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ilish Rockstar RAW novel - Chapter 200
200
200화 재회(完)
세계 최대의 무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리원. 집에 돌아온 리원이 가장 먼저 찾은 건 노코였다.
“노코야, 나 왔어!”
아직도 무대에서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리원이 힘차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며 노코를 찾았다. 하지만 그런 리원을 반기는 건 노코가 아니라 음악의 신이었다.
“이제 왔군. 무대 잘 봤다.”
리원에게 집보다 더 익숙한 공간인 노코의 부스. 바뀐 건 고작 하나고, 모든 건 그대로였다. 노코는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음악의 신이 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뭐야, 네가 왜 여깄어? 노코는?”
적잖이 놀란 리원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노코를 찾았지만, 원래 그 자리에 없었다는 듯 노크는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적잖이 놀란 듯 보이는 리원. 신은 리원의 놀란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명색이 신한테 ‘네’가 뭐야. 앉아 봐. 잠깐 이야기 좀 하지.”
여태껏 서 있던 신이 리원에게 앉으라는 말을 하자 신과 리원의 눈앞에 다과상이 생겨났다.
“어서 앉지 않고 뭐 해?”
먼저 자리를 찾아 앉은 신이 멀뚱히 서 있는 리원에게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살짝 표정이 구겨진 리원이 그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노코는 어디 갔지?”
“내가 저번에 했던 말 기억나나? 그녀가… 아니, 너한텐 노코가 더 익숙하겠지. 노코가 죗값을 치르는 중이라고 했던 거.”
신의 대답은 리원이 질문한 ‘노코가 어디 갔는지’에 대한 답이 못 됐다. 리원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당연히 기억하지. 그래서 내 질문에 대답은?”
“급하기는… 역사에 길이 남을 무대를 끝내고 온 김에 느긋하게 차나 한 잔 대접하면서 신이 직접 축하해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신은 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손에 들린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
“특사다.”
“특사라면……?”
“그래. 네가 알고 있는 그 특사. 네 옆에서 널 잘 보필한 수고를 높이 사서 그녀의 죗값을 좀 덜어 줬다. 고마워할 필욘 없어.”
신은 감사 인사는 필요 없다는 듯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도 떠밀려 받아서 하는 거지 누구 벌주는 걸 즐기는 신은 아니거든. 난 아직 그런 것보다 재밌는 게 많아서.”
‘재미’를 논하는 신이 빙긋 웃곤 턱짓으로 맞은편 리원을 가리켰다. 그런 신의 행동에 평소 리원이라면 헛웃음을 지었을 터. 하지만 당장 리원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래. 어차피 내가 언제든 기회를 엿봐서 청할 일이었는데 차라리 잘됐다. 그럴싸한 작별 인사도 못 한 건 아쉽지만… 녀석에게 잘된 일이지. 이걸로 됐다.’
맞은편에 앉은 신이 어색한 침묵에 눈썹을 꿈틀댈 때쯤 마음을 굳힌 리원이 입을 열었다.
“그래. 노코는… 그 녀석은 이제 그럼 죗값도 다 치렀으니 사후 세계로 가는 건가?”
“글쎄. 특사까지 줬으니 이제 내 손을 떠난 문제라… 뭐,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 알아서 하겠지. 그 늙다리 신 양반한테 떠밀려 받았었거든. 노코의 처분도.”
“신도 모르는 게 있군.”
“그걸 내가 다 알면 유일신 하지, 왜 음악의 신을 하겠어?”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 리원은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제법 정이 들었나 보군.”
“정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지. 내가 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고 가까이서 함께했던 녀석이니까. 어찌 보면 우리 밴드 동료들보다 더 가까이했던 녀석이기도 하고.”
“나는? 정작 그 노코를 보낸 건 난데?”
“알고 있지.”
“그걸 알면서 왜 맨날 나한테만 그렇게 쌀쌀맞게 구시나? 응?”
“음… 원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말 안 듣는 놈들이 더 기억에 남는 법이거든. 내가 아는 동생들 중에도 그런 녀석들이 좀 있고.”
“그래서 이게 다 떡고물 조금이라도 더 받아 보려고 일부러 그런 거다 이거야? 이거 당했네…….”
리원이 신이 보인 반응에 옅게 미소 짓곤 말을 이었다.
“아니… 그건 그냥 이제 와서 포장하는 거고, 내가 원래 무신론자여서 신이라는 존재가 싫었어. 내 피나는 노력이 신의 은총이란 이유로 무위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모처럼 보이는 리원의 진솔한 대답에 신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겨우 그런 이유였어? 그럼 미리 말하지. 거기에 대해선 내가 보증하지. 난 그냥 직접 처벌하기 귀찮은 죄인에게 그럴싸한 숙제 하나 내줬을 뿐이야. 겸사겸사 피 터지게 노력하는데 빛 못 보는 연습생에게 작은 기회를 준 거지. 네가 이렇게 잘될 줄 솔직히 상상도 못 했다.”
“그거 참 고마운 말이군. 퍽 위로가 되네.”
“사실이래도? 믿기 싫으면 말고.”
“그 이야기는 됐어. 노코도 잘 간 것 같고… 우리 사이에 아직 남은 건 예전 앨런의 목숨을 며칠 더 늘려 줬던 일에 대한 정산인가? 실은 그걸 핑계로 날 죽이고 데려갈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날 뭘로 보고… 저울추를 속이는 건 신이 아니라 악마들이나 할 짓이지. 그리고 그 두 문제는 누가 봐도 무게가 다른 일이잖아? 무게를 따지면 단위부터 다르겠구먼.”
“그래? 그렇군.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정산하자고. 뭘 원하시나, 우리 신님은?”
“새삼스레 정산은 무슨… 됐어. 그렇게 계산에 철두철미해서 무슨 음악의 신을 하겠어. 그런 딱 맞아떨어지는 계산은 복수의 신한테나 어울리지. 그건 멋진 쇼를 보여 준 네게 내가 약소하게 보답한 일로 두고 넘기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신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고맙수다, 신님.”
장난스러운 존대와 함께 생긋 웃는 리원. 그 얼굴에 신도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훗. 퍽이나 그러시겠어.”
“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근데 차는 좀 그런데…….”
신으로선 일부러 부풀리고 싶지 않아 작은 일로 취급했지만, 어쨌든 리원에게 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받지 않기로 한 일이다. 차 한 잔조차 함께 안 하는 건 무례였다.
신의 표정이 구겨지려 할 때쯤 리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신도 취하나? 차 말고 술로 하지?”
“하하하! 그래, 좋아. 오늘 내가 친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 주지!”
*
지난봄 자선 콘서트 이후 5월, 서울 모처의 유명 예식장.
“아이고. 우리 새신랑, 결혼 축하합니다.”
“아, 리원이 왔구나.”
장난스러운 리원의 인사에 턱시도를 말끔히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넘긴 한결이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이야, 아주 빛이 나네. 그래미 때보다 낫다 야. 표정도 그때보다 훨씬 낫네. 그렇게 좋냐?”
리원의 말에 한결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는 듯 밝은 미소로 답했다.
“좋지 그럼. 장가가는 날인데.”
“유부남 형님들은 다 장가가지 말라고 난린데 뭘 그리 급하게 가?”
“음… 좋으니까, 같이 살고 싶으니까 장가가는 거지. 고맙게 하민이도 나를 좋아해 주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하민이한테 작업 거는 사람들도 없어질 테니 얼마나 좋아?”
한결의 답에 리원이 음흉한 미소로 답했다.
“글쎄다? 그건 지켜봐야 알 것 같은데. 하민이 외모를 봐라. 쟤가 결혼한다고 가만 내버려 두겠냐 남자들이? 흐흐.”
“뭐? 죽을래?”
“어쭈? 우리 결이 많이 컸네. 나한테 ‘죽을래?’라니. 리원 씨~ 리원 씨~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왜? 내 결벽증 이야기는 안 하시나?”
“그거 말고 더 좋은 게 있는데 왜 굳이 결벽증을 고르겠어. 들어 봐. 옛날에 꽐라 빌런이라고…….”
리원과 한결이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어이! 새신랑! 준비는 잘돼 가시나?”
“어, 어서 오세요, 형님.”
“형, 오셨어요?”
새로운 손님의 정체는 바로 태하.
“좀 천천히 가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한창 좋을 땐데.”
“안 그래도 제가 그 이야기하고 있긴 했는데… 형은 언제는 장가가라고 하더니 언제는 가지 말라고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 드려야 해요?”
“지금은 곁에 와이프가 없잖아.”
“앞으로 지현 누나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할 때는 헛기침을 두 번… 아, 그건 너무 티 나나.”
“농담이야, 이것들아. 또 쪼르르 달려가서 우리 와이프한테 이르려고 그러지?”
태하의 말에 리원과 한결, 태하 셋이 나란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터진 웃음이 좀 잦아들었을 때 리원이 말을 이어 갔다.
“하하. 그것도 옛날 일이죠. 태현이도 좀 컸고, 이제 지현 누나도 본격적으로 사업 다시 시작하신다면서요?”
“어? 어떻게 알았어? 내가 이야기했었나?”
“어떻게 알긴요. 지금 벌써 패션 업계에 지현 누나 소문이 자자하던데. 인류 역사상 가면이 가장 잘 팔리는 시대라던데, 사업 시작하면 형이 벌어 가는 돈은 푼돈되는 거 아닐지 몰라요. 지현 누나가 직접 만든 가면은 돈 있어도 못 살 텐데…….”
“더 벌면 나야 좋지 뭐. 그리고 가정도 좋지만, 지현이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살아야지. 시간 여유 좀 있는 내가 태현이 조금 더 보고.”
“하긴… 지현 누나의 재능을 썩히는 건 아쉽죠.”
“그럼. 우리 와이프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재능 있는 사람이거든.”
“또또 나왔다. 저 팔불출.”
“시꺼, 이놈아. 너도 장가가서 자식 놓고 살아 봐. 와이프랑 자식 새끼 이뻐 죽지.”
그때 누군가 신랑 대기실의 문을 빼꼼 열고는 귀엽게 고개를 내밀었다.
“똑똑. 아저씨들 뭐 해요?”
오늘의 주인공, 꽃처럼 아름다운 5월의 신부 하민이었다.
*
한결과 하민의 성대한 결혼식이 끝났다.
리원을 붙잡는 사람이 많았지만, 리원은 먼저 조용히 자리를 떴다.
리원도 가장 친한 친우 둘의 결혼식이라 일찍 일어나고 싶진 않았다. 하나,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는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들에게서 스포트라이트를 뺏을 기세.
“하여간 둘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잘 살아야 할 텐데…….”
차를 몰고 나온 리원의 마음이 뭔가 싱숭생숭했다.
리원은 좋은 날 왠지 모르게 답답해진 마음을 품고 서울의 거리를 달렸다.
항상 같은 자리서 리원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노코가 없어진 지 벌써 두 달. 이제 리원에겐 굳이 일찍 집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그래 봤자 갈 곳이라곤 회사 아니면 집뿐이지.’
결국 목적지는 다시 집. 식장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 익숙한 거리가 리원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 잠깐, 여기……?”
2018년 4월 1일. 리원이 김재흥 사장의 소속사에서 쫓겨나서 캐리어 하나 들고 터벅터벅 걷던 바로 그 길이 운전 중인 리원의 바로 옆으로 보였다.
“어, 잠깐. 그러면 이 근처에……?”
리원이 차를 돌렸다.
*
뭐라도 홀린 듯 찾아온 코인 노래방.
코인 노래방은 예전 리원이 이곳을 찾아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바뀐 게 하나도 없네…….’
담배 찌든 냄새가 나는 칙칙한 회색 건물. 그 안에 특색이라곤 하나 없이 쭉 늘어선 코인 노래방 부스.
10년 차 장수 연습생 온리원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됐지만, 이 노래방은 모든 것이 리원의 기억 그대로였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 더하네. 여긴 뭐… 알바도 없나?”
알바 하나쯤 보일 법도 한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코인 노래방이 부쩍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업장이 그렇게 좋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인테리어가 깔끔하지도 않은 이 노래방이 장사가 잘 안 되는 건 당연한 일.
‘뭐 그것도 있고, 지금 시간이 조금 이르긴 하지…….’
차라리 잘됐다. 손님이 없으니 리원으로선 거칠 것이 없었다. 리원은 그대로 노래방 내부를 걸어 기억 속의 그때 그 부스를 찾았다.
‘그래. 여기서 노코를 만났었지…….’
좁디좁은 코인 노래방 업장. 리원은 스무 걸음도 채 걷지 않고 기억 속 부스 앞에 섰다.
“하. 이럴 게 아니라 기분 전환 겸 시원하게 노래나 몇 곡 부르고 들어가자.”
고개를 저어 싸구려 감상을 털어 낸 리원이 부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철컥-
“역시…….”
문을 열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노코를 찾았지만, 리원을 반기는 건 평범 이하의 낡아 빠진 노래방 기계와 좁아터진 부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길 왔지… 노래나 부르자 노래나.”
-저희 노래방을 찾아 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폐를 넣고 노래를 선곡하세요!
리원을 반기는 노래방 기계의 기계음이 작은 부스 안을 가득 메웠다.
*
세계적인 록 스타 리원이 조그마한 코인 노래방 부스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누가 봤다간 당장 아이튜브에 찍어 올릴 일. 그러거나 말거나 리원은 거리낄 것 없이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고 나왔다.
“후. 기분이 좀 낫네. 돌아가서 노래나 좀 듣다…….”
리원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리원의 눈앞에 나타난 한 인영 때문이었다.
“아직 영업 준비 중인데… 아, 벌써 다 부르고 나오셨나 보네요. 그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한눈에 봐도 이 업장의 아르바이트생임이 확실해 보이는 아가씨. 20대 초중반이나 됐을까. 앳돼 보이는 모습이 아가씨란 말보단 소녀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재밌는 건 그 아가씨가 리원을 보고도 놀라지 않은 눈치라는 것. 겁도 없이 민얼굴로 돌아다니던 리원이 되레 놀란 눈치였다.
“저기… 혹시 저 모르세요?”
“네? 무슨… 제가 알아야 하는 분인가요……? 실은 제가 개인 사정이 있어서 최근 일에 밝지 못하거든요. 혹시 연예인이세요? 외모로 봐선 그런 거 같은데…….”
개인 사정이란 말에 리원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모르긴 몰라도 리원을 몰라볼 정도면 가벼운 일은 아닐 터.
사실 리원의 눈앞에 선 아가씨는 부끄럽게도 제 목숨을 직접 끊으려 시도했다가 몇 년을 혼수 상태로 살아왔다. 물론 지금은 기적처럼 다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 그러셨구나. 죄송합니다. 실례했네요. 연예인이라고 할 것까진 없고 그냥 노래하는 가수예요.”
“아… 그럼 혹시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리원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노래방 알바의 사인 요청. 잠깐 멍한 표정을 지은 리원이 싱긋 웃곤 제 품에서 아끼는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그럴까요?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한테 사인을 해 드리는 것도 재밌겠네요.”
“이제부터 알면 되죠.”
어린아이의 미소처럼 때 묻지 않은 미소가 돌아왔다. 유난히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 환한 미소에 리원이 저도 모르게 진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까짓것 사인해 드리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그럼 고생하세요.”
노래방에 걸어 놓을 용으로 하나, 개인 소장용으로 하나. 간단하게 사인을 남긴 리원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노래방을 떠났다.
리원에게도 꽤 특별한 노래방인 만큼 망해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마 리원의 친필 사인을 걸어 놓고 장사를 한다면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테다.
“으흠흠흠-”
리원이 출입구에서 멀어질 때쯤 들려오는 흥얼거림.
리원의 발소리나 겨우 들리던 고요한 건물 안에서 그 허밍이 벼락처럼 리원의 귀를 때렸다.
‘이 멜로디……!’
리원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허밍에 더욱 집중했다.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그 작은 소리가 리원에겐 천둥처럼 들렸다.
누군지도 모를 가수의 사인을 손에 들고 신이 난 노래방 알바 소녀가 부르는 콧노래.
대단한 가수가 열창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 있을 평범한 콧노래.
그 곡이 리원이 누구에게도 들려 준 적 없는 3집 앨범의 비공개곡이라는 점만 빼면 리원도 들은 체도 않았을 평범한 소리였다.
앨런의 유작 도난 사건 이후 그게 어떤 곡이든 작업물을 철통같이 지켜 온 리원이다.
리원의 욕심으로 만들었다가 완전히 묻어 버린 곡은 특별히 더욱 그랬다.
실패작이라고 생각해 원앤온리 동료들에게조차 들려준 적 없는 노래. 이 곡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리원밖에 없다.
물론, 사람이 아니라면 하나 더 있지만.
망부석처럼 서 있기만 하던 리원이 발길을 돌려 다시 노래방으로 향했다. 날듯이 뛰는 리원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이거 운명의 신한테 당했군. 혼자 살다 죽을 팔자는 아닌 것 같아서 운명의 상대가 누군지 귀띔해 달라고 해도 절대 안 알려 주더니…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나…….”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음악의 신이 당했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흡족함의 미소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음악의 신’이 당신과 그녀의 재회에 미소짓습니다.](완결)
# 후기
안녕하세요. 마성의 락스타의 저자 킬링파트 인사드립니다.
드디어! 지난 4월 9일로 시작해 근 7개월 만에 우리 리원이의 이야기가 끝을 맺게 됐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네요.
이 자리를 빌려 리원의 이야기에 끝까지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께 온 마음을 다 바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임에도 여전히 변함없이 사랑해 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셨기에 부족한 글쟁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 항상 미세먼지 조심하시고 올겨울 건강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겨울이 다 가기 전 언젠가 킬링파트라는 필명으로 다시 돌아와 더 재밌는 이야기로 인사드리길 고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리원이와 지금 이 후기를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셨기에 지난 7개월의 시간이 진실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