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11
차원상인 111화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은 좋아도 나중 일이 힘들다 이거야?”
“그런 셈이지. 문제는 이미 신발과 가방으로 인해 우리가 가져오는 가죽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는 거야. 즉, 언제까지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팔기는 힘들다 이거지. 차라리 그럴 바에야 줄 건 주면서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더 나을 것도 같고.”
서우의 말대로 언제까지고 가죽을 품에 안고 있을 수는 없다.
가죽의 성분에 대해 문제 삼는 이도 생길 것이고 그로인해 자칫 사업에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걸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불만이 없게 가죽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더 이로울 것 같았다.
거듭 생각해봐도 그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현은 이내 마음을 정했다.
“백화점 입점 문의는 생산 문제가 해결이 난 뒤에 하기로 하고, 업무 제휴는 연락 온 업체 중 실한 곳을 골라서 알려줘! 생각 한 번 해볼 테니까.”
“알았어. 잘 알아보고 난 뒤에 말해 줄게.”
그렇게 하라며 끄덕대던 그때 문이 열리며 임동수와 함께 공장장이 들어온다.
“어라? 사무실이 왜 이런가?”
대충은 정리했지만 깔끔했던 전에 비해 아직은 어수선하다.
그래서 그런지 둘은 주위를 살피며 의아해하였고 이에 우현이 서둘러 답했다.
“그럴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곁으로 그들이 오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우현은 악수를 건넸다.
“많이 바쁜 모양이야. 얼굴 보기 힘드니 말이야.”
“처리할 일들이 좀 많아서요.”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는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오랜만입니다. 일은 잘되고 있습니까?”
“참모님의 도움으로 회사 구성이 어느 정도 끝마쳤습니다. 필요한 인원도 채워졌고요.”
“그래요? 일단, 공장장님과 말씀 나눈 뒤에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로 하죠. 할 말도 좀 있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굳어진 우현의 표정으로 보아 왠지 어수선한 사무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것은 있다가 묻기로 하고 눈은 사무실 직원들에게로 향하였다.
그와 일별한 우현은 옆에 있는 의자를 가져와 앉으며 다시 공장장을 보았다.
“할 이야기도 많은데 일단 앉으시죠.”
“그렇게 하세나.”
서우가 가져다 준 의자에 앉는 것을 본 우현 또한 자신의 자리에 몸을 기댔다.
보연이 타서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둘은 굳게 다물었던 말문을 열었다.
“듣자니 하청업체를 동원하자고 하셨다면서요.”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왔네.”
공장장은 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놓았다.
그걸 살펴보던 우현이 고개를 들었다.
“하청업체 리스트네요.”
“이것 중에 여기 별표 된 것 있지 않은 가? 그중에 네 군데에 일을 맡길까 생각 중이네.”
별표가 쳐진 회사명을 살피던 우현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생산량을 맞추느라 공장장님이 직접 한 것처럼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걸세. 직접 가서 공장 상황도 살폈고 그곳을 책임지는 공장장도 내가 잘 아는 이들로 책임감이 아주 강하네.”
“무슨 말인지 압니다만 저희 회사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번 어긋나면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공장장님의 공장에서만 생산하려 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이 말은 하청업체 중 한 곳이라도 삐끗하면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청업체 선정에만 이틀 밤을 꼬박 새워 매달렸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이야.”
그리고 보니 충혈된 눈이며, 꺼진 듯 푹 들어간 볼 등 그의 초췌한 모습이 빈말이 아님을 알 게 한다.
다시 한 번 하청업체 리스트를 살피던 우현은 확인 차 또다시 물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내 이름을 걸고 말하지. 괜찮다고 말이야.”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겨가던 우현은 이내 끄덕였다.
“좋습니다. 공장장님 말씀대로 하죠. 업체 선정 또한 공장장님이 정해준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금 정해 주시면 서우를 시켜서 바로 계약하는 것으로 하죠.”
“그렇지 않아도 내 마음속으로 정해둔 곳이 있네. 품질에 대해 아주 까다로운 이들이라 자네 마음에 쏙 들 것이네.”
“그러길 바라야지요.”
공장장이 체크해 준 것을 서우에게 보여주고는 하청 계약을 맺도록 시켰다.
일단, 하청업체 선정 건이 해결이 돼서 그런지 조금은 숨이 트이는 듯 공장장의 낯에 혈색이 돈다.
‘그간 맘고생이 심했나 보네.’
혼잣말을 내뱉는 우현의 낯에 미안함이 깃든다.
자신이 해야 할 고민을 대신 짊어지게 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회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우현, 그였으니 말이다.
안쓰럽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우현은 업무 제휴 문제를 꺼내 들었다.
하청업체 선정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기에 이참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공장장님! 서우한테 들어서 아시겠지만 회사로 업무 제휴 건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저희 가지고 있는 가죽을 가지고 옷으로 만들어 팔겠다는 말이죠. 제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해서 그런데 공장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일전에 자네가 옷을 만들어 팔자고 했던 것이 있어서 쉬이 동의를 못하고 있었네만 내 생각엔 그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사실 지금 시작한다 해도 디자이너라든지 여러모로 문제들이 많네. 그걸 떠안고 가기에는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네.”
“그 말씀은 괜한 욕심 부렸다 자칫 큰 화를 입느니 줄건 주자는 거군요.”
“이번 일을 봐도 알겠지만 어느 정도 옷 제작에 대한 여건이 조성된 후에 끼어들어도 늦지 않다 생각이 드네. 거기다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곳이 패션계 아닌가? 시장 추이를 살피면서 어떤 옷을 만드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이 드네. 어차피 가죽을 들여오는 이가 자네이니 가격 면에서도 남보다 월등하고 말이야.”
턱을 매만지던 우현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공장장의 말대로 패션계는 한 치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치열한 곳이다.
그런 곳에 발을 디디려면 어지간한 노력가지고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싸워도 이길까 말까 하는 곳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업무 제휴를 통해 시장 추이를 살피면서 옷 제작에 대한 준비를 해가도록 하지요.”
“그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둘은 환하게 웃으며 남은 커피를 들이켰다.
공장장과 보낸 우현은 업무 제휴에 관한 준비를 시키고는 임동수를 자신의 자리로 불렀다.
주위 사람에게 조금 전 상황을 들어서 그런지 임동수는 묵묵히 의자에 앉았다.
“들으셨나요?”
“예! 다 들었습니다.”
“그럼, 제가 하고픈 말이 뭔지 알겠군요.”
“미리 신경 썼어야 하는데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에도 우현은 눈살을 더욱더 찌푸린다.
“분명 전에 말했습니다. 저번 일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한데 회사로 찾아와 난동까지 부리는데 아무도 오지 않다니요. 그게 말이 됩니까? 대체 제가 뽑았던 사람들 모두 어디 간 것입니까? 모두 놀러들 갔습니까?”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그 안에 숨은 서슬 퍼런 칼날에 임동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됐으니 그만하십시오. 그 말을 듣자고 하는 말이 아니니 말입니다.”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손을 거칠게 휘저었다.
졸지에 입이 봉해져 버린 임동수는 죄송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현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경비 업체고, 뭐고 간에 죄다 해체해 버릴 것이라고 참모님께 전해 주십시오. 더불어 그들 대신 중원 사람으로 모두 바꿔버릴 거라는 말도 덧붙여 주시고 말입니다.”
순간 임동수의 얼굴이 울상이 되어 버린다.
지금 한 말을 참모 고흥만이 듣는 다면 어떤 사달이 벌어질지 뻔했기 때문이었다.
정신 나간 놈들 같으니라고! 사장님의 회사도 제대로 간수 못하는 놈들이 무슨 경비 업체야! 동네 양아치들도 너희보단 낫겠다! 다들 접시 물에 코 박고 뒤져! 뭐해? 코 박고 뒤지지 않고!
귀신상이 되어가지고 미친 듯이 토해낼 이 말들이 눈앞에 쏟아지듯 선하다.
그런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우현은 지금껏 경비 회사 구성이 어찌되었는지 물어본다.
잠시 후, 보고를 마친 임동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사무실 밖으로 나선다.
우현이 방금 했던 말을 고흥만에게 알려달라고 재차 강조한 탓에 그런 것이었다.
‘나 죽었소!’ 하고 외치는 듯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우현이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티아! 방금 한 말은 이곳에 거주하는 호위대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엘레토에게도 말해 줘! 알겠지?”
“알겠어요.”
한 번 내려간 티아의 고개가 쉬이 올라오질 않는다.
설마하니 자신들이 직접 나섰는데도 이런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기사단 체면을 망가트려도 유분수지! 내 레이젠 님께 말씀드려 대륙으로 소환해 훈련을 시켜야겠어. 기필코!’
한껏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차가운 한기가 흐른다.
그런 그녀의 속내도 모른 채 우현은 남은 일들을 하나둘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 ‡ ‡
한편, 사무실 밖으로 나선 우리는 서둘러 진소연을 쫓았다.
하지만 한 발 먼저 엘리베이터를 탄 그녀를 보고 방향을 바꿔 계단으로 향했다.
쉴 새 없이 뛰어가느라 다리가 아팠지만 이미 우리의 머릿속엔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부……분명 나라야! 나라가 맞아!”
이 말만 거듭하며 미친 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막 1층에 내려서자 출입문을 나서는 진소연이 보였다.
재빨리 뛰어 밖으로 나선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쉴 틈도 없이 외쳐갔다.
“나……라! 너 나라 맞지?”
진소연이 멈칫대던 것도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세운 사람을 보았다.
근데 자신을 보자마자 우리의 붉게 충혈된 눈 아래 이슬이 하나 또르르 굴러 내린다.
그렇게 한 번 내린 것은 좀처러 멈추질 않고 오히려 좀 더 빗발을 거세게 세운다.
“너……너! 나라 맞지?”
울먹대는 우리와는 달리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소연은 온기 하나 없이 차디차기만 하다.
“나라? 그게 뭔가요?”
“시설에서 원장님이 만세하고 나, 너 이렇게 셋이 우리, 나라, 만세라고 별명 지어줬잖아.”
“죄송하지만 시설이 뭔가요? 별명 또 뭐고요?”
“진짜 기억 안나? 나 우리야! 우리! 삐쩍 말랐던 우리!”
평행선처럼 서로의 말만 내던 두 사람 사이로 고함이 울린다.
막상 소리를 지르고 보니 미안한 듯 안절부절못하는 우리를 보는 진소연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미안하지만 잘못 본 것 같네요. 전 나라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미안해요.”
싸늘한 말투로 내뱉던 그녀는 발끝을 돌려 차가 있는 건너편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