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8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89화
89화
만약 디멘션 월드에서 목에 칼을 맞으면 급소 판정으로 큰 데미지를 입겠지만 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과 같은 곳이라서 아무리 높은 레벨과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공격에 죽을 수 있다.
세레나자드는 그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하다가 어이없이 죽는 플레이어들이 매년 수십 명씩 나온다.
“알겠습니다.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 주의하면 어려운 게이트가 아닙니다. 여러분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을 겁니다.]하급 게이트라서 아무래도 다른 게이트에 비해 보상은 크지 않겠지만 아무튼 대가는 받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럼 저는 이만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도우미라도 세레나자드는 이곳에 너무 많이 개입할 수 없다.
그래서 기초를 잡고 방향만 알려주는 정도로 그녀의 역할은 끝이다.
“감사합니다.”
[건투를 빕니다.]그 말을 남기고 세레나자드는 다시 빛 조각으로 화하여 사라졌다.
최르르르르!!
마치 처음부터 환상이었던 것처럼 세레나자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현상을 처음 본 엘리샤 길드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허공만 보고 있었다.
짝!!
그것을 환기하려 한수정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제 가죠!”
아직 시간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렵게 잡은 기회인데 일이 꼬여 시간이 부족해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한수정에 구호에 맞춰서 엘리샤 길드는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제가 앞에 가서 정찰하겠습니다.”
송진우가 한수정에게 말했다.
오로치를 포식하고 얻은 생명력 탐지가 있으니 100m 안이라면 누구도 송진우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괜찮겠어요? 이곳은 디멘션 월드와 달리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전 균열도 한 번 클리어한 적 있습니다. 정찰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균열을 클리어해봤다는 말에 한수정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균열을 클리어하는 것은 단순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렙의 랭커라고 해도 균열 안에 들어가는 것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어떻게 균열을 찾고 그 안까지 들어갈 용기를 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물어볼 때가 아니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맡겨주시죠.”
송진우는 부길마인 김홍택 실장에게 따로 또 말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
위잉~
생명력 탐지를 사용하니 무수한 생명체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이곳은 숲이니 벌레들과 나무나 땅속에 숨은 작은 생명이 모조리 보였다.
작은 생물이라도 무시하면 안 된다. 혹시 독을 품고 있다면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알도 뚫지 못하는 트롤의 피부를 가진 송진우가 이런 곳의 생물에게 당할 리는 없어 보였다.
탁! 탁! 탁!
낫으로 땅을 치며 나아가니 주변에 있던 동물들이 빠르게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그중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일행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걸으니 특이한 곳이 나왔다. 아마 이곳이 목적지인 듯한데 생각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눈앞에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나무 위에 지어진 무수한 집이었다. 마치 새 집처럼 생긴 집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송진우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 집 안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들이 왔다!”
나무 위에 지어진 집에서 머리를 불쑥 내민 자들이 반갑게 소리치며 나무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파다닥!
“그들이 왔다!”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환경에 사는 생명이 인간과 같이 생길 이유가 없다.
처음 보는 생물체였지만 웬일인지 낯설지는 않았다. 그건 그들이 지구의 어떤 생물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닭?”
그들은 놀라울 만큼 닭과 닮아 있었다.
하얀 몸통에 빨간색의 닭 볏 같은 것이 머리에 나 있었고, 다리도 전형적인 길고 가느다란 새 다리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날개의 끝부분이 네 개로 갈라져서 사람의 손가락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크기도 일반적인 닭보다는 훨씬 커서 1m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들이 송진우를 보고 수군거렸다.
“요정과 비슷하게 생겼네.”
“근데 까맣다.”
요정이라 함은 세레나자드를 두고 한 말이었다.
지금 송진우는 언데드여서 피부가 훨씬 까맸지만 그것까지 알려줄 정신은 없었다.
송진우가 닭에 둘러싸여 곤욕스러워하고 있을 때 일행들도 도착했다.
“닭둘기?”
송진우와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닭둘기가 뭔지 모르는 그 종족은 다른 일행들을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며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었다.
많은 숫자의 닭들이 나타나서 정신이 없자 한수정이 두 손을 들고 크게 소리쳤다.
“저희는 여러분들을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이곳의 지도자가 누구죠?”
한수정의 말에도 그들은 계속 부산하게 움직이기만 했다. 그들의 대표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흐른 뒤였다.
속눈썹을 길게 기른 닭이 나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제가 이 듀로탄들이 사는 마을의 장로입니다. 이곳까지 잘 오셨습니다.”
이들의 명칭은 닭이 아니라 듀로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샤 길드원들은 닭둘기라는 명칭이 더 편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엘리샤 길드를 맡고 있는 한수정이라고 합니다.”
한수정은 자신과 길드원을 간단하게 소개한 뒤에 바로 본격적인 질문을 했다.
“이곳에 큰 위협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하아~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주 큰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게 모두 흉포한 종족인 샤킨 때문입니다.”
“샤킨? 그게 무엇이죠?”
“샤킨은 아주 야만적이고 흉포한 종족입니다. 거대한 체구에 먹을 것도 가리지 않아서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남아나는 것이 없지요.”
들어보니 샤킨은 잡식에 대식가들이라서 풀뿌리까지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며, 심지어 다른 종족들을 습격해서 그들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듀로탄도 그들이 즐겨 먹는 먹이 중 하나였다.
“원래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살았었습니다. 그래서 위험하긴 했지만 며칠만 몸을 사리면 큰 문제가 안 되었죠.”
샤킨은 강하지만 머리가 좋지 않아서 따로 주거지를 만들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다. 구성원도 많아야 한 가족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들이 거대한 무리를 짓고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샤킨들은 공동체 의식이 없는 종족이라서 뭉치지 않는다. 그들끼리 마주치면 둘 중의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마치 잘 조련된 이들처럼 뭉치더니 엄청난 규모의 마을까지 생겼다.
“하나로 뭉친 샤킨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이곳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들을 잡아먹던 거대한 새도 샤킨의 합동 공격에 맥없이 떨어지는 것을 수없이 봤지요.”
집단생활을 하게 된 샤킨은 타 종족을 데려다가 노예로 삼고, 심지어는 가축처럼 부리다가 잡아먹기까지 했다.
한때는 이 대륙 내에 가득했던 듀로탄들도 그 바람에 잡아먹히거나, 샤킨의 철창 안에서 잡아먹힐 날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 대륙의 절반 이상이 그들의 땅이 되었습니다. 그만큼의 종족들이 노예가 되어 그들을 위해 노역하고 있고요.”
들어보니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이대로 놔둔다면 듀로탄뿐 아니라 많은 종족들이 멸종하고 말 것이다.
단순한 종족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종의 다양성을 잃은 세계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갑자기 샤킨들이 뭉친 이유가 뭐죠?”
그 말에 이제까지 천방지축으로 움직이던 듀로탄들이 갑자기 경직되었다. 뭔가 무서운 것을 떠올리는 것이 분명했다.
“그 이유를 얼마 전에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죠.”
장로 듀로탄은 깊은 한숨을 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무겁게 말했다.
“마족들이… 이곳에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일행들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마족?”
이런 곳에서 마족이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행의 이미지 속 마족이란 언제나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괴물이었다.
“……마족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보세요.”
좀 더 확실한 걸 알기 위해서 한수정이 물었다. 이 세계의 마족은 현실에서 생각하는 마족과 다를지도 몰랐다.
“그들은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사악한 종족들입니다. 원래 그들은 지하 깊은 곳에 사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바깥세상까지 나왔습니다.”
다행히 이곳의 마족은 일행이 생각하는 마족과 조금 다른 듯 느껴졌다.
마계의 종족이 아닌, 그냥 지하에서 사는 종족들을 마족이라 하는 듯했다.
“그들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샤킨들을 제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샤킨은 힘이 강한 대신 지능이 낮으니 그들이 다루기가 쉬웠던 것이지요.”
어쨌든 마법을 사용한다면 무시할 수 있는 자들도 아니었다.
“전에도 밖으로 나올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조용하다가 갑자기 나온 것이죠?”
“밖으로 나오게 되면 그들의 마력이 순식간에 떨어지게 됩니다. 게다가 단순한 육체 능력은 그리 강력하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래서 자주 나오지는 않았는데, 이번과 같은 경우는 저희도 처음입니다.”
“육체적 능력이 약하다? 듀로탄보다도요?”
한수정의 질문에 장로 듀로탄이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우리보다는 훨씬 강합니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겁을 먹고 있는 거겠지.
한수정은 그 후로도 이것저것 캐물어서 샤킨과 마족들의 정보를 더 얻었다.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엘리샤 길드 일행은 본격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샤킨과 마족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최종 목표는 마족이 되겠죠.”
“그들을 다 죽여야 하나?”
“지하에만 있던 그들이 어떻게 밖에 나올 수 있었는지부터 알아내야죠.”
난이도가 하급이지만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적들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도 모르는 상태라서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였다.
푸드득!
갑자기 밖에서 듀로탄 두 마리가 급하게 날갯짓하며 날아왔다. 그들은 주변 경계를 서던 보초들이었다.
“큰일입니다! 샤킨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왔습니다!”
“뭐?!”
듀로탄을 학살하고 남은 생존자들을 모두 이곳까지 몰아넣은 샤킨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까지 쳐들어온 것이다.
“비상! 비상!”
듀로탄들은 부산하게 움직이며 방어할 무기를 준비했다.
그것은 작은 활과 창이었는데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고 필사적이었다. 이곳마저 무너지면 더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준비하죠.”
갑작스러운 침입이었지만 어쩌면 이것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 능력과 모습도 알지 못하던 샤킨을 직접 대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수들은 나무 뒤로 숨고 탱커들과 근딜은 그 앞에서 대기했다.
송진우는 그보다 더 앞에 나가서 동태를 살폈다.
“500m 앞에 도달했습니다.”
울창한 나무숲 때문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송진우의 감각은 피하진 못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대략적인 숫자도 알 수 있었다.
“200마리 정도입니다. 약 1분 후에는 이곳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샤킨들은 울창한 숲을 거침없이 통과해 이곳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방향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 봐서는 듀로탄을 감지하는 특별한 감각이나 장비가 있는 듯했다.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듀로탄은 뒤로 물러서 주세요.”
한 번도 손발을 맞춰본 적 없는 듀로탄과 같이 싸우는 건 오히려 방해될 가능성이 컸다.
겉으로 느껴지는 기세를 봐서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한수정은 그들의 뒤로 물렸다.
“그,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나름 비장했던 각오는 어디로 갔는지, 그들은 한수정의 말을 듣자마자 꽁지가 빠지게 뒤로 도망쳤다.
먼 곳의 나무 위에서 눈만 내놓고 있었지만 바들바들 떠는 것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이제 옵니다!”
송진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약 2m 정도 키의 갈색 괴물들이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