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7
차원상인 127화
“그럼, 현재 진행 중인 일들에 말해 줄 수 있겠나?”
“그러지요.”
남궁운혜는 명령서를 어찌 얻었으며, 그간 축적된 영지 내 정보를 토대로 그것을 운반한 사람과 명령서를 받을 이들 중 친인척이 없고, 주위 사람들과 왕래가 없는 이들을 찾아 우리 측 사람으로 바꿨으며, 그렇게 투입시킨 이들을 통해 메로나 자작의 계획 및 영지 내 포섭 된 이들을 찾아 섬멸할 생각이라 말을 하였다.
자랑스럽게 계획을 말하는 그녀와는 달리 레이젠, 소네스는 물론이고 고흥만까지 모조리 미간을 좁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예상밖의 분위기에 우현이 눈치만 살피기 급급하던 그때, 턱 밑을 긁적대던 고흥만이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일을 진행하기 전에 명령서를 받을 인물들에 대한 조사는 했었나?”
질문에 남궁운혜의 시선을 받은 위 대주가 천천히 답을 했다.
“예! 그들에 대해 알아본 결과 모두들 이곳 영지 토박이에다가 오지랖이 넓거나 인심이 후해 평소 사람들과 왕래가 잦고 명망도 좋은데다가 저희 상단에서 일하면서 얻은 돈으로 생활고가 트이거나, 살림이 풍족해진 터라 딱히 상단이나, 영주님께 반감 같은 것이 있는 이들이 아닙니다. 하나, 대부분 상단 및 영지 고위층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 볼 때 그들이 민란이나, 반란을 일으킬 경우 파급력은 생각보다 거셀 듯합니다.”
“메로나 자작과의 연관성은 있던가?”
“그것이…… 아직까진 따로 드러난 건 것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혐의만 있다는 소리군.”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고흥만은 끄덕인다.
“그럼, 삼백이 넘는다던 용병 포섭이나, 메로나 자작에 의한 민란 또는 반란 건 역시 소문만 있을 뿐 아무 것도 밝혀내질 못했겠군. 내 말이 틀린가?”
“…….”
질문에 위 대주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그런 그를 보던 고흥만은 손을 들어 주름진 이마를 긁적댄다.
“아무래도 이거 상대의 트랩에 당한 것 같구먼그래!”
“당했다고요?”
무슨 말이냐 묻는 그에 고흥만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을 한다.
“트랩이라고, 정보전에서 흔히 하는 수법 중 하나로 상대에게 미끼삼아 허위 계획을 주어 현혹시킨 다음 그걸 빌미로 이득을 취하거나, 상대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말하네. 이번 일의 경우, 메로나 자작이 던져준 미끼를 역이용해 우리가 그의 영지를 가지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뒤집어씌울 요량인 듯하지만 말이야.”
“이해가 안 되서 그렇습니다만 일을 벌린 건 메로나 자작인데 어떻게 우리에게 뒤집어씌운 다는 말입니까?”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자신의 서체를 위조해 친필 명령서를 만들었다거나, 영지 내 용병을 포섭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식으로 나올 것이네. 증거로는 명령서를 위조할 때 봤다는 증인을 내세우거나, 어젯밤 우리가 처리한 명령서를 전달자와 받을 이들을 들 것이고 말이야.”
순간 남궁운혜의 낯에 당혹스러움이 깃든다.
설마하니 자신 있게 추진했던 일이 상대의 음모에 빠져든 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그녀는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일 수도 있는데 상대의 트랩이라고 어찌 그리 쉽게 장담하시나요?”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흥만의 낯에 한심함이 깃든다.
“한심하군! 지금까지 내가 들은 것만 해도 모순 덩어리들인데 정보조직 수장이라는 자가 그리 쉽게 넘어가면 어찌 하는가?”
“모……순이라고요?”
“주위 사람들 모르게 삼백이나 넘는 인원을 포섭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력과 돈, 시간이 드는 일이네. 근데 그걸 또 다섯 명 가량의 소그룹들로 나누고 세세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한두 해 준비해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네. 적어도 오년 이상 긴 시간을 두고 물밑에서 세밀하게 준비를 해야만 겨우 가능한 일일세. 그렇게 오랜 시간 주도면밀하게 일을 해온 이들이 그 중요한 명령서를 잃어버리고도 찾으러 오지 않는다? 어째 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나 같으면 어떻게든 되찾으려고 난리법석을 떨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안 그런가?”
“그거야 술집에서 술 먹다 잃어버려서 어디 있는지 모를 수도…….”
“그 말이 더 웃기지 않나? 그 중요한 것을 품에 넣고 술을 먹다니……. 나 같으면 얼른 전해주고 홀가분한 마음에 먹고 싶은 텐데 말이야. 그래, 백번 양보해서 자네 말대로 술을 먹었다 치세. 보통 그런 경우에는 취할 정도로는 마시거나 하지 않을 거네. 아무래도 품에 든 명령서가 신경 쓰일 테니 말이야. 그렇다면 더욱더 술집에 놓고 갔다는 말은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닐세. 명령서를 받을 이들의 주위 상황으로 봐서는 적과 내통한다는 증거도 없고 다른 정보들 역시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대체 뭘 보고 정보들이 사실이라고 믿으라는 것인가?”
“…….”
쉬이 답을 하지 못한 채 남궁운혜는 머뭇댄다.
스스로도 그 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지라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한참을 말없이 듣고 있던 우현이 슬쩍 말을 건넸다.
“그럼, 이 모든 것이 다 거짓 소문에 불과하다는 겁니까?”
“물론 이번 일 준비하려면 어느 정도 인원이 필요했을 터이니 십여 명 정도는 포섭을 했겠지만 그 이상은 안 했을 것이야. 일단, 상대를 속여 도발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야.”
“참모관님 말씀대로 메로나 자작이 우리에게 항간의 일을 뒤집어씌울 생각으로 이번 일을 벌인 거라면 대체 뭘 얻기 위해 그런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명분을 얻기 위함이 아니겠나?”
“명분이요?”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에게 고흥만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릇 전쟁을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있네. 그건 바로 명분일세. 특히나 왕과 귀족 같은 계급 사회인 이곳 대륙에서, 즉위한 지는 얼마 되진 않았지만 친왕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작을 상대로 전쟁을 하기 위해선 더더욱 필요한 것이 명분일세. 근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 일에서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그걸 찾아보기가 힘드네. 좀 이상하지 않는가? 지위 상으로나, 세력 상으로나 득 될 것 없는 싸움에서 명분까지 없다면 그건 하나마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어떻게든 메로나 자작 입장에서는 명분이라는 것이 필요한데 내 생각에 그걸 얻기 위해 이번 일을 꾸민 듯하네.”
“만약 메로나 자작에게 이번 일에 대해 모른다 딱 잡아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리 추천할 것은 아니네. 메로나 자작의 전쟁 선포 이후, 잠재적으로 영지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터이니 말이야. 숨겨둔 증거도 있을지 모르고 말이야.”
“그렇다면 전쟁뿐이 답이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긴 하지만 우리로서는 전쟁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네.”
예상치 못한 발언에 모든 시선들이 그에게로 향한다.
우현 역시 고개를 쳐들고 그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쟁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니 말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좋다 말할 수 있네. 첫째,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에게 우리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이곳이 계급사회이기는 하나 무력이 중심인 곳이기도 하네. 즉, 무력이 뒷받침이 되지 못하면 지위가 높아도 별 소용없다는 말이 되네. 그런 곳에서 지금까지 상인에 불과했던, 영지 무력이라고 해봐야 용병과 백이 안 되는 호위대가 다인 자네가 어찌 보일 것 같은가? 아마도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일 것이네. 그건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에겐 더욱 그러할 테고 말이야. 그런 그들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쟁은 꼭 필요하다 할 수 있네.”
“참모관님 말씀대로 어느 정도 우리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지금처럼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나도 소네스 말에 동의를 표하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일은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 측에서 벌린 일일지도 모르네. 우리에게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어 알아서 기라고 말이야.”
“맞는 말이야. 형!”
소네스에 이어, 레이젠까지 동참을 하자 우현은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그럼, 두 번째는 뭡니까?”
“둘째는 영지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네. 우리 영지는 다른 곳에 비해 용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다가 오랜 기간 그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들었네. 거기다 영지 경제가 워낙 좋지 않아 십년 넘게 바딘 백작의 원조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지경이었다 들었어. 이 말들을 종합해 볼 때 오랜 시간 지속된 불황과 불안으로 인해 영지민 스스로가 삶을 영위할 의지를 잃어버렸다는 뜻과도 같네. 물론 자네 상단이 들어서면서 점차 영지 경제가 활발해지면서 삶 또한 나이지기는 했네만 그렇다고 영지민들의 생각마저 바꾼 것은 아닐세. 오히려 난 더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생각해보게! 전과는 달리 손쉽게 돈을 버니 누가 이곳에 남아 있으려하겠는가? 조금이라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벌어 둔 돈을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가서 살자는 식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을 테니 말이야.”
“하긴 그렇겠네. 전과는 달리 이젠 품 안에 돈이 있으니 예전처럼 힘들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을 테니 말이야.”
소네스의 말에 동의하듯 고흥만은 끄덕인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닐세. 지금이야 중원에서 사람을 데려와 쓰고 있기는 하네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네. 그쪽 역시 어느 정도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만큼 보내줄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세. 이 말은 곧, 어떻게든 영지민을 움직여 영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네.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 대륙에서 버텨내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네.”
“그 말씀은 전쟁을 통해 영지민들로 하여금 앞으로 나서게 할 생각이신 것 같은데……. 그러다 역으로 반발을 하면 어쩌려고 그리십니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겠는가? 그리고 지금이라도 그런 이들을 솎아낼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큰 득인데 뭘 망설이는 것인가?”
순간 우현에게 침음성이 흘러나온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자칫 영지 내 큰 분란을 야기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쉬이 결정을 못 내리던 그의 고개를 들려진다 싶더니 고흥만에게 말을 건넨다.
“죄송하지만 이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던지라 수월하게 답을 했다.
“우선, 영지민들 앞에서 메로나 자작에 대한 일을 설명하고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할 생각이네.”
“희생자에 사과라면? 혹시 우리측 사람으로 대체했다던 명령서 전달자들 말하는 겁니까?”
“괜히 숨겼다 나중에 더 큰 일을 치루는 것보다는 그 일을 영지민들에게 알리고 사죄하는 것이 더 나을 걸세.”
“괜찮겠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반발은 있겠지만 메로나 자작 때문에 사단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느 정도는 괜찮을 것이네. 일전에 몰핀인가 하는 일도 있고 하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