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17
차원상인 117화
그런 그와는 달리 페페토는 허리를 숙여 답했다.
“참! 가져가신 양초는 분석해 보셨소?”
“마탑주들이 모여 해봤습니다만 종이 때와 마찬가지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베야크 칸은 역시나라는 듯 웃었다.
“왠지 그럴 것 같았소!”
비아냥거리는 듯한 그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있던 페페토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저희는 할 수 없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니…….”
“얼마 전에 소식을 들어 알았는데 화이트 그리핀 상단이 있는 영지에 차카타파 마법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차카타파 마법사면 얼굴 없는 마법사라고 놀림 받는 그들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전 대륙에 퍼져있던 그들이 무슨 일인지 그 영지에 모여 있다고 합니다. 듣자니 융슝한 대접도 받고 연구비용도 받는 것이 아무래도 이 물품에는 그들이 관련된 것 같습니다.”
술잔을 내려놓던 베야크 칸의 몸이 멈칫한다.
설마하니 마법계에서도 버린 존재들이 이런 물품을 만들어 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탁자에 잔을 내려놓은 그는 시선을 돌려 페페토를 보았다.
“그게 정말이오? 그 물품에 그들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말이오?”
“그렇지 않다면 제국에서도 버린 이들을 굳이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옛 기록에 보니 차카타파 마법사들은 대륙의 여러 가지 성분들을 합쳐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열중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테베코 경이 말했던 여러 가지 성분이 합쳐져 있다는 말과도 일치합니다.”
순간 베야크 칸의 주먹이 탁자를 내려친다.
콰앙!
주위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탁자가 폭삭 주저앉고 만다.
“개똥도 쓸데가 있다더니 딱 그 짝이군.”
거칠게 말을 토해내던 그는 시선을 쳐들었다.
너무도 매서운 눈빛이라서 그런가?
시선만 부딪쳤을 뿐인데 테베코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야크 칸은 시선을 돌려 페페토를 바라본다.
“만약 제국에서 그들을 부른다면 올 것 같소?”
“버러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쫓겨났는데 그러겠습니까?”
베야크 칸은 짜증이 난 듯 뒷머리를 사정없이 긁어댄다.
“왠지 보물단지를 적에게 준 것 같아 기분이 별로군!”
“하지만 그 보물단지를 가진 자를 곁에 두면 결국은 보물단지를 손에 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베야크 칸!”
슬쩍 돌린 시선 위로 숙여진 고개 밑으로 미소 짓는 테베코가 보인다.
그런 그를 보며 입꼬리를 치켜 올리던 베야크 칸은 황좌 손잡이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맞는 말이야, 테베코! 어차피 내가 쓸 수만 있다면 누구의 손에 쥐고 있든 아무 상관없겠지.”
“맞습니다.”
고개를 든 테베코는 베야크 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었다.
서로를 보며 웃던 베야크 칸의 미간이 좁혀 들었다.
“근데 말이야. 한 가지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
“무엇입니까? 베야크 칸!”
“엘테르 성국! 그곳 또한 위성지부를 설치하기로 했지. 문제는 눈치 빠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늙은 구렁이가 릭 캐슬을 가만히 두겠느냐는 것이야.”
테베코도 그건 생각지 못했는지 낯이 싸늘히 굳어졌다.
이때 잠자코 있던 페페토가 앞으로 나선다.
“그렇지 않아도 성국에서 알카인 왕국으로 사람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건 어떻게 알았소?”
“성국 부근에 위치한 벨크로 마탑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국경 부근에 마석을 캐러갔던 마법사가 보았다고 말입니다. 상인으로 변장해 특유의 성력을 지우려 했던 모양인데 당시 마법사가 4서클인지라 단번에 알아봤다고 합니다. 방향으로 보아 알카인으로 가는 것 같았고 말입니다.”
“호오! 마탑도 때론 도움이 되오. 그런 움직임도 알 수 있고 말이오.”
잘했다는 듯 말을 하던 그는 시선을 테베코로 향했다.
“벌써 그가 움직였다는 것은 아무래도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을 움직이려는 모양이야. 아니면 둘 다 한꺼번에 움직이거나.”
“아마도 둘 다 움직이려 들 것입니다. 그러고는 릭 캐슬을 사지로 몰아 선택을 강요하겠죠. 지금껏 성국이 그랬듯 말입니다.”
“그럼, 답은 하나군!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 간에 싸움을 붙이는 것. 그뿐이 없겠어.”
베야크 칸의 시선을 받은 테베코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알카인 왕국에 있는 스파이를 움직여 서로 간에 싸움을 붙여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릭 캐슬의 영지에 사람을 좀 보내 놓는 것이 어떻겠어? 엘테르 성국의 늙은 구렁이가 상황이 제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찌 변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그리하겠습니다. 베야크 칸!”
재차 고개를 숙이던 테베코는 이내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술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가던 베야크 칸의 시선이 돌연 페페토로 향한다.
“사부, 소피에르 왕국 부근에는 마법전단 소속 마법사들에게 연락 좀 해주시오. 엘테르 성국이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발을 묶어두라고 말이오. 뭐, 들키지만 않으면 모조리 죽여도 좋고 말이오.”
“알겠습니다. 베야크 칸!”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던 페페토마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버린다.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베야크 칸의 눈빛이 한순간 번뜩인다.
“엘테르 성국 늙은 구렁이! 이번에 당신 뜻대로 절대로 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릭 캐슬, 그자 내가 손에 쥐어야겠거든!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말이야.”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 냉기가 주위를 얼룩지게 만든다.
창밖의 설풍과 맞먹을 그런 한기가 말이다.
‡ ‡ ‡
“조심! 조심해서 움직여!”
쇠사슬을 당기는 사내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그럴 것이 지금 그들의 머리 위에 어른 두 사람 덩치만한 커다란 솥이 허공에 떠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이 손에 쥔 쇠사슬에 의해서 말이다.
즉, 한 사람이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그 즉시 그들은 황천길로 떠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보니 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초긴장 상태로 쇠사슬을 당기고 있었다.
그 상태로 솥을 움직여 이천여 개 쯤 되는 양초 모양의 쇠틀들 위로 움직여갔다.
잠시 후, 예정했던 위치에 이르자 사내들은 쇠사슬을 근처 쇠기둥에 묶고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 상태로 오래 있어서 그랬는지 온몸에 힘이 없는 것이 축 늘어져 자고 싶다.
이때 한 사내가 휘청대는 몸을 어쩌지 못하고 뒤로 상체가 넘어가던 그때 누군가 등을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조심하십시오. 다칩니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리던 사내는 화들짝 놀랐다.
그럴 것이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우현이었기 때문이었다.
“사, 상단주님!”
“몸이 안 좋으면 잠시 어디 가서 쉬었다 오십시오. 너무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말입니다.”
방긋 웃어보이던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돼서 그런지 영지에 있는 양초 공장과 비슷해 보이는 것이 왠지 정겹기까지 하다.
“좋으신가요?”
티아의 물음에 우현은 피식 웃었다.
“왠지 모르게 대륙의 공장 같이 느껴지는 것이 편해서 그렇습니다.”
“혹시 대륙이 그리운 건 아니고요?”
“글쎄요?”
묘한 미소를 짓던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여기에 있었구먼!”
“태장로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우현의 인사에 남궁조공은 슬쩍 손을 쳐들어 보인다.
곁으로 다가온 그는 조금 전 우현이 했듯이 주위를 살펴갔다.
“이것이 양초를 만드는 것들인가?”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중원에서 쓸 양초들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조촐하구먼! 난 공장이라고 해서 뭔가 큰 것이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저도 처음에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같은 생각을 했다는 그에 남궁조공은 웃어 보인다.
재차 주변을 살피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말을 건넨다.
“근데 왜 중원에 양초 공장을 만든 것인가? 일전에 듣기로는 대륙에서 만들어 가져올 것이라 들었는데 말이야.”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만, 대륙에 물량 대는 것만도 벅찬지라 가져오는 건 꿈도 꾸기 힘듭니다.”
“하긴 1년 전 판다고 말해놓고는 이제야 물건을 가져올 정도면 할 말 다한 셈이지.”
맞다는 듯 우현은 동의를 표한다.
“근데 시설을 만든 건 좋은데 이걸 운용할 사람이 없지 않는가? 그건 어찌 해결할 셈인가?”
“그건 조만간 대륙에서 사람을 데려와 해결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그 방법이 있었구먼!”
남궁조공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둘이 막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 총관 남궁천옥이 다가온다.
“공장이 어찌되는지 확인하러 오셨습니까?”
“살펴보고 이제 막 나가려는 참이었습니다.”
“그거 다행입니다. 상단주님이 찾으시던 운남성 상인이 창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터라 어찌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말입니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우현의 목소리에 살짝 흥분이 깃든다.
그럴 것이 중원으로는 네 달 전, 현대로는 이십오 일 전쯤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 중국산 원두 바람 거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용인 즉, 운남성에 위치한 중국산 커피 아라비카가 성황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총관 남궁천옥더러 운남성에 농지를 많이 가진 대부호나, 또는 농지를 가진 상인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었다.
지금껏 아무 말이 없기에 없나보다 하고 신경을 껐었는데 이제 보니 조건에 맞는 곳을 찾느라 시간이 제법 걸린 모양인 것 같았다.
어서 가서 보고 싶은 마음에 막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컨테이너 박스 속에 둔 커피나무 씨앗이 생각났다.
남궁세가 상단 침소에 둔다는 것이 그동안 까먹고 계속해서 컨테이너 박스 속에 두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운남성에서 왔다는 이를 데리고 컨테이너 박스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단 총관 남궁천옥에게 자신의 방에 가 있으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그렇게 그를 돌려보낸 우현은 남궁조공과 일별하고는 곧바로 티아와 함께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창고로 향하였다.
헤집듯 컨테이너 박스를 뒤져 찾아낸 커피나무 씨앗이 든 부대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는 미친 듯이 세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안 되었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부대자루를 넘기라 했지만 너무 마음이 급한지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그렇게 자신이 업무를 보는 곳에 도착한 우현은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총관 남궁천옥과 운남성 사람으로 보이는 배불뚝이 중년 사내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이에 우현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으니 의자에 편히 앉으십시오.”
앉으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엉거주춤 서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