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1
차원상인 131화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군. 그럼, 그 대부업체가 우현에게 빚을 받으려 했던 헤리엇 론이라는 회사인 것인가?”
“그렇습니다. 당시 범인이 자수해 사건이 종결이 되었긴 하지만 사무실을 조사하면서 나온 갖가지 불법 추심 자료들로 인해 현재 도피중인 사장 백인철에겐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는 상황입니다.”
“원래 사채꾼의 끝이 좀 그렇긴 하지. 근데 이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인가?”
“그게 우현이라는 자가 사업을 시작한 것이 그 직후이기 때문입니다.”
옆에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들이키던 박한일의 몸이 멈칫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은 박한일은 그게 사실이냐며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근데 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대부업체를 조사했던 형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 어떤 자료에서도 우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분명 그곳에 빚을 졌고, 돈을 갚았는데도 말입니다.”
“그 말은 누군가 그에 대한 자료를 일부러 지웠다는 말이 되는군.”
“맞습니다. 그래서 전 당시 범인이라고 자수했던 이를 조사를 해봤더니 경찰서로 가기 전 그의 계좌로 거액의 돈이 입금되었음을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백혈병으로 입원 중인 병원에 쓰인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돈을 받고 거짓 자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대체 우현이라는 자가 어떤 이이기에 그렇게까지 비호를 해주는지 말이야.”
납득이 안 된다는 듯 박한일은 고개를 갸웃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 부장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제 생각이지만 우현이라는 자와 백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와 백파 사이에 뭔가 있었다?”
“확인이 안 된 것이라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조사하던 중 백인철이 사라지기 전 수도권 외곽에 있는 건달들을 대거 모은 일이 있다고 소문을 접했습니다. 누구를 작업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문제는 백인철이 모습을 감춘 직후, 그들 역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중 몇몇의 핸드폰 GPS를 조사해보니 우현이라는 자의 집 주위에서 통화를 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 말은 백인철이 우현을 치려했다는 것인가? 한낱 영업 사원이었던 자를 말이야.”
“확실하지 않지만 그럴 거라 추측을 하고 있습니다.”
“백인철이라는 자가 우현을 죽이려 했다라…….”
박한일은 손을 들어 턱을 매만졌다.
나름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보지만 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전후 사정 모두 납득 자체가 되질 않고 있었다. 마치 곳곳에 빈 퍼즐로 인해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답은 백인철이라는 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군.”
“아무래도 그편이 우현과 백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백인철이란 자를 수소문해서 내 앞에 데려오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게 말이야.”
“이사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내저어지는 손길에 천 부장은 몸을 돌렸다.
그렇게 방을 나선 그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말씀하신 대로 전했습니다.”
“잘했어요. 조만간 백인철이란 자가 있는 곳을 수소문해줄 터이니 기다렸다 잡아가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짧은 통화를 마친 천 부장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 전 통화 따윈 잊은 지 오래라는 듯 말이다.
‡ ‡ ‡
탁!
닫혀지는 폴더 폰을 내려놓은 손길 위로 보이는 화장대 거울 안에 박정숙이 보인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머리를 만지작대던 그녀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까지 그려져 간다.
“조만간 백인철과 박한일이 만나면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되겠군. 백파 죽이기 계획을 말이야.”
그랬다. 박한일이 우현과 백파에 대해 그리 정보를 쉽게 얻었던 것은 다 박정숙 때문이었다.
이렇듯 갑자기 변심을 하게 된 것은 다 백파 때문이었다. 자신을 곁에 두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에게 사채꾼을 붙여 몰락하게 만들고, 남동생에게 마약을 복용케 해 폐인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어머니는 자살로,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보험사기단에 끼어들었다가 차에 치어 죽었으며, 남동생은 마약을 훔치다 조폭에게 걸려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그저 하늘이 내린 불행으로만 알았건만 우연히 당시 아버지에게 빚을 지게 한 사채업자와의 만남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그 후, 그녀는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며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그러던 중 이상하리만치 우현에게만 관대한 백파를 보면서 모종의 계획을 세웠고 이제야 이부능선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빌어먹을 늙은이! 기대해! 내 가족에게 했던 것 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줄 테니 말이야. 물론 네 손녀도 같이 말이야.”
나직이 내뱉던 그녀의 눈가에 진한 살기가 뿜어진다.
마치 독을 품은 살모사 같은 그런 것이 말이다.
제6-3장
“뭐 이리 큽니까?”
“큰 것보다, 지금 이곳이 상단 맞나요?”
“상단은 무슨…… 자금성이 따로 없다.”
녹의과 갈의, 자의를 입은 세 남녀는 눈앞에 있는 장원을 보며 기가 막혀 하였다.
일반 장원의 열 배쯤 되어 보이는 그 큰 규모도 그렇거니와 성문의 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문 사이로 쉼 없이 오가는 마차들의 행렬은 이게 정말 상단일까 하는 의심을 들게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문 부근에 자리한 안내소에서는 방문 목적과 가져온 물품에 따라 상인들을 나눠 입장시켰고, 기다리는 시간에도 수십 명의 상인들이 서로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거래를 트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그런 그들 사이로 온갖 표국에서 온 사람들이 거래 하나라도 더 트기 위해 각 상단주를 만나고 다니고 있었다.
이건 꼭 상단이 아니라 무슨 무림맹처럼 상단의 집합체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고 있었다.
입을 떡 벌린 채 바라보는 그들 곁으로 서너명의 무사가 다가왔다.
“남궁세가 외총부 소속 제1 경비조 조장 강철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신분을 밝혀주시겠습니까?”
모양새로 보아 상단의 외곽 경비를 서는 무사인 것 같은데 하는 날카로운 눈매 사이로 흐르는 내기나 진중한 말과 행동은 절정고수의 그것과 같았다.
남몰래 탄성을 지르던 두 사내는 손을 들어 포권을 지어보였다.
“사천 당가 당철림이라 합니다.”
“화산파 제자 임초령이라고 해요.”
“황보세가 황보평이오.”
그들의 소개를 들은 무사는 다시 한 번 포권을 지어보였다.
“당가, 화산, 황보세가의 제자분들이 오셨군요. 근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온 연유를 묻자 당철림이 앞으로 슬쩍 나선다.
“친우인 남궁평린을 만나러 왔소.”
“입행부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입행부? 그건 또 무엇인가?”
처음 들어본 말에 세 사람은 갸웃대며 물었다.
“저희 상단은 입행부과 출행부가 있습니다. 입행부는 말 그대로 상인들이 가져오는 모든 물품을 담당하는 곳이고, 출행부는 저희 상단에서 나가는 물품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그럼, 상단 거래가 두 개로 나뉘어 행해진다는 건가요?”
“상단 규모가 좀 커서 부득이하게 그리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은 또 한 번 기가 막혀 하였다.
아무리 상단 규모가 큰들 이런 식으로 거래 창구를 두 개로 나누질 않는다.
금전적으로나, 인력, 상단의 정보 유출 문제도 있지만 자칫 혼선을 빚어 거래에 차질이 생길까 싶어 그런 것이 제일 크다.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남궁세가는 창구를 두 개로 두고 거래를 트고 있었다.
마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단이 운영이 되지 않는 다는 듯 말이다.
‘남궁세가가 얼마 전부터 오대 상단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
남궁세가가 재차 상단을 연다고 했을 때 모든 이들이 코웃음을 쳤다.
상단으로 인해 무림제일가가 길바닥에 나 앉을 정도로 망했음 불구하고 또다시 연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 생각은 불과 반년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색 한지와 무늬 한지는 서생은 물론이고, 온 중원을 뒤덮다 싶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기세를 몰아 비단과 명주, 약재에 손을 대면서 세를 키워나갔다. 특히나 홍삼 수삼(바로 캐낸 홍삼을 말함)이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더욱더 커져갔다.
이렇게 커진 세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물품으로 손을 뻗고 있어 항간에는 남궁세가 상단을 거치 않고는 물품을 구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예상 밖으로 큰 상단 규모 때문일까?
당철림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져 갔다.
사실 그는 남궁세가가 온 것은 군부에서 화포를 사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확인 및 연유를 묻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사신 자격으로 왔다 볼 수 있었다.
이는 혹시라도 화기를 앞세워 남궁세가가 무림 정복에 나설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막상 와보니 화기보단 돈으로 무림을 정복하는 쪽이 훨씬 쉬운 듯 보였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한다. 무림 일이라는 것이 뒤로 시커먼 속내를 가진 이들이 사는 곳이니 말이야.’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말을 흘리던 그는 앞서 말한 남궁평린을 만날 수 있느냐 물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기별을 넣을 테니 말입니다.”
정문 밖에 세워 두는 것이 못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워낙 많은 이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무리도 아닌 듯 싶어 그러겠다 답을 하였다.
그렇게 일 다경 쯤 있었을까?
안에서 이마에 청색의 띠를 두른 훤칠한 외모의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내 친우이니 이제 그만 원래 근무지로 돌아가게.”
“알겠습니다.”
한 차례 주억거린 무사들은 자신들의 경비 지역으로 몸을 돌렸다.
그것을 본 남궁평린은 친우들의 손을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이 먼 곳까지 어인 일로 온 것인가?”
“그간 소식도 없고 해서 얼굴 한 번 볼 겸해서 왔습니다.”
“온 중원에 떠들썩하게 울려대는 남궁세가 상단도 궁금했고 말이에요.”
앞서서 할 말을 다해서 그런가?
잠시 머뭇대던 당철림이 답을 했다.
“술친구가 없어서…….”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당철림은 평소 술을 안 먹기로 유명한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가 술친구를 운운하니 웃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형님! 그 말하기 전에 술부터 좀 드시고 하시죠.”
“술친구라고 해서 꼭 술을 잘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네.”
“예예! 어련하시겠습니까?”
두 눈을 크게 뜨고 부라리는 당철림에 비아냥대던 황보령이 움찔거린다.
아웅다웅 대는 둘을 보며 고개를 내젓던 임초령이 남궁평린에게 말을 건넸다.
“대형! 먼 길 오느라 힘들어서 그런데 좀 쉴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