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3
차원상인 123화
그렇게 모두들 좋아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소네스가 툭 한마디 뱉는다.
“상단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문제는 영지야!”
무슨 소리냐며 돌아보는 그에 소네스는 아까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사실 영지 경제상태가 워낙 좋질 않아.”
“경제 상태가 어떻기에 안 좋다는 말을 합니까?”
“돈은 많이들 버는데 쓰는 사람이 없어. 그것도 너무 없어.”
의아한 표정을 짓던 우현은 영지 내 영지민의 소비 상황이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부총관이자, 현재 영지 행정 감독관인 헤일러가 고개를 숙이며 답을 한다.
“솔직히 두 달 전까지 식량 구입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영지민들이 평소 시세에 비해 웃돈을 주고 식량을 구매하며서 소비 시장이 극도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타 상단과의 거래에서 대금 대신 받은 물품이나 식량이 많아지면 지금은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소비 시장 또한 둔감해지고 있는 실태입니다.”
“한마디로 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다는 소리이군요.”
“타 영지에 비해 영지민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게는 여덟 배에서 많게는 십여 배정도 차이가 나다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상단 사람들까지 포함한 수치이고, 상단이 아닌 일반 영지민의 경우 상황이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그들 사이에 빈부격차가 심하게 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에 우현의 머리가 아파온다.
상단에 치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반 영지민에 대해서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한 번 벌어진 빈부격차는 그리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그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중산층과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만 봐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곳간에 잠들어 있는 돈을 쓰게끔 해야 한다는 소린데……. 골치 아프게 생겼네.’
그랬다.
사실 이곳 대륙 사람들은 돈을 쓸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변변하게 뭘 즐길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유흥시설이라고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주점에서도 술을 팔기는 하나 영지에 딱 세 개 뿐이라고 하니 더욱더 그렇다.
거기다 임금도 높아 자연스레 돈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상단에 속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지민 수가 얼마나 됩니까?”
그의 말에 옆에서 서류를 들추던 소네스가 답을 했다.
“대충 이백 명 가량 되는데 그중 농업에 종사하는 이는 약 육십 명 가량 되고, 장사하는 이가 삼십 명 가량 돼! 나머지는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일 좀 도와주고 용돈조로 몇 푼 받는 이들이고 말이야.”
듣고 있던 우현은 의아함을 표한다.
“장사하는 사람이 고작 삼십 명이라고요? 왜 그리 적은 것입니까?”
“당연하지. 상단 내 상점이 영지 내 영지민이 파는 것보다 값이 싼데 누가 그리로 가겠어. 거기다 직원가로 할인까지 해서 파는데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지.”
“그렇습니까?”
상단을 열 당시 궁핍한 상단 사람들을 위해 열었던 상점이 영지 내 상계를 어지럽히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가당착이라고 자신의 꾀에 넘어간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참을 골머리를 앓던 우현은 이내 결심을 내렸다.
“소네스 형님! 지금 당장 상단 내 있는 상점의 모든 물품 가격을 현재 영지 내 상인들이 내건 것의 비슷한 수준 또는 좀 더 올려 받으십시오.”
“전부 다?”
“상단 사람들의 살림을 편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전 한 영지의 영주입니다. 다른 영지민도 살펴야 한다 이 말입니다.”
“뭐, 올리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렇게 한다고 상단 밖으로 나가 사려고 할까?”
“나가게 될 겁니다. 왜냐면 일정 기간 뒤엔 거주지 내 상점을 모두 외부로 다 빼낼 거니까 말입니다.”
난데없이 상점 모두를 외부 뺀다는 말에 소네스는 의아해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뒤이어 들려온 말에 그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외부로 빼낸 상점 모두 상단 사람이 아닌 현재 무직 상태인 일반 영지민에게 운영하도록 할 것입니다. 즉, 일자리 창출과 상단 사람들의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연결 고리를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또한 제4차 주거지 건설부터는 상단 부근이 아닌 일반 영지민들이 장사 하는 곳에 건설하도록 할 것입니다. 즉, 상단과 멀리 떨어지게 해 일반 영지민들이 가게를 강제로 이용하게 하는 겁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소네스는 괜찮은 생각이라는 듯 끄덕거린다.
“영지의 경제 상태를 원활하게 하고, 일반 영지민들의 살림을 풍족하게 하는 데는 꽤 괜찮은 생각 같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현재 상단의 주거지 건설을 맡아서 하는 마이클을 영지 건설 담당관으로 임명하고, 상단 주거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지를 건설토록 할 겁니다. 물론 필요한 인력을 무직인 일반 영지민 중에 뽑아 활용케 할 생각이고 말입니다.”
“으~응! 한마디로 낙후된 영지를 개발하고, 궁핍한 이들에게 일자릴 줘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겠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턱을 매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소네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언제 꺼내들었는지 펜을 손에 쥔 헤일러는 열심히 종이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헤일러! 지금 상단주님이 말씀하신 거 적었어?”
“예! 다 적었습니다.”
“그럼, 그걸 토대로 세부 계획 만들어서 올려! 내가 검토해서 담당자들에게 넘길 테니 말이야.”
“이틀 내로 올리겠습니다.”
알겠다는 듯 끄덕이던 그의 시선이 우현을 찾는다.
“상단주님의 말대로 하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상단 사람들에게 말 좀 잘해주십시오. 제 계획에 따라주도록 말입니다.”
“그건 걱정 마! 네 말이면 모두 껌벅 죽으니까 말이야.”
한 차례 웃어보인 우현은 대충 일이 마무리됐다 싶어 회의를 끝마쳤다.
토의장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던 그때 돌연 소네스와 레이젠의 발목을 잡는다.
“죄송하지만 레이젠 형님과 소네스 형님, 두 분은 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 기다려 주십시오.”
막 일어서던 두 사람은 알겠다며 끄덕이고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잠시 후, 세 사람만 남게 되자 꾹 다물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전 오늘부터 하루에 열 명씩 총 오십 명을 남궁세가에서 사람들을 데려올 생각입니다.”
“오늘부터? 괜찮겠어?”
“안 괜찮을 것이 뭐가 있습니다. 다 영지를 위한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무리하는 건 좋지 않아.”
“걱정 마십시오. 그리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염려 말라는 듯 우현은 활짝 웃어 보인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미소가 소네스에게는 애처롭게만 보인다.
긴 한숨을 내쉬던 그는 이내 알겠다는 듯 말을 한다.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그래, 알겠다! 조심해서 다녀와!”
“형님 말대로 조심하도록 하죠.”
잘 생각했다는 듯 끄덕이던 그의 시선이 우현을 다시 찾는다.
“근데 할 말은 그게 다야?”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뭐야?”
우현은 목이 마른 듯 다 식어버린 커피를 뒤늦게 들이킨다.
남은 두 사람은 그런 그를 지켜보다 다음 말을 하길 기다렸다.
“상단에 있는 용병들 모두를 치안대로 몰아주시고 대신 제가 데려온 중원 사람들을 자리하게 해주십시오.”
“그건 상당히 반발이 있을 텐데 괜찮겠어?”
“현재 영지민 중 거의 대다수가 상단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용병들의 꼬임에 넘어가 자칫 봉기라도 하면 큰일이 납니다. 그러니 일단, 상단부터 단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생각이라는 듯 레이젠이 말을 한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상단에 속하지 않은 영지민은 많아야 이백여 명. 그들이 봉기를 한다 해도 상단만 잘 지키면 그나마 적은 피해로도 넘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야.”
“맞습니다. 상단부터 잘만 단속하면 아무리 포섭된 용병들이 날뛴다 해도 능히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알겠네. 자네 말대로 조치해 놓겠네.”
“나도 그리하겠네!”
소네스 또한 시원하게 답을 한다.
“부탁드립니다.”
한 차례 주억댄 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위험에 빠질 영지를 구할 사람들을 맞이하러 말이다.
제5-9장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그깟 구멍가게 같은 회사를 두고 말이야!”
거칠게 뿌려지는 종이들 사이로 인상을 한껏 찌푸린 박한일이 보인다.
하나, 상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손가락질을 해댄다.
“대체 넌 언제 제정신 차릴 거냐? 네놈이 그따위로 일을 하니까 자꾸만 후계자 자리에서 떨어트리란 말이 나오는 거 아니야? 그리고 조폭 새끼들을 데려갔으면 마무리까지 제대로 했어야지. 계약도 못 따, 쪽은 쪽대로 팔려. 대체 뭐하는 짓이야? 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네놈 때문에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다닐 수가 없다고!”
순간 내던져진 명패가 허공을 가른다.
주르륵 이마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핏물은 어느새 턱 밑까지 내려간다.
하지만 박한일은 신음조차 집어 삼키듯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당분간 사무실에서 처박혀 있어! 회사에 돌아다니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말이야. 어서 나가! 꼴도 보기 싫다니까!”
말을 마친 동방그룹 회장 박만수는 자신이 앉은 의자를 홱 돌려 버린다.
그런 그에게 한 차례 허리를 숙여 보이던 박한일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선다.
슬쩍 시선을 돌려 닫히는 방문을 보던 박만수는 입꼬리를 뒤틀었다.
“못난 놈! 역시 천한 피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거칠게 토해는 말을 끝으로 두 눈을 감아 버린다.
마치 지금은 그러는 편이 낫다는 듯 말이다.
한편, 밖으로 나선 박한일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핏물도 닦지 않은 채 비서를 지나 복도로 나선다.
회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천 부장은 시뻘겋게 물들어진 그를 보곤 화들짝 놀라했다.
“여, 영업 이사님!”
“시끄러! 죽고 싶지 않으면!”
서릿발 가득한 그 말에 손수건을 꺼내던 천 부장의 몸이 멈칫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멈추었던 발걸음 옮겨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콰앙!
부서져라 문을 닫은 박한일은 털썩 자신의 의자에 몸을 던졌다.
“빌어먹을 노친네! 툭하면 잔소리지. 두고 봐! 언젠가 그 노친네의 모가지를 따 버릴테니까 말이야. 날 물 먹인 태령 종합 상사 놈도 같이…….”
붉게 물들어 버린 낯 위로 치켜떠진 광기어린 두 눈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이 저리게 만든다.
분에 못 이겨 내려쳐진 탁자 밑으로 서류철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씩씩대고 있던 그때 문을 열고 천 부장이 들어왔다.
“영……업 이사……. 흡!”
홱 돌린 고개 위로 살모사 같은 눈빛이 쏘아진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춰진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그런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박한일이 홱 고개를 돌려 창가로 향한다.
“왜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