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19
차원상인 119화
“그럼, 상단주님의 말씀대로 제 농지에 커피나무를 재배해보겠습니다.”
“지금 한 선택이 절대 후회하시지 않도록 잘하겠습니다.”
“저야말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거래를 맺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후, 이 둘은 총관 남궁천옥의 참관 아래 계약 사항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훗날, 중원을 뒤덮을 정도로 최고의 판매고와 함께 만인의 사랑을 받게 될 커피와 커피 우유의 판매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제5-7장
이틀 뒤, 중원에서의 업무를 다 본 우현은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티아와 함께 짐을 싸들고 밖으로 나섰다.
“이제 가는 것인가?”
뒤를 돌아보자 자신을 보며 웃는 세가주 남궁현철이 보인다.
모양새로 보아 제법 오래 기다린 듯한 모습이여서 서둘러 인사를 했다.
“예, 근데 세가주님이 여긴 어인 일입니까?”
“이번에 같이 갈 사람들과 인사시키러 왔네.”
그러고 보니 어제 총관 남궁천옥이 데려갈 이들에 대해 언급한 것이 기억이 난다.
“그러지 않아도 어제 들었습니다. 이번엔 천랑대 대주도 같이 간다면서요?”
“남궁운혜가 호위대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보조할 이들 좀 보내 달라 하더군. 그렇다고 달랑 천랑대 서너 명만 보내기 그래서 이참에 아주 대주도 같이 보내기로 했다네.”
“하긴, 제 영지엔 무력단체라고 할 만한 것이 적긴 하죠.”
호위대를 중심으로 힘을 키우려고 했지만 워낙 인구가 적고 용병들의 경우 몬스터 퇴치 같은 돈을 목적으로 온 이들이라 더욱더 힘들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남궁세가와 손을 잡은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계시로 보인다.
“근데 인사가 목적이라면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창고 앞에서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문제는 그놈들이 지금까지도 떠날 준비를 하지 않고 있어서 말이야.”
“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대륙에 가기 전에 수련을 조금이라도 더해 세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아직도 훈련 중에 있다.”
“거참! 태생 자체가 무인인 것 같군요.”
“천랑대가 좀 그렇다네.”
난감해하는 세가주 남궁현철을 보며 우현은 절레절레 내저었다.
대체 어떤 이들이기에 그를 이렇게 곤란하게 만드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결국 자신이 나서서 보기로 한 그는 그들이 있는 곳에 데려다 달라 하였다.
그렇게 나선 세 사람은 한참을 세가를 가로질러가 세가 제자들이 무공수련을 하는 한 연무장에 도착했다.
“하아! 하아!”
거친 기합소리와 함께 진한 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수련을 열중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니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특히나 굳은 의지가 담긴 그들의 눈동자와 설풍이 일 듯 예리한 눈빛은 우현의 그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열병을 앓고 있는 듯 조금은 들뜬 그와는 달리 그들을 보는 티아의 미간은 살며시 찌푸려져 있었다.
그럴 것이 그들이 풍기는 마나로 보아 오러 유저 정도 되어 보이는데 문제는 그들이 지닌 무기였다.
방패와 검, 창, 활 이렇게 세 부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마치 전장에서 흔히 운용되는 방패수와 창술가, 궁사 같아 보인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전장에 특화된 이들인가 보군.’
나름 평가를 하던 티아는 조금은 걱정이 든다.
무력이 약한 영지의 상황에서는 이들의 가세가 기쁘겠지만 호위대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에 가면 분명 호위대와 비교가 될 텐데 지금으로 봐서는 이들이 월등히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칫 주도권마저 뺏길 듯해 아무래도 이 사실을 레이젠에게 알려 호위대를 키우는데 온힘을 기울이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티아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때 뒤늦게 세가주 남궁현철을 본 한 이가 인사를 건네자 주위에 있던 이들이 수련을 중단하고 일렬로 나란히 도열했다.
열 명쯤 되어 보이는 그들 앞에 선 세가주 남궁현철은 우현에게 말을 걸었다.
“이들이 이번에 갈 사람들이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이 고개를 숙인다.
“오월동! 창술가입니다.”
“우진원! 방패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방덕…….”
…….
한 사람 한 사람 고개를 들 때마다 외치는 모습이 꼭 군대에서 보던 광경과 비슷하다.
천랑대가 일반 무림인과는 달리 전장에 더 익숙하더니 다 그때문인 것 같다.
오랜만에 군대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우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마지막 열 번째 사내와 인사를 나누려는데 돌연 앞으로 나서서 포권을 지었다.
“상단주님! 천랑대 대주 남궁연이라 합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눈 밑에 점이 있는 말상의 사내는 외모와는 다르게 서글서글한 면모가 많아 보인다.
왠지 친숙한 기분이 들어서 일까?
우현은 아까보다 더 밝은 얼굴로 그에게 인사를 답을 했다.
“아닙니다. 제가 더 영광입니다.”
한 차례 웃어 보인 그는 슬며시 뒤로 물러선다.
몸을 돌려 그들 가운데에 선 우현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상단주 장우현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한편으로는 세가 측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분들을 제게 내주며 냉가슴을 앓았을 세가주님의 모습이 상상이 돼서 말입니다.”
“하하하!”
한바탕 웃음소리가 주위를 맴돈다.
언제나 늘 진중한 모습만 보이던 세가주 남궁현철이 땅을 치며 후회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그만 웃음보가 터진 것이다.
그것도 잠시 헛기침으로 좌중을 침묵시킨 세가주 남궁현철은 슬쩍 우현을 쏘아본다.
마치 왜 그런 소리를 해서 사람 우습게 만드냐는 식으로 말이다.
한껏 움츠려든 그를 보던 세가주 남궁현철은 굳게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네.”
별소리 아니건만 그의 말을 들은 천랑대 대원들의 얼굴엔 감격의 빛이 감돌았다.
그럴 것이 그 말을 통해 세가주 남궁현철이 자신들을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까? 아까보다 가슴을 더 활짝 펴고 있는 것이 척 봐도 자신감이 물씬 풍겨난다.
그건 세가주 남궁현철도 같은지 굳게 다문 입술 위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런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우현은 끊겼던 대화를 조금씩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분! 앞으로 눈앞에 펼쳐질 세상은 이곳 중원과는 달리 너무도 비정하고 무서운 곳입니다. 요괴 같은 괴물들이 판을 치고, 나라와 나라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싸우며 이곳에 버금가는 고수들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버금가는 고수가 있다고 해서 그런가?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긴장한 듯한 것이 아무래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듯하다.
그런 그들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기에 우현은 애써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단순히 천랑대의 명예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남궁세가 더 나아가 상단을 위해 힘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상단이 곧 여러분과 같으니 말입니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충! 명에 따르겠습니다.”
한 목소리 충성을 맹세한 그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단순히 말로 답하는 것이 아닌 군례로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우현은 이내 말을 접었다.
우현과 대륙 최고의 무력 단체라 불릴 레드 울브스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 ‡
훈훈한 바람이 창가를 넘어 방 안을 맴돈다.
그 아래 탁자에 앞에 앉은 남궁운혜가 붓을 들고 종이에 뭔가를 써간다.
다 쓴 종이를 옆에 두고 다른 것을 꺼내 막 쓰려는데 허공에서 시커먼 것이 등 뒤로 떨어져 내린다.
“대공녀님! 다녀왔습니다.”
이내 붓을 멈춘 남궁운혜는 고개를 돌려 뒤에 시립해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는 위천보로 과거 은비각의 대주이자, 현재 실버문이라는 우현 직속 정보대의 대주로 남궁운혜의 최측근이자 핵심인물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그의 등장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를 보는 남궁운혜의 얼굴에 놀라움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하게 말을 건넨다.
“보고하세요.”
“얼마 전, 온 킴슨이라는 용병 말에 따르면 페이튼 자작이 영주로 있는 이웃영지 데이토라 영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렇죠?”
“겁 많고 평소 놀고먹기를 좋아하는 메로나 자작이 최근 비밀리에 용병을 모으고 있는데 대부분이 우리 영지에서 일하던 용병들이라고 합니다. 벌써 포섭한 이만 삼백이 넘을 거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제법 규모가 큰 듯합니다. 거기다 상인 홈즈에 말에 따르면 주위 상단으로부터 많은 양의 곡식을 사서 비축하고 있다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됩니다.”
남궁운혜는 그 고운 아미를 찡그렸다.
이렇듯 이들 입에서 줄줄이 흘러나오는 영지 내외 정보가 흘러나오는 것은 지난 1년간 공들여 키운 정보조직 덕이다.
1년 전 남궁운혜가 은비가 사람들과 대륙에 오자마자 제일 처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영지 내 흑도, 아니 밤의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었다.
이는 하오문의 형태를 빌린 것으로 자금은 풍부하나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것에 대한 나름의 비책이었다.
그 결과 짧은 기간에도 불과하고 탄탄한 조직 구성을 하였고 그것을 통해 영지 내외로 발을 넓혔다.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정리하여 레이젠이나 소네스에게 제공하거나 후일을 기약해 비밀리 마련한 곳에 보관해 놓곤 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시선을 들어 바라보았다.
“메로나 자작이라면 영지에 정규군이 열 명이 채 안 되는 걸로 아는데 맞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녀 또한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본다.
“인근 영지에 그가 상대할 만한 이가 있나요?”
“데이토라 영지는 저희 영지를 비롯해 포미리아, 네스카, 하이넨, 보모스 영지를 접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법 무력이 강하다 알려진 아밀 남작의 포미리아 영지와 토리노 자작의 보모스 영지는 그가 상대하기에는 버겁고, 다른 두 영지 네스카와 하이넨의 경우 인척 관계이기에 그럴 일은 더욱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혹시 인척 관계라는 두 영주와 손을 잡고 다른 곳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요?”
“저 역시 그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그쪽으로도 조사를 해봤는데 인척 관계인 영주들에게는 전혀 전쟁 준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메로나 자작 혼자 하려는 것 같습니다.”
고민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 된다.
기사출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욕심이 많은 이도 아닌데 돌연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