쫓아오는 병력을 따돌리고 간신히 영주가 머무는 성에 들어왔을 때다.
“아니?!”
송진우와 마사토는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성에 한 발짝 발을 내밀었을 뿐인데 느껴지는 공기가 완전히 달랐다.
“이건…… 요기?!”
요사한 기운이 성에 가득했다. 이처럼 강력한 기운이 왜 밖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금색의 밧줄 같은 것이 성을 두르고 있었는데 줄에는 빼곡하게 부적이 달려 있었다.
“이것으로 요기를 감췄군.”
요괴를 가둬야 할 부적이 오히려 요기를 감추는 데 쓰이고 있다. 그것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송진우와 마사토를 향해서 살기를 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잠식당한 음양사 (엘리트)
(LV 750)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한 음양사가 둘을 보고 요사스럽게 웃으며 다가왔다.
“제정신이 아니군! 조심하게!”
다케다의 말이 아니더라도 레벨이 보이는 송진우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700이 넘으면 바로 스탯이 100% 증가한다.
699레벨과 700레벨은 그 강함이 최소 네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게다가 일반 등급도 아니고 엘리트 등급이다. 엘리트 등급은 일반 등급보다 스탯이 1.5배 높다.
그것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한데 불행히도 음양사가 전부가 아니었다.
◆잠식당한 무사 (엘리트)
(LV 730)
◆잠식당한 총포병 (엘리트)
(LV 700)
잡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기파를 뿌리며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으로 이동했을 뿐인데 난이도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곳은 송진우가 경험했던 그 어느 곳보다 어려운 곳이었다.
“조심!”
마사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을 향해서 강력한 주술이 날아왔다.
쾅!!!
처음 주술이 신호탄이라도 된다는 듯이 음양사의 주술과 총포병의 총알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마사토와 송진우는 급히 나무 뒤로 몸을 숨겨야 했다.
“숫자가 너무 많아!”
다행히 밖의 적들은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에 머무는 병력도 보이는 것만 30이 넘었다.
음양사와 총포병이 엄호하는 동안 무사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구미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잡힐 위기다.
그때 송진우가 품에서 도츠카노츠루기를 만지작거리며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뭘 어쩌려고?”
“이것을 사용하겠습니다. 제가 신호하면 뛸 준비 하세요.”
이때를 위한 도츠카노츠루기다.
송진우는 최대한 적들을 끌어들인 후에 앞으로 나서서 소리쳤다.
“태양광휘!!!”
그 순간 도츠카노츠루기에서 차마 눈 뜨고는 쳐다볼 수 없는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
그 어떤 요사스러운 기운도 태양의 힘 앞에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도츠카노츠루기의 강력하고 신성한 기운이 병사들을 잠식하고 있던 요기를 순식간에 몰아냈다.
“커어억!”
요기가 태양에 의해서 타버리자 조종당하던 인원들은 끈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졌다.
“지금입니다!”
태양광휘는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다. 다른 병사들이 또 나오면 곤란하니 지금 안으로 뛰어야 한다.
벌컥!!
“영주님!!!”
마사토가 단숨에 영주가 기거하는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도 그 안에서 영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사토가 원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원래 무사들이 모여 회의하던 대전에 못 보던 연못 같은 것이 있었다.
그건 불길한 붉은색의 기운을 품고 있었는데 그 안에 영주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놀란 마사토가 영주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송진우가 급하게 제지했다.
“만지지 마세요!”
이건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라 요기의 결정체다. 아마 이것으로 다른 병사들도 조종했을 것이다.
“만지면 마사토 씨도 요기에 노출될 겁니다.”
송진우의 말에 마사토도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영주를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영주님이 위험하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송진우는 다시 도츠카노츠루기를 품에서 꺼냈다. 스킬을 사용해서 이제는 공격력이 강한 검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공격력 1,000이라면 별다른 옵션이 없어도 여전히 강력한 무기다.
송진우는 그것을 망설이지 않고 물웅덩이에 던졌다.
풍덩!!!
도츠카노츠루기가 물에 빠지자 처음에는 잠잠하다가 이내 거품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글보글보글!
마치 새빨갛게 달군 쇳덩어리를 넣은 것처럼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물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홍색이었던 물의 색이 점차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끓는 거품도 사라지고 깨끗한 물만 남았다.
물이 안전하게 변한 것을 확인한 마사토가 다시 영주에게로 갔다.
“주군!!”
영주는 기력이 쇠한 노인처럼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반응이 없었다.
마사토가 그를 들어서 편안한 곳에 눕히니 겨우 숨만 쉬는 것을 확인했다.
“죄송합니다, 주군!”
마사토는 영주가 이 지경이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성에서 쫓겨났어도 끝까지 싸웠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송진우가 마사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마사토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성에 남아 있었어도, 아니 성에 있었으면 이렇게 영주님을 도울 수 없었을 겁니다.”
마사토가 이곳에 남았으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이들처럼 조종당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것을 알고 있는 마사토는 분을 삭이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였다.
“누구냐!! 누가 감히 이곳을 침범한 것이냐!!!”
격노한 목소리가 이 안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마사토는 단숨에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세메로스다! 그가 왔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세메로스가 요기가 요동치는 변화를 느끼고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우지직!!!!
거대한 폭음이 들리더니 마치 거인이 쥐어뜯은 것처럼 성벽이 부서져 떨어졌다.
이것이 세메로스의 힘이다.
성벽이 휑하게 없어진 덕분에 송진우도 세메로스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음양사 세메로스
(보스)
(LV 800)
남성인지 아니면 여성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사람이 음양사 특유의 복장을 하고 있다.
손에는 부채가 들려 있고 허리춤에는 부적 주머니가 있다.
세메로스는 그에게서 요기를 얻은 병사들도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요기를 뿜어냈다.
그 요기를 정면으로 받는 마사토와 송진우는 눈을 뜨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쥐새끼들!”
세메로스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들었는데 마사토가 대경하며 소리쳤다.
“피햇!”
마사토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송진우도 이미 몸을 날리는 중이었다.
콰드득!
송진우와 마사토가 있었던 바닥에 누가 손톱으로 그은 것처럼 선명한 자국이 남았다.
“내가 수년간 공들인 요마의 정수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요마의 정수는 도츠카노츠루기로 정화했던 그 물웅덩이였다.
요마의 정수가 완성된다면 슈리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700레벨이 넘는 강력한 병사로 만들 수 있다.
세메로스, 아니 백면금모구미가 그들을 이용하면 거대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야!”
요마의 정수가 말라버린 지금 굳이 사람을 모습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구미는 수년 동안 착용했던 세메로스라는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벗어버리기로 했다.
우드득!
세메로스의 얼굴과 몸이 기이하게 일그러지더니 이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거대해져 눈과 코, 팔과 다리가 제멋대로 비틀어졌다.
드드드드!!
요기 때문에 지각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곧 수천 년 동안 막부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당당히 삼대 요괴로 꼽히는 백면금모구미가 그 진정한 정체를 드러냈다.
[단숨에 찢어주마.]◆백면금모구미
(보스)
(LV 2,000)
마침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요괴는 몸길이가 10m 정도 되는 금빛의 구미호였다.
단순히 크기만으로 따지면 전에 잡았던 야마타노오로치보다 훨씬 작지만, 뿜어내는 요기는 차원을 달리했다.
‘레벨 2,000.’
예상은 했지만 직접 맞닥뜨리니 상대할 엄두가 안 났다. 인간 형상을 하고 있을 때도 충분히 강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이 때문에 그 고생을 하며 부적을 만들었던 것이다.
겨우 마음을 추스른 송진우가 마사토에게 말했다.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그 틈을 타 부적을 사용해야 합니다.”
“알겠네.”
송진우는 최대한 당당한 걸음걸이로 구미 앞에 나섰다.
한층 더 강력해진 요기가 송진우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움직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건 단순히 송진우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직접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특성, 사기가 요기에 대항합니다.》
《’위압’이 무효화되었습니다.》
레오나르드의 균열을 깨고 얻었던 사기가 요기가 주는 디버프를 막아냈다.
제아무리 강력한 요기라고 할지라도 죽음보다 더 지독할 수 없다.
그러니 요기에 담긴 사악한 기운이 죽음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들었다.
하지만 디버프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구미의 힘을 모두 벗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구미의 손톱에 스치기만 해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가소로운!]역시나 구미는 자신의 요기를 버텨내는 송진우가 못마땅했는지 단숨에 손톱을 휘둘렀다.
스앗!
손톱에서 나간 요기가 형상화되어서 송진우를 덮쳐왔다. 저렇게 유형화된 기운이라면 사기로 막아낼 수 없다.
“큭!”
믿을 것은 빠른 발밖에는 없다. 송진우는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기운을 피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기 시작했다.
콰지지직!!!
유형화 된 구미의 기운이 단단한 지반을 마치 두부처럼 쉽게 쪼개며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