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1
차원상인 121화
한숨을 길게 내쉬던 그녀는 시선을 들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소녀의 생각으로는 세 가지 사안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여겨져요.”
“그게 대체 뭡니까?”
“첫째! 포섭된 용병들의 인명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메로나 자작과의 전장에서 이긴다 해도 그들을 찾아내지 못하면 잠재적으로 커다란 위협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이참에 꼭 그들을 솎아 내야지만 이후 생길 갖가지 일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있을 것이에요. 둘째는 싸울 병력의 확보와 승리할 수 있는 전술전략이 필요해요. 모든 분들이 알고 있다시피 병력적으로 너무나 열세예요. 비등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 병력이 필요해요. 그걸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고 말이에요. 마지막 셋째는 대체 누가 메로나 자작을 움직였는지 알아내는 것이에요. 만약 그 주모자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이후 벌어질 일들에 대해 우린 무방비로 맞서야 할지도 몰라요.”
묵묵히 듣고 있던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거린다.
그들 역시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야! 역시 정보기관 수장답게 핵심만 콕콕 집어내네.”
놀랍다는 듯 소네스에 말에 남궁운혜는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답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남궁운혜를 바라보았다.
“그럼, 묻겠습니다. 포섭된 용병들의 인명록은 어찌 확보하실 생각입니까?”
“삼백이나 넘는 인원을 개개인으로 만나 포섭하는 것은 무리예요. 소문도 나기 쉽고 주위의 이목도 걸리니 말이에요. 필시 영지 내 용병 길드장 중 누군가 메로나 자작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니 그들을 조사하다 보면 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주모자 또한 메로나 자작이 돌변한 시점을 전후로 하여 알아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그게 누군지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우현은 좋은 생각이라는 듯 끄덕거린다.
“알겠습니다. 그럼, 남궁운혜 님만 믿고 그 두 가지 일엔 관여를 하지 않겠습니다.”
“실버문의 모든 힘을 기울여 꼭 알아내도록 할게요.”
“부탁드립니다.”
남궁운혜는 답 대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포섭된 용병들의 신원과 주모자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자 우현은 곧바로 남궁연에게 말을 건넨다.
“현재 남궁세가의 무력단체는 몇이나 됩니까?”
“대략 팔백이 넘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팔백이라…….”
알았다는 듯 끄덕이던 그는 이내 재차 질문을 던진다.
“혹시 그중 오백을 대륙으로 데려와도 별문제 없겠습니까?”
조금 전 질문으로 약간은 예상을 했지만 설마하니 오백이나 데려 오겠다 할 줄 몰랐던 남궁연은 약간 당혹스러운 빛을 내비췄다.
“세가주님의 허락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만 그러실지 의문입니다. 거기다 그 많은 사람을 데려오실 상단주님의 상태도 걱정되고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 또한 그러한지 우려 섞인 눈빛들을 자아낸다.
그럴 것이 우현이 한 번에 데려갈 수 있는 이는 자신을 포함해 여섯이 최고이다.
이는 하루에 최대 열 명까지 데리고 오갈 수 있다는 말이 되고, 오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데려오려면 차원이동만 무려 오십 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현에게는 심신 모두 매우 힘든 일인지라 모두들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현은 그런 말 따윈 절대 하지 말라며 단호하게 답을 했다.
“지금은 제 걱정보다는 제 사람들을 먼저 챙길 때입니다. 그런 염려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너무도 강한 어조에 남궁연은 서둘러 입을 닫고 만다.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뗀 우현은 레이제를 보았다.
“형님! 혹시 전직 도베르만 기사단 분들 중에 부를 수 있는 분이 있으십니까?”
“장담은 못하지만 대략 삼십여 명쯤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모두 영지로 불러주십시오.”
“노력해보마!”
레이젠의 답을 들은 우현은 이번엔 소네스로 향한다.
“형님은 차카타파 마법사들에게 이번에 블랙 파우더를 쓸지 모르니 준비해 달라고 해주십시오.”
“블랙 파우더? 그게 뭔데?”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륙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그다지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입니다.”
뭔가 무시무시한 무기일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럴까? 소네스는 쉬이 답을 하지 못한 채 군침만 삼킨다.
“아, 알았어! 그들에겐 그리 말해둘게.”
“부탁드립니다.”
그와 일별한 우현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보며 말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전략전술에 관한 것은 생각해둔 이가 있으니 일단 그분께 말해본 후 어찌할지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방금 말한 것들을 준비하면서 사태 추이를 살피도록 합시다.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영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한 목소리로 울리는 그들의 목소리에선 기필코 이번 일을 잘 넘기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그래서 그럴까? 주위 사람들을 보는 우현의 진중한 눈빛 아래 불끈 쥐여진 주먹이 부르르르 떨린다.
‘몰핀 때와 같은 일은 절대로 벌이지게 하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말이야!’
굳은 다짐과 함께 말이다.
제5-8장
한편, 네도레스 영지의 어떤 집에서 우현을 한순간에 전쟁의 공포 속에 몰아놓은 장본인들이 모여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까지 낌새를 못 챘다니 제법 메로나 자작이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는 모양이야.”
“잘만하면 화이트 그리핀 상단을 얻게 될 터인데 어찌 그리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 상단이라면 그 누구든 그럴 만하지.”
그랬다.
메로나 자작이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다 이들의 부추김 때문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테온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삼 개월 전, 그는 메로나 자작을 찾아가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그건 바로 우현의 영지에 있는 용병들을 포섭하고, 나중에 영지전 때 쓸 식량을 구매해 놓으라는 것이다.
그것도 비용이나, 용병 포섭 때 사용할 연줄까지 모두 줄 터이니 그저 실행만 하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밥과 반찬을 차려 줄 터이니 수저만 식탁에 얹으라는 소리였다.
그리하는 대가로 우현의 상단을 고스란히 손에 쥐여 주겠다고 하였다.
평소의 꿈이 원 없이 놀다 죽는 것이었던 메로나 자작은 최근 들어 영지의 재정이 나빠 놀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망설임 따위 없이 곧바로 하겠다고 답한 것이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동의를 표하던 토니노 자작은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한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테온 역시 따뜻한 커피를 들이켜며 잠시 동안의 여유를 즐겼다.
어느덧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놓은 토니노 자작은 고개를 들어 테온을 바라보았다.
“사실 조바오니 공작님께서 때를 기다리라고 했을 때 난 솔직히 화가 났었다네. 아들 몰핀의 복수도 하지 못한 채 이대로 숨죽이고 있어야 할까봐 말이야.”
“누구보다 자작님의 아픔을 잘 아시는 공작님이 설마 그러시겠습니까? 다만 친왕파와 연결되어 있어 보이니 괜히 나섰다 피만 부를까 염려가 되어 그러신 것이지요.”
“나 역시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그리 생각한다네. 공작님께서 날 많이 생각해 주신다고 말이야.”
좋다는 듯 미소를 짓던 토니노 자작의 시선이 벽난로 위에 놓인 몰핀의 해골로 향한다.
테온은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의 낯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아직도 죽은 아들의 머리를 저리 진열해 놓고 싶은 걸까.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한 차례 몸서리친 테온는 이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린다.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던 토니노 자작은 문득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냈다.
“미안하네. 잠시 딴생각 좀 했네.”
“자작님, 전 괜찮습니다.”
“이해해주니 고맙네.”
토니노 자작은 빙그레 웃었다.
고맙다는 의미에서 그런 것인데 조금 전 보았던 백골 머리가 떠올라 테온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마치 사신의 미소와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이 세상에서 미친놈 상대하기가 제일 힘들다니까…….’
남몰래 속내를 흘리던 그때 토니노 자작이 말을 건넨다.
“앞으로 일 진행은 어찌되는 것인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메로나 자작님이 후작에게 영지전을 걸기 일주일 전, 자작님 휘하 기사단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를 지원해달라는 말을 들었네.”
“지원이 아니라 자작님의 기사단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입니다. 명색이 그래도 아들 복수인데 직접은 못한 해도 자작님의 기사단 손에 의해서라도 이루셔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날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배시시 웃어 보인 테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할 말도 다했고 더 있고 싶지도 않았다.
자꾸만 해골이 떠올라 자리에 있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막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는 깜박했다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참! 앞서 말한 대로 후작님이 죽고 영지전이 끝나면 메로나 자작의 처리도 부탁드립니다.”
“그건 걱정 말게! 이미 모든 것은 그 혼자 저지른 일로 되어 있으니 그가 죽기만하면 그 누구도 모를 것이네.”
“그래도 한 번 더 확인해 주십시오. 잘못하면 후작을 죽인 죄로 죽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자네 말대로 할 터이니 걱정 말게.”
“부탁드립니다.”
이 말을 끝으로 테온은 특유의 총총걸음을 걸어 밖으로 나선다.
그런 그를 말없이 바라보는 토니노 자작의 낯이 싸늘하게 식는다.
마치 사람으로서의 온기는 사라진 듯 말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해골 앞에 섰다.
소매를 걷자 훤히 드러난 팔뚝 위로 기다란 상처들이 보인다.
개중에는 아직 딱지가 얹힌 것도 있어 최근에 생긴 듯하다.
뒤춤에서 단검을 꺼내든 토니노 자작은 거침없이 팔뚝을 그어 내린다.
시뻘건 핏물이 솟아오르고 그걸 다른 한 손에 묻혀서는 해골의 머리에 칠했다.
“아들아! 조금만 기다리거라. 널 죽게 한 릭 캐슬과 조바오니 공작, 두 놈 모두 네 곁으로 보내 줄 터이니 말이야. 큭! 크큭! 크하하하!”
그랬다.
토니노 자작은 얼마 전, 죽은 줄 알았던 조셉을 만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자신의 아들 죽음에는 조바오니 공작의 입김이 닿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그는 공작의 말에 따르는 척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테온이 우현을 제거할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걸 듣는 순간 기회다 싶었던 토니노 자작은 순응하는 척하면서 상대가 알려준 계획을 비틀어 우현과 조바오니 공작 모두 없앨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계획대로 될 날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이렇게 음모는 음모를 부르고 더 큰 음모가 되어 점차 왕국을 뒤덮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