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52
“EU 제재는 어떻습니까. 솔라퓨전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증시가 폭락해 서브프라임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그 칼날이 다른 나라로 향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하나같이 한국이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관료들도 같은 발언을 했다.
최근 일본은 한국의 국방력 강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레일건에 이온 추진기에 드론에···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일본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블랙메탈 배터리뿐으로, 이마저도 전기차에 국한되었다.
테라 발사체에 로봇을 싣는데 성공해 언옵테늄을 가져왔지만 그건 JAXA에서 기술을 전수한 답례일 뿐이었다.
다음의 발사체에선 일본의 로봇이 빠졌고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안드로이드 루시아가 발표되자 일본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미국이나 러시아, 독일 등이 받은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일본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제외하곤 인간형 로봇의 종주국이었고 그 지위를 한국에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신라그룹이 내놓은 안드로이드는 일본의 수준을 단숨에 장난감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렸다.
특히 일본 오타쿠들은 루시아 프리미엄이 출시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
―미국에 이어 독일도 출시할 예정이고 러시아마저 목록에 올라가 있는데 왜 우리는 빠진 거야?
―유지하가 일본을 싫어하는 게 분명해.
―우리가 뭘 했다고···
―협상하자고 초대해놓고 창고 사무실에 방치해뒀지. 설마 벌써 잊었어?
―그건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저지른 짓이잖아. 우리와는 관계없어.
―한국 인터넷에서는 루시아가 이쪽 웹을 훑다가 어마어마한 혐한자료를 확인했다는 글도 있어.
―온라인 서점에 올라가 있는 그 어마어마한 혐한서적 목록 어쩔 거야? 이래서야 완전히 미움 받잖아.
―한국에도 그런 책은 있어. 재일들아.
―일본처럼 코너를 만들 정도는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넷우익들 도움이 안 돼.
이러한 반응에 대해 일본 사회는 어차피 오타쿠들이니까···하며 넘겼지만 점차 의문을 품는 사람이 늘어났다.
―왜 한국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되지?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까진 없잖아?
―다케시마만 빼앗으면 뭐 유지하도 끝장이라고? 제발 우익들 망상 자제해라.
―차라리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완전히 인정하고 우호관계를 맺자. 동맹이 되면 신라그룹의 입장도 바뀔 거야.
하지만 일본에서 이런 의견은 소수였다.
50대 이상의 장년층은 대부분 한국을 동생으로 여기고 있었다.
사실이 그랬다.
일본이 고도성장을 이뤘던 70,80년대에 한국은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기술을 일본과 제휴해 배워갔고 현재 일본인이 한국에 가진 이미지도 대부분은 여기서 기인한다.
―한국? 가마우지 신세잖아. 일본이 한국을 부려서 먹이를 먹게 해주는 거야. 그러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최근에 들어서도 이런 인식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괘씸하다며 혼쭐을 내주자는 주장이 극우들 사이에서 대두되었다.
―신라그룹의 사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블랙메탈 원툴이야. 블랙메탈만 막아버리면 레일건에 이온 추진기, 언옵테늄과 핵융합까지 모조리 막아버릴 수 있어.
―독점 채광권은 1년 6개월 뒤면 끝나. 협상기간에 한국 내의 지일파 의원들을 움직이면 대단히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거야.
―호위함대를 동원해 다케시마 근처의 매장지만 확보하면 유지하도 항복할 수밖에 없을 거야.
―적으로 돌린 16억에 최근은 미국의 태도까지 심상치 않지. 신라그룹은 적이 너무 많아서 블랙메탈을 줄 곳은 없어.
―너희들 바보지? 러시아나 인도에도 블랙메탈은 얼마든지 있어. 괜히 미움만 사는 짓이야.
―시끄러우니까 입 닥쳐 재일.
이런 바보 같은 주장은 극우들의 것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다만 극우들이 유지하를 위험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일본 내부에선 이런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해보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뭐가 됐든 신라그룹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
그리하여 6월 초, 오자와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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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총리는 한국 정부와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곧장 신라그룹에 방문했다.
그는 유지하와 함께 윈드러너 전기차에 타고 큰 감명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과연 소문이 과소평가되었다는 걸 알겠습니다. 이건 드라이버가 모는 차 이상이군요.”
“과찬이십니다.”
“이 차, 일본서도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일본에 저희 법인이 없어서.”
수출해도 과연 팔릴지는 의문이었다.
일본인의 자존심은 유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성전자의 가전과 오리온 스마트폰이 전 세계를 휩쓸 때도 일본은 외면했다.
가격과 성능에서 상대가 되지 않음에도 일부러 일본산만 고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한국에 대한 은근한 멸시였다.
오자와 총리도 그걸 알기에 씁쓸하게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
잠시 후 둘은 따로 마련된 회의실에서 마주앉았다.
유지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이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은 한국 정부에도 통보됩니다.”
“당연합니다. 한국 정부의 의사 없이는 성립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럼 일본국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겠습니다. 우리는 신라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이에 필요한 조치는 모두 강구할 생각입니다.”
“좋은 말씀이시군요. 세 가지만 선언하시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세 가지 선언이란?”
“동해의 블랙메탈과 독도가 영구히 한국의 소유이며 일본은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첫 번째입니다.”
오자와 총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지는 걸로 봐서 생각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두 번째는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입니다. 유감, 통석의 념 같은 두루뭉술한 단어는 필요 없습니다. 차후 일본 정치인들이 이상한 말을 써도 곤란하겠고요.”
총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사실 처음에 오자와 총리가 방한한다고 했을 때 그는 이걸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국인의 육체를 쓰고 있을 뿐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마가 진지하게 권유했다.
“일본의 정식 사과를 받아낸 인물로 기록된다면 향후 통치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
딱히 타이틀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할 생각이었다.
총리는 한참 동안 말을 않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세 가지라고 했으니 일단 들어나 봅시다.”
“마지막은 일본의 남쪽 바다···그러니까 동중국해에 연한 센카쿠 열도에서 규슈까지 이어지는 바다의 군함 무통항해권입니다.”
군함의 무통항해권은 자기 바다로 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불가. 셋 다 불가한 조건입니다.”
“그러면 협상은 끝났군요. 잘 가십시오.”
유지하가 일어서자 오자와 총리는 너무 급한 나머지 그의 손을 잡고 말았다.
훌륭한 독재자의 표본
“만약에, 그걸 받아주면 어떻게 됩니까?”
“신라그룹은 일본을 미국과 비슷한 급으로 대우할 겁니다.”
순간적으로 오자와 총리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노년이라 부르기엔 이른 나이에 갑자기 숨이 차서는 아닐 것이다.
“비슷한 대우라는 말은···”
“윈드러너나 루시아 프리미엄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 레일건과 이온 추진기도 공급할 겁니다.”
“언옵테늄과 핵융합, 달 개발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무래도 한국과 같은 대우는 안 되겠지만 주요 참여국 정도로는 가능하겠죠. 그리고 차후에 신라그룹이 펼칠 사업에서도 1순위로 대우받게 되겠고요.”
내건 조건이 파격적인 만큼 대우도 파격적이었다.
오자와 총리는 YES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도저히 거절하고 싶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그는 일본인의 총의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이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한국 내부는 정리가 됐다는 뜻인가?
그에 반해 일본은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에 총리가 방한한 것도 신라그룹의 진의를 묻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즉, 여기에서 실질적으로 뭔가가 이뤄질 일은 없었다.
오자와 총리는 하나를 묻고 싶었다.
“유 회장. 일본과 한국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과거를 털어낼 수만 있다면 친구가 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일본이 최소한의 성의만 보여주면 됩니다.”
최소한의 성의치고는 비싼 것 같지만 반대급부는 그 이상이었다.
EU는 언옵테늄 하나를 어떻게 해보려다가 제재를 당하고 추정 수백 조 엔이 넘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내부갈등도 심각해서 다시는 예전의 EU로 돌아갈 수 없으리란 예측이 많았다.
상황이 그런데 굳이 신라그룹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적당히 자존심만 접으면 미래로 향하는 튼튼한 밧줄을 확보할 수 있는데?
···하지만 일본 내부의 반발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문제였다.
또한 자위대의 강경한 입장도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차라리 천황의 방한을 주선해볼까?
오자와 총리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 방법까지 동원했는데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는다면 정권이 위험해진다.
취임한지 2년도 안 됐는데 또 중의원 총선거를 치르고 싶진 않았다.
‘돌아가서 총의를 모을 수밖에 없나···’
이상한 일이다.
자신은 총리인데 전혀 일본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반해 눈앞의 잘생긴 기업가는 마치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가 세운 눈부신 업적 때문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뭔가 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자부심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자와 총리는 정리를 끝냈다.
“실례했습니다, 유 회장.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군요. 돌아가서 관료들과 논의해 보겠습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 부디 잘 되기를 바랍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마지막으로 드리는 부탁입니다만, 솔라퓨전을 견학할 수 있겠습니까? 이온빔 핵융합이라는 것을 눈에 담아두고 싶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총리는 곧장 솔라퓨전에 안내되어 안용훈 소장의 설명을 들었다.
“이온빔 핵융합로란 것은 다중 가속기를 통해 연료 펠릿에 이온빔을 쏴 내파효과를 일으켜 플라즈마를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일반인이 듣기에 설명은 나쁘지 않았지만 총리의 눈과 귀는 기술실증용 핵융합로와 주변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뭔가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군.’
이쪽은 갓 태어난 어린아이나 다름없으니까, 시끄럽게 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총리가 보기에 일본의 핵융합로와는 근본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정례적인 실험과 데이터만 뽑고 있는 일본에 비하면 확실히 활기찼다.
그게 결과를 보증하지는 않지만 어느 쪽이 더 가능성 있는가하고 물으면 누구나 이쪽을 고를 것이다.
심지어 여기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이라 평가되는 루시아가 있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연구진들이 바쁘게 이온빔 가속기를 조정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과 입가에 새겨진 미소에서 뭔가 태어날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은 그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런 곳에 우리 연구진을 들여보낼 수 있다면···’
정말 많은 것을 배워올 것 같았다.
오자와 총리는 남들 모르게 한숨을 내쉬곤 유지하 회장에게 살짝 허리를 굽혔다.
“견학 잘 했습니다. 일본에 돌아가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방한일정은 거기에서 끝났다.
하지만 진짜는 일본에 돌아가면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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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총리의 방한 내용이 일본 내에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비밀리에 각계의 의견을 들으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다.
한국이 내건 조건과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인터넷과 지상파를 점령했다.
내용을 알게 된 다수의 일본인들은 엄청난 거부감을 보였다.
―블랙메탈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케시마를 영구히 포기하라고? 말도 안 된다!
―무해통항권은 대체 뭐냐. 일본의 바다를 포기하는 오자와 정권은 비국민인가!
―계속해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에 지쳤다. 단교가 답이다.
조건에는 있지도 않은 보상은 극우들의 작품이었고 그게 먹혀들었다.
자위대에서는 3항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여러 단체에서도 반대성명을 냈다.
그에 반해 일부 식자층에선 그 정도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발 흥분을 가라앉히고 건설적으로 생각하자. 실질적으로 우리가 잃는 것은 바다를 빌려주는 것뿐이다.
―레일건과 핵융합 기술까지 공유하겠다고 하지 않은가? 미국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특히 언옵테늄이 문제다. 이 물질은 일본 단독으로 얻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단가가 너무 높아져서 의미가 없다. 일본이 언옵테늄 생태계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
일본 재계에서도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자동차 연합으로선 가급적 일이 평화롭게 해결되었으면 한다.
―신라그룹의 도움이 있다면 일본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런 의견은 쉽게 주목받지 못했다.
원래 자극적인 주장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법.
일본 내에서는 반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어떻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발한 것이다.
이런 토양이 형성되자 극우들이 열심히 비료를 뿌렸다.
―재일들을 추방하고 한국과 단교하자! 일본은 더 이상 손해를 봐선 안 된다.
―그냥 한국과 관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통화 스와프도 일절 사절이야.
―이참에 일본도 핵을 가져야 돼. 그거면 레일건이나 이온 추진기 등은 우스워져.
일본의 이런 태도는 한국에도 알려져 상당히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저 새끼들 또 또 날조하는 거 봐라. 보상은 조건에도 없는데 왜 지랄이지?
―생각해보면 열 받네? 애초에 독도하고 블랙메탈은 우리 거고 진실한 사과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고 무통항해밖에 없는데?
―지들 말대로 단교하자고 해. 대신 블랙메탈 드론 인공지능 이온 추진기 핵융합 언옵테늄 달 개발에서 아예 배제하고.
―그냥 서로 신경 끄고 살자. 앞으로 뭘하든 간섭하지 말고.
예전에 비해서는 한국의 분위기도 약간 달라졌다.
유지하의 등장으로 몇몇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것이다.
단교하고 제 갈길 가자는 목소리도 상당히 힘을 얻었다.
일부에선 대일무역 적자를 들이대며 이건 어떻게 할 거냐고 주장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적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되었다.
한국 정부는 유감이라는 코멘트를 남겼고 일본 정부는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이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앞으로 2년, 3년만 지나면 한국의 군사력은 급성장하게 된다. 사거리 500km이상의 레일건, 이온 추진기를 장착한 잠수함과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일본의 전력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대칭 전력이다. 오로지 이것만이 일본국을 지킬 수 있다.
비대칭 전력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무엇일까?
마침 원자력 연구소에서 핵개발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보고서가 총리실로 들어갔다.
“9개월···늦어도 1년 안에 첫 핵실험인가···”
비서진이 조언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의 태도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로비만 제대로 한다면 크게 반대하진 않을 겁니다.”
“EU와 중국 또한 한국에 반감이 매우 큽니다. 일본이 한국에 대립각을 세워준다면 큰 제재는 없을 테지요.”
“러시아와 인도, 독일 정도의 반발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자와 총리는 깊게 고뇌했다.
유지하 회장은 일본과 한국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어려운 것 같다.
얼마 후 총리실에서 플루토늄 농축 지시가 떨어졌다.
그리고 유지하는 그 모든 것을 아르마에게서 보고받고 있었다.
“일본이 플루토늄을 농축하고 있으며 미국은 그걸 방관하는 중입니다.”
“플랜B로 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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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안트론이라는 물질입니까?”
“안용훈 소장과 루시아가 개발한 원소죠. 안티 뉴트론이라는 이름대로, 중성자의 움직임을 억제합니다.”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입니까?”
“이 물질이 기폭되면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원자로는 작동이 멈추겠고, 핵미사일은 고철이 되죠.”
“···”
조형근 대통령은 할 말을 잃고 연구실의 모니터를 바라봤다.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해서 왔는데 이런 것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모니터엔 이온빔이 가속기를 통해 조사되며 펠릿에 부딪칠 때의 상황이 간략한 모식도로 나타나 있었다.
안용훈 박사의 설명이 곁들어졌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중수소와 헬륨3를 연료로 하는 펠릿이 가열되면 양성자선과 중성자선을 내뿜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식도에선 양성자만 있죠. 그러니까···”
“중성자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 핵반응이 억제된다? 핵분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자세한 건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겠죠.”
“사실 이건 루시아가 만든 원소나 다름없습니다. 블랙메탈은 특수한 조건에서 다양한 상전이를 거치는데, 그 중 하나가 안트론입니다. 루시아가 이론상 이런 물질도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고, 정확히 들어맞았죠.”
“무안단물도 아니고 무슨 그런 물질이 있답니까?”
조형근의 투덜거림도 이해할 만하다.
장갑재로도 쓰이고 배터리를 만들 수 있고 이온 추진기에 들어가는데다가 이제는 핵반응까지 억제한단다.
만능물질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유지하의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었다.
플레이그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체반응을 복제한 것뿐이니까.
그리고 세틀러호엔 많은 기술과 개념이 있지만 당장 꺼낼 수 없는 종류뿐이었다.
예를 들면 중력자 레이더.
이 시대에도 중력자는 검출되었고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중력자 레이더는 그런 연구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었다.
지금 꺼냈다간 진지하게 외계인이 아니냐며 의심받을 것이다.
양자통신과 다이아 반도체, 배양육 기술은 그나마 꺼낼 만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