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05
차원상인 105화
그러다 우연히 쇼윈도에 걸린 드레스를 보았고 우현은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드레스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니 우리나라 한복도 드레스로 개량되어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중원에서 비단을 매입해 대륙에 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잘됐다 싶어 사 왔는데 이렇듯 반응이 좋을 줄이야. 남몰래 쾌재를 부르는 그때 레조스 왕이 말을 하였다.
“누이! 이게 대체 무엇이오?”
한복 드레스를 입고 있던 누이, 레미아가 활짝 웃으며 답을 하였다.
“여기 캐슬 경이 결혼 선물로 준 것입니다.”
“결혼 선물?”
레조스 왕은 슬쩍 시선을 돌린다.
이에 우현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이건 한복 드레스라고 하여 제가 우연히 알게 된 한 섬 왕국의 왕족들이 결혼을 할 때 신부가 입는 옷 입니다.”
“그렇소? 오오! 그래서 그런지 옷이 아주 어여쁘오! 여신이 땅에 내려왔다 해도 될 만큼 말이오.”
연신 드레스를 살피는 레조스는 왕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건 주위에 있는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왕족이 입고 있어 쉬이 만지지는 못했지만 그야말로 절로 탐이 나는 물건이었다.
“근데 이건 대체 뭐로 만든 것이오? 내가 보기엔 아주 귀한 것으로 만든 것 같은데 말이오.”
“이 옷을 만든 옷감은 비단이라고 하는데 그 값어치가 매우 높아서 금 대신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금 대신 말이오?”
“그렇습니다.”
순간 레조스 왕은 물론이고 주위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그래도 옷감에 불과할 것인데 금에 비견될 정도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드레스 매만지던 레조스 왕은 그럴 만도 하다는 듯 끄덕인다.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감촉이 좋은 것이 그럴 만도 할 것 같소. 근데 이 옷감 말이오. 그 섬 왕국에서만 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곳과의 거래를 통해 물건을 가져올 것이지만 조만간 저희 상단에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면 직접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는 말이오?”
“아직 초기 단계라 언제 판매가 된다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여겨집니다.”
레조스 왕은 기쁨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금에 비견될 만큼 이 고급스러운 옷감이 자신의 왕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더 거세져만 간다.
“저런 옷을 입을 수만 있다면 좋겠네.”
“입을 수 있다고 했잖아! 문제는 가격이지.”
“가격이 무서우면 입지 마! 난 억만 금을 줘서라도 입을 테니까 말이야.”
특히나 귀족 부인들은 서로들을 입겠다며 나서는 통에 더욱더 시끄러워졌다.
결국 보다 못한 바딘 백작이 나서서 한 마디 하였고 그에 주위 귀족들은 자신의 아내를 단속하느라 온 힘을 기울여야했다.
조금은 조용해지자 그제야 진정이 된 듯 레조스 왕이 말을 건넨다.
“어제 처음 접견했을 때 선물을 가져왔다 하더니 그게 이것이었던 모양이오.”
“그렇습니다, 국왕 폐하!”
그렇다는 그에 레조스 왕은 연신 어깨를 토닥거린다.
이렇듯 고마운 선물은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우현은 이게 시작이라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런 그의 시선을 받은 소네스는 다시 한 번 시종에게 손짓을 했고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됐다는 소네스의 고갯짓을 본 우현은 슬며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국왕 폐하! 미처 말씀 드리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사실 이 자리는 제 즉위식을 축하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새로운 물품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 비단 말고도 또 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제법 흥미가 동했던 것인지 레조스 왕은 뭔지 소개 해보라 하였다.
이에 감사의 표시로 허리를 숙여 보이던 우현은 주위를 살피며 말을 하였다.
“제가 가져온 물건 특성상 천장에 있는 마법등을 잠시 끌 것입니다. 놀라지들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것입니다.”
양해를 구한 그는 소네스가 건네는 양초를 들고 연회장 한쪽으로 갔다.
벽에 걸린 양초걸이에 걸린 양초 옆에 서서는 시선을 사람들로 향하였다.
“이제 그럼, 꺼 주십시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장에 박힌 마법등이 꺼지고 한순간 연회장은 어둠 속에 물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달무리가 져 어둠이 배로 짙은데 불까지 없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불 좀 켜라고 한 마디 터져 나오려는 찰라 자그마한 불꽃 하나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것은 벽을 타고 하나둘 켜진다 싶더니 벽면을 타고 올라가 천장에 걸린 샹드리에 위의 촛불까지 옮겨 붙는다.
사람들은 무슨 귀신을 보는 듯한 광경에 호들갑을 떨다 점점 밝아지는 연회장에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샹드리에에 촛불이 다 켜지자, 그곳에 걸린 갖가지 보석에 반사되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촛불 빛에 모두들 쉬이 눈을 감지를 못했다.
어제 한 번 양초가 뭔지 봤음에도 불구하고 레조스 왕 또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이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두운 곳을 밝히기 위한 물품으로 양초라고 합니다. 그리고 천장에 걸린 것은 연회장 같이 큰 방을 밝히기 위해 걸어놓은 것으로 샹드리에라고 합니다.”
“샹드리에라…… 거, 참으로 예쁘오!”
이 말에 모두들 동의를 표하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놀라움에,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그때, 우현이 또 한 번 시선을 주목시켰다.
아직 볼거리는 이게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만 이쪽으로 와 바깥을 봐주십시오.”
우현은 어느 틈에 창문을 가리던 천을 활짝 젖히고 서서 밖을 가리켰다.
그런 그를 쫓아 달려온 사람들은 왕성 곳곳을 밝힌 빛들의 향연에 할 말을 잊어버렸다.
이건 마치 밤이 아니라 대낮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 밤이…… 낮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나지막이 흘린 말이건만 모든 이들의 귀에 들렸는지 맞다며 동의를 표한다.
점점 웅성거림이 커져가는 가운데 멍하니 밖을 보던 레조스 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 어제 대륙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 말을 들었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몰랐던 터라 놀라움이 제법 컸기 때문이었다.
“경! 대체 이 양초라는 것이 얼마나 많기에 왕성을 이리도 환하게 밝힌 것이오?”
“대략 천 개 정도 쓰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긴 하지만, 가격으로 따지면 이곳 천장에 걸린 마법등의 오분의 일 정도 값도 안 됩니다.”
레조스 왕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싼 비용으로 이렇듯 왕궁 전체를 환히 밝힐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듯 재차 물어온다.
“양초 천 개가 마법등의 오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물론 하룻밤 정도밖에는 쓸 수 없어 왕궁에 쓰기는 그렇지만 지금 밖에 보신 것처럼 사용한다면 치안 문제는 물론 학자나, 관리들이 업무를 보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로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경의 말대로 어두운 거리를 밝혀 백상들의 치안 문제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소. 게다가 학자나, 관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말이오.”
“그렇습니다.”
두 사람들의 대화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 전 본 경이로운 광경 때문일까?
레조스 왕이 우현과 대화를 마치고 떨어지기 무섭게 상단을 취급하는 귀족은 물론이고 타국 귀족까지 우르르 몰려와 묻고 또 물었다.
이렇게 우현의 연회는 그야말로 신상품 박람회처럼 진행되고 있었다.
‡ ‡ ‡
“허허! 거참, 재미있는 놈이구나! 축하 연회에서 물건을 팔다니 말이야.”
연회장을 나서는 조바오니 공작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온다.
뒤따르던 테온 역시 마찬가지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뼛속까지 상인인 것 같습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재미있다는 듯 어깨를 들썩대며 웃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어느 틈엔가 조바오니 공작의 눈에서 사이한 빛이 감돈다.
“그나저나 그저 얼굴이나 한 번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못한 수확을 얻었구나!”
“수확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금 전 캐슬, 그놈 옆에 있던 형제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는 놈 같구나!”
“그게 사실이십니까?”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예전에 백작으로 처음 정계에 발디뎠을 때 해치운 자가 하나 있는데 그의 자식들인 것 같구나!”
“그 말씀은 복수를 위해 나선 거란 겁니까?”
“그럴 목적으로 캐슬과 손을 잡았지 않겠느냐?”
테온은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보던 조바오니 공작은 나직이 말을 건넸다.
“캐슬의 상단이 아쉽다고 옆에 적을 둘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쳐라!”
“말씀대로 행하겠습니다.”
허리를 숙이는 테온을 뒤로 한 채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
제5-2장
“아이고, 죽겠다!”
앓는 소리와 함께 우현이 침상에 몸을 던진다.
그 뒤를 쫓아 소네스와 레이젠 역시 쓰러지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
하나같이 다들 진이 빠진 것이 녹초가 된 듯하다.
그럴 것이 시연회 후, 몰려드는 상단을 가진 귀족들과 타국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보다 못한 레조스 왕이 직접 나서서 정리를 할 정도였으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한참을 죽은 듯 누워있던 우현은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는 소네스와 레이젠을 보았다.
파김치가 된 것처럼 축 늘어져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힘겹게 고개를 쳐든 소네스가 탁자에 놓인 물병을 들어 잔에 따라 마셨다.
물끄러미 그걸 바라보던 우현은 문득 연회장에서 조바오니 공작과의 떠올랐고 슬며시 말을 건넸다.
“아까 조바오니 공작 앞에서 왜 그런 겁니까?”
“그 사람 앞에서 뭐?”
“속으로 화를 내고 있었지 않습니까? 레이젠 형님은 적개심을 표출했고 말입니다.”
순간 감았던 눈을 뜬 레이젠은 소네스를 향한다.
둘 다 당혹감이 어린 것이 우현의 말에 적잖이 동요한 것 같았다.
잠시 시선을 마주치던 둘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네가 잘못 본 것이다.”
“맞아! 처음 본 사람에게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런 일 없다는 둘을 보는 우현의 눈매가 매서워진다.
“정말이십니까?”
“속고만 살았나? 진짜라니까! 뭔 사람 말을 못 믿어!”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치는 소네스에 그만 한숨이 흘러나온다.
조금은 실망한 빛이 어리는 우현에 나머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한다.
“형님! 제가 후작이 된 이상 조바오니 공작은 앞으로 몇 번은 부딪쳐야 할 사람입니다. 즉, 숨긴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데 이렇게 감추기만 하시니 자꾸만 두 분에게 실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