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51
주로 로봇에 대한 지식이 2000년대 초반에서 멈춘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일본에서 만든 로봇이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았어? 벌써 이만큼 발전했다고?
―이거 CG네. 뻥을 쳐도 좀 그럴듯하게 쳐야지 이게 뭐냐 지하야.
―보나마나 주가 올리려고 쇼 하는 거네.
이런 리플들은 순식간에 비추 폭격과 욕 세례를 받았다.
―계단에서 넘어진 혼다 로봇 그거 2006년이야. 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거냐? 지금은 27년이라고.
―사람들하고 악수하고 춤추는 저런 걸 CG로 할 수가 있다고? 장난하냐?
―신라그룹 전체가 자진 상장폐지했는데 BD만 주가 올려서 어디다 써먹음?
이런 리플들이 주르륵 달렸음에도 음모론자들은 끝까지 가짜라고 우겼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리플을 달 수 없게 되었다.
신라그룹에서 루시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서울의 여러 거리를 다니고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여성인 줄 알고 루시아를 쳐다봤다가 표정이 확 변했다.
“세상에, 로봇인가 봐···”
“나 진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손봐 손. 손이 완전 기계야.”
루시아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홍대거리와 노원역, 신촌 등을 돌아다녔다.
악수만 100번을 넘었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심지어 신기하다며 따라붙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벗고 맨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으아아앙!”
아이가 울자 사람들이 킥킥 웃었다.
마스크 뒤엔 무슨 얼굴이 있을까?
이 영상은 바다 건너 일본에까지 퍼졌다.
그간 BD 정도를 제외하곤 인간형 로봇의 종주국이라 나름 자부하던 일본인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뭐냐 이건. 완전 인간이잖아.
―혼다 소니 너희 10년 동안 대체 뭘 한 거야?
―창칼 들고 싸우는데 기관총은 그만둬 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나 진지하게 쇼크야. 한국 로봇이 이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최근 1년 동안 뉴스 안 봤나보네. 블랙메탈 배터리에 이온 추진기에···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아래가 아니야.
―제발 그만둬 일본의 라이프는 제로야···
한편으로는 어디까지나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러니까 미국의 기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어차피 BD의 임직원은 대부분 미국인이잖아? 그러니까 미국 기술인 거지.
―바디는 그렇다 쳐도 저 인공지능의 본체는 신라그룹 서버에 있어. 그렇게 폄하할 일이 아니라고.
―루시아인가 하는 그 인공지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못 믿겠는데.
―너희들 한국 뉴스 듣기 싫어서 아예 귀를 닫았구나···
스타필드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가 달에 착륙해 언옵테늄을 캐왔을 무렵부터일 것이다.
일본의 포털 사이트에서 한국 기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 국제면에 한국 기사가 꼭 몇 개는 끼어 있었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한국의 반응을 번역하는 마토메 사이트들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아예 갱신을 중단한지 꽤 되었다.
덕분에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편향된 뉴스만 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루시아의 실체를 파악하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거 평범한 AI가 아니잖아···
―일본은 언제까지 한국 끝났다는 편성만 할 거야? 이런 걸 취재하라고.
―우리는 살 수 없는 거야?
―루시아는 한국하고 미국에서밖에 출시가 안 됐어. 그나마도 미국에선 홍보를 안 했고.
―영상 보고 왔는데 진짜 굉장한데. 이건 모니터 안의 비서 느낌이잖아. 어디든 데리고 갈 수도 있어.
―왜 일본 기업은 이런 걸 못 만들지?
―한국 기업도 못 만들어. 신라그룹만 가능한 거지.
―여성형 안드로이는 일본이 최초로 만들 줄 알았는데···
당연하지만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최초의 안드로이드라는 말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인공지능도 안드로이드도 인정할 수 없다. 정부가 개입하여 막아야 한다.
―신라그룹의 인공지능 개발 이대로 괜찮은가? 윤리적 문제는 전혀 없나?
―인공지능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도 있어···미리미리 대비해야.
하지만 유지하는 이들의 발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항의한다고 해봐야 본사 앞에서 몇 명이 피켓 들고 시위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다.
그들의 발언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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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는 안드로이드가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실리콘 피부가 천천히 바디를 덮었고 얼굴의 구멍에 고해상도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이 모델은 아르마의 소체에 적용된 기술을 최대한 간략화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르마에 비하면 형편없고 안드로이드 직원에 비해서도 떨어지지만 얼핏 보면 인간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를 시장에 출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부 계층에서 격렬하게 반대중이라지?”
아르마가 시위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보고했다.
“보시다시피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지에서 특히 반대가 심합니다.”
그 반대의 근원은 본능적인 거부감, 혐오감이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 세상에 들어와 돌아다닌다는 것에서 위협을 느낀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인간형 로봇에는 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아무리 잘 뛰고 텀블링을 해 봐야 로봇이라는 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가 나타나 춤을 추고 막힘없이 대화를 나눈다.
과연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그리고 노조의 반대도 심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면서···”
“아직은 이른 걱정이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군.
현재 루시아의 제작비용은 10억에 달한다.
완충해서 3시간밖에 쓰지 못하니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은 현 시점에서는 허구다.
하지만 버전 업이 줄줄이 예약되어 있기에 몇 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실 메가시티에선 이런 걱정은 없었다.
안드로이드는 어디까지나 취미용, 보조용이었기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법령으로 규제하고 있었다.
단지 한국에는 관련 법령이 전혀 없어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뿐이었다.
“국회가 그걸 해결해야 하는데···그쪽 반응은 어때?”
“기업들이 결사반대를 하고 있어서 어려워 보입니다. 조형근 대통령도 이건 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네요.”
“하긴 루시아가 투입되면 나라 전체가 뒤집힐 테니까.”
인터넷 등지에서는 빨리 금융망 행정망에 루시아를 투입하라고 난리지만 언제나 그렇듯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 같았다.
“자신의 치부를 자진해서 드러내고 싶어 하는 기관은 어디에도 없죠.”
“우리도 그렇고.”
유지하도 결국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미래에서 왔기에 조금 더 단호하게 나설 수 있는 것뿐이었다.
그는 아르마에게 지시했다.
“BD에는 양산 준비만 해놓으라고 해. 그리고 일본 쪽 동향도 빼놓지 말고.”
일본의 동태 관련해서 우려되는 게 있다면 그쪽의 공작이다.
그들은 핵개발을 진행할 시 가해질 국제사회의 지탄과 제재를 감당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경우 시나리오를 하나 제시할 수 있다.
한국을 부추겨 핵개발을 시도하게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틈을 타 개발을 끝낸다면 어떨까?
일본의 핵무장은 길어야 1년, 짧으면 6개월 안에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한국이 온갖 제재를 받는 틈을 타 후다닥 개발한다면 외교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한국에 대한 제재라면 침을 흘리고 달려들 중국과 유럽이 있지 않은가?
미국만 눈감아준다면, 일본은 얼마든지 이 방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
가능성은 낮지만 아르마는 중국의 납치 행각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녀는 워싱턴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일본계 로비스트들의 활동이 절대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유지하는 한 번 더 강조했다.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전부 감시해.”
위험한 한국
14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예멘.
그 예멘의 도시인 아덴에서 의미가 깊은 전투가 끝났다.
1년간의 교전 끝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하디 정부군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신은 위대하시다!”
“저길 봐라! 반군 놈들이 도망간다!”
도시 곳곳에서 화염과 연기가 솟아오르는 가운데 하디 정부군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의 승리는 정부군이나 그들을 지원하는 사우디 용병들이 잘 싸워서가 아니었다.
수천km 밖에서 데려온 무기체계 하나가 전황을 완벽하게 바꿔놓았다.
바로 한국의 신라하이텍에서 제작한 전투형 드론 시스템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 드론을 가져올 때만 해도 하디 정부군과 사우디 용병들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또 드론이야? 드론은 후티 놈들도 얼마든지 운용하고 있다고.”
“한국산 무기 쓸 만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야.”
“돈 많구만. 이런 장난감에 쓸 바에야 우리한테 투자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런 평가가 당연한 것이 요즘 세상에 드론이라 불리는 무기체계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군 세력은 물론이고 테러리스트까지 드론으로 미사일을 날려대는 세상이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드론은 뭔가 달랐다.
사우디 수송기가 후티 반군이 점령한 도시 아덴의 상공을 지나치며 낙하산이 달린 컨테이너를 줄줄이 토해놓았다.
대공포 등이 동원되어 격추에 나섰으나 야간이었기에 대부분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컨테이너가 열리며 CDS-1, 컴뱃 드론 시스템이 가동되었다.
이 드론 시스템은 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감시형 드론에 총기와 유탄을 달고 알고리즘을 추가한 것이었다.
방탄 성능이 강화되었고 배터리 용량도 커져 작동시간이 길어졌다.
만약 후티 반군이 이 드론에 대한 평을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절대 야간전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머나먼 동아시아의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드론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하여 나중에 5월 밤의 악몽이라 불릴만한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컨테이너에서 튀어나온 수백 대의 드론은 곧장 도시로 진입해 후티 반군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들과 조우한 후티 반군은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드론이 총을 쏜다!”
“기껏해야 드론이야! 쏴서 떨궈!”
하지만 이 드론들은 뭔가 달랐다.
마치 인간처럼 적극적으로 은폐 엄폐를 시도하며 후티 반군을 족족 사살했다.
후티 반군은 다수의 야간투시경을 운용하고 있어서 밤에도 마냥 까막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온갖 센서를 주렁주렁 달아 낮처럼 보는 드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드론들은 압도적인 교전비를 달성하며 반군을 사살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기 전, 드론들은 얄밉게도 서로를 보호하며 컨테이너로 돌아갔다.
반군 입장에선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저놈들 대체 뭐냐? 사람이 조종하는 건 아닌데?”
“혹시 저 상자로 돌아가는 게 충전하는 거라면···”
“오늘 밤에 또 저놈들이 온다!”
공포에 질린 후티 반군은 컨테이너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퍼부으려 했으나 사우디 용병들의 대공미사일에 격추되었다.
어쩌다 명중해도 컨테이너만 손상되었을 뿐, 안의 드론들은 멀쩡했다.
컨테이너 자체가 블랙메탈이고 드론을 보호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밤만 되면 드론들이 도시에 진입해 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때의 교전비는 무려 30:1로서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감당하기 힘든 숫자였다.
그리고 병사는 쉽게 지치고 공포에 질리는데 비해 기계는 그것도 없다.
고장 나고 격추되는 드론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용병들이 컨테이너를 뿌리고 가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보다 못한 아덴 방어사령관은 대낮에 대대적인 소탕전을 벌이려 했다.
“낮이면 우리 전사들이 저따위 기계에 밀릴 리 없다! 신은 우리를 보살펴주신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드론들은 그들의 접근을 눈치 채고 주변의 지형지물에 숨어 있다가 선제공격했다.
갑작스럽게 교전에 휘말리게 된 반군은 로켓포와 중화기를 동원해 대응에 나섰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드론이 작은데다 워낙 빨라서 맞추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화망을 구성해 총알을 뿌리듯 해도 기괴한 방탄성능으로 버텨내고 반격을 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하디 정부군과 사우디 용병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3주 동안의 치열한 교전 끝에 후티 반군은 엄청난 사상자를 도시에 남기고 도망쳤다.
마침내 1년 만에 하디 정부의 깃발이 아덴에 올랐다.
이 기록과 영상을 확인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매우 만족해 신라그룹의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보내준 녀석들이 멋진 전과를 올렸소. 이제 우리는 아덴을 점령했고 진지바르로 나아가려 하오.”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아덴에 쏟아 부은 돈은 7억 달러가 넘소. 하지만 귀사의 드론은 겨우 500만 달러로 3주 만에 아덴을 탈환했지.”
“축하합니다, 왕세자 저하. 만족하셨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우리는 더 많은 드론이 필요하오. 전용기를 보낼 테니 공급해줄 수 있겠소?”
“죄송합니다만 저하. 현재 하이텍의 드론 생산설비는 한국 육군에 공급할 물량으로 도저히 여유가 나지 않습니다.”
“방금 유 회장의 계좌에 1억 달러를 입금했소. 한국 정부와의 협상은 맡겨주시오.”
“전용기가 오면 준비해 놓겠습니다.”
다만 사우디를 지원하는 연합군은 교전기록을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특히 CNN에서 파견한 종군기자 케이트는 드론 시스템에 대해 격렬히 비난했다.
“이 전장에 더 이상 인간은 없습니다. 오직 기계에 의해 계획된 살인만이 있을 뿐입니다. 저들이 민간인을 사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만약 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 걸까요? 하디 정부군이? 사우디 용병들이? 아니면 머나먼 한국에 있는 죽음의 상인이?”
“인공지능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고 전쟁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10년 후쯤엔 전장에 인간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인공지능을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케이트였습니다.”
이 발언이 미국에 알려지면서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CNN은 민주당이 제안한 배터리 공장을 거부한 한국 기업이 마음에 안 들었나봐.
―죽음의 상인이라는 말은 좀 그렇지 않나? 그 작은 기업에서 얼마를 수출했다고.
―이봐, 케이트는 인공지능에 의해 통제되는 드론의 위험성을 경고한 거야. 그런 치졸한 감정이 아니라.
―보도에 의하면 저 드론들은 피아식별도 완벽하고 전술까지 익힌 전쟁기계처럼 보이는데. 보통의 드론이 아니야.
―기계가 인간을 죽이는 건 안 된다는 건가? 거기에 인간이라는 절차를 굳이 넣어야 직성이 풀리나?
―그렇게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야. 기계가 인간을 죽이면 누가 책임을 지지?
―예멘 내전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진 적이 있었던가? 연합군의 목적은 최대한 빨리 내전을 끝내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 사우디 정부가 하디에게 돈을 지원했고 효율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단을 발견한 거지.
―결국 얘네들은 불편한 거야. 전장에 나갈 일 없으니 방구석에서 기계에게 살해당하는 인간의 존엄에 대해 나불거리고 있을 뿐이지.
―저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가 우리 생활에 들어올 경우를 생각해봐. 잔디를 깎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생각난 건데, 저 드론을 DMV(미국 차량국)에 집어던지는 건 어때?
―오, 나무늘보보다 느린 DMV의 얼간이들을 드디어 죽이는 건가?
―대신해서 일하는 거라고 이 멍청아.
언제나 그렇듯 이런 종류의 토론은 금방 흐지부지되었다.
대신 전투형 드론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났다.
예산을 아끼고 싶지 않은 국가는 없고 그런 면에서 이 드론 시스템은 최적이었다.
완벽히 인간을 대체할 수 없지만 일부 임무에선 능가할 때도 많았다.
그리하여 드론의 수출은 날이 갈수록 상승세를 그렸다.
더불어 유지하의 별명은 어느덧 케이트 기자가 붙인 죽음의 상인이 되어버렸다.
정작 그는 그 별명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나중에는 서방에서 최악의 독재자 등으로 불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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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의 초여름.
한국은 레일건을 탑재한 신형 플랫폼을 공개했다.
배수량 1만 톤급의 구축함으로 나와 있었으나 해외에선 이를 축소한 것으로 판단, 1만 5천 톤으로 예측했다.
여기까진 별 말이 없었으나 추진기관이 문제가 되었다.
스타필드에서 개발한 신형 이온 추진기를 탑재한다고 되어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가스터빈 4기는 발전기와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이온 추진기가 이만한 거구를 혼자 감당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주무장은 선수와 선미에 탑재된 레일건으로 그 흔한 수직발사대 하나 없었다.
그러니까 이 신형 플랫폼은 레일건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전투함이라는 말이다.
정교하게 제작된 CG 영상이 대한민국 해군 미튜브 계정에 올라가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 특히 미국은 이 플랫폼의 스펙에 의심을 품었다.
―가스터빈 4대의 출력으로 레일건 2문을 감당한단 말인가? 불가능하다.
―10만 마력으로 함 전체에 부하를 걸고 레이더를 돌리면 정작 레일건에 들어가는 전력은 60%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레일건의 사정거리를 줄이는 것은 바보짓이다.
뭔가가 있다.
의문을 풀기 위해 미국 국방정보국이 나섰고 그 결과가 백악관에 전해졌다.
“한국의 신형 전투함이 레일건을 두 문이나 탑재한다고? 어떻게 된 건가?”
“COGAG방식의 가스터빈 4기에서 나오는 출력은 10만 마력 정도인데 이걸로는 레일건 2문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국 해군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했을 때, 사거리를 줄였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한국이 우리에게 레일건의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는 거군.”
“예. 그리고 한국의 레일건 테스트에 동원되었던 발전기 용량이 형편없다는 첩보도 있습니다. 일부러 숨긴 겁니다.”
“···”
험프리 안보보좌관은 고함을 대비해 미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매킨리 대통령은 말없이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안보보좌관, 한국이 우리 손을 벗어나는 것 같단 말이지.”
“요 근래에 들어서 특히 그렇지요.”
러시아에 이온 추진기를 공급하지 않나 독자적으로 달 개발 계획을 발표하질 않나···
물론 미국의 허가를 받을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한 마디 통보는 해줄 수 있잖은가.
매킨리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에서 추천한 로비스트들과 만나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발언은 한결같았다.
“최근 한국의 군사력 팽창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레일건 추진 전투함에 블랙메탈 배터리 잠수함에···”
“심지어 이온 추진기를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에 장착한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가격이야 비싸겠지만 사거리는 어마어마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