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68
경찰차와 헌병대 차량이 거리를 돌아다녔고 곳곳에서 검문이 이어졌다.
정부에선 이동을 제한하지는 않았으나 방송을 통해 피난할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
―현재 우리 국군은 파죽지세로 북한군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7군단이 개성시를 포위했으며 드론 스웜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강원도 산악부대에서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북한군은 우리의 상대가 못 됩니다.
―당초 공군에서는 개전 후 72시간 안에 제공권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이걸 보십시오. 개전 6시간 만에 레이더가 깔끔합니다. 북한은 전투기를 띄울 기름조차 없습니다.
―해병대가 해군의 협조를 받아 상륙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해병대의 이번 상륙은 육군 선봉부대에 가해지는 압박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연평도 근해에서 해군 2함대 소속 구축함 전대가 수십 척의 북한 미사일 고속정을 맞아 압도적인 교환비를 선보였습니다.
평소 국군의 안 좋은 모습만 주로 봐왔던 한국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승전보 이거 전부 사실이야?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우린 병신이었지만 북한은 더 병신이었던 거지.
―님들 북한 공역에 전투기가 안 보임.
―이 새끼들 진지하게 전쟁하는 거 맞아?
―아직 모른다···화학탄하고 핵무기 안 썼잖아. 서울에 그거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리 좆되는 거임.
ㄴ그거 쓰는 순간 북한은 멸망 확정이지.
ㄴ서울도 같이 멸망함.
ㄴ씨발 지금이라도 피난가야 되나···
한편으로는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영공은 봉쇄되었지만 자국민을 태우러 온 국가들의 수송기까지 막을 순 없었다.
한국인들은 줄줄이 떠나가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을 보며 욕하기에 바빴다.
―방송 나와서 돈 빨아먹던 새끼들 다 떠나는구만.
―제발 돌아오지 마라.
―어림도 없지. 전쟁 끝나면 복귀해서 입 털어버리기~
―그나저나 군대무용론자들 다 어디 갔냐? 우리가 군 해체하면 북한도 해체할 거라고 떠들던 시민단체들 지금 뭐함?
―지금쯤은 방공호 안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있을 듯?
―이번 기회에 그 새끼들 싹 체포해서 동해바다에 처넣어야 한다니까.
이런 분위기속에서 일본의 마이즈루를 모항으로 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3호위대군이 동해에 출현했다.
이들은 한국에 어떤 통보도 하지 않고 EEZ를 들락날락하면서 시선을 끌었다.
조형근 대통령은 이를 갈며 10전투전단에서 촬영한 영상을 노려봤다.
해상초계기가 마치 쏘라는 듯 호위함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예전 초계기 저공비행 사건 때보다 훨씬 가까웠다.
“저 새끼들 저럴 줄 알았다.”
핵실험에 실패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얻어맞는 형국이라 돌파구가 필요하다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비교적 만만한 한국이고 마침 전쟁 중이니 한 입 거하게 뜯어먹겠다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합참본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기에서 한국이 후퇴한다면 영해에까지 진입할 수도 있었다.
향후의 작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그때 비서실장이 조형근 대통령의 귀에 대고 빠르게 속삭였다.
“그게 정말인가?”
“예. 해군이 인도해서 지금 수병들을 태우는 중입니다. 곧 출항할 수 있답니다.”
버튼을 눌러서 자동전투
이번에 통영 조선소에서 출항한 김구함의 일정은 아주 촉박했다.
해군에 인도되자마자 직별 승무원이 차출되어 곧장 함에 타서 진해기지에서 보급을 받았다.
그리고 곧장 동해에 있는 10전투전단과 합류할 예정이었다.
김구함에 탄 승무원들이 대체로 베테랑이긴 하지만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초도함인데다 이런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면 십중팔구 결함을 내뿜기 마련.
하지만 김구함은 그 어떤 결함도 내뿜지 않고 묵묵히 40노트의 순항속도를 버텨냈다.
그간 해군의 초도함 역사를 되새겨보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건 아마 저기서 임무컴퓨터를 업데이트하고 있는 저 사람 때문이겠지···’
이원형 대령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유지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함에 올라타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업데이트할 기능은 별로 마음에 안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기능인데 그렇습니까?”
“뭐냐면···자동 전투 기능입니다.”
함장 휘하 사관들은 눈만 깜빡거렸다.
폰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빨간색 버튼?
비주얼도 딱 그랬다.
유지하는 임무컴퓨터 콘솔에 빨간색 버튼을 하나 설치하고 케이스를 덮었다.
“이 함은 전투정보···그러니까 조기경보통제기나 인근 방공함에서 전해주는 데이터를 처리해 자동으로 적 함선이나 항공기를 식별해 공격합니다.”
“버튼만 누르면 그렇게 된다는 겁니까?”
“네. 다만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함의 레이더는 형편없거든요.”
대부분의 전력을 레일건과 아이언 빔에 투입하기에 제대로 된 레이더를 운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김구함을 초장거리에서 운용하려면 전담 조기경보통제기가 꼭 필요하다.
“위쪽에서 워낙 쪼아서 이렇게 급하게 설명 드리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라면서···”
위쪽이라면 한 명밖에 없다.
성격 급한 그 양반이 해군 장성들을 쪼아서 이런 물건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이원형 함장을 비롯한 전투지휘실의 사관들은 유지하의 설명을 들었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육군 포병에는 TOT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거 TOT 사격도 가능한 모양이군요.”
한 사관이 아는 체를 하자 유지하는 흡족한 얼굴로 노트북의 파일을 재생했다.
육군 자주포가 연속으로 포탄 3발을 쏘아 동일목표에 동시 착탄시키는 영상이었다.
“아하.”
“이해가 되시죠? 레일건 탄자도 기본은 곡사니까,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
이원형 함장은 이 기능의 무서움을 바로 깨달았다.
레일건은 엄청난 연사속도로 탄자를 쏘아내는 무기체계다.
그렇게 쏜 십여 발의 포탄이 동시에 목표에 착탄하면 어떻겠는가?
또한 다중 목표를 상대할 때도 매우 유용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기능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점.
“이 TOT 기능은 수동으로도 할 수 있지만 자동이 훨씬 정교하고 편할 겁니다. 버튼만 누르면 레일건부터 아이언 빔, 이온 추진기까지 자동으로 전투를 수행하죠. 그러니까···”
“버튼을 누를 때를 잘 골라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전시가 아니면 쓸 일이 없는 기능이죠.”
평시에 다른 함대에 함부로 레일건을 날렸다간 진급 누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관들은 설명을 들으며 약간의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되었지만 전투에까지 적용될지는 몰랐다.
“1만 5천 톤짜리 전투함이 스마트폰 게임처럼 자동전투라···”
“이래서야 우리가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까지나 전시니까요. 효율적인 전투를 위한 겁니다.”
글쎄, 진짜 효율적인 전투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는 장담하듯 말했지만 이원형 함장은 그렇게 쓸모가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제작사, 개발사에서 자신 있게 선보인 기능과 스펙은 실전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그래도 유지하니까···믿어 볼만은 한가.’
유지하의 인기와 신뢰는 하늘을 찔렀다.
기능 설명이 끝나자 연예인도 아닌데 악수하고 사진 찍고 난리다.
시커먼 남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썩 좋지는 않을 텐데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곤 다 받아주었다.
수병들도 그렇고 무슨 함 전체가 유지하의 팬클럽인 것 같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지금은 전시다.’
이원형 함장은 박수소리를 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자, 훈련합시다, 훈련! 화재 진압과 퇴선 훈련부터!”
그러는 중에도 김구함은 자동항해를 통해 동해로 북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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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항 근해까지 접근한 해상자위대 3호위대군의 위용은 엄청났다.
이지스 구축함이 2대에 5천 톤이 넘어가는 구축함이 5대, 그리고 헬기모함에 다수의 호위함까지 배속되어 있었다.
이런 전력이 근해에 버티고 있다 보니 한국 해군 1함대의 초라한 전력으로는 쫓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10전투전단이 가세했다고는 하나 구축함 3척에 배수량이 밀리는 호위함이 주력이었기 때문이다.
수면 밑에 도사리고 있는 잠수함까지 생각하면 전력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한국 해군 승무원들은 갑작스럽게 시비를 걸어온 해상자위대를 욕하기 바빴다.
“저 새끼들 뭐 얻어먹으려고 온 거야?”
“측량선 대동한 걸 보면 보나마나 블랙메탈일 겁니다.”
“이쪽이 전쟁으로 바쁜 틈을 타서 한 입 크게 먹어 보겠다 그건가?”
“너무 욕심인데···아무리 우리가 전쟁 중이라도 선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쟤네들 그 선을 넘어서 뭘 가져오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입장입니다.”
“진작 좀 유 회장하고 좋게 지내지.”
10전투전단 박승호 준장은 거듭 해상자위대 측에 교신을 보냈으나 응답하지 않는 걸 보고 잔뜩 열이 받았다.
“새끼들 아예 작정하고 왔네.”
“전단장님, 이대로는 원산항 작전이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였다.
원래 10전투전단과 11전투전대는 이대로 북상해서 북한의 수상함대를 몰아내고 원산항을 공격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호위대군이 몰려오는 바람에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게 생겼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민폐였다.
“민폐 끼치지 않는다는 놈들이 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지랄이야?”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는가보죠.”
이제 한국 해군의 선택지는 둘이다.
원래대로 원산항을 공략하느냐, 호위대군을 압박해서 물러나게 하느냐.
가용자원이 제한된 현재로선 둘 다 쉽지 않은 선택지였다.
그때 10전투전단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전단장님, 9111함이 지금 올라온다는 통보입니다!”
헐넘버 9111는 김구급 레일건 구축함을 가리킨다.
“그게 왜 지금 와?”
“모르겠습니다! 지통실에선 무조건 합류시켜서 작전 진행하랍니다!”
2월에 진수된 함이 5월에 실전 투입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정이었다.
웃긴 점은 신라중공업이 그걸 실제로 해냈고 원산항 공략 함대엔 그것도 감지덕지라는 점이었다.
김구급이 가지는 위상을 생각하면 전단과 전대를 합쳐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가 날아들었다.
함대 주위를 초계하고 있던 헬기가 경보를 울렸다.
―원산항에서 미사일 고속정과 어뢰정 다수 출항.
현무 미사일과 벙커버스터 수십 발을 직격시켰는데도 강화진지로 버텨낸 모양이다.
그와 동시에 여태까지 얌전하던 해안포 사격이 시작되었다.
이제 공략함대는 일본이 아니라 원산항에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땡땡땡땡―
“총원 전투배치!”
―원산 기지에서 스틱스 미사일 발사한 것으로 판단됨!
―미사일 고속정에서도 대함미사일 발사 확인! 거리 45마일!
―각함 ECM 가동, 회피기동 실시!
―지금부터 개함방공에 들어간다!
애초에 호위대군의 기동에 신경을 쓰다 보니 육지 쪽으로 밀려서 일어난 참사였다.
각 전투함에서 ECM을 가동해 미사일 재밍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허공에 황금색 광선이 그어졌다.
“뭐야?”
함교 사관들이 어리둥절해 바다를 쳐다보는 가운데 스틱스 대함미사일이 황금빛 광선을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폭발했다.
쿠쾅!
0.5톤에 달하는 탄두의 파괴력은 장난이 아니라서 작은 해일이 일어났다.
그것을 시작으로 김구함이 한국 함대와 원산항 사이에 끼어들었다.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아이언 빔이 가동되어 수십 줄기의 레이저를 대함미사일과 발사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육중한 전투함이 끼어들더니 레이저 빔으로 대함미사일을 공중에서 폭발시켰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김구함은 레일건을 가동해 순식간에 탄자를 쏘아냈다.
빠르게 움직이던 미사일 고속정이 레이더 화면에서 차례차례 지워졌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막 대공방어를 준비하던 직별장들은 황당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쪽은 회피기동에 대공방어에 ECM등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데 김구함은 단독으로 그 모든 것을 박살내버렸으니 말이다.
수십 발의 대함미사일과 미사일 고속정은 물론 어뢰정까지 혼자 박살내는 바람에 레이더 화면이 깨끗해졌다.
먼 바다에서 검은색 연기가 연신 피어올랐다.
“사, 상황 종료!”
박승호 준장은 어이가 없어 재차 물었다.
“상황 끝난 거야? 확실해?”
“예, 예! 레이더상으로 잡히는 적정은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안 본 사이에 괴물이 되어서 왔구만.”
한편 자동전투 버튼을 누른 김구함의 함장 이원형 대령은 먼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원래는 실전은커녕 전단을 따라다니기만 할 예정이었다.
승무원들의 숙련도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는데 전투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합참에서 자동전투 버튼을 누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아마 합참이 아니라 조형근 대통령의 판단일 가능성이 높았다.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어서 버튼을 눌렀는데 인공지능이 알아서 함을 기동시키고 전투를 끝내버렸다.
승무원들이 한 거라곤 미친 기동에 버티기 위해 주변 사물을 꽉 붙잡은 것뿐이었다.
‘이래서야 승무원들이 필요가 있나?’
물론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100명에 달하는 수병들과 직별장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해군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와 항해를 단독으로 처리하는 걸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멀지 않은 한국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일부는 공정한 세상에 열광하는 모양이지만 모든 것을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면 인간은 왜 필요한가?
이렇게 고민하는 중에도 루시아는 데이터를 입수해 주변의 전투함을 피아식별하고 있었다.
문득 포탑이 빠르게 회전하며 레일건의 긴 포신이 무언가를 겨냥했다.
아까부터 근처를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굴던 일본 초계기였다.
상황을 확인한 전투지휘실이 뒤집어졌다.
“야야야!”
“그건 안 돼!”
퍼퍼펑!
포신에서 아크 방전이 폭발하듯 사라지며 탄자가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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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자위대 소속 P-3 대잠초계기는 여유롭게 상공을 누비고 있었다.
한국 함대에서 거슬렸는지 계속 그들을 불러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 조치도 못 취할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뒤에는 3호위대군이 있고, 그 뒤에는 일본이 있었다.
북한을 상대하기에도 바쁜 한국은 절대 이쪽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다만 이번 출동은 전적으로 해상막료장이 저지른 짓이라는 걸 그들은 몰랐다.
오자와 정권은 이미 신임을 잃었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해상자위대는 2차 한국전쟁에서 뭐라도 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케시마 근해에 잠든 블랙메탈부터 확보하는 게 어떨까?
확보하기만 한다면 해상자위대는 단연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한국 해군은 북한에 신경 쓰느라 이쪽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
그리고 레일건 순양함은 전력화가 되지 않았다.
선체야 금방 만든다지만 정식으로 취역을 하기 위해선 많은 운용경험이 필요하다.
레일건이라는 신형 무기체계이다 보면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확보하고 전쟁이 끝나면 협상하면 된다. 한국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한국 전역이 만신창이가 될 거라는 가정을 하고 있었다.
아이언 빔은 인정하지만 완벽한 탄도탄 방어는 불가능하고, 핵 몇 방을 얻어맞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계산이었다.
―유지하도 핵에 관해서는 손쓸 도리가 없을 것이다.
해상자위대의 판단은 이랬고 방위대신이나 막료장도 모른 척 넘어가주었다.
오자와 정권이 역대 최악의 인기를 자랑하는 현재, 뭐라도 건지면 차기 선거에서 인기를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예전에 했던 초계기 저공비행이었다.
P-3 오라이언은 원산항 공략하기 위해 모인 한국 함대의 주위를 돌며 시선을 끌었다.
설령 공격할 수는 없을 테니 시선이 분산된 틈을 타 분함대를 파견해 블랙메탈 매장지를 점령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엄청난 속도로 등장한 레일건 순양함이 원산항에서 튀어나온 북한군 수상함 전력을 다 때려잡은 것이다.
오라이언의 승무원들은 순식간에 가라앉은 수십 척의 미사일 고속정을 확인하고 몸을 떨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녀석이군.”
“우리 저런 거에 대항해도 괜찮습니까?”
“어디까지나 임무다. 한국도 우리를 함부로 공격할 수는 없을 거야.”
한국은 이 부근까지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우기고 있지만, 국제법상 구속력은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상대하는 상황에서 일본까지 적으로 돌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라이언의 승무원들은 이렇게 판단하고 저공비행을 통해 양만춘함의 주위를 돌았다.
바로 그때 레일건 순양함의 포신이 빠르게 회전했다.
삐삐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