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ruction of the Fortress RAW novel -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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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章 출래파(出来吧)! [나와라!] (1)
슈웃! 펑! 슈웃! 펑! 슈웃! 펑!
귀청을 울리는 폭음이 연달아 세 번이나 터졌다. 그리고 맑은 하늘에 푸른 선 세 가닥이 그어졌다.
“응?”
“뭐지?”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땅을 기어가는 개미도. 하늘을 나는 새도 제 발로는 절대로 찾아들지 않을 죽음의 땅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것도 푸른색 세 가닥.
이곳…… 마공관(魔功關)을 관장하는 마공관주(魔功關主)가 두 가닥에 해당하니…….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실지렁이처럼 길게 그어진 협로(狹路)를 쳐다봤다.
“삼선(三線)입니다.”
묵직한 음성이 울렸다.
“봤다.”
미공관주 누강(縷崗)이 검을 거두지 않은 채, 목인(木人)을 쏘아보며 대답했다.
침묵이 흘렀다.
맑은 하늘을 물들였던 푸른색 연기 세 가닥은 점점 흩어져가고 있다.
그의 신분을 훨씬 능가하는 귀빈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무심히 나무 인형만 쏘아본다. 검을 든 손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절대 무심한 부동심(不動心)이 흐른다.
아무도 그의 부동심을 흔들지 않는다. 숨소리조차 멈춘 채 그를 지켜본다.
쉬익!
어느 한순간, 번갯불보다 더 빠른 순간에 검이 흔들렸다. 그리고 마공관주 누강의 신형이 목인을 스쳐지나 십여 장 앞으로 쭉 빠져나갔다.
“우…….”
“으…….”
그의 검을 본 사람들이 얕은 신음을 토해냈다.
철컥!
마공관주 누강이 검을 거뒀다. 그러면서 말했다.
“용서를 바라지 마라.”
대답은 없다. 모두들 그가 스쳐 지나간 목인만 쳐다본다.
“실수도 바라지 마라.”
누강이 비로소 눈을 들어 맑은 하늘을 쳐다봤다.
푸른 색 연기는 완전히 흩어지고 없다. 언제 폭죽이 솟았는가 싶다.
“부단히 수련해라. 명심할 것은…… 최소한 칠변(七變)을 펼쳐내지 못하겠거든 실전에서 쓰지 마라. 미숙한 검을 쓰는 것은 명을 재촉하는 지름길이니.”
그가 협로를 향해 걸음을 떼어놓았다.
“으……! 일초십오변(一招十五變)! 이게 가능할 줄이야!”
“이 정도면 무적 아니야?”
검초를 지켜보던 자들 중 한 명이 목인에 손을 대며 말했다. 순간,
투두둑!
목인이 정확하게 열다섯 조각으로 분리되어 떨어졌다.
손을 대기 전에는 완전한 목인이었지만, 손을 댄 후에는 열다섯 개의 나무토막만 남았다.
관주에게 특별히 선택되어 무공을 사사받고 있는 직제자 열 명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이 절세무공을 사사받고 있다는데 긍지도 느꼈다.
헌데 이런 무공으로도 검성(劍城)에서는 당주(堂主)직(職)밖에 맡지 못한다.
도대체 이 세상에는 고수가 얼마나 많은 것인가.
쒜에엑! 쒜에에엑!
장한 네 명이 가마를 매고 나는 듯이 달려왔다.
그들은 벼랑을 깎아서 만든 단애(斷崖)를 통과하면서도 치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마공관으로 들어서는 길은 저들이 달려오는 길 딱 하나뿐이다.
일명 십리사로(十里死路)라고 불린다.
단애(斷崖) 허리를 깎아서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발밑이 천 길 낭떠러지다.
단애와 단애 사이로 고공에 다리를 놓은 곳도 있다.
늘 강풍에 흔들리고 있는 다리를 건널 때는 담력이 강한 사람도 식은땀을 흘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저 길을 걸어오는데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가마를 멘 장한들은 반 시진도 되지 않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쒜에엑!
그들이 치달려 온다. 협로를 아랑곳하지 않고 평지를 질주하듯 내달린다.
“놀라운 신법이군요.”
음사(陰死)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가 말한 신법의 주인공은 가마를 타고 오는 사람이 아니다. 가마를 짊어지고 달려오는 네 명의 가마꾼을 말한다.
한낱 가마꾼의 신법이 ‘누강의 복도(腹刀)’라고 일컬어지는 음사를 감탄시키고 있다.
마공관주 누강의 눈길도 가늘게 좁혀졌다.
그는 검성에 몸담고 있는 고수들을 거의 대부분 알고 있다.
‘녹림검왕(綠林劍王) 자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마공관 관주로 낙향한 지 이 년…… 요 근래 이 년 동안 새로 영입한 고수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안다.
허나 그의 기억 속에 저들은 없다.
가마꾼 네 명의 신법은 음사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시 말해서 가마를 타고 오는 사람은 음사 정도 되는 고수를 가마꾼으로 부리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냐! 누구기에 일 년 열두 달 개미 한 마리 들지 않던 마공관을 찾아오는 게냐!
쉬익!
가벼운 바람 소리와 함께 가마를 멘 장한 네 명이 누강 앞에 내려섰다.
누강은 예를 취하지 않고,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싸늘한 눈으로 그들을 쓸어보기만 했다.
물론 그도 곡구(谷口)에서 쏘아진 폭죽을 봤다. 이들이 검성에서 온 손님임을 안다. 가마를 타고 온 사람의 신분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마공관의 주인은 자신이다.
“수고가 많습니다.”
가마꾼 중에 한 명이 누강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가마꾼들은 누강을 단숨에 알아봤다.
“신패(信牌).”
누강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는 호의적이지 않다. 적대적이지도 않다. 다만 경계만 한다. 방문객의 신분을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이들은 결코 검성에서 온 손님이 아니다.
“강직하기가 동죽(冬竹) 같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가마꾼이 옅은 웃음을 흘리며 흑철신패(黑鐵信牌)를 내밀었다.
누강은 흑철신패를 받아 들어 신패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 귀선부(鬼仙浮)
순간, 누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볼 근육은 자신도 모르게 실룩거려졌다.
귀선부!
귀선부는 성주 직할(直轄)의 살인집단이다.
신분도 내력도 알 수 없는 놈들이 성주가 내린 명을 쫓아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누강은 검성에서 당주직을 맡았던 만큼, 귀선부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좋은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귀선부의 생각이며 행동이 정도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게 생각하는 쪽에 속한다.
물론 그가 귀선부와 접촉한 적은 없다.
귀선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누강은 흑철신패를 돌려 뒷면을 살폈다.
– 이령(二令)
뒷면에는 가마를 타고 온 사람의 신분이 적혀 있다.
가마를 타고 온 사람은 이령이라는 직위에 있다.
이령이 귀선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귀선부의 조직기구는 일체 비밀이다. 하지만 검성에서 ‘령(令)’이라는 직위는 일위(一位)에 해당한다.
당주나 관주보다 일위가 더 높다.
마공관주 누강은 상대의 신분을 파악하고도 여전히 예를 취하지 않고 신패를 살폈다.
검성의 신패는 곤오산(昆吾山)에서만 생산되는 흑철로 제작된다.
곤오산의 흑철은 일반인들에게는 만년한철(萬年寒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인데…… 만년 동안 음기가 충만한 곳에서 충분히 지기(地氣)를 흡수해야 한다. 허면 잡색이 전혀 없는 완전한 묵철이 만들어진다.
곤오산의 흑철은 색깔만 새까만 게 아니다. 그랬다면 검성이 중시했을 리 없다.
보검에 잘리지 않는 강함!
곤오산의 흑철은 강도가 너무 강해서 병기로 제련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패로만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또 훌륭한 호신지병(護身之兵)이 된다.
흑철신패를 하사받은 고수들은 거의 대부분 신패를 심장 어림에 품고 다닌다.
심장을 보호하는 호신지병으로 쓰는 것이다.
곤오산의 흑철은 천하의 보물이다. 그래서 검성은 곤오산에 있는 철광(鐵鑛)을 직접 운용한다.
철광에서 캐낸 흑철은 일체 외부로 유출시키기 않는다.
바늘이나 반지를 만들 정도의 철편(鐵片)조차도 관리자가 일일이 관리한다.
누강의 손에 들린 신패는 곤오산의 흑철로 만들어졌다. 신패에 새겨진 문양도 검성만의 약속에 부합된다.
검성의 신패가 확실하다.
누강은 비로소 두 손으로 흑철신패를 받들어 올리며 말했다.
“마공관을 맡고 있는 누강이라고 합니다. 이런 궁벽한 곳에는 무슨 일이신지?”
누강은 가마 주인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가마꾼이 대신했다.
“비행(秘行)입니다.”
“비행?”
“관주께서는 우리에게 관심 끄시고, 하시던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 관할에 외인이 와서 날뛰는데 나보고 눈감고 귀 막아라 이 말인가?”
누강의 말투가 하대로 바뀌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은 가마의 주인이 아니다. 가마꾼이다. 허니 당연히 하대한다.
누강의 싸늘한 말투에 가마꾼은 이런 경험을 많이 해봤다는 듯 옅은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눈도 감고 귀도 막고……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후후!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것인지?”
“이곳에는 한 권만 세상에 흘러나가도 피바람이 부는 마서(魔書)가 이백세 권이나 있다. 곁눈질로 훔쳐봐서도 안 되는 마서가 내 책임하에 있다. 그런데도 눈 감고 귀 막으라는 말인가!”
누강의 음성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눈길도 무심해졌다. 사람이 있는 듯 없는 듯…… 바람이 그를 스쳐 가면 그대로 통과될 것처럼 보였다.
누강이 목인을 잘랐던 바로 그 공부, 십오참쾌(十五斬快)가 운기 되고 있다.
장한은 누강의 잔잔함에 움찔거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함 속에서 진한 살기를 느낀 것이다. 그때,
“역시…… 누(縷) 당주(堂主)에게는 이령신패도 통하지 않는군요. 검성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융통성 없기로는 천하제일일 거라고.”
가마 속에서 옥구슬 굴러가는 듯 영롱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자?’
나이는 스물 안짝, 많아서 스물대여섯 정도 될 게다.
그 정도의 나이에 음사와 버금가는 고수를 가마꾼으로 부릴 정도로 고수이고…… 그리고 귀선부의 이령 신분…….
여인이 타고 있는 가마는 매우 평범하다. 나무에 옻칠조차 하지 않아서 생나무 색깔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매우 검박하고 정갈한 성품…….
여자에 대한 정보가 쌓였다.
여인이 가마 속에서 계속 말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우린 마공관의 마서나 당주님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 게 아녜요.”
가마 속 여인은 누강을 관주 대신 당주라고 불렀다.
누강을 한직으로 좌천된 사람이 아니라 총단 당주로 대접한다는 의미일 게다.
“그럼 무슨 일이신지?”
누강의 음성은 여전히 조용했다.
“우린 여길 통과할 생각이에요.”
“통과……? 방금 통과라고 했습니까?”
누강이 무슨 말이냐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마공관은 호곡(弧谷)으로 호로병의 형상을 띈다.
협로를 지나쳐오면 삼면이 깎아지른 벼랑으로 휘감긴 절곡이 나타난다. 삼면 절벽의 높이는 거의 백 장에 이른다. 벽면은 칼로 내리친 듯 매끄러워서 벽호공(壁虎功)의 달인도 오를 수 없다.
마공관이 만들어진 지 백 년, 그동안 그 누구도 이곳을 침범하지 못했다.
헌데 여인은 이곳을 통과한다고 한다. 어디로? 어떻게? 설마 벽을 뚫고 들어가기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여인이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누 당주님이나 마공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에요. 우린 이곳을 지나쳐 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만큼 설명했으면 예의는 갖춰드린 것 같은데요?”
여인의 말뜻은 분명했다.
누강은 인상을 찡그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몇 번이고 말할 수 있지만 이곳은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곳이다. 막다른 길이다. 허나 굳이 통과하겠다고 하면 말릴 방도는 없다. 귀선부에서 하는 일이니.
“그럼 마공관은 열지 않겠습니다. 통과를 하시겠다니 어느 곳에도 머물지 말아주십시오. 이 약속을 해주시면…….”
여인이 누강의 말허리를 잘랐다.
“약속하죠.”
장한들이 사인교를 메고 바람처럼 질주해 갔다.
누강은 장한들이 자신의 영역인 마공관을 무인지경으로 뚫고 나가는 모습을 싸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도대체 어디로 어떻게 가겠다는 것인가!
“무슨 수작인지 모르겠습니다.”
음사가 멀어져가는 가마를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마공관은 지하에 위치한다. 지상에는 바위와 풀, 그리고 마공관 무인들의 거처가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질주해가는 가마가 한눈에 보인다.
저들은 멧돼지가 바위를 향해 달려들 듯 절벽을 향해 질주해간다.
미친 짓이다. 절벽에 부딪혀 자진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슛!
어느 한순간…… 맹렬히 질주해가던 가마가…… 갑자기 증발해 버렸다. 누강이 빤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웃!”
음사가 깜짝 놀라 신음을 토해냈다.
저들이 사라진 곳! 저들이 증발해 버린 곳!
저곳은 오늘 아침만 해도 음사가 산책을 했던 곳이다.
마공관에 있는 것이라면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알고 있다. 돌멩이의 생김새까지 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보, 보셨습니까?”
“호들갑 떨 것 없다. 기관진식(機關陣式)이다.”
그럴 줄 알았다. 기관진식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될 수 없다.
다만, 마공관에 저런 기관진식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음! 진(陣)입니까?”
“기관과 진, 둘 다 섞인 것 같다.”
“살펴볼까요?”
“지금까지 몰랐던 것이 살핀다고 알아지겠나. 애쓸 필요 없다.”
누강이 인상을 찡그린 채 등을 돌렸다.
음사는 눈길을 가늘게 좁혔다.
관주 누강의 복심을 알겠다.
‘은밀히 살피라는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