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9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94화
94화
그들이 들어갔던 디멘션 게이트는 상급 난이도였다.
어려운 난이도였지만 처음 들어갈 때만 해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다들 퀘스트를 깨고 얻을 부와 명예를 생각하며 들떠 있었지. 하지만 게이트 안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어.”
그들은 이곳에 흐르는 지맥을 지켜내는 임무를 맡았다.
만약 지각이 뒤틀려서 그것이 파괴되면 이곳 지하에 사는 모든 생물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기 때문인지 시간이 촉박할 때까지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부랴부랴 움직였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후였다.
“결국 지맥이 터지고 이곳 지하의 반이 무너졌네. 다행히 일행이 힘을 합쳐서 나머지 반은 지켜낼 수 있었지만, 그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초과한 후였지.”
절반의 성공이라도 시간 내에 성공했으면 작은 보상이라도 얻고 현실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초과하는 바람에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리 기다려도…… 세레나자드는 나타나지 않았어.”
황덕철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때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며칠 전만 해도 누구나 부러워할 헌터였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햇빛도 비추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사람들은 미치지 시작했지. 무리도 아니지.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정신이 나간 그들은 점점 미치더니 자해하기도 하고 서로를 죽이기도 했다.
이 지하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다른 생물에게 죽거나 심지어는 굶어 죽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난 절대 죽을 수 없었어. 집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니가 있거든.”
황덕철은 사고로 형 두 명을 먼저 보내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늙고 병약한데다가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어머니였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오직 그만은 포기하지 않고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차원문을 열어서 지구까지 가려고 했지.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어.”
이곳이 무슨 차원인지도 모르고 지구가 어느 쪽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마법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도 한정적이었다.
“결국 세레나자드의 힘이 필요했어. 어떻게든 그녀를 불러내야 했지.”
그 말을 듣고서야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그가 마왕을 자처하며 지상 세계를 멸망하려 했는지 말이다.
“그럼 설마…….”
“그래. 세레나자드는 재앙이 있을 때 나타나지. 그래서 내가 재앙을 만들기로 했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발악이었다.
이곳에 세레나자드가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남은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곳 지하 세계를 멸망하려 했지만…… 그건 너무 무섭더군. 그때는 내가 너무 약하기도 했고.”
지하 세계를 무너트리다가는 자신도 휩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지상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그날부터 마법을 연마하며 힘을 키웠지. 적당한 생물도 조종해야 했고, 지상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도 마력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이곳은 레벨의 개념이 없는 세계다. 그러니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직접 마력을 모으고 마법을 연구해야 했다.
그나마 그도 고렙의 헌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40년이 지났어.”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만약 이것이 실패한다면 다음에는 별을 통째로 폭파할 작정이었다.
“말을 잘 듣는 종족에게 마법을 가르쳤어. 그리고 게이트를 열어 지상을 침공하게 했지.”
“그럼 마족이라는 이름은 본인이 붙이신 겁니까?”
“적당한 이름 아닌가? 한 세계를 멸망하기 위한 종족이니.”
“그럼 마왕이라는 이름과 장군도 직접 붙인 겁니까?”
“당연하지.”
어쩐지 유치하다 했더니 그가 직접 붙인 이름이었다.
“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거야.”
그도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조금 붉혔다.
“……알겠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불안해서 견딜 수 없더군. 이번 일이 실패하면 내도 무너질 것 같았어. 그래서 수면 마법을 걸고 잠만 내내 잤지.”
어쩐지 그 소란이 일어나서도 움직이지 않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일이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사람과 만날 줄이야…….”
그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울먹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인가?”
“2821년입니다.”
송진우의 말을 들은 황덕철은 체념한 표정을 하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난…… 2818년에서 왔네.”
그가 이곳에서 40년을 보냈지만 현실은 고작 3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건 두 차원의 시간이 달라서가 아니다. 세레나자드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헌터들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기획하면서 그도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막상 사실인 걸 알게 되니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래도 어머니는 아직 살아계시겠군.”
모든 청춘을 이곳에서 보냈다. 보상받을 길은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다시 봐야 한다.
그때쯤 일행이 안으로 뛰어왔다.
“포식귀!”
송진우가 걱정되어 급하게 뛰어왔지만 송진우는 싸우지 않고 너무나도 평온하게 웬 노인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물론 무시무시한 20기의 골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송진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말하자면 깁니다. 일단 이쪽에 앉으시죠.”
* * *
황덕철이 자신이 마왕이 되어야만 했던 사정을 모두에게 말했다.
길드원들은 처음에는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나중에는 눈물을 훔치면서 공감했다.
“너무 끔찍한 일이에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크흑! 고맙네, 고마워!”
촤르르르!
모든 설명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세레나자드가 나타났다.
“세레나자드!!!”
세레나자드를 보자 황덕철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40년 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한때는 원망스러운 마음이 더 컸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도 세월 속에 흘려보내고 회한만 남았다.
그런 황덕철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세레나자드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플레이어님.]“으흑!!!”
결국 황덕철은 다시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저, 저도 같이 갈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 퀘스트는 그것도 포함된 것이었습니다.]황덕철과 그의 골렘들은 현재 엘리샤 길드원이 모두 덤벼도 이길 수 없는 강력한 적이다.
이 퀘스트가 중급인 이유는 그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합류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를 죽이는 것이 목표였다면 최소 상급은 되었을 것이다.
그는 원래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부터 3차 승급자였고, 40년 동안 마법을 연구하여 독자적인 마법도 얻었다.
위잉~
세레나자드가 손짓하자 허공에 차원문이 나타났다. 이것이 황덕철이 40년 동안 꿈에서도 그리던 것이다.
“어쨌든 해피엔딩이군요.”
그 순간 엘리샤 길드원들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투명창에 떴다.
《디멘션 게이트를 클리어했습니다.》
500,000포인트 획득
길드 명성 증가
특수 건물 건설 가능
길드 보너스 부여
디멘션 게이트는 균열과 달리 길드 단위로 보상을 얻는다. 물론 포인트는 개인 보상이다.
“좋았어!”
다들 기분 좋게 집으로 가는 포탈에 올라탔다.
* * *
디멘션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돌아온 이후 송진우는 하나에게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균열을 클리어한 때와 달리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했으니 어쩌면 혼나는 것도 당연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릴 거라 이야기를 했지만, 이토록 오래 걸릴 거라고는 송진우도 송하나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하나의 비위를 맞춰주며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며 즐겁게 보냈다.
한수정에게 연락이 온 것은 그렇게 닷새쯤 지났을 때였다.
“사무실로 와주세요.”
왠지 목소리가 톡톡 튀었다. 꼭 심통이 난 목소리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한수정은 심통이 나 있었다.
동생의 비위를 맞추어준다고 닷새나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 그가 얄밉기만 했다.
솔직히 동생 기분 풀어주는데 이틀이면 충분하지 않아? 자신도 생각해주면 안 되나?
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결국 한수정은 송진우를 움직일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했다.
송진우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일밖에 없었다. 그것도 제법 큰돈이 되는 일.
그때 마침 일거리가 생기자 일 초도 생각하지 않고 전화부터 걸었다.
“제법 큰 건수예요.”
미끼를 문 송진우는 두 말 하지 않고 사무실로 달려왔다.
그로부터 이틀 후, 엘리샤 길드는 중앙 대륙으로 들어갔다.
길드원 중 하나가 퀘스트를 받았다. 보스 몬스터와 관련 있는 퀘스트였다.
제법 괜찮은 퀘스트여서 길드원들이 모두 나섰다.
그들이 가게 된 곳은 《데빌돔》이라는 ‘헬’의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필드 던전이었다.
주변에는 진짜 마계 대륙처럼 지옥을 연상케 하는 용암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던전에 들어간 그들은 자잘자잘한 몬스터들을 파죽지세로 제거하고 보스 몬스터와 만났다.
이제 보스 몬스터만 제거하면 이 퀘스트는 끝난다.
◆파이어 데몬
(보스)
(LV 700)
[하찮은 미물들이!]온몸에 지옥의 불을 두르고 있는 거대한 악마가 주먹으로 길드원이 있는 바닥을 강하게 강타했다.
“피해!!”
쾅!!!
파이어 데몬의 주먹이 닿는 곳은 모두 새까맣게 탔고 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용암 구덩이가 생겼다.
가까이에만 가도 폐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열기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도 뜨기 힘들었다.
“냉각탄 발사!”
두두두두!!!
길드원들이 멀리서 열심히 총을 쏘고 있지만, 관통 저항이 상당히 높은 듯해서 데미지가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가까이 가면 타죽고 원거리 공격은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보스라서 엘리샤 길드원들도 조금 헤매고 있다.
그런 보스에게 송진우가 겁 없이 달려들어 낫을 휘둘렀다.
“들어갑니다!”
쾅!!!
[쿠오오오!!!]낫이 파이어 데몬의 단단한 피부를 깨부수니 새빨간 용암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당연히 송진우에게도 많은 피가 달라붙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단순히 피해를 감수하고 공격을 이어나가기 위함이 아니다. 에픽 아이템 피닉스 포스에 화염 면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불을 무시할 수만 있으면 파이어 데몬은 일반 몬스터와 다르지 않다.
퍽!! 퍽!! 퍽!!!
파이어 데몬에 달라붙은 송진우는 마치 광석을 캐는 광부처럼 열심히 낫을 휘둘렀다.
[크아아아!!! 날파리 같은!!!]파이어 데몬은 급기야 손을 파리채처럼 휘둘러 송진우를 떨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낫을 파이어 데몬의 어깨에 박아놓고 이리저리 움직여 그것을 다 피했다.
“지원 사격해!”
길드원들은 송진우가 없는 곳을 쏘려고 빙글빙글 돌면서 계속 총알을 발사했다. 효율을 크지 않지만 지속해서 데미지는 들어갔다.
“끝이다!!”
어깨 위에 올라간 송진우가 낫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니 파이어 데몬의 턱밑을 뚫고 들어가 정수리까지 뚫었다.
퐈직!!
[끄르륵!]쿵!!!
결국 파이어 데몬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잡았다!”
700레벨 보스를 아무 손해도 입지 않고 잡았다.
길드원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이제는 700이 넘는 보스도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송진우가 없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좋았어!”
송진우는 싸움이 끝나자마자 블랙홀로 그것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그러자 안에서 저절로 도축이 되었고 포식도 되었다.
《포식귀 특성이 발동했습니다.》
▲용암 혈액
(스페셜)
▷능력 :
체력 +500
방어력 +200
화염 저항 +50
피해를 볼 때, 적에게 화염 피해를 입힌다.
화염 방패
《용암 혈액이 부정한 피와 겹칩니다. 교체하시겠습니까?》
“응?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