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29
차원상인 129화
제6-2장
이주일 뒤, 하임이트 영지는 커다란 충격에 싸였다.
고흥만의 충고대로 메로나 자작에 관련된 일을 영지민 앞에서 공표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영주인 우현을 격렬히 비판하는 이도 생겨났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적었다.
오히려 뒤이어 공표된 영지민을 대상으로 한 군 창설 쪽이 더 뜨거웠다.
이는 지금껏 우현이 보여 온 행동으로 인해 쌓인 신임과 상단과 영지를 위해 그랬다는 이유, 마지막으로 땅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면서 보여준 진정성 때문이었다.
물론 힘들게 일군 자신의 터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영지민들의 생각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었다.
이후, 우현에게 실망한 이들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 일부 영지민들이 영지를 나갔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남고, 영지군에 참여하길 바랐던 것도 다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어찌됐든 전화위복이 된 우현은 차츰 영지를 안정시켜가며 이후 벌어질 전쟁 준비를 차츰 진행해나가기 시작했다.
‡ ‡ ‡
“오늘까지 영지를 나간 총 인원일세.”
보고 있던 것을 놓은 우현은 고흥만이 건네는 서류를 받아갔다.
“백팔십오라……. 오 일 전과 숫자가 거의 동일하군요.”
“좀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사흘 전부터는 딱 멈춘 것이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갔다 봐야 할 걸세.”
“그렇겠군요.”
우현은 슬며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메로나 자작 일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적잖은 여파가 있었다.
우선, 영지에 있던 이천에 이르던 용병들은 메로나 자작과의 전쟁설이 돌기 무섭게 반으로 확 줄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용병들이 몬스터 토벌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왔을 뿐 전쟁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목적이 있었다면 굳이 이런 변두리 영지에 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근처 이웃 왕국에 가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그간 원활하게 돌아가던 영지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전쟁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대다수의 영지민들이 돈을 쓰기 보다는 비축하는 쪽으로 선회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남은 양만큼 다른 곳에 팔면 되기는 하지만, 메로나 자작과의 관계를 짐작한 상인들이 영지로의 발길을 줄이고 있는 상태라 이득 창출이 어려워졌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일로 영지를 완전히 떠나 버린 영지민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상단에 속해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차질이 없을 순 없었다.
그나마 헤일러가 발 빠르게 움직여 이리저리 인력을 움직여 채운 덕에 움직이는 것이지 조금만 더 많은 이들이 나갔다면 잠시 상단 운행을 멈춰야 할 뻔하였다.
새삼 영지민을 늘려함을 깨닫던 그때, 우현은 자신에게 건네는 또 다른 서류를 보았다.
“이번에 군을 재편성한다더니 그것입니까?”
“우선, 레이젠은 총대장으로 하고 그 밑에 제1군단인 기사단과 제2군단인 영지군, 제3군단으로 새로 창설할 치안대가, 마지막으로 제4군단은 특수부대로 대륙으로 넘어온 중원 사람들이 주축이 될 것이네. 그리고 독립 부대이자, 참모 부속 부대인 정보여단이 있네. 현재 각 부대의 규모는 아직 대대에 미치는 못하는 중대급으로 제1군단이 백십 명, 제2군단인 영지군은 도베르만 기사단 출신자들과 영지에 있는 용병 길드에 포함된 이들로 약 육백여 명 정도이며, 제3군단 치안대는 이번에 모집한 영지민 백이십 명에 용병 삼백여 명이 합친 약 사백사십 명 정도 되네. 마지막으로 제4군단은 이백여 명으로 자네가 계속 데려올 것이니 총 오백이라 하겠네. 그리고 정보여단은 약 이십여 명으로 아직 조직 편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네.”
“세세히 분류하면서도 매우 간단한 형태를 잡으셨군요.”
“군편제는 상명하복이 기본일세. 즉, 수직 편제란 말일세. 그런 조직에서 복잡한 편제란 그리 어울리지 않네. 자칫 명령하달에 차질이 빚을 수도 있고 말이야.”
말을 들은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끄덕인다. 현역으로 군대를 나온지라 그 누구보다 이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에 든 서류를 재차 훑어가던 그의 시선이 들려졌다.
“근데 이번에 모집한 영지민들을 굳이 치안대로 분류해두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다 용병보다는 영지민에게 치안을 맡기는 쪽이 훨씬 더 안전 할 것이고 말이야.”
“그도 그렇군요. 그럼, 전쟁은 제3군단을 제외한 1, 2, 4군단이 맡아서 하는 겁니까?”
“그렇네만 사실상 4군단에게서 맡아서 할 것이네.”
순간 우현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1, 2군단도 있는데 굳이 4군단, 그것도 중원 사람들로 이루어진 부대만 전쟁에 투입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4군단만 싸우게 하는 것은 자칫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걸세. 이번 일 때문에 그런지 중원에서 온 이들이 선봉에 서서 전공을 올리고 싶다고 하니 말이야. 거기다 아직 정비도 안 된 부대를 끌고 가봤자 도움도 안 되니 차라리 4군단만 데려가는 것이 더 옳다는 판단에서 그런 것이네.”
“하긴 그 문제도 있었군요.”
생각지 못했다는 듯 우현은 답을 한다.
“참! 며칠 전 상인이나, 용병들을 통해 슬쩍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메로나 자작 측에 흘렸다 들었습니다. 뭔 반응이 있습니까?”
“아직까지는 묵묵부답이네만 영지민을 대상으로 병력을 모집하거나, 용병을 섭외하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전쟁을 준비 중인 것 같네.”
“저번 일이 단순히 영지 내 분란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셈이지.”
그렇다는 말에 우현의 눈살을 찌푸려진다.
전쟁의 조짐이야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진짜로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맘에 안 든다는 빛을 자아내던 그의 시선이 고흥만에게로 향한다.
“듣자니 카터필터(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투석기의 일종)를 만들고 있다 들었습니다.”
“혹시나 공성무기를 가져올까 싶어 만드는 것으로 원래는 트레뷰셋(지렛대가 아닌 평행추의 낙화회전력, 즉 반대편에 매달은 무거운 추를 떨어뜨려 얻은 회전력으로 투석기에 얼린 돌을 멀리 날리는 방식.)을 만들고 싶었는데 시간상 그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리 했네.”
“적의 공성무기라…….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좋은 생각이라는 듯 말을 하는 그를 보던 고흥만이 슬쩍 말을 건넸다.
“자네 이번 전쟁에 화약을 쓸 생각인가?”
멈칫하던 우현은 고개를 쳐들어 바라보았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소네스에게 들었네. 블랙 파우더, 화약을 준비 중이라고 말이야.”
“혹시 모르니 그리하라 하였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단 고흥만은 한숨을 푹 내쉰다.
“자네의 불안한 맘은 알겠네만 그래도 화약까지 들여와 쓰는 것은 좀 그렇지 않은가?”
걱정 어린 그의 시선에 우현은 자신이 오해를 받고 있음을 깨달았다.
“참모관님!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이신데 제가 굳이 화약을 들여 올 필요도 없이 이미 대륙엔 화약을 만든 이가 있습니다.”
고흥만의 두 눈이 번쩍 뜨인다.
설마하니 대륙에 화약을 만든 이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조금은 당혹스런 낯빛으로 서둘러 물어온다.
“그게 사실인가?”
“한 60년 전 차카타파 마법사 중 한 분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은 다른 이도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당시 연구 기록을 차카타파 후배 마법사들과 공유를 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 말은 자네가 아니라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화약 무기, 즉 화기는 출현할 거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매만지는 이맛살 위로 한껏 주름이 잡힌다.
화약이 개발이 됐다는 것은 조만간 현대의 역사를 답습한다는 말이 된다.
즉, 세계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 같은 피로 얼룩진 세상이 올 거란 말이다.
특히나 이곳처럼 무력 중심의 봉건주의 계급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과거 유럽 중세시대의 막을 내리게 만든 시민혁명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현대 역사에서 볼 수 있듯 화약 무기의 등장은 그전까지와는 달리 검 한 번 안 잡아본 이도 힘을 갖는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기사나, 귀족, 왕이 존재하는 세상을 뒤바꿀 정도로 크고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듯 말이다.
우려 섞인 그의 눈빛에 우현은 피식 웃어간다.
“참모관님! 이곳과 우리가 사는 곳이 왜 다른 줄 아십니까? 그건 과학이란 학문의 존재 유무입니다. 즉, 이곳은 마법이라는 학문이 있는 대신 과학이 없고, 우리는 과학이 있는 대신 마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곳에 마법이 존재하는 한 과학이란 학문이 발달하기 힘들 것이라 이 말인가?”
“과학이란 학문을 발달시키느니 그간 해온 마법을 발전시키는 쪽이 더 편할테니 말입니다. 거기다 화약 무기를 발전하기 위해선 화학이란 학문이 발달 되어야 하는데 이곳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즉, 발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수염을 쓰다듬던 고흥만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말대로 마법이 강성한 이곳에서 과학이 발달되기는 힘들다.
특히나, 지지기반이 전무하다 싶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화약을 만들어 쓴다고 해서 바뀔 것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한 번 사용되면 대륙 사람들이 무기로써의 가치를 알고 어떻게든 알아내려 귀찮게 굴겠지만 현재 만들 수 있는 이는 차카타파 마법사, 즉 우현의 상단에 속한 이들 뿐이었다.
한마디로 화약이 유출이 된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화약을 만들기는 매우 힘들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 고흥만은 좁혀든 이맛살을 쉬이 펴질 못했다.
“그래, 화약으로 자넨 뭘 할 생각인가?”
“화포만 만들 생각입니다.”
“화포? 혹시 조선시대 때 철구를 넣어서 쏘는 그 대포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말에 또 한 번 미간을 좁혀간다.
“그게 발달 되면 당연히 소총이나, 권총이 만들어질 것 아닌가?”
“과거 명나라와 청나라를 생각해보십시오. 분명 화약과 화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칼과 창을 휘둘렀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바로 화약의 질 때문입니다. 당시 화약은 거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졌고,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못 쓸 정도로 좋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탓에 대포를 많이 만들기 보다는 차라리 검과 창을 휘두른 것입니다.”
“하긴 화약의 발달이 곧, 무기의 발달이었으니 말이야. 그건 현대 문명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그렇다.
화약의 발명으로 인해 시작된 현대 무기사는 대부분 화약의 발달과 그 시기를 같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