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62
일본 내부에선 왜 대결만 하려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일전에 유지하가 건 조건이 있지 않나? 바다만 빌려주면 된다. 그 레일건과 아이언 빔이 우리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총리가 고개 한 번 숙이고 천황이 방한해 화해의 기류를 조성하면 굳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언옵테늄 안 쓸 거냐? 총리가 유지하와 악수 한 번만 하면 차세대 신칸센은 자기부상열차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소수였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언론에서 왜곡해서 보도한 레일건과 아이언 빔에 심각한 안보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이 한 번도 일본에 위협적인 스탠스를 보여준 적이 없음에도.
그리하여 2월 5일, 일본 열도 전체가 김구함의 진수식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일본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넓은 바다를 낀 국가는 대부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개 구축함의 진수에 이렇듯 많은 관심이 쏟아진 적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원래 이 배는 2월이 아니라 5월 경에 진수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형근 대통령이 신라중공업 조선소에 직접 찾아와 독려하고 해군에 빠른 건조를 위한 협조를 아끼지 말라는 지시를 하는 바람에 일정이 대폭 앞당겨졌다.
해군에서는 신형 플랫폼인 만큼 어떤 결함이 나올지 몰라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대통령의 닦달에 눈물을 머금고 일정을 앞당겼다.
덕분에 통영 조선소에서는 철야가 일상화되었고 심하면 QC까지 생략되기도 했다.
하반기에 레일건 구축함을 전력화시키려는 의도였다.
그 모든 것의 결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조형근 대통령은 감격한 표정으로 샴페인 병을 들었다가 보좌진의 만류에 내려놓아야 했다.
“대통령님, 샴페인을 깨트리는 건 원래 여성의 몫입니다.”
“아, 그랬나? 남자가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뭐 여기선 양보하지.”
영부인이 샴페인 병을 함수에 부딪쳐 깨드리자 박이 퍼퍼펑 터지며 색종이가 허공에 흩날렸다.
이윽고 레일건 구축함이 레일에 미끄러져 바다에 풍덩 빠졌다가 쑥 튀어나왔다.
“김구함이 진수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 귀빈들께서는 힘찬 박수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수식이 끝나자 조형근 대통령은 유지하와 조선소 사장을 불렀다.
“언제 전력화가 될 것 같습니까?”
“시운전 기간도 있어서 내년은 되어야···”
그간 VIP의 특별지시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시달렸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래요? 그러면 안 되는데.”
추가로 부정적인 입장을 어필하려던 사장은 유지하가 눈치를 주자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전투함의 임무를 고려하면 일부 의장은 생략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지요? 뭐 대단한 장식이 필요 있나. 그냥 실전에 투입해서 고치면 되지.”
“실전이라고요?”
사장이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이는데 조형근 대통령이 유지하를 따로 불렀다.
“6월 말까지 해군에 인도가 끝나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철야를 해서라도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6월은 북진의 데드라인이다.
그 이상 시간을 끌면 현재 혹독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육군이 지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이 북부전구의 병력을 상당수 빼서 베이징 폭동 진압에 투입했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한국의 이런 움직임은 언론은 물론이고 야당과 미국의 우려까지 낳고 있었다.
북한도 거기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다.
―공화국은 중국과는 다르다. 언제든지 주체의 핵탄을 남조선에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경거망동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반응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NCM탄을 확보한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제 고철에 불과했다.
한국이 진짜 신경을 쓰는 것은 최근 일본의 태도였다.
조형근 대통령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핵실험을 강행할 것 같단 말이지.”
유지하는 몰랐다는 어조로 물었다.
“핵실험을요? 언제 그만큼 진행했답니까?”
“아, 유 회장은 잘 모르겠군요. 플루토늄 농축한 게 좀 됐어요. 지금쯤은 시뮬레이션도 거의 끝났을 거고 직접 기폭실험을 하는 단계일 겁니다.”
“그거 큰일이군요. 우리가 아니라 일본 쪽이 말입니다.”
일본이 핵개발에 성공할 경우 세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른 국가의 반응이나 제재는 큰 의미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일본은 그 모든 것을 각오한 상태였다.
문제는 미국이다.
플루토늄 농축과 시뮬레이션은 눈감아주었지만 그 이상을 허락할 가능성은 낮았다.
일본의 핵개발은 한국의 핵개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다만 그건 한국 입장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였다.
“보좌진들이 시나리오를 좀 짜봤는데, 만약 일본이 핵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이 제재는 하겠지만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국의 전력 균형이 깨지는 걸 우려하는 거군요.”
“그렇지요. 일본에는 레일건도 이온 추진기도 아이언 빔도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는 일본이 핵실험에 성공하면 우리 원전에 IAEA 조사관들이 들이닥쳐서 철저히 감시하겠네요.”
“시비가 걸릴만한 건 하나도 없지만 조사관들이 상주하면 큰 부담이 됩니다.”
일본은 허락하지만 한국은 안 된다.
이게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는 일본이 핵실험에 성공한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유지하는 주위를 둘러보곤 속닥속닥했다.
“대통령님, NCM탄두는 사이즈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허···잘하면 레일건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겠습니다?”
“안될 거 없지요. 절연체로 감싸서 기폭시키면 소규모 핵실험은 저지할 수 있습니다.”
“흠···”
조형근 대통령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미사일을 동원하면 바로 들키지만 레일건 탄자는 너무 작아서 포착이 불가능했다.
NCM탄을 드러내지 않고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소리야 나겠지만 원거리에서 카메라로 관측할 텐데 알게 뭔가.
“정확한 핵실험 날짜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겠군요.”
“국정원의 정보력을 총동원하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저는 시운전 중에 레일건을 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일본의 핵실험은 처음이기에 북한과 달리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쪽의 정보력이면 충분히 가능하고 국정원에 슬쩍 알려주면 된다.
어디 정보기관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는지 의아해 하겠지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른다.
상식적으로 국정원 요원들에 둘러싸여 있다시피 한 유지하가 그랬다고는 의심조차 하지 않을 테고.
평소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대통령의 입이 겨우 떨어졌다.
“좋습니다. 해봅시다.”
“남의 테스트에 끼어서 우리 테스트까지 하니 좋지 않습니까? 잘 될 겁니다.”
“그게 더 마음에 드는군요. 같이 테스트를 한다라···”
한쪽은 실패하고 한쪽은 성공한다.
누가 성공할 것인지는 결과가 나와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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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핵개발은 꽤 많은 국가에서 눈치 챈 상태였다.
갑자기 IAEA의 카메라를 가리고 사찰을 거부하는 등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니 모를 수가 없다.
상당수 국가들이 외교적인 수사로 중단을 촉구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할 수도 없는 것이, 안 그래도 양안전쟁으로 세계 경체가 휘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 연구소에선 중국에 이어 일본의 경제까지 박살나면 대공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국 열쇠는 미국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일본의 핵개발에 참으로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겉으로는 대사를 호출하고 국방부 장관을 보내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실질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각국의 정보기관은 이렇게 해석했다.
―미국 입장에선 동아시아의 파워밸런스가 흔들리는 건 바라는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 몇 가지 무기체계로 일본을 곤란에 빠트리고 있다. 미국이 개입하기는 곤란하니 일본의 핵개발을 방관하는 것.
―만약 일본의 핵무장 선에서 끝난다면, 미국은 그걸 용납할지도 모른다.
한편 미국 내에선 일본의 핵개발이 멈출 수 없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보고가 자주 올라왔다.
―백악관의 애매한 태도 때문에 일본은 핵실험만 남겨두고 있다. 이제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패한다면 모를까 성공한다면 일본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경우 일본은 반드시 상임이사국이 되려 할 것이다. 한국에 이를 가는 유럽이 전격적으로 찬성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논의가 오가는 도중에도 일본은 착실히 핵개발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인 기폭은 사가현에 위치한 히라시마에 실험장을 만들어서 하기로 했다.
일본은 필사적으로 이를 숨겼으나 미국의 정보망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백악관 인사들은 한국의 지도를 보며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다.
“한국의 군사력이 너무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최근에는 이온 추진기를 장착하는 신형 스텔스기까지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양안전쟁의 사례를 봤을 때 레일건 구축함이 5척만 있어도 해자대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
매킨리 대통령은 화면을 넘겨서 김구급 구축함 모델을 바라봤다.
위성으로 촬영한 결과 기존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보다 더 크고 육중했다.
심지어 줌왈트급에 비해서도 밀리지 않는 덩치를 자랑했다.
“저 덩치로 구축함이라고? 우길 걸 우겨야지.”
“정보국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핵심구역이 블랙메탈로 도배되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레일건 2문을 최대사거리에서 동시에 쏘는 것은 어렵고, 사거리를 낮추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상형 아이언 빔과 레일건 병행사용은 불가능하지만 10개 이상의 목표물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함미사일 세례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보고를 들을수록 뭐 이런 미친 물건이 나왔나 한탄이 나올 정도였다.
당초 한국이 신형 레일건 플랫폼을 건조한다고 했을 때 백악관은 잘해야 줌왈트급 다운그레이드가 나올 거라 예상했다.
한국 해군의 예산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잠수함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획을 취소시키고 경항모까지 버리는 강수를 두었다.
레일건에 해군의 미래를 건 것이다.
그 결과 추정배수량 1만 5천 톤에 레일건 2문, 아이언 빔 방공시스템을 탑재한 추정속도 50노트의 미친 배가 나와 버렸다.
“무슨 수로 이걸 상대하지?”
“항모전단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오. 한국이 미치지 않는 이상 우릴 적대시할 리가 없지 않소? 다른 국가의 경우를 말하는 거요.”
“글쎄요···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쏟아 붓는 수밖에 없습니다. 격침될 때까지요.”
보좌진들의 발언에 매킨리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만에서 아이언 빔의 성능을 직접 확인한 당신들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요?”
중국의 J-20 스텔스기까지 떨구는 바람에 대만에선 난리도 아니었다.
한 대를 몰래 빼돌려서 뜯어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신라그룹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뜯으면 더 이상의 협력은 없다고 경고했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서 뜯어볼 수가 없었다.
미국이 무기를 수출하며 했던 짓을 일개 기업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매킨리 대통령은 인상을 쓴 채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겼다.
“러시아와 한국이 개발한다는 이 무인 스텔스기···어떻게 협업하기로 되어 있소?”
“동체설계와 항전장비, 스텔스는 러시아가 맡고 이온 추진기와 무장시스템, 알고리즘은 한국이 맡기로 한 것 같습니다.”
“예상성능은? 어렵다는 건 알지만 최대한 예측해보시오.”
“다른 건 몰라도 최대속력과 항속거리는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공중급유 없이 1만 km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테라 발사체의 이온 추진기 성능을 생각해보면 항시 슈퍼크루징이 가능할 겁니다.”
“여객기에 먼저 쓰지 않고 군사용부터 채택하는군. 그것도 하필 무인기라.”
미국도 무인기에 한해서는 세계에서 손꼽히지만 그건 조종사가 담당한다.
완전히 자율적으로 작전에 임하는 무인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고, 실제 개발도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이 거기에 발을 들였다니.
루시아를 동원하는 모양인데 한국 내에선 인공지능을 인정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매킨리 대통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이 발작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한국에선 이 모든 것이 북한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무기체계죠.”
“이쯤에서 일본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대통령님.”
물론 매킨리 대통령은 보좌진들이 로비스트들과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역시 이번만은 일본에 주도권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태평양 전략에 있어 일본이 1선을 맡아주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만과 같은 2선인데 군사력을 과도하게 증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았다.
“UN이 압력을 넣고 있소. 일본인 총장을 사퇴시키고 사찰에 들어갈 기세요.”
“일본은 IAEA에서 탈퇴하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겁니다.”
“핵실험에서 성공하고 물밑접촉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만약 이번 실험에 실패한다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니겠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인 모두가 핵개발에 찬성하는 것 같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핵을 두 번이나 맞은 나라였기에 근원적인 공포심이 존재하고 실험에 실패할 경우 반대여론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또 실험이 끝나면 위치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그때부터는 온갖 언론과 환경단체가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러니 일본이 가진 기회는 한 번이었다.
대통령은 결정을 내렸다.
“일본이 성공할 경우 몇몇 품목에 한해 제재를 하기로 하지.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제재기간이 결정될 거요. 그리고 일본의 핵탄두 수량도 협상으로 제한하겠소.”
험프리 보좌관이 물었다.
“만약 실패하면 어떻게 합니까?”
매킨리 대통령은 일본 지도를 바라봤다.
“다시는 핵개발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겠지. 우리가 아니라 세계가 그렇게 만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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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 히라시마.
이 작은 섬에 언젠가부터 해상자위대 소속의 군함과 정체불명의 화물을 실은 선박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근처 섬의 몇 안 되는 주민들은 철저히 함구할 것을 지시받았고 입을 다물었다.
잘은 몰라도 나라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가보다,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히라시마 지하에 소규모 핵실험장이 들어섰다.
굳이 한국과 가까운 이 섬에 실험장을 마련한 이유는 지진파 때문이었다.
핵실험을 할 경우 지진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한국은 이게 통상적인 지진이 아니란 걸 알아챌 테니까.
일본은 한국이 뒤늦게 정보를 입수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실험을 하는 즉시 알아차리고 일본에 항의를 해야 했다.
핵보유국이 된 일본은 한국의 항의 따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시뮬레이션은 끝났고 실험만 남았다.
―모든 과정이 완벽하다. 북한도 성공했는데 일본이 실패할 리 없다.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겠지만, 한국은 가지지 못할 것이다.
이번 핵개발 관계자들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심하게 실험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에 정보가 새어나가는 등 실수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제 말은 달리기 시작했고, 일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험을 성공시켜야 했다.
그리하여 2월 15일.
해상자위대에서 다수의 군함을 동원해 히라시마 근처의 바다를 철저히 봉쇄했다.
오자와 총리를 포함한 극소수의 과학자와 해군관계자들이 이즈모급 헬기모함에 탑승한 채로 멀찍이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봤다.
그리고 같은 시기 김구급 구축함이 시운전을 위해 최대속도로 대한해협을 항해하고 있었다.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테스트는 같이 합시다
보통 군함의 시운전은 세부절차가 정확히 나눠져 있으며, 관계자가 탑승해 항목별로 엄격한 테스트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항목은 엔진의 출력부터 시작해 파이프라인, 전기 배전, 타력 등 한두 개가 아니었고 시운전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그러나 김구급 구축함은 모든 일정을 딱 두 번 만에 해치워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조선소에서 이건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할 수도 없었다.
결정을 내린 사람이 VIP이고, 유지하 회장이기 때문이다.
VIP는 그렇다 쳐도 유지하 회장은 그룹 내의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가 취임한 뒤 신라중공업의 매출은 26년에 비해 7배나 뛰어올랐고 순익은 그 이상으로 상승했다.
채광선과 어택급 잠수함 초도함, 김구급 구축함 등 많은 주문이 들어와 통영 조선소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런 회장이 최대한 일정을 압축하라고 지시하니 어떻게 해야겠는가?
신라중공업 내에선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정이긴 한데 회장님이 까라면 까야죠.”
“다른 건 몰라도 선급은 그냥은 못 넘어갈 텐데.”
“정부가 조치한답니다. 처음 보는 대행업체에 맡긴다네요.”
“그 업체 아마 국정원···”
“쉿.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입 다무는 게 좋아요.”
그렇게 계류 시운전에 이어 해상 시운전이 시작되었다.
군함이니만큼 사격시험도 이뤄질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실탄도 준비되었다.
해군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유지하 회장까지 동승하는 바람에 시운전 직원들이 바짝 긴장했다.
―제발 무사히, 제발 무사히 지나가라···
건조 기간을 3개월이나 앞당긴 만큼 결함이 속출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유 회장은 상반기 안에 전력화를 끝내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그게 될 거라고 믿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온 튜브 주입, 엔진 점화합니다.”
방송과 함께 1만 5천 톤에 육박하는 구축함이 깨어났다.
이온 추진기를 장착한 전투함답게 예인선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안벽을 천천히 벗어났다.
유지하와 동승한 10전투전단 박승호 준장이 연신 감탄했다.
“예인선이 필요 없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진짜였군요.”
“노즐이 곳곳에 있어서 복잡한 기동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요.”
“엔진 소음도 적은 것 같고···본부에서 들은 건데 연료비도 상당히 줄어든다면서요?”
“이만한 덩치를 1년 굴리면 유류비가 어느 정도 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