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0
차원상인 130화
흔히 말하는 다이너마이트 또한 화약에 나이트로글리세린 물질이 포함된 것에 불과하다.
물론 몇 가지 물질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다이너마이트의 등장은 또다시 현대 무기사는 물론이고 광업, 건설업의 장을 새롭게 펼쳤다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 된다.
이렇듯 무기의 발달은 화약의 발전으로부터 시작되고 이는 과학, 특히 화학이란 학문에 기반된 것이기도 하다.
“맞습니다. 그래서 전 중세시대 화약을 넣어 철구를 쏘는 화포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능히 대륙을 요동시킬만한 것이니 말입니다.”
“하긴 그렇겠군. 대포 하나는 능히 궁사 백에 비유하니 말이야.”
맞는 말이라는 듯 끄덕이던 고흥만은 문뜩 떠오른 것이 있는 지 서둘러 말을 건넨다.
“근데 화포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 생각인가?”
“며칠 전, 중원을 들릴 때 이곳에서 만든 화약을 가져가 화포를 만들 수 있냐 물었습니다. 다행이 남궁세가가 황실과 병부에 연줄이 있어 군부 소속 무기제작소에 대포 포신을 만들어 달라 청을 넣을 수 있을 거라 했습니다. 어차피 화약이야 저희에게 있으니 포신만 있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가 살던 시대보다는 그곳에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싶은 것도 있었고 말입니다.”
우현은 남궁세가에 대포 제작을 의뢰했음을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들은 고흥만은 두 눈을 끔벅이며 놀란 듯 물어온다.
“그곳에 화약이 있던가?”
“예! 화약은 물론 화포까지 존재합니다. 물론 주위 여건상 변방에만 배치해 뒀을 뿐 쓸 일은 그다지 없다고 합니다.”
“하긴 영화 속의 절대고수들이 존재하는 곳인데 화포보다는 직접 손을 쓰는 편이 훨씬 쉽고 조용할 테니까 말이야.”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맞다며 우현은 동의를 표했다.
‘화포라…….’
관자놀이를 매만지던 고흥만의 미간이 또 한 번 찡그려진다.
한참을 묵묵히 고심에 잠겨있는 가 싶더니 이내 긴 한숨을 토해낸다.
“일전에 말한 적이 있을 것이네. 이번 전쟁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말이야.”
“예! 이번 전쟁에서 우리가 이겨 친왕파나 조바오니 공작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고, 여타 다른 귀족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자네 말대로 이번 전쟁은 상대로 하여금 우리의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있네. 즉, 답은 하나! 보는 이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을 선사하는 것뿐이 없네.”
‘한 마디로 본보기를 보여 두 번 다시는 쳐다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셈이군.’
그랬다.
고흥만이 생각해낸 계책은 다름 아닌 공포정치로 두려움을 통해 상대로 하여금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메로나 자작을 이긴다고 해서 제2, 제3의 전쟁이 없을 거라 장담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번 일을 계기로 상대로 하여금 쉬이 달려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싶기도 하다.
“문제는 변변한 마법사 하나 제대로 없는 현재 우리의 상황으로는 생각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네.”
“그 말씀은 화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써는 그 수밖에는 없는 듯 하네.”
말을 뱉는 고흥만에게서 또 한 번 한숨이 새어나온다.
참모관이라는 위치에서, 아니 상단을 위한 자신의 욕심으로 치자면 백 번은 더 화포를 사용함이 맞다.
하나, 그로 인해 야기될 수많은 문제들이 때문에 쉬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영지를, 상단을 생각할수록 그 방법뿐이 없었다. 너무도 아이러니 하지만 말이다.
상대의 속내를 알아챈 우현은 나지막이 물었다.
“묻겠습니다. 화포를 들인다면 몇 문이나 필요한 것입니까?”
“적어도 십문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현재 상황으로는 제때 못 맞출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전장이 아닌 공성전에 쓸 것이니 다섯 문 이상만 있으면 될 것이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우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보겠습니다.”
고맙다는 듯 환히 웃던 고흥만의 두 눈이 번쩍 뜨인다.
순간 머릿속에 기가 막힌 것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미안한데 화포를 들이는 김에 한 가지 더 만들지 그런가?”
“뭘 말입니까?”
“비격진천뇌라고 하는 포탄 말일세.”
비격진천뇌, 조선 중기 화포장인 이장손이 만든 것으로 화포에 쓰는 포탄, 즉 일종의 유탄이다.
속을 비운 포탄에 빙철과 화약을 넣고, 목곡이라는 것을 통해 시간 조절을 하여 터트리는 것으로 폭파와 함께 빙철이 포탄 밖으로 날아가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수류탄(m26 수류탄 속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쇠구슬이 들어있다.)과 비슷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묵묵히 설명을 듣고 있던 우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하시는 걸로 봐서는 수류탄인 것 같은데 무거워서 쓰겠습니까?”
“수류탄이 아니라 포탄일세. 자네가 만드는 화포에 넣어 쏘아서 터트리는 것이지.”
“아, 일종의 유탄이군요. 한데 굳이 그것까지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분명 화포가 사용된 후에는 많은 왕국에서 그것을 갖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네. 우리야 화포가 다른 곳에 흘러들어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여건상 그리되기는 힘들 것이네. 그렇다면 그것을 통해 어느 정도 이득을 취함과 동시에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래야 함부로 우릴 공격하지 못할 테니 말이야.”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물론 적에게 화포를 넘긴다 해도 그것엘 쓸 화약을 얻기 위해선 제공자인 우현을 쉬이 건들이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 왕국의 생각일 뿐 강대국의 논리에선 그 따윈 문제조차 되지 못한다.
우현을 굴복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여길 테니 말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선 고흥만의 말대로 어느 정도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몰랐다.
지금 이 결정으로 인해 대륙의 판세가 급변해갈 것을 말이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시간이 촉박한데 만들 수 있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이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비격진천뇌는 중국의 진천뇌를 개량시켜서 만든 것이기 때문일세.”
그렇다. 흔히들 무협지에서 나오는 진천뇌가 바로 이 포탄을 말하는 것으로 비격진천뇌처럼 텅 빈 속에 화약을 채워 넣고 심지를 통해 불을 붙여 쓰는 것으로 화포로 쏘아 보내거나 던져서 쓸 수 있도록 되어있다.
간단히 말하면 진천뇌는 오리지널 버전이고, 비격진천뇌는 그것을 개량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하나, 워낙 불량률이 높아서 쓸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잘 쓰이지는 않는다.
“알겠습니다.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 한 가지 더 알아보게. 화포에 조성과 조문이 있는지 말일세.”
“조성과 조문이요?”
“총에 달린 가늠자와 가늠쇠를 말하는 것으로 자네 군대 다녀왔으면 잘 알 것일세. 내 알기로 명나라 철포에는 조성과 조문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네. 그건 유럽 화포가 중국에 유입되면서 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곳은 동아시아만 존재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일세.”
알겠다는 듯 우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것 또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번거롭겠지만 부탁하네.”
“아닙니다.”
오랫동안 논의를 해서 그런가?
목이 마른 우현이 막 식어버린 커피를 쥐어가던 그때 티아가 옆으로 다가왔다.
“준비가 끝났어요.”
“알았어.”
갑자기 서류를 정리를 하는 그에 고흥만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을 건넨다.
“오늘 중원을 들러 현대로 돌아간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예! 화포 문제를 포함해 현재 작업 중인 것들을 확인할 겸 들렸다 갈 것입니다.”
“자네 참! 바쁘게도 사는구먼!”
“너무 바빠서 몸이 열 개는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도 진정성 어린 그 말투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만다.
“그럼, 할 말도 끝났으니 이만 가보겠네.”
“예!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그때는 자네가 말한 화포도 같이 말이야.”
“그리하겠습니다.”
한 번 고갯짓을 한 고흥만이 방을 나선다.
서둘러 주위 정리를 끝낸 우현은 티아가 준비한 것들을 챙기고는 방을 나섰다.
막 저택을 빠져나가려는데 후드를 쓴 한 사내가 그들을 앞을 막아선다.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차카타파 마법사이시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일전에 말씀하신 화약 말입니다. 오크통으로 세 통 담아 창고에 넣어 두었음을 알려드리려 왔습니다.”
“안 그래도 가져갈 화약은 챙겨놨는지 궁금했는데 잘됐습니다. 근데 재료 수급에는 문제는 없습니까?”
차카타파 마법사는 걱정 말라며 환히 웃어간다.
“용병들의 도움으로 재료를 채취할 곳을 찾았습니다. 현재 작업량은 하루에 오크통 오분지 일이지만, 조만간 한 통씩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스승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일주일 전, 화약을 만들 때 쓸 재료를 찾기 위해 천랑대와 용병들을 몬스터 출몰 지역에 보냈었다.
다행이도 출몰 지역 깊숙한 안쪽에 있을 줄 알았던 재료가 바깥 부근에 있었고 제법 양도 많아 그곳에 사람들을 상주시키고 캐게 하였다.
그로 인해 안정적으로 확보된 재료는 제조 속도를 높였고 머지않아 하루에 오크 통 한 개 만큼의 화약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힘들겠지만 영지의 번영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허리를 숙여 보이던 차카타파 마법사는 뒤돌아가 걸어갔다.
그와 일별한 우현은 곧장 창고가 있는 곳으로 가 컨테이너와 함께 중원으로 넘어갔다.
‡ ‡ ‡
“알아보라는 것은 어찌 되었지?”
천 부장이 건네받은 서류를 읽어가던 천동그룹 의류 사업 박한일 이사이 물어온다.
“말씀하신 우현이라는 자에 대해 조사 더 해보긴 했지만 별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이사님!”
“확실히 조사한 거야?”
“제가 서너 차례 더 알아보라한 후에 내린 답이니 거짓은 아닐 겁니다.”
기대감이 어긋난 듯 박한일의 낯이 찌푸려진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 뭔가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쉬움마저 표하던 그때 천 부장이 말을 이어간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습니다.”
“의문점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이사님! 우현이라는 자는 약 1년 삼 개월 전, 연대보증으로 인해 월급을 차압당했고 그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당시 그 빚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곳은 지금은 사라진 회사인 헤리엇 론 대부업체라는 것입니다.”
“헤리엇 론?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서류철을 옆으로 치운 박한일이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약 석 달 전, 한 사내가 돈을 훔치기 위해 대낮에 대부업체로 들어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잡힌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이 벌어진 곳이 바로 헤리엇 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