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8
차원상인 128화
몰핀을 들먹이는 그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여진다.
당시 몰핀으로 인해 사상자가 많아 영지민들에게 지탄을 받기는 했으나 장례식이나, 위령비 공원 수립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였다.
그 덕분에 많은 이들이 우현을 따르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그리 나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 후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상황 추이를 보면서 대응을 할 생각이네. 다만 메로나 자작 일을 공표하면 적게나마 영지민들 중에는 스스로 지키기 위해 나서는 이들도 있을 것이네. 물론 용병들 중에는 일을 그만두려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말이야. 그때를 위해서라도 조직을 개편해 어느 정도 손을 봤으면 하네.”
“조직 개편을…… 말입니까?”
그렇다는 듯 고흥만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오면서 자네가 했던 말에 따르면 군 편제는 크게 수비군인 용병 중심의 영지군과 주력군인 기사단으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네. 구성만 보면 단순하면서도 획일적으로 되어 있어 좋은 것 같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것 같지는 않은 듯하네. 그도 그럴 것이 용병들이 몬스터 출몰을 막는데 중심을 두고 있는 터라 주 임무인 영지 수비는 뒷전이라 들었기 때문일세. 그뿐만이 아닐세. 현 군 편제가 레이젠 님을 중심으로 한 기사단이 주축으로 되어 있는 터라 중원에서 넘어온 이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붕 뜬 상태일세.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군편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일세. 그건 행정 조직 또한 마찬가지일세. 대부분이 상단 출신에다, 겸업을 하고 있어 서로간의 연락이 신속치 못하고 일처리 과정도 매우 복잡해져 있네. 거기다 업무 과중으로 인해 서로들 간에 피로도 심한 상태고 말이야. 그걸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조직 개편은 꼭 필요한 것이네. 단, 하나! 정조보직의 경우는 지금 즉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정보조직 개각이요?”
“그렇다네.”
질문을 하면서도 우현의 시선은 은근슬쩍 남궁운혜를 살펴본다.
정보조직 주체가 중원 사람들인지라 어느 정도는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녀 또한 그 문제에 대해 예감을 했었던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보조직을 참모인 내 휘하에 두고 현 수장인 남궁운혜를 격하, 내 부관으로 두겠네. 단, 대주인 자는 그대로 두어 본래의 조직 그대로 운용토록 하겠네. 또한, 행정조직과 군에 새로운 정보조직을 창설함과 동시에 참모부 정보조직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도록 할 생각일세.”
“참모부에 정보조직이 있는데 굳이 행정조직과 군편제에 따로 정보조직을 만들 이유가 무엇입니까? 필요하면 참모부에 가져다 쓰면 되지 않습니까?”
“아무리 거대한 정보조직이라 한들 모든 정보를 분석, 분류, 파악하는 데는 그 한계치가 있네. 특히나 정보란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니 만큼 하나의 조직으로는 힘들지. 그래서 참모부와 행정조직, 군에 각각 정보조직을 두고 서로의 시선으로 정보를 분석 파악하여 좀 더 효율적, 효과적으로 쓰려는 것이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소네스도 동의를 표했다.
“맞는 말이야. 정보라고 꼭 한곳에서만 쓰라는 법도 없고, 조직 하나가 붕괴되어도 다른 두 군데의 정보를 취합해 사용하면 되니 말이야.”
듣고 보니 이들의 말이 일 리가 있는 듯하다.
자신 또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때 하나가 아닌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확인하고, 살펴 좀 더 확실한 것을 찾곤 했기 때문이었다.
“행정조직과 군에 정보조직 창설은 참모관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만 그에 따른 인력과 정보수집 문제는 어찌 하실 요량이십니까? 자본이야 상단에서 내면 되는 것이지만 그 두 가지는 돈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를 제시하는 우현을 보던 고흥만이 피식 웃어간다.
“자네! 정말 주위를 둘러볼 줄 모르는군.”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상인이 물건을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 것 같은가? 바로 정보일세. 자신이 가진 물건에 대한 구매자가 많은 곳이 어딘지, 수량은 또 얼마나 필요한지, 물가는 어떤지 등을 파악해야만 최고의 이득과 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이네. 그건 용병들도 마찬가지일세. 어디서 전쟁을 하는지, 어디가 병력이 적은지, 몬스터는 어디가 출현하는지 알아야만 돈을 버니 말이야. 그런 이들이 우리에겐 지천으로 깔려 있는데 뭐가 걱정을 하는가? 물론 정보원 파견이나 대륙에 있는 정보길드 같은 곳에서 정보를 사서 수집하는 작업도 동반이 되어야겠지만 그 누구보다 정보 수집에 유리한 이는 바로 우리라네. 그뿐만이 아닐세. 정보원을 보낼 때도 매우 유리하다네. 물품을 보낼 상인들이나, 용병들 틈에 끼어 보네면 그만이니 말이야.”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의 말대로 정보 수집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이었다.
‘하긴 참모관으로 보낸 짬밥이 얼마인데 모를 수가 없겠지.’
인간에게 무기가 있다면 그건 지식과 경험이라고 했다.
그걸 다 갖춘 고흥만이기에 이렇듯 빠른 시간에도 상황 파악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우현은 알겠다는 듯 답을 하였다.
“좋습니다. 참모관님의 말씀대로 하기로 하죠.”
“잘 생각했네. 그럼,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점식 식사 후에 나머지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그리고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이 뜬 것이 점심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하시죠.”
이 말을 끝으로 모두들 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때 뒤따라 일어서던 남궁운혜와 위 대주를 고흥만이 잡아갔다.
“둘은 잠시 앉아 있게.”
다들 밖으로 나가고 다시 의자에 몸을 얹는 두 사람을 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대륙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다음에도 그러면 가차 없을 줄 알게.”
순간 남궁운혜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설마하니 이 잠깐 사이에 거기까지 짐작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한차례 사시나무처럼 진저리를 친다 싶던 그녀의 고개가 슬며시 숙여진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우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놀라워하였다.
어젯밤 그리 급박하게 일을 처리한 것이 대륙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원 측의 계책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출신이 다른 곳이 모여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군.’
마음속으로 혀를 내두르던 그때 고흥만이 이만 됐다며 나가라 하였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서자 이때껏 침묵하고 있던 우현이 물었다.
“그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주도권 싸움을 벌인 것 말입니다.”
“상부에 일언반구 없이 자기들 멋대로 일처리를 한 것만 봐도 능히 짐작되지 않나? 아마 이번 일을 계기로 중원 사람들을 앞에 내세울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그게 주도권 싸움이라는 것은 알기 힘들지 않습니까?”
고흥만은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자네가 데려온 남궁세가는 무림세가로 기본적으로 세력 싸움에 능한 이들일세. 그런 이들이 대륙에 넘어왔다고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긴 채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그리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그러니 앞으로 신경 잘 쓰게. 괜히 대륙과 중원 사이에 암투가 일게 하지 말고…….”
“참모관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에 고흥만은 됐다는 듯 손을 들어 저어 보인다.
“그나저나 남은 것은 이 일을 꾸민 자가 누구냐는 것인데…….”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온 지 하루 만에 그걸 어찌 알겠는가?”
핀잔에 우현은 입을 삐죽인다.
그런 그를 본체만체하며 고흥만이 말을 흘린다.
“다만 한 가지……. 이 일을 꾸민 자가 그리 쉬운 놈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 것 같네. 어쩌면 매우 골치 아픈 놈일 수도 있겠고 말이야.”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냥 느낌이 그렇네.”
여기까지 말을 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하고 우리도 나가세. 배가 요동을 치는 것이 허기가 진 모양이야.”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우현은 앞장서 식당으로 고흥만을 데리고 갔다.
‡ ‡ ‡
똑똑!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의자가 돌려진다.
환하게 웃는 테온 너머 한 사내가 고개를 숙인다.
“마스터! 그들이 눈치를 챘다고 합니다.”
“호오! 시간이 더 지나 알 줄 알았는데……. 하긴 그렇게 증거를 들이미는데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겠지요.”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안다 해도 되돌릴 방법은 없으니 계획한 대로 하라 하세요.”
“알겠습니다.”
사내가 방문을 나가자 테온의 등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것이 다 계획대로 되는 모양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카미엘 사도님!”
돌려진 의자를 앞에 놓인 통신구 속에 자신을 바라보는 엘테르 성국의 사도 카미엘이 보인다.
창백한 듯 보이는 새하얀 낯에 무표정한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나, 테온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전히 빙긋빙긋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조바오니 공작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겁니까?”
“그럴 겨를이 없을 겁니다. 빠르게 팽창해가는 친왕파 세력으로 인해 말입니다.”
“그들에게 그럴 여력이 있습니까?”
“다 릭 캐슬 후작 덕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상단이 1년에 내는 세금만 해도 현재 왕국 재정에 맞먹으니 말입니다.”
카미엘의 낯에 놀라움이 인다.
“그 정도였습니까?”
“대륙을 놀라게 하는 상단이니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겠군요. 그럼, 이제 바딘 백작에게 알릴 생각입니까?”
테오는 슬며시 고개를 내저어간다.
“기왕 하는 것 토니노 자작까지 엮을 생각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저도 이쯤에서 넘기고 싶은데 메로나 자작 정도로는 좀 약해서……. 적어도 토니노 자작쯤은 되어야 믿을 것 같습니다.”
“하긴 조바오니 공작의 축인 네이트 백작과 외척관계인 토니노 자작이 죽는다면 상황이 매우 껄끄럽게 되겠지요. 바딘 백작도 가만히 있기는 그렇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친왕파와 조바오니 공작 간의 싸움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그 영향은 릭 캐슬 후작에게 크게 미칠 것이고 말입니다.”
“기왕이면 그 싸움을 본 성국에 유리하게 이끌어주십시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카미엘 사도님! 저 역시 성국의 사람! 당연한 처사지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신의 가호가 있으시길!”
성호를 긋던 카미엘의 모습이 통신구에서 사라진다.
숙였던 고개를 드는 테온에게서 나지막이 말이 흐른다.
“그나저나 궁금하네. 릭 캐슬 후작이 어찌 나올지 말이야.”
자못 궁금하다는 듯 내뱉던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커피 잔을 든다.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화려하게 저질러줬으면 좋겠지만 무리……려나?”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다려진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것도 살기 가득한 눈빛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