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07
차원상인 107화
“양초 제조법 판매 금액이 얼마입니까?”
“가격을 말씀 드리기 전에 먼저 두 가지 조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조건이 있다는 말에 테베코의 눈매가 다신 실처럼 가느다랗게 변한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들어나 보자는 마음에 조건이 무엇인지 물었다.
“첫 번째는 주원료가 되는 파라핀이라는 것을 저희에게서 공급할 테니 사서 쓰라는 것입니다.”
“그럼, 그 파라핀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제조법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저희도 그것에 대한 제조법을 모르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거래하는 왕국에서 사다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대신 이득 하나 챙기지 않고 공평하게 저희가 사오는 가격 그대로 팔 것이니 그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말을 듣고 있던 테베코가 콧등을 찌푸린다.
어디서 사 오는지 모르는 터라 가격이 비싼지 싼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조사를 하거나 어디서 사오냐고 물어도 답을 할 우현이 아니라서 이 부분에 대해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로열티 문제입니다.”
“로열티? 그게 뭡니까?”
너무도 생소한 말에 테베코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조법 판매 금액이 싼 대신 개당 이십분의 일 이내의 금액을 받는 것으로 일종의 저희 기술 사간 대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제조법 판매 대금을 비싸게 지불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생각 외로 금액이 클 겁니다. 예상하시고 계시겠지만 양초의 거래량은 마법등의 만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물론 단가가 싸기는 하지만 밤 동안만 쓸 수 있는 짧은 지속력 등을 생각한다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염두해 볼 때 제조법 판매액은 그야말로 천장지부로 치솟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사시겠습니까?”
불평을 토해내던 테베코의 입이 쏙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그리 많은 거래량이라면 아무리 가격이 싸도 제조법 판매액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제국의 1년 예산액보다도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둔다면 볼 때 거액의 판매액보다는 이득을 좀 줄이고 로열티를 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로열티 쪽으로 어느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테베코는 슬쩍 기간에 대해 물었다.
“로열티는 몇 년간 지불하게 되는 겁니까?”
“대략 십 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길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충분히 합당하다 생각이 듭니다.”
“십 년이라…….”
되뇌는 테베코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아진다.
확실히 십년이란 기간은 매우 길다.
그만큼 우현에게 지불해야 할 로열티 또한 많아질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양초로 인해 얻을 이득이 너무나 컸다.
아랫입술을 깨물던 테베코는 슬쩍 우현을 본다.
“저도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십시오.”
“우리 말고 다른 곳에 파는 걸 1년만 유보해 주십시오.”
“1년 동안 말입니까?”
“그 정도는 해 주셔야 저희도 이것저것 만회할 것이 아닙니까?”
잠시 생각을 하던 우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등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도 있고 하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제 조건을 수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실 건 없습니다. 계약서에 날인을 해야 그리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 문제는 걱정 마십시오. 최대한 본국에 빨리 알려 답을 얻어낼 것이니 말입니다.”
걱정 말라며 가슴을 툭툭 친다.
양초 제조법을 얻어서 그런 것일까? 연회식장에서 보았던 비단이라는 옷감도 탐이 난다.
눈치를 살피던 테베코는 슬쩍 운을 떼어본다.
“저어…… 비단이라는 옷감 말입니다. 그것에 대한 제조법 또한 판매를 하십니까?”
“그건 개발 시간이 좀 걸려서 나중에 그럴 생각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연회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쉬워하는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대신에 다른 걸 팔까 하는데? 의향이 있으십니까?”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태도 때문인가?
덩달아 말소리를 낮춘 테베코는 무슨 소리냐며 물었다.
“아마 들어서 아실 겁니다. 제가 위성지부를 설립 중에 있는 것을 말입니다.”
“동서 외곽 영지에 건립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곳에서 거래를 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머나먼 제 영지로 오시는 게 불편하다는 분들이 있어 그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투라 제국과 같이 먼 나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괜찮으시다면 제국 측에 저희 위성지부를 따로 설치했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제국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무도 예상 밖의 말이라서 그런지 테베코의 낯에 당황한 표정이 깃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확인까지 했지만 여전히 당혹스러운 빛이 든다.
확실히 우현의 말대로 위성지부라는 것을 설치하면 여러모로 얻는 이득이 많아진다.
특히나 머나먼 운반 기간에 비해 가져올 수 있는 물량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인지라 더욱더 그러하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래이건만 테베코는 웃음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신중한 얼굴이었다.
“근데 이런 일은 제게 직접 말할 것이 아니라 왕국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랬다.
아무리 상단의 일이라고 해도 상대가 다른 왕국이라면 그건 필히 왕실을 통해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
특히나 전과는 다른 후작이란 신분까지 가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한데 우현은 그런 것 다 무시하고 자신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했다.
마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듯 말이다.
“사정이 있어 그러니 저희가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요청해 설치하는 식으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쪽에서 요청해달라는 말입니까? 설치할 수 있도록?”
“그렇습니다.”
순간 수염을 매만지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바빠진다.
대체 왜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진행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가 대체 뭘까 생각하던 그때 최근 올라온 알카인 왕국 내 정보가 떠올랐다.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간의 대립 시작!
친왕파의 중심축이었던 바딘 백작이 돌아왔으니 그럴 만하다 싶었는데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다.
‘친왕파가 캐슬의 자본력을 내세워 조바오니 공작과 대립을 시작한 모양이군.’
하긴 우현의 일에 직간접적으로 바딘 백작이 연관되어 있고 많은 편의 제공을 하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한 대화로 보아 이 상황을 그다지 우현이 좋아 하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굳이 왕국이 아닌 타국에 위성지부를 짓는다거나, 요청을 받는 방식으로 해서 자신이 의도했다는 것을 숨기는 것만 봐도 능히 짐작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알카인 왕국에 자금이 지나치게 몰려 별로 탐탁지 않았는데 잘됐군.’
남몰래 쾌재를 부르며 테베코는 확인 차 물었다.
“만약 위성지부를 설치한다면 물품 운반은 어찌할 것입니까?”
“제 영지 내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게이트를 통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히 게이트를 통해 운반을 하면 시간은 물론,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동자체가 마법을 통해 대량으로 한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제국 내 치안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기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었다.
“혹시 운반에 참여할 인원이 얼마나 될지 계산한 것이 있습니까?”
“최소한의 인원만 동반할 것으로 많아야 넷을 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동하기 전에 먼저 연락을 취하고 갈 것이기 때문에 그리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수염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테베코의 시선이 우현을 찾았다.
“그럼, 한 가지 묻겠습니다. 다른 왕국에 위성지부 설치하는 것 말입니다. 몇 곳이나 생각 중에 있습니까?”
“일단은 제국과 성국 이렇게 두 곳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은 상황을 봐서 설치할 계획이고 말입니다.”
“당분간은 성국과 저희뿐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확실히 좋은 사업으로 보였다.
제국과 성국은 위치상 동서로 나뉘어 있어 서로 간에 부딪칠 일도 없고 잘만하면 독점권 비슷하게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든다는 듯 주억대던 테베코의 시선이 우현을 찾아간다.
“그럼, 이제 후작님께서 바라는 것이 뭔지 말해 보십시오.”
후작이긴 하지만 상대는 상인이다.
즉, 바라는 것 없이 이렇듯 좋은 걸 줄 리 없다는 말이다.
떨어지지 않는 그의 입술을 보는 그의 좁은 눈매가 아주 실처럼 가늘어진다.
하나, 우현은 별일 없다는 듯 밝게 웃어 보인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 그런 것이니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주십시오.”
“목적이 사업 확장이란 말입니까?”
“상인이 그것 외에 뭐가 더 있겠습니까?”
못 미더워하는 그의 모습에 우현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귀족이 됐어도 전 상인입니다.”
뭔 소리냐는 듯 테베코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생뚱맞다 싶던 그때, 그의 낯에 점점 미소가 깃들기 시작했다.
마치 그가 하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말이다.
“후작님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우현은 그런 그를 웃으며 바라본다.
이렇게 서로간의 속셈을 숨긴 채 둘은 거래의 전반적인 사항을 물으며 마무리 지었다.
잠시 후, 모든 논의가 끝났다 싶어 우현은 테베코에게 더 할 말이 없는지 물었다.
“혹시 통신 마법사는 있습니까?”
“없습니다만…….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황제 폐하의 윤허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 일단 물어보고 연락을 드리려고 그런 것입니다. 만약 없으시면 제 일행 중에 한 명을 붙여 줄 터니 후작님의 영지로 데려가십시오. 조만간 그를 통해 연락을 할 터이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죠.”
고맙다며 우현은 고개를 숙인다.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는 테베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사실 통신 마법사를 그에게 붙인 것은 서로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거래를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으로 인해 방해 받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밤도 늦었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한 차례 조아린 테베코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걸 지켜보던 우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로 하나는 해결됐네요.”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소네스는 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을 건넸다.
“근데 왜 세투란 제국에 위성지부를 건설하려는 거야? 알카인 왕국에만 만드는 것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