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ish Rockstar RAW novel - Chapter 169
169
169화 프로듀서 노네임
결국 원앤온리의 잠정 활동 중단이 확정됐다. 리원은 그의 팬들이 뉴스 기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해 듣길 원하지 않았다.
리원은 개인 SNS를 통해 자필 편지를 공개해 소식을 하루빨리 알렸다.
[안녕하세요. 원앤온리의 보컬이자 밴드 리더인 온리원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거창한 자필 편지까지 준비해 온 까닭은…….]원앤온리의 ‘잠정 활동 중단’을 논하는 편지 내용. 해당 게시글이 올라가고 한 시간도 채 안 돼서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원앤온리와 관련된 검색어들로 뒤덮였다.
-야, 술 마시고 놀다가 갑자기 메신저 불나서 알았다. 너희 우리원 SNS 봄? 이게 다 뭔 소리?
└ㅋㅋ소식 빠르기도 하다. 뭘 묻냐. 본 그대로지ㅋ
└으어… 잠정 중단이라니, 이거 느낌이 싸한데……?
└그래도 다시 돌아온다잖아. 걍 믿고 기다려 봐. 기절초풍할 만한 명반 들고 올지 또 모르잖음?
└글쎄다… 별로 좋아 보이진 않네.
그렇게 아닌 밤중에 시끌시끌해진 온라인. 다음 날 아침 관련 소식이 뉴스를 탈 때까지 소란은 식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밤을 뜨겁게 달군 다음 날 아침. 충격적인 소식이 각 일간지의 메인을 장식했다.
[‘원앤온리’, 단체 활동 잠정 중단… 개별 활동은 지속]└솔직히 온리원이 이제껏 거의 안 쉬고 달리긴 했지. 오디션에서 좀 돋보이던 햇병아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 1년 조금 더 됐음. 쉬고 싶은 것도 이해됨. ㅇㅇ
└쉬는 것도 좋지만 쉬지만 말고 2집 앨범 좀… ㅠ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런 발표까지 내놓는 것 보니 꽤 오래 쉬려나 보네… 저는 조심스레 6개월 이상 휴식 예상해 봅니다.
└6개월 ㅎㄷㄷ…….
└6개월이면 그냥 휴식기라고 했을 듯. 쉬더라도 더 쉬거나 쉬는 걸로 안 끝날 것 같음.
└이게 맞지;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대다수는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 온 원앤온리가 이번에야말로 느긋하게 쉬겠다며 긍정의 표시를 보였다.
그러나 개중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그리고 그런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법이 없다. 이야기를 제멋대로 부풀리고 자극적인 양념을 치는 일이 부지기수. 원앤온리도 그들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어떤 이들은 이제껏 종종 봐 오던 ‘휴식기’ 대신 잠정 중단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에 불화설을 제기하고, 원앤온리의 해체를 입에 올렸다.
-ㅋㅋㅋ얘네 돈 좀 벌더니 이제 어긋나는 듯? 상식적으로 그냥 오래 쉬는 거면 장기 휴식이라고 하지, 굳이 ‘잠정 중단’을 쓸 이유가 없잖음? ㅇㅈ?
└222222 솔직히 원앤온리 팬덤 중 절반이 온리원 팬이고, 나머지 절반을 세 멤버가 나눠 가진 수준인데 불화가 안 생기면 이상하지. ㅋ 멤버 하나하나가 다른 밴드 들어가면 바로 그 밴드 메인으로 꼽힐 실력이니 욕심이 날 만함.
이런 이들을 위한 뉴스까지 속속들이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놓았다.
[‘원앤온리’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선언에 네티즌 수사대 불화설 제기… 그 원인은?]원앤온리의 잠정 활동 중단은 분명 재밌는 이야깃거리였지만, 대형 신문사들은 GR 미디어와의 눈치를 봐서라도 적당히 선을 지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추측성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저 페이지 뷰를 조금이라도 더 올릴 욕심에 혈안이 된 유사 언론사들의 소행.
사실상 기삿거리는 네티즌이 다 써 주고 그걸 기사로 옮겨 적기만 하는 수준의 유사 언론들은 이 기회를 노리기라도 한 듯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 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국내 최정상 및 세계 최고란 이름을 넘보게 된 원앤온리. 이제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엔 그들을 향한 시기와 질투가 뒤섞여 있었다.
백 명이 원앤온리의 노래를 잘 듣고 있고, 그중 열 명의 팬이 그에 대한 긍정적인 게시글이나 댓글을 작성할 때 두세 명의 안티가 뒤섞여 물을 흐리는 셈.
원앤온리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지만, 이 기회를 노리기라도 한 듯 안티들은 일당백의 기세로 뉴스 기사 댓글난과 각종 커뮤니티를 헤집어 놓았다.
이제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밴드 원앤온리. 왕관의 무게가 그 어깨를 짓눌렀다.
[‘공식 입장’ GR 미디어 측, 원앤온리 해체설 일축 “멤버 간 고심 끝에 내린 결정… 당분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그것으론 부족했을까. 각자 개인 활동에 전념하던 원앤온리 멤버들까지 직접 나서 불화설을 잠재우는 데 힘썼다.
[‘피싱 로드’로 브라운관 복귀한 한결, 원앤온리 내 불화설 전면 부인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을 위한 휴식일 뿐, 억측 자제 부탁.”] [득남 이후 ‘슈퍼 파파’ 합류한 용태하, 원앤온리 불화설에 “멤버 한 명 한 명이 모두 음악 인생의 동반자, 불화란 있을 수 없다.” 일축.] [‘밴드 캐처’ 멘토 출연 확정한 박하민, 원앤온리 활동에 대해 입 열어 “고심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 원앤온리는 반드시 돌아온다.”]그렇게 한 달. 상황을 지켜보던 GR 미디어가 직접 칼을 빼 들었다. 원앤온리와 관련된 모든 기사에 나타나 조직적으로 유언비어를 퍼트리기 바쁜 몇몇 악플러들을 향한 법적 조치에 나선 것.
그제야 원앤온리와 엮인 불화설과 해체설은 어렵게 잠재워졌다.
그런 홍역을 치르는 동안 리원은 SNS로 활동 중단을 먼저 알린 이후로 공식 석상 어디에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그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서 온리원은 뭐 할까?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요즘 TV에 잘 나오고 있어서 뭐 하고 사는지 알겠는데, 온리원만 조용하네.
└곡 작업 하고 있기를 빈다…….
└앨런 유산도 물려받았고 그 외 콘서트나 음원으로 벌어들인 수익도 대단할 텐데… 음…….
└존버 또 존버하십시오.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흘렀다.
*
원앤온리가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 1년. 그간 연예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
국내 대형 기획사 중에서 압도적인 원톱을 달리던 GR 미디어가 다소 주춤한 사이 아크엔젤 밴드의 성공을 등에 업은 퍼펙션이 선방을 선보였고, 나락으로 추락한 듯한 양피지도 저들이 원래 잘하던 힙합 쪽으로 힘을 실어 괜찮은 남성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켰다.
원앤온리의 출현 이후 너 나 할 것 없이 우르르 따라와 록 밴드 쪽으로 치우쳐 있던 대중음악계였는데, 블루오션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덕에 양피지도 겨우 숨통이 트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제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보고만 있을 GR 미디어가 아니다. GR 미디어는 리원을 제외한 원앤온리의 멤버들을 주축으로 왕성한 방송 활동 및 프로젝트 밴드 등을 구축해 반격에 나섰다.
그런 활동 중에 잔잔히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하민의 보컬이 조명받았고, 하민은 개인 앨범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앨범에 다시 등장한 이름 프로듀서 ‘노네임’. 퍼펙션 소속인 아크엔젤의 데뷔 앨범 총괄 제작을 맡았던 정체불명의 프로듀서가 이번엔 전혀 다른 장르의 앨범을 제작한 것.
아크엔젤 밴드의 데뷔 앨범은 원앤온리의 데뷔 앨범과 수위를 다툴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 앨범이었기에 대중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와 대박;; 박하민 신보 들어 봄? 대박; 우리원이랑 결이 다르긴 한데, 진짜 새벽 한 시에 밤 산책하면서 듣기에 딱이다.
리원의 보컬이 보컬로서 완숙하다 못해 완벽을 엿보고 있었다면, 하민의 보컬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의 매력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냐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분명 매력적인 보컬. 프로듀서 노네임은 앨범 전체에 직접 관여하면서, 개중 몇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사 작곡을 도맡아 박하민이 가진 강점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여기까지만 해도 주인공은 뮤지션이고 노네임은 곁다리였다. 앨범의 성공으로 뮤지션이 80의 관심을 얻는다면 노네임의 지분은 20.
하지만 그 이후 노네임의 광포한 행보는 흩어져 있던 관심을 제게 집중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전처럼 한 앨범 전체에 참여하는 일은 없었다. 이제는 한 앨범 전체의 총괄 제작에 나서는 대신 오직 타이틀곡 하나만 제작하는 방식.
하나, 그런 식으로 작업 방식의 변화를 준 이후 노네임의 이름값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록, 힙합, 발라드, R&B, EDM 등 메이저한 대중음악 장르부터 블루스, 재즈, 포크처럼 다소 마이너한 곡까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나서며 본신의 장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그저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앎의 깊이까지 남다른 노네임.
노네임의 손을 거친 노래는 거짓말같이 듣는 이의 귀를 사로잡았다. 비록 그게 청자에게 생소한 장르일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프로듀서 ‘노네임’, 이번에는 트로트다!]종국에는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잡식성 프로듀서. 노네임은 마치 걸신이라도 들린 듯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씹어 삼켰다.
한창때의 원앤온리에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원앤온리의 완전체 활동이 중단되고 1년이 지난 지금, 분명 대중음악계는 프로듀서 ‘노네임’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트로트까지 대박! 한 달 만에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하는 트로트 백선 3위로 껑충… 장르를 뛰어넘은 천재 프로듀서 ‘노네임’은 대체 누구?] [GR 미디어와 퍼펙션 엔터 수뇌부부터 아크엔젤, 박하민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서 ‘노네임’과 직접 대면한 이들 모두 노네임의 정체 함구…….]“아… 그냥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 살겠다. 그래서 언제 정체 밝힐 건데?”
거실 소파에 편히 누워 연예계 뉴스를 보던 태하가 TV의 전원을 끄고 리모컨을 구석에 던졌다.
노네임이란 이름이 한동안 조용해지나 싶더니, 최근 트로트까지 대흥행에 성공해 버린 탓에 다시 귀가 따가워질 지경이었다.
“기다려 보세요. 재밌잖아요. 어차피 이제 더 미루기도 힘들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진짜 기획사 시작이라.”
태하의 집에 놀러 와 아기 태현과 놀아 주기 바쁘던 리원. 태하의 질문 아닌 질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재밌기는 개뿔이.”
태하는 리원의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그런 중 리원은 다시 고개를 돌려 태하의 아들 태현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리원과 태현 둘 다 뭐가 그리 좋은지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태현이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어찌 된 게 너한테는 전혀 그런 게 없네.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제가 우리 태현이랑 보낸 시간이 얼만데요.”
“그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덜해. 저번에 TV로 우리 라이브 영상 좀 봤는데 나는 못 알아봐도 너는 알아보더라.”
“하하, 그랬어요? 으구, 귀여워.”
태하의 말에 리원은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리원은 태현의 말캉한 볼을 손가락으로 살포시 누르며 웃음 지었다.
“그러니까 형, 집에서 태현이랑 시간 좀 더 보내셔야겠어요. 태현이가 아빠인 형보다 저를 더 좋아하면 제가 부담스럽잖아요?”
“얼씨구? 지금보다 더? 집에 작업실 차려 놓고 거의 집에 붙어 있다시피 한데, 얼마나 더 잘하라고.”
“그거야 저는 모르죠. 형이 알아서 잘해야지. 저는 진짜 민폐만 아니면 여기 눌러앉아서 맨날 태현이랑 놀아 주고 싶을 정돈데.”
바닥 매트에 누워서 아기 태현과 놀아 주고 있던 리원이 태현을 번쩍 안아 들고는 태하의 옆에 가 앉았다. 리원이 태현을 안아 드는 자세가 능숙하다 못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리원의 품에 안긴 태현도 이보다 더 편해 보일 수 없었다. 누가 보면 태하가 아니라 리원의 아들이라고 속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마, 멀쩡한 남의 자식 넘보지 말고 연애 사업이나 추진해서 네 자식 봐.”
“좋은 사람 있으면 두 번 세 번도 가죠. 소개나 해 주고 이야기하세요, 형.”
“두 번 세 번은 가지 말고 짜샤.”
“하하, 당연히 농담이죠.”
리원이 웃음을 터트리자 순간 태하가 목소리를 죽여 작게 속삭였다.
“그래? 근데 리원아, 웬만하면 결혼하지 마.”
“왜요? 좋아 보이는데.”
“하지 말라면 하지 마, 그냥 이 새끼야.”
물론 농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