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ator From Outer Space RAW novel - chapter 70
「김정은은 자신의 기쁨조에게 속옷을 입히기 위해 370만 딸라를 썼습니다. 그런 자를 인민의 수령으로 인정하시겠습니까?」
「무기를 버리고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십시오. 이밥에 고깃국이 아니라 배가 터질 정도로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 남조선 인민이 보이십니까? 맛난 음식을 쌓아놓고 먹을 뿐더러 버리기까지 하는군요! 경제력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드론들이 골목을 돌아다니며 선전하는 내용이었다.
몇몇 녀석들은 프로젝터 기능을 탑재하고 하얀 벽에 영상을 틀기까지 했다.
걸그룹이 하얀 살결을 드러내고 춤을 추었고 공장에선 맛있는 음식들이 줄줄이 포장되어 산더미처럼 쌓였다.
또한 얼마 전까지 싸운 한국군이 엄청난 식사로 포식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영상의 한국군들은 이렇게 떠들어댔다.
“아니 무슨 병아리를 튀겼나 치킨 상태가 왜 이래?”
“오늘은 밥맛이 없어서 패스해야겠다.”
명백히 과장된 장면이었다.
전쟁 중에 밥투정하는 병사가 물론 있겠지만 그걸 찍어서 내보낼 리는 없다.
하지만 인민군 하전사 리철성에겐 모든 것이 진짜로 보였다.
옥수수밥 대신 하얀 쌀밥에 산더미처럼 쌓인 닭튀김, 그리고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우유까지.
당장이라도 손을 뻗으면 저런 것들을 실컷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이상한 기계도 그렇게 외치고 다니지 않는가.
「지금 항복하면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여러분의 동지들도 이미 함께하고 있습니다!」
포로로 잡힌 하전사들이 식판에 고개를 처박고 밥을 먹고 있는 장면이 결정타였다.
며칠 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리철성은 마음을 굳혔다.
그에게 군관이 다가왔다.
“너 이 새끼 그런 거짓부렁을 보다간 적의 농간에 홀라당 넘어가는 거야, 알아 몰라!”
“군관 동지.”
“빨리 뛰어가지 않고 무얼···”
탕!
군관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쓰러졌다.
리철성은 그 길로 총을 버리고 드론의 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항복! 항복!”
「무기 확인. 이쪽으로 따라오십시오」
그는 드론의 뒤를 따라가다가 집결지에 모인 한국군과 조우했다.
두들겨 맞을 것이라 지레짐작한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병사들은 지극히 사무적으로 그를 대했고, 식사까지 제공해주었다.
선전처럼 닭튀김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진 않았지만 이밥에 고깃국, 그리고 불고기가 가득한 식판이었다.
“별로 맛은 없겠지만 일단 드세요. 나중에 포로수집대가 올라올 겁니다.”
리철성은 병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김정은이 부대를 순시하면서 한 말을 기억했다.
―인민들이 보리밥 먹는 게 가슴이 아프다. 이제 나는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겠다.
분명히 그랬는데, 그 말을 믿고 굶주림을 참고 살았는데···
리철성은 식판을 붙잡고 낮게 흐느꼈다.
담당 병사는 화들짝 놀랐다.
고기 양이 적어서 우는 건가?
그는 국자로 고기를 식판 가득 퍼주었다.
울음소리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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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3주에 수천 명의 사상자를 예상했던 개성시 공략은 3일 만에 끝났다.
피해는 거의 없었으며 드론 수백 대가 부서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정도였다.
언론에선 경제력의 차이를 집중 부각시키는 작전이 유효했다는 평을 내놨다.
―굶주린 인민군에겐 한국군이 먹는 평범한 식사가 아주 호화롭게 보인 모양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옥수수밥에 기름 한 방울 떨어트리고 염장무로 배를 채워 왔으니까요.
―요즘에는 그것도 없어서 못 먹는다는 말이 많이 나왔죠.
다만 각국에서 파견한 관전무관들은 약간 다른 평가를 내렸다.
―한국군은 시가전에 드론을 대량 투입했고, 이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인구 40만에 달하는 개성이 3일 만에 별 피해 없이 함락되었다.
―이제 하이텍의 드론은 전투뿐만 아니라 선전과 포로 인도까지 도맡아서 한다. 이는 드론의 역할이 더 이상 보조가 아님을 의미한다.
―신라그룹의 유지하 회장이 전쟁의 양상까지 바꾸고 있다.
서부전선이 이런 분위기인데 비해 동부전선은 그야말로 개고생을 하고 있었다.
험준한 강원도 지형을 돌파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제대로 된 독도법 활용 없이 야간에 기동하다 매복에 걸리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피해를 보는 것은 말단 병사들이었다.
대부분의 드론을 시가전에 투입하다 보니 얻어진 결과였다.
동부사단의 지휘관들이 단체로 항의한 끝에 새로 생산된 드론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부상자 문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총상을 입은 환자의 처치법을 아는 의사가 극히 적어 병원에서 죽는 일이 허다했다.
보다 못한 미국에서 병원선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전선이 올라가면서 부상자가 만 명 단위로 늘어나 전국의 병원이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는 명백히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조형근 대통령은 북진을 외쳐댔다.
“여기서 멈추면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전진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전쟁을 시작한 이상 반드시 이겨야 한다.
만약 여기에서 주저앉는다면 한국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걸 잘 아는 국군은 7군단의 북진에 사활을 걸었다.
대부분의 공군 전력과 포병 화력을 7군단의 진격로를 청소하는데 쏟아 부었다.
특수부대도 잠수함을 통해 북한 후방에 투입되어 파괴공작을 벌였다.
바야흐로 전쟁은 7군단이 평양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로 접어들고 있었다.
7군단은 그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듯이 북한군 2군단의 저항을 손쉽게 뚫고 북진하기 시작했다.
이는 북한군의 저항에 직면해 주춤하고 있는 중국의 80군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양 부대가 평양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레이스를 벌일 무렵, 중국의 특명전권대사와 인민해방군 상장 한 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우리의 소원은 북진
조형근 대통령은 비밀회담을 요구한 두 요인을 보며 고민했다.
이번에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에 오른 장민, 그리고 중부전구와 북부전구를 지배하는데 성공한 왕쉬안이다.
둘은 중국의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현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대표자라고 불러줄 수는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이 시국에 방문했다는 건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은 회담에 유지하 의원을 반드시 참석시켜야 한다고 우기고 있었다.
조형근의 고민도 이 부분에서 기인하는 바가 컸다.
그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무슨 말이 오갈지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통수권자도 아닌 사람한테 장군들이 보고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합참이나 각 군 본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육군이나 해군의 장성들은 그의 부하인 것처럼 행동했고 몇 안 되는 공군 장성들도 예외라곤 할 수 없었다.
KF-X가 흐지부지된 지금 차세대 무인전투기의 키를 그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취재진이 들어오면 대통령과 장성들보다는 그를 인터뷰하기에 바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화되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호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개성시 공략전에서 드론이 대대적으로 활약하는 바람에 그를 찬양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대한민국 전체가 그의 팬클럽 같았다.
벙커에서 내보내고 싶었으나 워낙 군과 관계가 깊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에 평양만 점령한다면···’
전쟁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이다.
나머지는 게릴라 소탕과 난민, 포로 처리, 그리고 골치 아픈 행정으로 유지하가 끼어들 일이 없었다.
조형근은 그가 기업인이라는 본분을 지키는 것을 원했다.
‘지금처럼 대통령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유지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직접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러시아의 경우처럼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겠지.
“좋습니다. 유 의원까지 포함해 네 명이서 회담합시다.”
그리하여 서울의 모처에서 넷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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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중앙군사위를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장민 국무위원이 지도에 대고 선을 그었다.
“정전합시다. 여기까지 묵인하겠습니다.”
군사분계선을 50km 올리니 개성과 금강산 국립공원이 포함되었다.
여기까지 줄 테니 이만 끝내자는 것이다.
조형근 대통령은 물론 유지하까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 마음대로 선을 긋고 정전하니 마니 하는가?
“이제 7군단이 평양으로 북진하는 일만 남았는데 왜 이걸 받아들여야 합니까?”
북한군 2군단이 나섰으나 한국 기갑전력 60%를 차지하는 7군단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포병전력에서도, 근접항공지원에서도 2군단은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양측이 접촉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선봉부대가 처참하게 짓밟혔고 지금은 후속부대가 패잔병을 소탕하는 중이었다.
여기에서 발생한 포로만 2만 명을 넘어서서 군수지원체계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포로를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장민 국무위원은 비웃듯 말했다.
“언제까지 북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그야 두만강까지 아니겠습니까?”
“어림도 없는 소리. 평양에 주둔하는 수도방어군단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오.”
“개성 시가전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죠. 그리고 우리는 3일 만에 해결했습니다.”
유지하가 한 마디 하자 왕쉬안 상장이 그를 노려봤다.
“평양을 개성과 같다고 여기지 마시오.”
“확실히 평양의 면적이 넓긴 하죠. 인구도 300만에 가깝고, 그만큼 병력도 많을 테고.”
“그렇소, 그러니···”
하지만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지하는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손가락 2 개를 펴보였다.
“2주 안에 평양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전쟁의 흉수인 김씨 일가를 찾아내는 것도 포함됩니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장민 국무위원이 흥분해 소리쳤다.
“헛소리를! 80군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
“그 대단한 80군은 보급이 지리멸렬해 멈춰 있더군요. 아닙니까?”
기계화 군단의 진격속도는 곧 보급에 달려 있다.
80군은 확실히 준수한 장비와 병력을 가졌지만 후방에서 보급을 기대할 수 없었다.
급한 대로 79군의 군수품을 가져오곤 있지만 진격로가 늘어지고 북한군의 저항이 심해지면서 속도가 계속 느려졌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다리가 박살난 청천강을 도하하지 못하고 멈춘 상태였다.
“최소 수뇌부를 빼낼 순 있을 거요.”
“육로는 끊긴지 오래고 서해는 막혔고, 활주로도 죄다 박살난 상황에서 어떻게 빼내시렵니까?”
“···”
두 중국 지도자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개전 초기 북한의 전력망이 다운되어 방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조밀하다는 그 방공망이 한국의 공군전력과 미사일에 속절없이 두들겨 맞았고 모든 활주로가 박살났다.
복구하면 복구하는 대로 현무 미사일이 날아가는 실정이니 넋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해는 2함대 소속 초계함과 호위함이 완벽히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수뇌부가 도망칠 구석이 없는 것이다.
최후의 보루는 벙커에 연결된 땅굴이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한국의 정보기관과 특수부대가 땅굴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기 때문.
그리하여 현 시점에서 김씨 일가는 측근들과 함께 평양의 벙커에 숨어 있을 것이라 추측되었다.
한국군 수뇌부에선 평양에 진입하는 동시에 벙커를 수색할 작전 팀을 준비 중이었다.
한편 조형근 대통령은 자기가 할 말을 다 해버리는 유지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어찌 이렇게 마음이 잘 맞을 수 있냐고 감탄했을 텐데···
역시 한 번 미워지기 시작하면 얼굴조차 쳐다보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인 모양.
“내가 정리하지. 현 시점에서 평양 포위는 확정적입니다. 방어군단이든 류경수탱크사단이든 7군단을 못 막는다 그 말입니다.”
“···북한이 왜 핵을 못 쓸 거라 생각합니까? 그들은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걸 보시죠.”
장민 국무위원이 꺼낸 태블릿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
김정은이 한국의 수뇌부에게 전하는 친서였다.
그는 평소와 달리 억울함을 호소했고 끝에 가서는 협박도 빼놓지 않았다.
―당신들이 박살낸 기지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공화국의 핵전력은 최소 4할 이상이 남아 있소. 그걸 서울에 쏟아 부으면 당신들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길 바라오. 나는, 같은 민족에게 핵을 쓰고 싶지 않소.
“화학탄 협박은 안 하는군요.”
핵이 더 효율적이니까.
그리고 화학탄을 투사할 수 있는 방사포는 개전 초기 한국이 선제공격하여 박살냈다.
탄도탄에 화학탄을 싣는 것은 낭비였다.
유지하는 팔짱을 꼈다.
“기껏 하는 것이 핵 협박이라. 김정은이도 이젠 다 됐군.”
느긋한 태도에 왕쉬안 상장이 거칠게 압박했다.
“몇 백만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당신들은 땅도 좁고 인구도 적어. 우리와는 완전히 입장이 다르다고.”
“경고하는데, 말을 짧게 하지 마십시오. 아이언 빔과 레일건을 대만 해안가에 도배하는 수가 있으니까.”
“···그랬었지. 당신이 우리를 방해했었지.”
이제 장민과 왕쉬안 둘 다 유지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대만이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국 때문이었지만 레일건과 아이언 빔의 공도 상당했다.
금수조치까지 포함하면 그는 중국의 적인 셈이다.
“중화를 적으로 돌리고 무사할 것 같은가? 대만성만 정리하면 당신 차례야.”
유지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무섭네요. 하긴 테러까지 저질렀는데 뭘 못하겠습니까.”
“테러는 우리가 한 게 아니라고!”
“그럼 중국의 대표라는 직함도 때려치우셔야죠.”
“말을 함부로 하는 게 아니오!”
양측의 감정이 폭발하자 조형근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
“싸우지만 말고 입장을 정리합시다. 그러니까 중국의 입장은 북진을 포기하고 멈추라는 겁니까?”
얼굴이 잔뜩 붉어져 있던 장민이 본심을 꺼냈다.
“분할합시다.”
“분할? 북한을 나누자는 말입니까?”
“평안북도와 자강도, 함경남북도, 량강도를 우리가 맡겠습니다. 나머지는 한국이 가지십시오.”
“말하지 않은 조건이 있을 겁니다.”
장민은 유지하를 흘깃 쳐다보고는 빠르게 말했다.
“현 북한의 수뇌부와 측근을 우리가 빼내는 조건입니다.”
“못 본 척 해주면 우리가 데려가겠소.”
조형근 대통령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북진하면 평양은 확실히 점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당장도 포로수용소 건설 문제와 점령지역의 민심 이반, 물자 부족으로 행정시스템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인구 35만에 불과한 개성과 군소도시 몇 개를 집어삼켰는데 이렇다.
해외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수입해 퍼붓고 있었지만 끝이 없었다.
장기적으론 북한 인구 2천만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실무진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내고 있었다.
―평양 이북은 훨씬 심각할 겁니다. 잘못하면 아사자가 대량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식량 100만 톤이 부족한데, 미국은 더 수입하려면ㅁ 미군을 개입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당장 100조원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야 합니다.
―북한 전역을 점령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일단 모라토리움부터 시작되겠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하도 북진을 외쳐서 북진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은 조형근 대통령은 참혹한 현실에 흔들리고 있었다.
실무진이 올리는 보고서는 하나같이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고 외쳐댔다.
평양을 접수하는 선에서 북진을 멈춘다면.
그 위쪽을 중국에 맡긴다면 부담을 상당부분 경감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듯 고민하고 있을 때 유지하는 열심히 불을 싸질렀다.
“한국에 동요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무슨 동요?
말릴 새도 없이 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소원은 북진. 꿈에도 소원은 북진. 이 정성 다해서 북진. 북진을 이루자~”
장민 국무위원과 왕쉬안 상장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유지하가 그들을 향해 조롱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을 한국 교도소에 수감하는 날이 전쟁 종료일입니다.”
“거절이란 말이군. 잘 알겠소.”
“서울이 불타도 후회하지 마시지.”
그들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조형근 대통령이 침묵을 깼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지금 통수권자는 대통령님이시죠. 제가 아니라.”
“유 의원이 한 말 때문에 지금 이 지경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가 화를 냈지만 유지하는 오히려 눈을 크게 뜨면서 되물었다.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리가 힘드니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자라고 이해해 줄까요?”
“···”
당연히 아니었다.
국군의 연전연승에 국민들은 환호하는 중이며 곧 통일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