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13
차원상인 113화
“그리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니라는 듯 김 점장은 고개를 내젓는다.
그런 그를 보던 우현은 손에 쥐고 있던 팸플릿을 들어보였다.
“오면서 이번에 배포했다는 팸플릿을 봤거든요. 근데 보니까 요일별로 할인 품목이 있던데 그게 가능해요?”
“솔직히 매장 영업 방식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트를 만든 점을 착안해 우리의 이득보다는 이곳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들을 알리는 쪽으로 영업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방안을 찾던 중 한 직원이 물품 하나당 우리가 얻는 이득을 4~50원씩 줄여 모은 돈으로 물품을 더 구입해 할인 행사를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여 그걸 실행에 옮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냐며 끄덕이던 우현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매장으로서는 이익이 많이 줄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할인 마트의 경우 박리다매 형태를 띠기 때문에 조금 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액수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홍보가 부족한 중소기업 업체들의 물품을 사람들이 직접 써 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고 말입니다.”
“점장님 말대로 그 중소기업에게는 좋은 홍보 전략이 될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든다는 듯 연신 주억댄다.
그걸 지켜보던 김 점장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서둘러 말을 건넸다.
“참! 듣자니 국내외 업체에서 업무 제휴를 문의했다고 하던데 어찌하실 겁니까?”
업무 제휴란 말을 듣기 무섭게 우현에게서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괜찮다면 제 생각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십시오. 지금은 누구의 머리든 빌리고 싶으니까 말입니다.”
어서 말해보라는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던 김 점장이 서서히 말문을 열었다.
“제 생각입니다만 업무 제휴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그리 생각하는 이유가 뭡니까?”
“저희 회사 가죽을 손에 쥐는 자가 가죽 시장을 선점하게 될 거라는 건 대부분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 업무 제휴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기업들로서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니 말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우리 회사를 시장에서 쫓아내는 편이 더욱더 이득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저희만 없다면 기존의 사장 판도 그대로 흘러갈 테니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중소기업도 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의 우리 회사 같은 경우 망가트려 못쓰게 하느니 차라리 인수합병과 같은 방법을 써서 회사 자체를 흡수할 생각도 하고 있을 겁니다.”
우현은 슬며시 턱을 매만졌다.
원자제인 가죽을 강탈할 계획은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회사 자체를 뺏으려 들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장사란 나 혼자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물건 사들고 가는 손님. 팔 물건을 포장해주고, 내게 물건을 운반해주는 사람까지. 내가 장사함으로 인해 그들이 미소를 짓고 행복해하는 것이란다.”
난데없는 말에 우현에게서 의아함이 피어오른다.
그런 그를 보던 김 점장은 뒷덜미를 긁적댔다.
“어렸을 적 아버님이 해주시던 말인데 묘하게 기억에 남아 지금도 되뇌고는 합니다. 사장님! 외람되지만 시장에 사장님이 가진 가죽을 푸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한다면 저희 아버님 말대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장사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거기다 그 편이 타 기업으로부터 질시를 받지 않고 현재 시장을 망치지 않으면서 순응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이 듭니다만…….”
“시장에 푼다, 라…….”
그의 말대로 하는 편이 어쩌면 대기업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시장에 풀어 놓을 만큼 가죽이 넉넉한지가 문제이고, 그로인해 감소하는 이득이 만만치 않을 거란 것이다.
특히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이 나설 경우 우현의 회사에는 막대한 타격이 될지도 모른다.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우현의 두 눈이 번뜩 뜨인다.
‘참! 난 시장이 여기만 있는 게 아니잖아.’
현대에서 파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중원이나, 대륙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 두 곳이라면 간섭받지 않고 대량으로 팔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곳보다 더 나을 것 같다.
거기다 여기보다 그 두 곳의 시장이 더 크고 말이다.
가죽만 충분하다면 이곳을 포기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긴 우현은 슬며시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말씀 고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괜히 주제넘은 이야기를 한 것 아닌가 걱정을 했었습니다.”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 많이 해주십시오. 저에겐 좋은 것이니 말입니다.”
환히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김 점장 또한 웃었다.
예전엔 부하 직원이었지만 이젠 상관이 된 우현이기에 혹시나 자신이 한 말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나 않았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제 보니 평소 남의 이야기를 잘 새겨듣던 과거 영업 사원일 때의 모습을 아직도 갖고 있는 그의 모습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막 돌아서던 우현은 뭔가 잊었다는 듯 말을 건넨다.
“혹시나 지원 부탁할 것 있으면 언제든 회사로 연락하십시오. 무엇이든 다 해드릴 테니 말입니다.”
“그럼, 직원들 사기도 올릴 겸해서 저희 회식비 좀 쏴 주십시오.”
“지금 연락해서 바로 보내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차례 고개를 숙인 우현은 티아와 함께 차를 탔다.
운전띠를 매자마자 핸드폰을 켜 서우에게 연락을 하였다.
“어, 우현아!”
“지금 검토 중인 업무 제휴 문의한 업체 말이다. 당분가 보류 해봐!”
“보류? 그건 또 왜? 뭔 일 있어?”
갑작스러운 보류에 놀란 듯 서우가 물어온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 테니 일단 그렇게 해! 그리고 지금 차원 넘어가려고 하는데 창고에 우리가 만든 구두하고, 가방 들 있어?”
“있지! 그건 왜?”
“가져가서 한 번 팔아보려고!”
“대륙에다? 그거 좋은 생각이긴 한데……. 여기서도 물품이 달리는데 그쪽에 풀어도 괜찮을까?”
염려 가득한 그에 우현은 괜찮다는 듯 답을 한다.
“가서 상황을 보고 팔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말고……. 참! 할인 마트 김 점장님 계좌로 회식비 좀 넉넉하게 쏴드려!”
“회식비? 참! 오늘 오픈 날이지? 깜박 잊고 못 갔네.”
“우리가 가봤자 바쁜 사람들 더 힘들게 하는 꼴이니 굳이 찾아가지 말고 직원들끼리 한잔하라고 회식비나 보내드려. 창고에 전화해 우리 물품들 좀 빼서 컨테이너에 실어 놓으라고 하고!”
“알았어. 지금 당장 전화해 둘게.”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래, 갔다 와서 보자!”
전화를 끊은 우현은 티아를 데리고 곧장 창고로 향했다.
‡ ‡ ‡
“이봐! 그 물건은 이쪽이라고!”
목청껏 소리치는 사내의 손가락질을 따라 마차를 돌려 나간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들을 지켜보던 남궁현철의 시선이 이번엔 담장 넘어 수련을 하고 있는 세가 사람들을 본다.
하나같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열정을 다해 수련에 임하는 그들을 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삼 년 전, 가세가 폭락을 하듯 급격히 기울었을 때 두 번 다시 이런 광경을 보지 못할 줄 알았다.
한데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이 이렇듯 다시 모이고 제자들이 모여 수련을 하는 것을 보게 되다니 감격하다 못해 춤이라도 추고 싶다.
특히나 어느덧 상단이란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재정이 늘어나 조금만 더 있으면 무림제일가로서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맛보게 될 것 같았다.
세가로나, 상단으로서나 둘 다 무럭무럭 커가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던 때에 방문을 열고 총관인 남궁천옥이 안으로 들어왔다.
“뭘 그리 좋아하십니까?”
“그냥 좋구나!”
이 짧은 말에 남궁현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총관 남궁천옥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알만 할 것이다.
소리 없이 웃던 그는 가지고 온 장부를 세가주 남궁현철 앞에 늘어놓았다.
“이번 달 상단 판매 현황 및 장부입니다.”
장부를 들어 잠시 훑어보는데도 일목요연한 것이 한 눈에 내용이 어떤지 이해가 된다.
이는 전에 소네스가 와서 보여준 수익 계산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굳이 그리 복잡한 형식으로 왜 하냐며 짜증들을 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처럼 편한 방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상단은 물론이고 남궁세가 내 장부도 그 형식에 따라 정리하기로 하였는데 그걸 여타 다른 상단에서 보고는 따라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 형태가 마치 표준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소네스가 첫 선을 보인 주판과 이와 연관된 주산, 부기는 그야말로 상인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것이라 할 만큼 중요시 되었다.
얼마나 그랬으면 남궁세가에서 주산학원이라는 학당을 만들어 가르치고 이곳을 수료하지 않은 이는 상단에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인이라면 꼭 배워야할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주판을 만들어 공급하는 남궁세가로서는 짭짤한 수익을 얻고 말이다.
어쨌든 우현이 이곳에 상단을 만든 뒤로 조금씩 중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가주 남궁현철은 보고 있던 장부를 덮으며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 이득 많이 늘었군.”
“작년 실적으로 미루어 2할 정도 상승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 외로 3할까지 치솟았습니다. 아무래도 색한지와 무늬 한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하긴 두 물품은 시간이 갈수록 판매량이 급등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할게야.”
색지와 무늬 한지를 처음 봤을 때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능히 그럴 만도 하다.
“그래서 내년 목표를 지금의 이득의 배로 상향 조정을 한 상태입니다.”
“허허! 이러다 중원의 모든 돈줄이 우리 땜에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군.”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막 다른 장부를 펼쳐가던 세가주 남궁현철이 물었다.
“참! 상단주님이 언제쯤 오신다 했더냐?”
“대충 이맘 때라고 했으니 이제 곧 오실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냐며 끄덕이는 그를 보며 물었다.
“상단주님께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크흠! 선물로 준다는 중절모가 궁금해서…… 그런다.”
멋쩍은 듯 슬쩍 시선을 돌리는 세가주 남궁현철에 총관 남궁천옥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발단은 이렇다.
약 반년 전, 선물이라며 남궁조공에게 우현이 검은 중절모 사서 줬는데 이게 세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이다.
특히나 우현이 해준 협객(우현은 영화 장군의 아들 팬으로 중절모를 보자 생각난 김두한이나, 시라소니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이야기는 세가에 모르는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중에는 시라소니를 쫓아 철두공을 익힌다며 나무나 돌덩이에 머리를 처박는 일도 벌어졌으니 그 이야기가 그들의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했는지 짐작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