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08
차원상인 108화
“레이젠 형님이 그러시더라고요. 현재 건설 중인 위성지부가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 측근 세력에 위치해 있다면서 자칫 잘못될 경우 다시 상단이 고립될 위험이 있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세투란과 엘테르 성국에도 설치해 왕국 내 위성지부를 건드린다 해도 타격을 입지 않게 해둔 거예요.”
당시 없었던 소네스를 위해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고 만다.
“근데 그리해도 괜찮을까? 내 생각엔 친왕파에서 먼저 뭐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겁니다. 그런 일 생길까 싶어 세투란 제국에게 먼저 요청을 하라 한 것이고, 뭐라 그러면 판매량 증대를 위해 그런 것이라 답하면 되니 말입니다.”
“네 말대로만 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 찝찝하단 말이야. 세투란 제국측이 너무 쉽게 덥석 문 것도 좀 그렇고 말이야.”
신경이 거슬린다는 연신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이 말을 건넨다.
“아마도 그건 조금 전에 한 말 때문에 그럴 겁니다.”
“뭔 말? 귀족이어도 상인이란 말?”
“예! 그거 말입니다.”
소네스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그럴 것이 우현이 상인이라는 것은 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네가 상인이지. 무슨 왕이야?”
“그런 게 아니라……. 대저 상인이 뭘 추구하는 사람입니까?”
“당연히 이윤을 쫓는 사람이지.”
“그렇죠? 아까 제가 귀족이어도 상인이라 한 말은 귀족의 부와 명성을 쫓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쫓는 사람이란 말을 돌려서 한 말입니다.”
그랬다.
우현이 조금 전 말한 것은 자신은 상도를 추구하는 사람일뿐 귀족으로서의 권력이나 명예를 탐하는 것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 거꾸로 말하자면 귀족이라는 것이 상행에 방해된다면 언제든 벗어던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 필요에 따라선 알카인 왕국이 아닌 세투란 제국 사람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뒤늦게 깨달은 소네스는 눈을 껌벅대다 꾹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야! 그 말은 세투란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잖아?”
“형님! 잊으셨습니까? 저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나 저를 아는 대륙의 왕국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겁니다. 물론 상단이나, 영지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에게 끌려 다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이번 일을 꾸밀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말이 맞기는 하다. 아마 이 일이 퍼지면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 측에서는 쉬이 나설 수는 없을 거야. 자칫 세투란이나 엘테르로 우리가 넘어가면 그들로서는 곤란한 일이 될 테니까 말이야.”
“적잖은 반감도 같이 얻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상단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 부분은 자신들이 감수해야 하는 몫이라는 듯 말했다.
레이젠과 우현 또한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우현을 찾아온 엘테르 성국과도 위성지부 건립에 관한 논의를 마친 셋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이렇게 우현은 그 기나긴 하루의 끝을 맺고 있었다.
제5-3장
“판매 시작한 지 일주일이 안 되어 약 18만 개 판매에 약 이천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라……. 상상 이상이네요. 처음 사업 시작한 사람치고 말이에요.”
백파의 손녀 진소연의 말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박형만이 답을 했다.
“조사를 하면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럴 만도 하군요. 근데 판매가와 단가는 있는데 원가는 물음표네요. 가죽에 대한 출처도 불명확하고 말이에요.”
“공장장이란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가죽을 들여오는 사람이 사장이라 원가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 가죽 시장 곳곳에 알아보니 이들이 파는 가죽은 매우 희귀한 것으로 아직까지 보지 못한 것이라 합니다. 오히려 이런 가죽이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니 어느 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보석도 그러더니 이것 또한 출처 불명확이군요.”
진소연의 고운 이마에 골이 패였다.
사실 한 달 전, 우현에게 받은 보석을 팔기 시작할 때 작은 소동이 하나 있었다.
보석들의 출처도 불명확한데다 대부분 허름한 반지에 달려 있거나, 부서진 상태의 것들이라 별 기대를 안 하고 대충 감정을 받아 팔았는데 정작 고객들은 좋아라하며 사갔다.
여섯 시간 만에 상점에 진열된 40여 개의 보석 모두 팔려 나가자 뭔가 이상하다 싶어 진소연은 보석 감정사에게 정식으로 감정으로 의뢰했고 그 결과 기절초풍할 답을 들었다.
대부분 묘안석과 같은 워낙 희귀석인 데다다, 가공이 안 된 원석에 가까운 형태들이라 이것들을 가공해서 팔 경우, 적게는 몇십 배에서 많게는 천 배 가까이 가격이 치솟을 겁니다.
한마디로, 진소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헐값에 보석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매장에 걸린 보석을 모두 회수하고는 조그만 부스러기라도 일일이 감정을 받아 팔기 시작했는데 이미 소문이 났는지 많은 이들이 찾아와 구매했다.
보석 수집가는 물론이고 해외 보석 업체에서 찾아올 정도로 상점은 그야말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근데 그것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한 가죽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새삼 백파가 했던 ‘내게 흥미를 일게 하는 자이다.’란 말이 떠오르며 그것이 그저 빈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매만지던 그녀는 시선을 들어 박형만을 보았다.
“할아버지께 이 상황에 대해 보고가 올라갔나요?”
“백파 님께서는 우현이란 자가 하는 일은 물론이고 행적에 관해서도 사소한 것이라도 보고를 받고 있다 들었으니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혹시 듣고 뭐라 했는지 아나요?”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백파님께서는 배 아플 정도로 재밌는 놈이라며 한바탕 웃었다고 합니다.”
순간 진소연의 고개가 홱 들렸다.
백파는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독설을 내뿜는다 할 정도로 매섭기 그지없다.
일례로 누적되는 적자에 돈을 빌리려 온 한 은행장에게는 구멍가게 살림도 못할 놈이라고 성을 냈고, 접대를 좋아하는 경제부 차장에게는 계집 속살이 그리 좋으면 딸 것이나 만지라며 쫓아냈다.
이렇듯 상대에게 욕설을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이 백파인데 어찌된 일인지 우현에게만은 후하기 그지없다.
의아해 하던 그때 차창 너머 도로 건너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저 서람 천동그룹 의류 사업 이사 박한일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뒤따라가는 자는 서울 오거리 파 두목 조판석이고요. 태령 종합 상사가 있는 건물로 들어가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회사를 먹으려는 속셈인가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힘 있는 자들 중에는 없는 자의 것을 뺏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나 천동그룹 박한일의 경우는 더했는데 그의 지나친 탐욕으로 인해 파산한 이들이 백여 명에 이르고 절망감에 빠져 목맨 사람만 족히 열은 될 정도로 극악무도하기로 소문이 난 자였다.
그런 이가 자신이 거래하고, 백파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를 건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간을 사정없이 좁힌 채 밖을 보던 진소연이 노기를 담아 뱉어낸다.
“범우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저 떡대들 좀 치우라고 하세요. 영 눈에 거슬리네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박형만은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하나, 채 몇 마디도 안 했건만 범우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지 정리하겠다고 한다.
통화를 끝낸 그가 범우가 나설 것이라고 하자 진소연은 차문을 열었다.
“아가씨! 어디 가십니까?”
“어차피 보석 건 때문에 한 번은 들려야 하잖아요. 이참에 온 김에 보석 판매 현황서 좀 주고 가게요.”
“하지만 우현이란 사람은 회사에 없습니다. 천동그룹 박한일 이사도 아직 안 나왔고요.”
“우현이란 사람은 일로 만난 관계인데 불편하게 얼굴 맞대지 않고 좋잖아요. 그리고 박한일 이사는 아저씨가 처리한다고 했으니 별문제 될 것 없고요.”
기필코 가겠다는 그녀의 모습에 걱정이 된 박형만은 황급히 안전띠를 벗었다.
“그러지 말고 저랑 같이 가시죠.”
“알았어요. 따라 오세요.”
둘은 차를 내려서는 태령 종합 상사가 있는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오거리 파 두목 조판석이 막아섰지만 곧이어 걸려온 전화에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을 쏘아보던 진소연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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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청원사, 킬 힐 2,000개 파우치 백 1,000개요? 알겠습니다. 예! 예! 그럼요. 알려주신 주소로 물건 보낼 때 연락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전화를 끝내기 무섭게 시끄럽게 울어대는 또 다른 전화를 든다.
“태령 종합 상사입니다. 아, 예! 일반 백하고, 파우치 백 각각 1,500개씩? 근데 지금 재고 다 떨어진데다가 밀린 주문이 좀 많아서 족히 사흘은 걸릴 것 같은 데 괜찮으세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물품이 만들어지는 대로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서우는 옆에 있는 컵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댄다.
사무실 문을 열기 무섭게 시작된 전화 세례는 벌써 오후 세 시가 되어가는 데도 줄어들 기세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더 늘어나서 뭔 전화가 불통이라며 거래처 사장들이 온갖 불평불만을 해대는 통에 서우가 죽을 맛이다.
“전화 상담 직원을 따로 뽑던지 해야지. 이거 아주 입맛이 달구먼, 달아!”
말이 툭 튀어나오기 무섭게 옆에서 전화를 끊던 정양이 울먹였다.
“이사님! 제발 좀 그래 주세요. 하루 종일 전화 받느라 아주 죽겠어요.”
“맞아! 너무 힘들다고!”
밥 사달라고 왔다 졸지에 전화 상담원이 된 우리도 덩달아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이때를 놓칠세라 다른 사원 둘까지 동참에 아우성을 치자 서우의 이맛살이 좁혀든다.
“알았습니다. 어차피 밀려드는 일 때문에 인원 충당을 해야 하는 형편이니 사장에게 말해서 공고 올릴 테니 그만 하십시오.”
순간 주위 사람들 모두 쌍수를 들고 만세를 외친다.
무슨 꼭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것처럼 모두들 좋아라한다.
‘누가 보면 한반도 통일이라도 된 줄 알겠다.’
못 말린다는 듯 내뱉던 그때 옆에 있던 영업 파트를 맞고 있는 오인석이 말을 건네왔다.
“이사님! 백화점 입점 문제로 논의할 것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또 백화점이야? 이번엔 어디입니까?”
“충북에 있는 백야 백화점이라고…….”
“충북? 이러다 전국의 모든 백화점에서 연락 오겠습니다.”
너무 잘나가도 탈이라고 할까? 촉이 빠른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입점 제의를 해오더니 이젠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온다.
그렇다고 물품도 제대로 수급이 되지 않는 이때 무턱대고 입점을 할 수도 노릇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