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18
차원상인 118화
아무래도 어깨에 짊어진 부대자루가 거슬린 모양이다.
이에 우현은 둘의 마음을 가볍게 해줄 요량으로 탁자에 부대자루를 내려놓았다.
“상단주님! 이게 대체 무엇입니까?”
“커피나무 씨앗입니다.”
“커피나무 씨앗? 혹시…… 저희가 마시는 그걸 말하는 겁니까?”
이름에서 유추를 했는지 곧바로 물어온다.
이에 우현은 피식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갔다.
“총관님 생각대로입니다.”
맞다는 말에 총관 남궁천옥은 매우 놀랍다는 듯 연신 부대자루를 본다.
커피를 아직 모르는 호월도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그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우현입니다.”
“호월도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둘을 본 총관 남궁천옥은 깜박했다는 듯 입을 연다.
“여기 호월도란 분은 운남성에서 최대 농지를 가지는 대부호이자, 천명상단의 주인입니다.”
“그렇습니까? 이거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상단주님에 비하면 새발에 피입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연신 손사래를 쳤다.
“근데 저를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그걸 말하기 전에 우선 메마른 목부터 축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현은 곁에 있는 티아에게 커피 세 잔을 부탁하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후, 다시 온 그녀의 손에 들린 쟁반 위엔 네 잔의 커피가 놓여 있었다.
앞에 놓인 커피 잔을 본 호월도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것이 마치 순결하기 그지없는 아기 살결처럼 뽀얀 잔을 보고 있노라니 쉬이 손을 대기 어렵다.
자칫 자신으로 인해 때가 타지 않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신주단지 모시듯 그저 쳐다보는 그에 커피를 마시던 총관 남궁천옥이 결국 한마디 하고 만다.
“잔도 예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더 좋습니다. 그러니 한 모금 마셔보십시오.”
권유에 넘어간 것일까? 잔을 들어 올린 호월도는 살짝 입가에 대 한 모금 마셔본다.
사약과 비슷한 색깔이라서 매우 쓸 줄 알았는데 막상 마셔 보니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것이 제법 좋은 듯하다.
“마음에 드시는 모양입니다.”
우현의 말에 호월도는 냉큼 고개를 주억댄다.
“쓰디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단 맛이 나는 것이 제법 괜찮은 것 같습니다.”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것은 왕족끼리만 먹는 음료이니 말입니다.”
“와, 왕족이요?”
휘둥그레 눈을 뜨던 호월도는 고개를 내려 커피잔을 쳐다본다.
설마하니 왕족만 먹는 그 귀한 음료를 마실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까? 점점 마시는 속도가 빨라진다 싶더니 어느새 빈 잔을 손에 쥔 채 입맛만 다신다.
아쉬운 빛을 자아내며 내려놓던 호월도는 뭔가 떠오른 듯 우현에게 말을 했다.
“상단주님! 저는 어째서 부르신 겁니까?”
“그걸 답하기 전에 방금 마신 것의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커피라는 것입니다. 탁자 위에 있는 것이 그 커피를 얻을 수 있는 커피나무의 씨앗이고 말입니다.”
순간 호월도의 시선이 탁자의 부대자루와 커피 잔을 오간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이인지 상기하고는 이내 남궁세가에서 왜 자신을 불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그 자루에 있는 씨앗이라는 것을 대신 키울 사람이 필요하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우현의 답을 들은 그는 또 한 번 머릿속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물론 자신이 넓은 농지를 가진 대부호이긴 하지만 안휘성과 운남성은 제법 거리가 멀다.
굳이 그 먼 곳에 있는 자신을 찾아 키워달라 부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것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현이 말을 건넸다.
“농지를 가지고 계시다니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무가 얼마나 기후에 영향을 받는 지 말입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추운 북쪽 지방과 더운 남쪽 지방에 자라는 나무들이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입니다. 커피나무는 안휘성보다는 운남성에서 더 잘 자라니 말입니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 것 같았다.
이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말이다.
‘한마디로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운남성에서 커피나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군.’
나직이 내뱉던 호월도는 소리 없이 머릿속을 굴린다.
상대의 목적을 알았으니 자신 또한 이에 버금갈 목적을 만들어야하며 조건 또한 제시해야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상인의 거래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 커피라는 것이 얼마나 팔릴 것이냐 하는 것인데…….’
그렇다.
1년에 지을 수 있는 농사는 한 번뿐이다.
그로인해 얻을 수확량과 수익 또한 정해져 있다.
물론 해마다 조금씩 틀리긴 하지만 그래도 추정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을 모두 버리고 이 커피나무라는 것을 키울 만안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차라면 중원 모든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 해도 이 커피라는 것은 그리 이름이 높은 것도 아니고, 왕족이 애용한다고 하니 가격도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러모로 좋지 않다 여긴 호월도는 거절의 빛을 내비치기로 마음먹은 그때 우현이 깜박했다는 듯 말을 건넨다.
“그리고 보니 왜 불렀는지만 말하고 거래 조건은 말하지 않았군요. 저희 측에서 제시할 조건은 이렇습니다. 커피나무가 커 열매를 맺기 전까지 드는 비용 및 농지 크기에 따른 수확량 대비 수익금을 계산하여 커피 판매로 인해 수익이 생기기 전까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농지에서 수확한 커피 열매 전량을 우리 상단에서 책임지고 구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아직 커피를 모르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만 현재 중원에서 판매하는 물량은 대략 팔만 개 정도 되며 그로인한 수익금은 약 금자 구백 냥에 이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후 나올 커피 우유를 통해 전 중원이 애용하는 차에 버금가는 품목이 될 것입니다.”
호월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현재 판매량이 팔만 개나 된다는 것도 놀랍고, 수익금이 무려 금자 구백 냥이나 될 만큼 많다는 것에도 놀랐다.
거기다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니, 커피로 인해 얻을 수익금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인 것 같다.
안면에 경련이 올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호월도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숨겨진 비책처럼 끝자락에 말했던 그 커피 우유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총관 남궁천옥도 마찬가지인지 슬쩍 물어온다.
“죄송하지만 상단주님! 대체 커피 우유가 무엇입니까?”
빙그레 웃던 우현은 아까 커피나무 씨앗 부대자루와 함께 품에 지니고 온 병에 담긴 커피 우유를 앞에 내놓았다.
“이게 바로 커피 우유입니다.”
물병도, 술병도, 화병도 아닌 기이한 형태의 투명한 병에 담긴 연갈색의 액체는 조금 전 맛보았던 커피를 연상시킨다.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그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돌연 우현이 뚜껑을 따 둘의 잔에 따라갔다.
“설명보다는 직접 마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마셔보라 손짓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 일단 잔을 들긴 했는데 쉬이 입에 댈 수가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머뭇대던 총관 남궁천옥은 두 눈을 질끈 감고 한 모금 입에 흘려 넣었다.
근데 마시기 무섭게 두 눈을 부릅뜨고는 손에 쥔 잔을 연신 바라본다.
모양새로 보아 제법 놀란 듯한 그는 조금은 얼떨떨한 얼굴을 한 채 건네 왔다.
“부드럽습니다. 쓴맛과 단맛이 섞인 커피와는 달리 목 넘김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마치 계집의 속살처럼 말입니다.”
평소 쓰지 않는 계집과 속살까지 언급하며 총관 남궁천옥은 커피 우유의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그런 그에 회가 동했는지 호월도는 손에 쥐고 있던 잔을 기울여 입에 털어 넣었다.
아까 먹었던 커피가 쓴맛과 달짝지근한 맛이 진했다면 커피 우유는 두 맛이 약간은 덜한 대신 총관 남궁천옥이 말한 대로 먹기 좋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커피가 강한 남성을 나타내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면, 커피 우유는 조금은 애교 있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을 띈 것이 어린아이나, 여성들이 좋아할 맛이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이 두 물품은 능히 전 중원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만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예상 밖의 맛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던 호월도는 자신도 모르게 우현을 쳐다봤다.
“죄, 죄송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별거 없습니다. 아까 드신 커피에 소에서 짜낸 젓, 즉 우유가 더 추가됐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우유 하나만 추가됐는데 이런 맛을 만들어냈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놀랍게도 말이죠.”
빙그레 웃는 우현과는 달리 호월도는 어이없어 하였다.
고작 한 가지가 더 추가됐을 뿐인데 이렇듯 두 물품이 극과 극으로 갈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연신 놀라워하면서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마음먹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얻은 열매를 가지고 커피나 커피 우유로 만들어 판다면 그로인해 얻을 수익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상단주님! 외람된 말이오나 농지에서 얻게 될 커피나무 열매 수확량 중 일부를 떼어 제게 주실 수 있겠습니까? 돈을 달라면 드릴 테니 그래 주시겠습니까?”
자기 농지에서 나는 것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엄연히 커피나무 재배를 위탁한 거래다.
즉, 커피나무에서 얻는 모든 수확물에 대한 권리는 우현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자신의 농지에서 키웠다고는 하나, 그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눈치를 살피며 물어오는 그게 재밌다는 듯 한 차례 웃어 보이던 우현은 고개를 끄덕댔다.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열매를 수확하면 일정부분 떼어 커피를 생산케 도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커피 우유도 그렇고 말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당연하지요. 앞으로 저희 커피 사업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요.”
“고맙습니다. 상단주님!”
호월도는 감격한 나머지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연신 허리를 숙인다.
그가 이렇게까지 열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대부분의 상단 경우 소속이 같지 않으면 사업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을 겁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칫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하는 걱정에서 그런 것이다.
근데 우현은 시원시원하게 가르쳐 준다고 약조를 한다.
이는 그 어떤 이에게도 보지 못한 대범하면서도 그릇이 큰 대인의 풍모를 엿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