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85화
85화
몇 명이 부상을 입긴 했으나 경상에 지나지 않았고, 이번에도 큰 피해 없이 적을 잡을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높은 레벨의 적들이 셀 수 없이 나타났지만, 데미갓들의 활약에 모두 쓰러졌다.
남는 건 경험치들이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벌써 430레벨이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데미갓들이 처리한 모든 몬스터들이 송진우의 경험치로 환산되었다.
그러게 되니 유례없는 속도의 레벨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다!”
데미갓 일행들이 멈춘 곳은 골짜기 한쪽에 나 있는 거대한 동굴이었다.
“이곳에 고대의 괴물이 살고 있다.”
꿀꺽
이제까지 파죽지세로 적들을 무찌른 데미갓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내 강인한 모습만 보였던 제우스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는 올림포스의 신들마저 위협하는 강력한 짐승이 살고 있다. 이놈을 잡아야 중간계가 안정될 수 있어.”
그때였다. 동굴 안에서 거대한 울음이 들렸다.
[크르르르릉!]듣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의 끔찍한 울음이 동굴을 크게 흔들며 산속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데미갓들뿐 아니라 초목들도 벌벌 떨었다.
데미갓들이 반쪽이라고 할지라도 신격을 지니고 있다면 동굴 안의 마수는 신마저 죽이는 신살의 권능을 지니고 있는 전설의 짐승이다.
항거할 수 없는 공포감이 데미갓들을 집어삼켰다.
“으…… 아.”
털썩!
급기야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데미갓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짐승의 울음소리가 데미갓들의 신성을 약화시키자 힘을 잃은 그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것이다.
“정신 차려!”
제우스의 아들이 소리쳤으나 이미 많은 데미갓들이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자들도 몸을 덜덜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런…….”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것은 오직 단 두 명이었다. 하나는 제우스의 아들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송진우였다.
제우스의 아들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홀로 서 있는 송진우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 그 마수의 힘을 견뎌낸 건가? 나조차도 버티는 것이 고작인데 대단하군.”
데미갓이 아닌 송진우는 없어질 신성이 없으므로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말 대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죠? 이미 아군들이 인사불성인데…….”
제우스의 아들은 쓰러진 데미갓들을 훑어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안타깝지만 할 수 없지.”
“네? 그 말은…….”
송진우는 그가 후퇴할 거로 생각했다. 이미 함께 온 모든 전사들이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송진우가 생각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괴수를 죽이는 영광은 우리 둘만 누리게 되겠군. 하하하!!”
남자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송진우의 어깨를 두들겼다.
“……진심입니까?”
“진심이고말고. 혼자서도 가능한데 자네까지 있다면 이미 짐승의 목숨은 우리의 것일세.”
자신만만한 남자의 말에 송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후퇴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해보죠.”
“와하하! 역시 우리는 통하는 게 있군.”
남자는 쓰러진 데미갓들에게 소리쳤다.
“자네들은 여기에서 쉬고 있으라고. 금방 해결하고 올 테니!”
남자는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단단히 잡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가지.”
남자는 송진우에게 말하고 앞서서 동굴 안에 들어갔다.
동굴의 입구도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 들어갈수록 점점 더 동굴이 커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짐승 놈. 이런 곳에 숨어 있었군.”
짐승은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고는 마을 밖에 나온 주민들과 데미갓들까지 사냥을 했다.
그 덕에 숨진 데미갓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자식들을 잃은 신들이 노발대발하여 이번 여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끝장낸다.”
얼마를 더 들어가니 마침내 숲의 마수와 마주할 수 있었다.
◆네메아의 사자
(보스)
(LV 1,500)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보스는 거대한 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역시 네메아의 사자군.’
네메아의 사자라면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 이름을 생각하다가 문뜩 떠오르는 이름이 있어서 옆의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성함이 헤라클레스였습니까?”
“응? 그래. 그게 내 이름인데, 몰랐나?”
자신을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소개해서 혹시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하니 헤라클레스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헤라클레스는 다른 신들보다 더 유명한 반신 영웅이다.
‘퀘스트가 이렇게 만들어진 건가?’
네메아의 사자는 헤라클레스의 12 시련 중에 하나다. 퀘스트화 되어서 조금 달라진 거 같긴 했지만, 헤라클레스가 해치워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1,500레벨의 보스를 송진우 혼자 잡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크르르륵!”
네메아의 사자가 천천히 움직이며 송진우와 헤라클레스를 위협했다.
“단숨에 꼬치로 만들어 주겠다.”
“잠깐만요! 헤라클레스, 기다려주세요.”
“응? 무슨 일인가?”
단검을 치켜세우고 단숨에 사자의 목숨을 끊으려 한 헤라클레스는 송진우가 자신을 막자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검은 집어넣으세요. 저 녀석에게 도검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네메아의 사자 가죽은 도검 불침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헤라클레스가 아무리 검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뭐라고? 하지만 검 없이 무슨 수로 저 괴물을 쓰러트린다는 건가?”
“목이요.”
“목?”
“목을 조르는 겁니다. 검으로는 가죽을 뚫을 수 없지만, 목을 조른다면 필시 적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겁니다.”
“흐음. 그게 정말인가?”
송진우가 최대한 전에 책에서 본 내용을 헤라클레스에게 설명했으나 둘이 한가롭게 말을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이미 네메아의 사자가 코앞까지 와 있었다.
“어흥!”
네메아의 사자가 크게 점프해서 앞다리로 송진우와 헤라클레스를 동시에 노렸다.
깡!
헤라클레스의 검이 네메아의 사자 발바닥을 두들겼으나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자네 말대로야, 공격이 통하지 않아.”
“그래서 말씀드렸잖아요!”
열심히 설명하고는 있지만 사실 송진우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레벨 1500의 보스 몬스터가 송진우를 공격하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이놈!”
검을 버린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와 레슬링 하듯이 얽히기 시작했다.
역시 헤라클레스도 보통이 아니어서 레벨 1,500의 보스 몬스터와 힘겨루기를 하는데도 밀리지 않았다.
“크아아아!”
이쯤 되면 누가 짐승이고 누가 사람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송진우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 헤라클레스가 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바로 원 플러스 원으로 사자의 디저트가 될 것이다.
“으으윽!”
송진우가 사자의 뒤로 돌아가서 꼬리를 잡고 끌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분산시키려는 생각이었다.
“크르르르릉!”
송진우의 힘은 헤라클레스나 네메아의 사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나 사자를 귀찮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송진우가 꼬리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대자 사자의 신경이 분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자의 입장에서 송진우는 날파리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였다.
사자가 꼬리를 거칠게 흔들자 송진우가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급소를 공격했습니다.》
《8.3배의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퍽!
“크앙!”
송진우의 단순한 공격에 사자가 펄쩍 뛰었다. 헤라클레스의 공격도 통하지 않았는데 송진우의 공격이 통한 것이다.
“……일부러 거기 찬 건 아니야.”
송진우가 한 공격은 일명 알까기 공격이었다. 남자의 중앙을 공격하면서 거대한 통증을 주고 자존심을 무너트리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너무나 끔찍한 공격이어서 평소에는 하지 않지만.
“잘했어!”
급소를 명중당한 네메아의 사자가 순간 움츠러들자, 헤라클레스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자의 목을 팔로 감을 수 있었다.
“크엉!”
목을 제압당한 사자는 괴성을 지르며 빠져나가려 했으나 헤라클레스는 힘으로 유명한 영웅이다. 한 번 제압당하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
사자는 헤라클레스를 필사적으로 손톱으로 그었으나 피투성이가 돼서도 헤라클레스는 절대 사자의 목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1분간의 힘의 줄다리기를 한 끝에.
“끄르르! 끄르륵!”
사자의 목에서 피거품이 일어나더니 서서히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안 돼!’
이대로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면 포식이고 도축이고 뭐고 다 쓸모가 없어진다. 반드시 자신이 잡아야 한다.
“파멸의 룬.”
대상의 체력이 1% 이하로 떨어지면 즉사시키는 스킬이다.
대부분의 스킬뿐만 아니라 평타 공격도 적 체력의 1%는 충분히 줄이니 평소에는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보스 몬스터에게는 유용한 공격이었다.
펑!!!
짐승의 몸에서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피거품을 내면서 네메아의 사자가 고개를 떨궜다.
수 세기 동안 올림포스 세상에 악명을 떨쳤던 괴수가 마침내 숨을 거둔 것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하~ 하~! 위험했네.”
헤라클레스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그렇군요.”
중간에 위험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벌써 레벨 450이네.’
이곳에 들어와서 레벨이 무려 35나 올랐다. 보통이라면 하루 만에 올리기 불가능한 수치였다.
“전리품을 챙겨야겠는데. 가죽을 벗길 수 있나?”
헤라클레스가 단검으로 사자의 가죽을 벗기려고 해 봤으나 검날이 전혀 들어가지 않자 인상을 썼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처음에 송진우는 도축 단검을 꺼내서 도축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하던 송진우는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했던 방법을 떠올렸다.
송진우는 네메아의 사자의 송곳니를 뽑았다.
“이것으로…….”
그리고 그것으로 도축을 시도했다.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원작에도 검으로는 사자의 가죽을 벨 수 없어서 사자의 이빨을 뽑아서 가죽을 베었다고 한다.
원래는 헤라클레스가 직접 했지만 지금은 송진우가 대신했다.
역시 도축을 하니 포식이가 그중의 하나를 먹어치웠다.
《포식귀 특성이 발동합니다.》
▲네메아 사자의 갈기
(에픽)
▷능력 :
매력 +500
방어력 +150
물리 저항 +20
주변 모든 마수형 몬스터 스탯 -20%
신성한 속성 유닛에 공격력 +50%
이제는 털이었다.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풍성해지고 빳빳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탈모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모든 가죽이 해체되자 헤라클레스는 흡족하게 웃으며 그것을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 이렇게 쓰면 되려나?”
사자 가죽은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방어구다. 가죽으로 덮고 있으면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잠깐만 있어 봐.”
헤라클레스는 사자의 가죽을 써보고 고민하다가 머리와 몸통 부분을 잘라냈다.
“나 혼자 잡은 것도 아니니 전리품을 나누는 건 당연하겠지. 자네가 고르게.”
“네? 뭘 고르라는 겁니까?”
“사자의 머리 부분은 훌륭한 투구가 될 거고. 가죽도 훌륭한 방어구의 재료가 될 걸세. 자네가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 하나를 내가 가지겠네.”
“……그렇습니까?”
사자의 머리와 사자의 가죽 중에 하나를 선택할 시간이었다.
원작에서는 통째로 헤라클레스의 갑옷으로 사용되었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그럼 가죽을 얻겠습니다.”
둘 다 좋은 방어구가 될 거지만 차마 사자 머리처럼 생긴 투구를 쓰고 돌아다닌 자신이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별의별 모양의 장식으로 자신을 꾸미지만 사자 머리를 통째로 쓰고 다닌다면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일 것이다.
“그래? 잘 생각했네.”
헤라클레스는 사자의 머리를 투구처럼 쓰고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나가지.”
“자, 잠시만요. 저는 여기 잡혀 온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