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3
차원상인 133화
그건 세가주나 남궁조공 둘 다 잘 알고 있는 지라 쉬이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점점 침묵이 길어진다 싶었던지 당철림이 재차 물어온다.
“화포를 구입한 연유에 대해서 알려주시겠습니까?”
“그게…….”
어찌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 하던 그때 방문을 열며 우현이 들어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는 중이십니까?”
낯익은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던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단주님 오셨습니까?”
“오셨는가?”
“왔는가, 상단주!”
주위 사람들의 인사에 고개를 숙여보이던 우현이 자리에 앉자 총관이 대충 간략하게나마 전후사정을 알려주었다.
예상치 못한 당가의 등장에 당황스러워했지만 나름 별 기색 없이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
“당가에서 오셨다고요?”
“안녕하십니까? 당철림이라고 합니다.”
“예! 처음 뵙겠습니다. 상단주 장우현이라고 합니다.”
허리를 숙이는 당철림을 보며 우현이 재차 말을 건넸다.
“근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상단에서 화포를 구입하신다고 하기에 무슨 연유로 그러는 지 알고자 찾아왔습니다.”
“화포라…….”
잠시 말을 끊던 우현은 시선을 들어 당철림을 보았다.
“그걸 구입한 것은 병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병기 사업?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세가주 남궁현철의 시선이 우현에게로 향한다.
그가 듣기를 매입한 화포를 대륙으로 보낸다는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색을 느끼기라도 했다는 듯 당철림은 서둘러 물어온다.
“화기를 파신다는 말씀인데 대체 어떤 것입니까?”
“화기라기보다는 포탄이라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겁니다. 왜냐면 진천뇌를 개량한 비격진천뇌를 만들 생각이니 말입니다.”
순간 당철림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혀든다.
그도 그럴 것이 진천뇌를 만든 곳이 다름 아닌 당가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주위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였다.
요동치는 분위기에 뭔가 이상타 싶던 그때 당철림이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을 벌렸다.
“아십니까? 진천뇌를 만든 곳이 우리 당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제야 우현은 주위 공기가 왜 그리 요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진천뇌를 만든 사람 앞에서 그걸 개량해서 팔겠다고 하는데 황당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애써 동요를 가라앉히며 우현은 답을 했다.
“죄송합니다. 아직 식견이 짧아서 몰랐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를 해서 그런가?
치켜 올려진 쌍심지가 차츰 내려간다.
“몰랐다고 하시니 그것에 대해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진천뇌를 개량하겠다는 말씀은 그냥 넘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량하시겠다는 겁니까?”
“진천뇌는 속이 텅 빈 철구나 포탄에 화약을 집어넣은 다음 심지를 꽂아 만든 탓에 활용도나 그 파괴력이 매우 높다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 심지에 불을 붙여 사용하는 탓에 비오는 날이나, 물기가 많은 곳에선 불발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알고 있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그렇다.
진천뇌가 활용도나 파괴력에 비해 널리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불발률 때문이다.
특히 화포 특성상 공성보다는 해전에 더 많이 쓰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러하였다.
이런 진천뇌의 단점을 꼭 집어 말을 하니 당철림으로서도 수긍을 안 할 수가 없다.
“제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들은 바로는 그렇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전 시간조절 장치를 두어 물기에 약한 것을 보완하고, 심지에 불을 붙이되, 날아가는 거리를 따져 터지는 시간을 늦출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화약에 빙철을 더함으로서 좀 더 파괴력을 높이는 쪽으로 하였습니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 진천뇌의 경우 단순히 폭발을 통해 인근에 있는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앞으로 제가 개량할 비격진천뇌의 경우 폭발과 동시에 빙철이 사방으로 날아가 인근은 물론 후방에 있는 이들까지도 극심한 피해를 입게 하는 것입니다.”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진천뇌 고유의 파괴력만 해도 무서운데 폭발과 함께 빙철이 같이 날아든다니 이건 꼭 당가의 만천화우가 시전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당철림도 그런지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어댄다.
‘상단주 말대로 진천뇌가 개량이 된다면 천하에 둘도 없는 괴물이 되겠군.’
그렇다.
그 정도로 높은 파괴력과 살상력이라면 굳이 무공을 배우지 않더라도 비격진천뇌 몇 개면 능히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격진천뇌를 손에 쥔다면 그 누구든 천하를 아우르고 남을 것이란 말이 된다.
절대 세상에 내놔선 안 될 금물을 깨운 것 같다는 생각에 절로 두려움에 몸을 떨어대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격진천뇌라는 것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켜져 간다.
그것만 있다면 연왕과의 관계가 돈독해짐은 물론이고, 부귀영화에, 무림일통까지 그 누구도 쉬이 당가를 쳐다보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짙게 드리워지는 물욕을 본 남궁조공은 남몰래 우현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건 전음이라는 것이네. 내공을 통해 상대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는 것이지. 그러니 아무 말 하지 말고 잠시 듣기만 하게.
갑자기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당혹해하면서도 우현은 그저 묵묵히 끄덕인다.
고갯짓을 본 남궁조공은 일단 전후사정이 어떤지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천옥이에게 들었다시피 당철림은 연왕의 명을 받은 당가가 보낸 이이네. 즉, 조용히 넘어가기는 힘들다 이 말일세. 물론 세가 자체적으로 화기를 생산하는 것 역시 무리이고 말일세. 그러니 웬만하면 당가와 협의해서 하는 편이 나을 것이네.
어째 화포 매입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싶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우현은 지금 상황이 오히려 잘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무리하게 화포 사업을 추진하느니 차라리 이곳보다는 대륙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샘플로 가져갈 포탄이나 화포는 어느 정도 매입된 상태이니 말이다.
‘그리하도록 하자. 대륙에서 쓸 화포야 어차피 이번에 가져갈 것을 본 따서 만들면 그만이니 말이야.’
어느 정도 맘을 정했다 싶던 그때 당철림이 말을 걸어온다.
“죄송하지만 비격진천뇌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일단, 이제 막 도면을 만든 상황입니다. 자세한 것은 실험을 통해 오류를 고쳐가야겠지요.”
“그럼, 아직까지는 개발 초기 단계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셈입니다.”
잘 알겠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거려간다.
그걸 보는 우현은 일이 수월히 풀려나갈 것 같다.
모양새로 보아 비격진천뇌에 제법 회가 동한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쯤에서 약을 쳐볼까? 확실하게 넘어올 수 있도록 말이야.’
슬쩍 입꼬리를 치밀던 우현은 당철림에게 말을 건넨다.
“제가 알기로는 화포에 조성과 조문이 없다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조성과 조문? 그게 뭡니까?”
“흔히, 가늠자와 가늠쇠라 불리는 것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을 정확히 타격하기 위해 화포에 부착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당철림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웃댄다.
“근데 그게 화포에 꼭 필요한 것입니까?”
“만약 화포 다섯 문을 정확히 한곳에 집중해서 쏠 수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리만 된다면 아무리 철옹성 같은 성벽이라고 한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우현의 말대로 할 수만 있다면 화포의 위력이 배가 됨은 동시에 공성무기로서의 가치 또한 매우 높아질 듯했다.
당가로 돌아가 필히 전해야할 내용이라며 당철림은 남몰래 맘속에 새기고 또 새긴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웃던 우현이 재차 말을 걸어왔다.
“근데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다고 한들 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괜찮다면 당가와 손을 잡고 진행을 해보고 싶습니다만…….”
“저희와 말입니까?”
“예! 비격진천뇌는 물론이고 화포에 조성과 조문을 다는 것까지 모두 다 말입니다.”
순간 당철림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친다.
그만큼 우현의 제안은 당가로서는 매력적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맛좋은 꿀사탕을 준다고 덥석 무는 것은 세상모르는 아이나 하는 짓이다.
애써 맘을 진정시키며 당철림은 조건에 대해 물었다.
“조건은 개발한 화기 판매 대금의 1할과 함께 사천에 상단 지부를 설치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정……말 그게 다 입니까?”
“그렇습니다.”
생각 외로 단출한 조건에 당철림은 고개를 갸웃댔다.
군납이라는 것이 안정적인 판매와 함께 물품 특성상 고수익을 보장 받는 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상인들이 원한다.
무림세가인 당가에서도 군납을 할 정도이니 어떨지 대충 알만할 것이다.
한데 지금 우현의 말과 행동으로 봐서는 마치 군납을 포기하는 듯해 보여 이해가 안됐기 때문이었다.
그건 주위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지라 모두들 어리둥절한 빛을 보인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여긴 당철림은 슬며시 말을 건넸다.
“상단주님의 말씀으로 보아 병기 사업을 그만두시려는 것 같으신데 맞으십니까?”
우현은 맞다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저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뭐 해보기도 전에 이곳저곳에서 이리 말들을 해오니 안하는 것이 속 편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간섭하는 이가 많아서 안 하겠다는 말이다.
당철림은 자신을 지목하는 듯해 가슴 한쪽이 뜨끔해진다.
애써 담담히 태연한 낯빛을 자아내던 당철림이 말을 하였다.
“그 말씀은 지금 추진 중인 무기 사업을 넘기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괜한 욕심 부렸다 상단 말아 먹느니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대신 그로 인해 얻을 수익금 일부와 사천지방에 저희 상단 지부를 설치케 해주십시오. 그것이면 족합니다.”
확답을 하듯 우현은 그의 질문에 답을 해준다.
잠시 침묵을 하던 당철림은 이내 알았다며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다만 제가 그걸 결정할 위치는 아닌지라 세가에 이 상황을 전해드리고 그에 대한 답을 얻어오겠습니다.”
“그리하십시오.”
답을 들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켜보고 있던 남궁조공은 시선을 돌려 우현을 보았다.
“상단주! 정말 병기 사업을 그만 둘 것인가?”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황실까지 나섰고 말입니다. 이쯤해서 손을 떼는 것이 상단으로서 매우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든 비용이 만만치 않은가?”
“돈이야 좀 아깝긴 하지만 그 대신 사천 땅을 얻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그랬다.
사천은 예로부터 지하자원은 종류나 매장량이 모두 풍부해서 이를 통해 광업이나, 그것을 토대로 가공하는 대장장이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