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61
“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뿐 아니라 밥 짓는 아낙, 청금석을 캐는 소년, 심지어 과일을 따는 소녀까지 모두 자랑스러운 무자헤딘이다. 그 점 잊지 말도록 해라.”
“마사드님···제 부모님은 탈레반에 끌려가셨다가 돌아가셨어요···그런데 어떻게 그분들을 잊고 한국에 갈 수 있을까요?”
“네 마음 안다. 내 아버지께서도 이 땅에 잠드셨지. 우린 이 땅에서 태어났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의 발언에서는 탈레반에 대한 증오보다는 고향을 사수하려는 태도가 드러났다.
유지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10년 후에 복귀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습니다. 그리고 파티마 양이 우리를 따라온다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겁니다.”
대가···
파티마는 물론 유지하에 대해 잘 몰랐지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모든 국가가 발을 끊은 이 곳에 직접 왔다는 것은 그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복수를 해줄 수 있을까?
“···제 가치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포기한 듯한 말에 아흐마드가 나섰다.
“파티마, 그럴 필요 없다. 우리는 너를 팔아서 탈레반과 싸우고자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녀의 황금색 눈은 유지하를 직시하고 있었다.
꼭 다물려진 입술에서 결연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답해 주세요. 제가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해주실 수 있죠?”
유지하는 그녀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무엇을 원합니까?”
“복수. 내 부모님을 죽인 탈레반의 종말을 원해요.”
“그건 좀 어렵겠군요.”
“···”
“다만 카불을 되찾을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죠.”
“설마···”
암룰라 살레가 테이블을 짚고 흥분해 일어섰다.
“불가능합니다. 하미드 공항에 전차와 장갑차가 100대 이상 들어와 있어요. 5천 명이 넘는 탈레반이 주둔하고 있단 말입니다.”
카불 탈환은 국민저항전선의 염원이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불가능하다는 말 참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남자라는 비웃음 아닌 비웃음을 듣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긴 하지.
유지하는 건물 밖으로 고갯짓을 했다.
“갑시다. 제가 가지고 온 것을 보여드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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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하의 지시가 내려지자 미리 저궤도에 대기하고 있던 시비리 위성이 무장포드를 사출했다.
이 무장포드는 일직선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빠르게 하강했다.
그리고 바그람 공군기지 상공에서 검은 컨테이너를 줄줄이 토해놓았다.
하늘에서 낙하산이 펼쳐지자 저항군 전사들이 깜짝 놀랐다.
누군가의 공습인 줄 알았던 것이다.
아흐마드가 앞서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괜찮소! 괜찮아! 우리 편이오!”
그는 언젠가 사우디에서 구입한 전투형 드론들이 아덴에서 후티 반군과 싸우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드론들은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만약 자신들이 드론을 상대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흐마드는 자신 있게 드론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드론들이, 바로 지금 컨테이너에 실려서 내려오고 있었다.
뒤늦게 설명을 들은 전사들이 알라를 외치며 달려갔다.
컨테이너에서 수백 대의 전투형 드론이 줄줄이 튀어 나왔다.
아흐마드는 반가워하다가 멈칫했다.
아덴에서 본 드론보다 더 크고 육중해진 것 같았다.
유지하가 옆에 와서 말했다.
“아덴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량한 녀석입니다. 방탄성능이 강화되었고 블레이드에 맞아도 추락하지 않습니다. 화력도 증강되었고요. 그 총으로 쏴보시겠습니까?”
그는 깜짝 놀랐다.
“AK로 말입니까? 아무리 블랙메탈이라고 해도 일개 드론인데···”
“그 드론이 어떻게 아덴 전투를 성공으로 이끌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쏘세요.”
저항군 전사들이 일렬로 서서 소총을 들어올렸다.
타타탕!
수십 발이 명중했지만 목표가 된 드론은 휘청하기만 했을 뿐 떨어지지 않았다.
엄청난 방탄성능에 전사들이 혀를 내둘렀다.
한편 녀석의 동체 LED가 붉은 색으로 바뀌는 것을 본 아흐마드는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아덴에서도 저 붉은 빛만 보이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죽어나가곤 했다.
유지하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CDS-1A의 피아식별 알고리즘은 완벽하니까요. 여러분과 탈레반은 얼마든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우리한테 주는 겁니까? 이렇게 비싼 무기를···”
“카불을 탈환하십시오. 이 녀석들이 앞장서서 싸울 겁니다.”
아흐마드는 유지하의 말에 감격했지만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전투형 드론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전차와 장갑차에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에 대한 해결책도 준비되어 있었다.
유지하는 아르마를 불러 물었다.
“카불 상공을 도는 위성이 있나?”
“미국의 위성은 궤도 수정 중입니다. 중국 위성과 러시아 위성이 3시간, 6시간 뒤에 이곳을 촬영합니다.”
“중국 위성은 없애버리고 러시아 위성은 잠시 통신 교란시켜서 못 보게 해.”
“알겠습니다. 뭘 보낼까요?”
“타란튤라. 제대로 수리됐는지 한 번 보자고.”
그의 지시가 내려지자 시비리 위성에서 에테르 레이저가 쏟아졌다.
아이언 빔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력에 중국의 정찰위성이 한 방에 증발해 사라졌다.
그리고 시비리 위성의 덮개가 덜컹 열리며 무장포드가 사출되었다.
타란튤라가 탑재된 포드가 플라즈마에 휩싸여 대기권에 진입했다.
목적지는 카불의 하미드 공항이었다.
목적은 말살
타란튤라는 인류연합에서 만든 보병지원 전차다.
작은 건물만 한 이 녀석은 리빙메탈 동체에 자가복구 기능까지 있어 매우 튼튼하다.
플라즈마 실드는 최후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질량체를 막아낸다.
또한 세틀러호의 중력자 레이더 신호를 수신하는 기능이 있어 매우 넓은 범위의 적을 모조리 포착할 수 있다.
무장 면에서는 다소 빈약한데 에테르 레이저 포대와 리플렉터 비트, 그리고 레일건을 2문씩 장비했다.
만들어진 목적이 시가지 전용 보병지원 전차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타란튤라의 진짜 장점은 기동성으로, 자체 인공지능과 중력자 레이더의 결합으로 대부분의 위협요소를 회피한다.
녀석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공격을 피하는 걸 보면 살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심지어 고출력 이온 추진기까지 탑재하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비행도 가능했다.
동체를 변형시켜 양력을 만들어 비행하는 걸 보면 로켓이 따로 없다.
그 타란튤라가 탑재된 무장포드가 하미드 국제공항 상공에서 속도를 줄이더니 역분사를 시작했다.
이윽고 거미 형태의 금속 괴물이 무장포드를 열고 뛰쳐나왔다.
콰직.
녀석이 착륙한 곳은 로터와 블레이드가 분리되어 쓸 수 없는 헬기 바로 위였다.
두터운 장갑이 쿠킹 호일처럼 뭉개졌고 녀석은 데이터링크를 통해 주변의 중력자를 탐색했다.
그 중에서 탈레반을 구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목표 포착, E모드로 변경」
E는 Exterminate의 약자다.
탈레반의 말살을 목표로 타란튤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괴물은 뭐야!”
“일단 쏘고 봐!”
공항에 주둔하고 있던 탈레반들이 뒤늦게 녀석을 알아차렸다.
미국이나 러시아의 신무기치고는 지나치게 기괴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금속으로 이뤄진 이상 AK나 RPG-7로 쏴대다 보면 언젠가는 박살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들이 치러온 지하드가 증명하듯이.
“쏴라!”
타타타타―!
수백 발의 총알이 쏟아졌지만 타란튤라는 피하지 않고 맞았다.
자체 알고리즘으로 별개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리플렉터 비트 사출」
대신 녀석은 사방에 리플렉터 비트를 쏘아 올리며 에테르 크리스탈을 충전했다.
포대에서 황금색 빛이 점멸하는 순간,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이 레이저는 리플렉터 비트에 반사되어 전 방위를 향하여 발사되었다.
최대한 화력을 낮추었음에도 피육으로 이뤄진 몸이 꿰뚫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컥···”
수십 명의 탈레반이 정확히 심장을 꿰뚫리곤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들이 쓰러지자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먼지구름이 일더니 장갑차 여러 대와 전차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타란튤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위협요소를 분석해냈다.
「20mm 철갑탄, 105mm 고폭탄」
기이잉―
전차가 멈추며 주포가 녀석을 조준한 순간, 타란튤라는 폴짝 뛰어올랐다.
옆의 장갑차에 탑승한 운전자는 녀석이 떨어지는 1초도 안 되는 순간까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저건 대체 뭐하는···”
쿵!
타란튤라가 장갑차 위에 내려앉자 빈약한 상부구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탑승자 세 명은 찍소리도 못하고 압사했고 다리가 슬쩍 움직이더니 옆의 장갑차가 훌러덩 넘어갔다.
전차의 주포가 다시 움직였지만 너무 느렸다.
녀석은 다리를 움직여 전차의 포탑을 힘 있게 붙잡았다.
그그그극―
마치 철판을 돌멩이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10톤이 족히 넘어가는 포탑이 분리되어 나뒹굴었다.
흠···대충 이렇게 생겼군.
여러 개의 렌즈가 구조를 살피는 동안 탈레반 두 명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거미 형태의 괴물을 보고 있었다.
“으, 으···”
“으아아악!”
급기야 비명이 터져 나왔고 타란튤라는 둘을 꺼내 집어던졌다.
상황이 이쯤 되자 공항 주둔군은 물론이고 카불에 있던 탈레반 전체가 이 괴물의 존재에 대해 눈치 챘다.
일부는 칸다하르에 주둔하고 있는 본부에 연락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통신이 되지 않았다.
시비리 위성이 주변의 모든 통신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타란튤라는 수십 대의 전차부대와 마주했다.
아마도 카불에 현존하는 모든 전차를 끌고 온 것 같았다.
전차의 주포가 녀석을 조준했고 일제히 포탄을 쏘았다.
하지만 타란튤라는 그것들의 위협수준을 판단했는지라 움직이지 않았다.
별거 아니니까 플라즈마 실드로 막으면 된다고 여긴 것이다.
그 판단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수십 발의 포탄이 푸른 벽을 넘어가지 못하고 멈추더니 툭툭 떨어졌다.
「반격 개시」
레일건 2문이 탄자를 쏟아냈다.
1분에 10여 발도 아니고 기관포처럼 탄자를 뿌리자 수십 대의 전차가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다.
발사음과 충격에 흙먼지가 가득 솟아올랐고 포탑과 엔진까지 관통당한 전차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탈레반들이 해치를 열고 뛰쳐나왔으나 레이저의 먹잇감이 되었다.
“크허으윽!”
그렇게 카불에 주둔하고 있던 탈레반들의 숫자가 계속 줄었다.
타란튤라가 투입된 지 30분도 되지 않아 500개의 중력자 포인트가 사라지더니 1시간쯤 지나자 1,000개 이상이 없어졌다.
이쯤 되자 탈레반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론 진짜 도망치는 것은 아니었다.
소련과 미국이 쳐들어왔을 때처럼, 근교의 거점으로 후퇴해 재정비하고 험악한 산지에 숨어서 때를 기다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타란튤라는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중력자 레이더로 모두 보고 있다가 레일건과 레이저를 연사해 족족 쏘아 죽였다.
최종적으로 녀석을 목격하고 달아나는데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카불 내의 탈레반 숫자가 절반으로 줄자 새로운 명령이 내려졌다.
「임무 완료, 철수 개시」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던 저항군들이 드론을 앞세워서 몰려들고 있었다.
정체를 보여줄 순 없으니 예상보다 빨리 철수할 수밖에.
타란튤라는 공중으로 펄쩍 뛰더니 이온 추진기를 작동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상공에 대기하고 있던 무장포드가 녀석을 수납해 그대로 대기권을 돌파했다.
저궤도에 내려와 있던 시비리 위성이 무장포드를 탑재하고 다시 정지궤도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두꺼운 빛의 기둥이 칸다하르의 한 건물을 박살냈다.
탈레반을 이끌던 실질적인 수장과 그 측근들이 한꺼번에 몰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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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마드 마사드를 위시한 전사들은 드론과 함께 카불 시내에 진입하곤 크게 놀랐다.
“이게 뭐야···”
도처에 널린 시체와 고철덩이는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이 짧은 시간에 이만한 전력을 소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처참한 광경은 환상이 아닌 진실이었다.
“마사드 사령관, 모두 죽었습니다!”
“주민들은 겁에 질려 나오지 않고 있고, 움직이는 차량은 없습니다!”
아흐마드는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며 묵묵히 카불 시내를 행진했다.
그의 주위에서 맴돌던 드론들이 날아가자 어김없이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쯤 되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는 전쟁은 결코 이런 것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저격수의 총탄과 로켓이 날아들고 고개 한 번 제대로 내밀 수 없는.
그러면서도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것이 바로 전쟁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기업가가 저지른 전쟁은 완전히 궤가 달랐다.
“이런 건 전쟁이 아니야···”
일방적인 학살.
대체 무엇이 투입되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드론은 확실히 잘 싸우긴 하지만 저런 장갑차량을 뒤집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공항에서 포탑이 분리된 전차가 발견되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흐마드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걸 바라보며 말했다.
“숙부님. 대체 뭐에 당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짐작조차 가지 않는군. 최소한 내가 아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무기는 아니야.”
“폭발흔이 없는 걸로 봐서 로켓에 당한 건 아니군요.”
“내가 보기에도 그래. 마치 커다란 괴물이 잡아 뜯은 것 같군.”
너무 황당한 이야기다.
아흐마드는 전투 흔적을 보며 이 사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건 함부로 입을 놀려선 안 되는 사안이다.
어쩌면 탈레반보다 중요한 비밀일 수도 있었다.
저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 비밀을 유출한 사람을 그냥 놔두겠는가?
그는 숙부에게 빠르게 말했다.
“모든 전사에게 전달하십시오. 오늘 본 것은 절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어차피 우리 처지에 외부와 연락하는 건 어렵지만, 네 뜻대로 하마.”
아흐마드는 유지하가 주고 간 명함을 소중히 간직했다.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지만 그럴 일이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우리는 적이 아니라는 걸 최대한 각인시키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건 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
카불의 시민들은 미군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라 이슬람 극단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순양함이 아니라 구축함
2028년 2월 첫째 주는 한국 해군, 아니 한국 전체에 있어 상당히 경사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신형 레일건 장착 구축함 김구급 1번함 김구함이 진수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구축함은 한국에선 만재배수량 기준 1만 톤 내외라고 주장했지만 그걸 믿는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선 15,000톤으로 추정했고 인공위성으로 파악한 건조 사진도 대강 들어맞았다.
특히 일본이 이 구축함에 심하게 집착했는데, 레일건을 2문이나 장착한다는 당초의 모델 때문이었다.
―가스터빈 4기로 레일건 2문을 쓴다는 건 불가능의 영역이다. 대체 뭐하는 배냐?
―심지어 아이언 빔 해상형까지 장착했다···이제 저 구축함은 공방일체의 무적함이 되어버렸다고.
―대만 공역에서의 성과를 추측했을 때 초고속 대함유도탄을 쏟아 붓지 않으면 절대 아이언 빔을 뚫을 수 없다.
―조기경보통제기는? 그게 없으면 초장거리에서 사격제원을 산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피스아이 중고를 도입하기로 결정이 났고 2월 안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온 추진기도 문제다. 스펙시트에 적힌 최대 30노트는 위장이란 소문이 있다. 고속에 적합한 함형으로 봐서 50노트 가까이 나올지도 모른다.
―50노트? 순양함이 아니라 고속정이었나?
하여튼 김구함은 여러모로 일본의 골치를 썩게 만드는 존재였다.
딱히 대항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한데.
해상자위대 전략연구소에서는 4식 대함유도탄을 수십 발 쏟아 부어 격침시킨다는 대처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미사일이 아이언 빔을 뚫을 수 있을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김구함이 단독작전을 맡는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함대와 동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지스함의 함대방공과 아이언 빔을 뚫지 못한다면 격침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