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2
차원상인 132화
“당연히 있지, 없겠느냐? 어서 세가로 들어가자꾸나!”
그만 들어가자는 말에 다른 둘은 생각지도 않은 채 뒤따라 나선다.
뒤늦게 그것을 본 두 사람은 황급히 그들 뒤를 쫓기 시작했다.
“사매! 같이 가!”
그렇게 세가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줄지어 서 있는 마차들과 그 옆에 산처럼 쌓인 물품들을 싣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 또 마차를 호위하기 위해 준비 중인 표국 사람들까지.
얼핏 봐도 백에 이른 사람들이 눈앞 가득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사람이 이리도 많습니까? 온 나라의 사람은 다 모아놓은 듯 싶습니다.”
“온 나라의 사람은 무슨……. 그저 상단 규모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된 것이네. 그만 보고 날 따라 오게!”
앞장서는 남궁평린을 따라가는 당철림의 이맛살이 서서히 좁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안내하는 곳은 상단의 외곽 지역일 뿐, 정작 세가가 있는 안쪽은 들어가질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통 물품 도난을 막기 위해 중앙이나, 정문과는 먼 뒤쪽에 창고를 세우는 것이 일반 적인데 정문 앞에 물품 창고들을 세우고, 그것을 비롯해 외곽 지역 건물 대부분이 상단에 관련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남궁세가가 무림세가라 세가 중심적이겠지만 이렇듯 극단적으로 상단 건물로 성벽을 치듯 배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곳이 상단인가? 아니면, 상단을 위장한 세가인가?’
정체마저 의심스러워지던 그때 그들이 머물 숙소인 객선방 앞에 당도하였다.
“일단,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잠시 쉬고 있게.”
막 방문을 향해 몸을 돌리려는데 당철림이 발목을 잡아간다.
“대형!”
“할 말이 있는가?”
“죄송하지만 가주님을 뵐 수 있겠습니까?”
“가주님을?”
“그렇습니다.”
혹시라도 남은 두 사람이 들을까 한껏 낮춘 목소리가 뭔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품 안에서 자그마한 패를 꺼내 들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당철패였다.
너무도 흔해 보이는 이 구리패는 일명 가주 패라고도 불리며 당가에서 사신 자격으로 보내는 이에게 주는 것으로 이 패를 가진 이는 당가 가주와 동격으로 본다.
즉,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죽임을 당할 경우 그에 합당한 엄청난 피폭풍을 자아내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문파들은 당철패를 들고 온 이들에 한해서는 건들지 않고 보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데 그 골치 아픈 것을 들고 온 이가 눈앞에 있으니 남궁평린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딱딱하게 굳어진 낯빛을 한 채 슬며시 시선을 쳐들었다.
“왜 왔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그건 가주님께 직접 아뢰어야 하는 것이라 죄송합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내보이지 그랬나?”
“죄송합니다.”
적개심마저 내비치던 그는 슬쩍 뒤에 있는 이들을 보았다.
“당철림 아우가 상단 구경을 더하고 싶다니 자네들끼리 쉬고 좀 있게.”
“그렇게 하십시오.”
알겠다는 그들의 고갯짓을 본 남궁평린은 당철림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 ‡ ‡
“팔아!”
“안 팔아!”
“팔라니까!”
“안 판다니까! 왜 그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채 서로 판다, 안 판다 외쳐대는 제갈명과 남궁조공에 주위 사람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오 일째 세가로 찾아와서는 무조건 팔라고 졸라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전대 가주였던 것을 생각해 조금이나마 팔고는 싶지만 달라는 물품이 우현의 명을 받고 사육 중인 크르베인지라 그러지도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해하는 주위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제갈명은 팔라고 소리쳐댄다.
“좀 팔게! 이참에 친우 덕 좀 보게 말이야.”
“거참! 상단주가 사육하라고 준 걸 어찌 판단 말이냐?”
“큰 놈들 새끼 친 거 좀 주면 되지 않는가?”
“나잇살 처먹고 뭔 남의 세가에서 왜 이리 강짜를 부리는 거야? 이제 그만 좀 하고 가! 제발 좀 가!”
“못 가! 줄 때까지 못 가!”
바닥에까지 드러눕는 그에 남궁조공은 어이없는 기색을 보인다.
나이도 적지 않은 사람이 뭔 추태냐 싶지만 제갈명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열흘 전, 비단 거래 문제로 들렸다 우연히 크르베 가죽으로 된 워커를 신고 있는 총관 남궁천옥을 보았다.
가주와 총관을 비롯해 한 번 신어보라며 우현이 준 신발을 보게 된 것인데 독특한 무늬도 눈길이 가지만 중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형태인 워커에 흥미가 돋아났다.
그래서 그에게 부탁해 한 번 신어 보았는데 안락한 착안감과 통풍, 거기다 부드러운 질감까지 비단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신발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딱 봐도 대박감인 그 신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만 총관 남궁천옥은 그저 판매준비중이란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점점 애가 타던 그때 세가 부근에 난데없는 사육장이 세워진 것을 보고는 뭔지 물었고 신발 재료가 되는 가죽인 크르베를 키우고 있다는 말에 이렇듯 줄기차게 매달리고 있던 것이다.
낯짝을 보고 있는 것 짜증이 난다는 듯 홱 고개를 돌리던 그때 제갈명의 목소리가 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근데 화포는 갑자기 왜 만드는 거야? 뭔 전쟁 치를 일 있어?”
홱 돌려진 고개 위로 당혹스러움이 깃든다.
“그……그거 어떻게 알았냐?”
“잊었는가? 무림에서 황실과 제일 관계가 깊은 곳이 제갈세가임을 말이야.”
순간 남궁조공에게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갈세가가 배출한 대학사만 해도 네 명에, 국사 칭호를 받는 이 하나, 군부에는 책사 역할 하는 이는 넷이 될 정도로 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말해봐! 대체 왜 화포를 만들려는 것인지 말이야.”
잠시 침묵을 하던 남궁조공은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상단주가 원해서이다.”
“상단주가?”
고개를 쳐들던 제갈명은 이내 바닥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갔다.
그리곤 조금 전 강짜를 부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낯을 한 채 바라보았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상단주의 정체가 뭐야? 그가 원하는 게 뭐냐 말이다.”
입술을 깨물던 남궁조공은 나지막이 답해갔다.
“말할 수 없다.”
“없다고?”
“그래, 그에 대해선 절대 밝힐 수 없다.”
순간 제갈명의 이맛살이 좁혀 들어간다.
지금의 반응으로 보아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죽어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도 품에 끼고 절대 언급을 안 할 것이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재차 물었다.
“이것 한 가지만 묻지. 혹시 화포를 구입한 것 무림 일통을 위해서냐? 아니면, 현 황실을 전복하기 위한 것이냐?”
“…….”
묵묵부답의 그에 제갈명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당가가 움직인다고 한다. 그 말은, 즉 연왕이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아. 언제까지고 숨겨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남궁조공의 이맛살이 와락 구겨져간다.
연왕의 정실인 비연 왕비는 현 당가 가주 동생으로 서로간의 관계가 밀접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남궁세가가 화포 구입에 대한 소식을 들은 연왕이 당가를 통해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연왕이라는 사람이 무림에 관련된 일이라면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한때 병부 고위직 사람이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한 무림 중소문파와 손을 잡으려 했던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야기만 듣고 거부를 했다는 진술이 있음에도 연왕은 군사를 동원해 멸문 가까이 몬 적이 있을 정도이니 어떤 사람인지 알 만할 것이다.
‘골치 아프게 됐군.’
자신도 모르게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화포를 매입당시 황실에서 조사가 나올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연왕이 직접 개입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워하던 그때 방 밖에서 누군가 말을 건넸다.
“가주님! 평린입니다.”
“무슨 일이냐?”
“당가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당가에서?”
세가주 남궁현철의 시선이 남궁조공에게로 향한다.
눈살을 찌푸린 채 묵묵부답을 하던 그때 제갈명이 말을 흘려간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만 딱 그 짝이군.”
슬쩍 시선을 돌려 그를 흘겨보던 남궁조공은 세가주 남궁현철에게 말을 건넨다.
“들어오라 이르게!”
“알겠습니다.”
한 차례 끄덕이던 세가주 남궁현철은 들이라 소리쳤다.
이윽고 방문이 열리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당철림의 낯에 당혹스러움이 깃들었다.
설마하니 가주실에 제갈세가 전 가주인 제갈명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두 손을 포갠 당철림은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제갈명 전대 가주님”
“그만하게! 난 이곳에 객으로 온 신분이니 말이야.”
됐다는 듯 휘이휘이 손을 내젓는다.
그것을 본 당철림은 낭패감을 금치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남궁세가 즉, 남궁세가주가 먼저지 제갈세가 사람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난감함에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세가주 남궁현철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괜찮으니 누구인지나 밝히게!”
“아, 안녕하십니까? 당가 당섬악 아들 당철림이라 합니다.”
“호오! 당가 외당주이자, 암기로 그 이름이 유명한 사천당비의 아들이구먼. 난 세가주 남궁현철일세. 반갑네. 그래, 무슨 일로 이곳에 온 것인가?”
답 대신 당철림은 품에서 당철패를 꺼내 들었다.
“당가 사신 자격으로 왔습니다.”
순간 세가주 남궁현철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작부터 면전에다 당철패를 들이밀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별 내색 하지 않은 채 이곳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래, 무슨 일 때문에 온 것인가?”
“가주께서 이르시길 최근에 화포를 매입하고 계시다 들었다며 그로 인해 무림 평화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된다며 저더러 그것을 구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라 하였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가주 남궁현철이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나도 하나 묻겠네. 그걸 물으라 한 사람이 당가 가주인가? 아니면, 연왕 전하이신가?”
순간 당철림의 신형이 멈칫거렸다. 이런 질문은 예상치 못한 듯 당혹감이 역역했지만 그래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담담히 답해갔다.
“두 분 다입니다.”
“두 분 다라…….”
눈살을 찌푸리던 세가주 남궁현철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남궁조공이 그의 시선을 받기는 했지만 묵묵부답일 뿐이다.
그로서도 어찌 답을 해야 할 지는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것을 어찌 이리 입을 닫고 사는지…….’
이걸 지켜보는 제갈명의 낯엔 답답함이 묻어난다.
연왕이 직접 나선이상 대충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괜한 말로 분노라도 사는 날엔 상단은커녕 세가까지 모조리 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