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0
차원상인 120화
골똘히 생각하던 남궁운혜는 시선을 들어 위 대주를 바라보았다.
“위 대주가 생각하기에 어디가 그의 목표가 될 것 같나요?”
“현재 상황으로서는 우리 영지를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역시 우리 영지인가요?”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대공녀님도 어느 정도 눈치채셨겠지만 이렇듯 갑자기 그가 돌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안 간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지금껏 메로나 자작이 살아온 흔적을 들춰보면 더욱더 그러합니다.”
전혀 알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남궁운혜 또한 같은 생각이라며 동의를 표한다.
“저도 그리 생각해요. 아무래도 내적인 것이 아닌 외부에서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군요.”
“그 말씀은 누군가 그더러 싸우라고 부추겼다는 말입니까?”
“그럴 공산이 커요. 그래서 그런데 그가 용병이나, 식량을 사 모으기 전 메로나 자작가에 방문했던 이가 누구인지 알아보세요.”
알겠다며 끄덕대던 위 대주는 슬쩍 시선을 쳐든다.
“근데 이 사실을 상단주님께 말씀하실 겁니까?”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용병들이 많은 저희 영지의 경우에는 이 일로 인해 자칫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긴 그랬다.
지금 당장은 메로나 자작이 포섭한 용병들이 누구인지, 또 영지에 있는 이들인지 파악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나섰다간 적이 포섭한 이들은 둘째 치고 타 용병들에게 악영향을 끼쳐 이후 영지 내 사정을 악화시킬 수도 있었다.
특히나 호위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무력 기구가 없는 영지 사정상 용병들의 이탈은 그야말로 커다란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남궁운혜는 이내 마음을 결정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영지 상태는 이런 일도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는 바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에요.”
이 부분에 대해선 위 대주 또한 동의하는 만큼 별다른 이의는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궁운혜는 한 가지 더 지시를 내렸다.
“암만 생각해도 삼백이 넘는 용병들을 하나하나 만나 포섭을 했을 리 없어요. 분명 누군가 끼어 있을 거예요. 현재로선 용병 길드장들이 제일 의심되니 그들 주변을 살펴보세요. 뭔가 나올 거예요.”
“알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지금 제일 필요로 한 것은 메로나 자작이 포섭했단 용병들의 명단이에요. 그것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번 일의 분수령이 될 거예요.”
“실버문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차례 고개를 숙이던 위 대주는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몸을 허공에 띄우자마자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 신형이 사라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방문이 열리며 하인 하나가 들어왔다.
“대공녀님! 영주님이 찾으십니다.”
“영주님이 돌아오셨나요?”
“조금 전, 오셔서 서재에 계십니다.”
“알았어요. 지금 그곳으로 가지요.”
알겠다는 허리를 숙이던 하인은 몸을 돌려 나간다.
하던 일을 대충 정리한 남궁운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곁을 스쳐가며 인사를 건네는 영주관 하인들이 분주하기 짝이 없는 것이 우현이 진짜로 오긴 한 모양이다.
계단을 오르던 그녀는 지나가는 한 하인을 붙잡아 레이젠과 소네스를 서재실로 불러달라 청하였다.
하인을 보내고 난 후 이층으로 올라선 남궁운혜는 서둘러 서재로 가서는 한 차례 방문을 두들기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환히 웃는 우현에게 고개를 숙이던 남궁운혜의 두 봉목이 치켜 올라간다.
그럴 것이 그의 곁에 낯익은 이들이 온갖 무기들로 치장한 채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공녀님!”
예를 표하는 그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중 단 한 사람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오, 오빠!”
“대공녀님! 잘 지냈습니까?”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촌 오빠인 남궁연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런 그를 멍하니 보던 남궁운혜는 시선을 우현에게로 돌린다.
모양새로 보아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묻는 듯 보인다.
“이번에 세가 사람들을 이끌 책임자로 왔습니다.”
“그런가요?”
답을 하는 남궁운혜에게서 살짝 흥분이 묻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보력을 얻는 능력이 탁월한데 반해 무력에는 젬병인 은비각에 비해 전장에 능한 천랑대는 그야말로 현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인재들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나 대주인 남궁연까지 동승한터라 그 위력은 한층 더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런 속내도 모른 채 오랜만에 세가 사람들을 봐서 놀란 것으로 착각한 우현은 주위 사람들에게 자리를 권해 서로 간에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갖게 했다.
하나, 그보다 메로나 자작의 동태를 알리는 것이 더 급했던 남궁운혜는 나중에 따로 만나 회포를 풀겠다며 이들을 잠시 물려달라고 청을 넣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당혹해 하면서도 뭔가 일이 있나 싶어 책임자인 남궁연을 제외하고는 숙소로 돌려보냈다.
셋 만이 남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운혜은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십니까?”
“레이젠 님과 소네스 님이 오신 후에 말씀드릴 터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레이젠과 소네스까지 불렀다는 말에 제법 큰 일이 생겼음을 깨달은 우현은 더는 묻지 않고 기다렸다.
이윽고 두 사람 모두 서재로 들어오자 남궁운혜는 굳게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난데없이 모여 달라 청한 것에 대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릴게요. 매우 중대한 사안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괜찮으니 어서 말해보십시오.”
우현에 이어 레이젠과 소네스 역시 괜찮다고 말을 건넨다.
그걸 본 남궁운혜는 더는 미루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 1년간 저는 은비각 사람들과 함께 정보조직을 만들어 운영했어요. 근데 최근 들어 불온한 움직임이 보여 그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모이시라고 한 것이에요.”
“불온한 움직임? 누가 폭동이라도 일으킨대?”
소네스의 물음에 남궁운혜은 고개를 내젓는다.
“아니에요. 그보다 더 큰 일이에요.”
“더 큰 일? 그게 뭔데?”
“전쟁이에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라 그런지 서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건 우현도 마찬가지인지 정말이냐 되물었다.
“진짜예요.”
거듭 확인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얼굴에 못 믿는 빛이 역력하다.
팔짱을 낀 채 이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레이젠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진원지는 어디인가? 상세하게 설명해주게.”
한 차례 끄덕인 남궁운혜는 조금 전 위 대주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들에게 해주었다.
특히 메로나 자작이 포섭한 영지내 용병만 삼백이 넘는 다는 말에 모두들 기겁을 하였다.
설마하니 자신들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까지 일이 진척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소네스는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뒹굴뒹굴 방 안에만 처박혀 있는 메로나 자작이 전쟁을 걸어올 거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거기다 귀족법상 즉위식이 1년 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싸움을 걸 수가 없다고!”
“그리 생각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
전혀 아닐 거라 생각했던 이이기에 이리될 때까지 전혀 의심 따윈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용병들도 그렇고 말이다.
여전히 소네스는 믿을 수 없다는 강하게 반발을 한다.
“하지만 캐슬은 후작이라고! 그것도 친왕파의 입김이 닿고 있는 사람이야. 그런 그에게 고작 자작에 불과한 이가 싸움을 건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그래요! 말이 안돼요. 하지만 그가 스스로의 의지로 나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싸우는 거라면 말이 되죠. 일례로 영지 내 용병들을 포섭해 싸움에 쓰려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기사도 아니고 전략의 전자도 모르는 그저 놀기 좋아하는 이가 어떻게 저희 영지 내 용병들을 포섭해 쓰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분명 누군가 그에게 그런 전략을 알려줬으니 쓸 수 있지 않겠어요?”
말없이 듣고만 있던 주위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메로나 자작의 성품이나 능력으로 미루어 보아 이런 전략을 짜기엔 부족함이 많다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소네스도 그런지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다.
“사실 저도 자작에 불과한 그가 왜 이렇게 무리해서 전쟁을 하려 하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어요. 그건 그가 어떻게든 우리와 싸우려 한다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왜 영지 내 용병들을 비밀리에 접촉해 포섭했을까요? 영주님에게 요청하면 얼마든지 보내줬을 텐데 말이에요. 이는 그가 왜 용병을 필요한지를 숨기기 위한 방책이었을 거예요. 자신이 후작님을 상대로 전쟁 준비하는 것을 말이에요.”
“대공녀의 말이 맞다. 그런 속셈이 있으니 이리 일을 했겠지. 그렇지 않다면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을 왜 했겠나? 안 그런가?”
레이젠 또한 같은 생각이라며 동조에 나선다.
둘의 외침 때문일까? 아니면 현실을 직시해서 그럴까?
한 번 조용해진 서재는 도통 말소리가 들려오질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침묵 아닌 침묵을 하던 중 소네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였다.
“그나저나 포섭당한 이들이 그 정도로 많다면 치안대 사람들은 논외로 쳐야겠는데. 누가 메로나 자작과 손을 잡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이야.”
소네스의 말에 동감이라는 듯 레이젠 또한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포섭됐다면 필시 용병 길드장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듯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그들 중에 메로나 자작 측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호위대와 중원에서 넘어온 사람들만 믿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그들을 제외하면 너무나 열세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현재 우리 영지에 있는 용병은 대략 이천 명이 넘고 우리는 고작 해야 백이 안 되니 말이야. 열세라고 말하지 못할 만큼 너무나 상황이 안 좋아!”
소네스의 말이 맞다는 듯 우현이 동의를 표한다.
그런 그들을 보던 레이젠이 말을 건넸다.
“일단, 중원과 자네가 사는 현대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겠네.”
“세 곳의 힘을 합쳐서 대항하자는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그편이 낫지 않겠나 싶네. 일이 끝난 후, 혼란스러운 영지를 잠재울 힘도 필요하고 말이야.”
“형님 말이 맞아. 그들을 불러들이는 쪽이 나을 것 같아.”
소네스 또한 같은 생각이라며 동의를 표하고 나선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남궁운혜를 보았다.
“이번 일을 제일 먼저 알았으니 해결책 또한 만들어 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묻습니다. 혹시나 그런 것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