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5
차원상인 135화
저번에 왔을 때 메로나 자작 명령서 사건에 대해 말해주면서 정보조직 수장에서 참모관인 고흥만 밑으로 들어갔다고 알려주었다.
당시 이 일을 두고 세가주를 비롯해, 총관과 남궁조공이 거세게 불만을 토로했지만 대륙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윗선에 알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일을 처리한 점을 들어 정당한 처사라고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갑작스런 우현의 태도 변화 때문일까?
길어질 줄 알았던 남궁세가의 불만제기는 더는 하지 않았다.
마치 우현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다는 듯 말이다.
그 이후, 남궁운혜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아비라 그런지 좀 걱정 되는 듯 세가주 남궁현철이 지나가는 말로 들먹인 것이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참모관님 밑에서 일하고 있고?”
“예! 하지만 조만간 본래 하던 정보조직의 수장 직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라고 합니다. 물론 참모관 자리도 물려주고 말입니다.”
예상 밖의 말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기뻐서 그런 것일까?
순간 세가주 남궁현철의 목소리에서 조그마한 떨림이 느껴진다.
“정말 그리 말씀하시던가?”
“애초에 그녀를 수장에서 끌어내린 것은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 밑에 두고 잘 가르쳐 전과 같은 일이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셨습니다.”
“하긴 나이에 비해 너무 빨리 중책을 맡기는 했지.”
“참모관님도 그렇다 하셨습니다.”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그린 세가주 남궁현철은 한결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참모관님께 내 말 좀 전해주게! 딸을 높이 봐주셔서 고맙다고 말이네.”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도록 하지요.”
더는 말이 없다는 듯 손을 내젓자 우현은 방 밖으로 나섰다.
‡ ‡ ‡
“아가씨!”
“들어오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을 열고 박형만이 들어왔다.
어두운 방안으로 유리로 된 벽 넘어 수많은 건물들이 내뿜은 불빛이 보인다.
가지각색의 빛이 휘황찬란하게 방을 밝히건만 정작 의자 위에 앉은 채 밖을 내다보는 진소연의 얼굴에는 표정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굳이 꼽아본다면 조금은 우울한 듯 물기가 감도는 눈동자라고나 할까?
그것 외에는 감정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그 어떤 표정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것을 보며 고개를 내젓던 박형만이 방안의 불을 밝히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그녀가 어두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지금은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알아보라는 했던 것입니다.”
어깨 위로 건네진 서류를 받아든 진소연은 말없이 살피기 시작했다.
“영업사원이었나 보네요.”
“예! 어렸을 적 제법 사고를 많이 친 모양입니다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는지 열심히 돈을 모아 할머니와 두 여동생을 데리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영업사원이 되었는데 그다지 수완이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나름 열심히 일을 해 회사 사람들에게 제법 인정을 받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만세 오빠라면 능히 인정받았을 거예요. 맘먹은 일은 뭐든 해내는 사람이니까…….”
워낙 작게 말을 해서 못 들은 박형만이 그녀에게 물어온다.
“예에?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아니에요. 근데 평범한 영업사원이 왜 할아버지와 연관이 된 거죠?”
“영업사원으로 있던 회사에 알아보니 과거에 아는 사람의 연대보증을 섰는데 그것이 잘 못 되어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사도 관두고, 저축도 깨고 그랬지만 워낙 많은 금액이라 반은커녕 삼분지 일도 채 갚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백파님과 연을 맺게 되었다고는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할아버지의 명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다들 입이 무거운 탓에 확인할 방법은 없을 겁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진소연은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자신의 손에 든 것을 보았지만 거기 또한 조금 전 들은 말과 별 차이가 없다.
한숨을 푹 내쉬며 막 서류를 닫으려던 그때 한 영수증에 적힌 날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이 영수증, 회사를 관둔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기에 발부가 된 거야. 분명 빚을 갚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으니 수중에 돈이 없을 텐데 어떻게 종이 도매업자로부터 몇 백만 원이나 되는 종이들을 살 수 있었던 것이지. 거기다 영수증에 보면 주마다 한 번씩 A4용지를 산 것으로 되어있어. 이 말은 적어도 품 안에 천만 원 이상은 들고 있었다는 말이 되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리고 보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듯하다.
회사에 차압이 들어올 정도면 빚 독촉이 심했다는 말이 된다.
그건 회사를 관두고, 저축을 깬 것만 봐도 능히 짐작이 되는 상황이다.
근데 한 달 뒤에 어디서 돈이 나서 종이를 구입 했다는 것인가?
그것도 매주 몇 백이나 되는 많은 양을 말이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영수증? 어디서 난 것이죠?”
“아! 일전에 종이를 너무 많이 사는데 정작 파는 건 없다며 조사를 해 달라 하셨지 않습니까? 그걸 조사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럼, 이 영수증이 진짜라는 건가요?”
“예! 거래처 사장이 갖고 있는 걸 복사해 온 것이니 확실할 겁니다.”
“그래요?”
진소연은 고개를 숙여 다시 영수증으로 시선을 돌린다.
‘혹시 회사를 관두고 나서 할아버지에게 돈이라도 꾼 것일까? 그래서 연을 맺게 된 것일까? 아니야! 만약 그랬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될 수 없어. 할아버지가 개입한 것이라면 오빠는 지금처럼 맘 편히 개인 사업을 할 수 없을 거야. 쓴물 단물 쏙 빨아먹고 버리는 것이 할아버지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혹시 그때부터 보석 거래를 해온 것일까? 아마도 아닐 거야. 그랬다면 굳이 보석상 같은 것을 내진 않았겠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간 쌓인 판매망을 통해 팔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럼, 대체 어떤 일이 있었다는 거야? 회사를 관두고 보석상을 차리기 전까지 말이야.’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던 그때 박형만이 말을 건넸다.
“저……어! 아가씨!”
“말씀하세요.”
“이걸 말고도 한 가지 더 조사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게 뭔가요?”
박형만은 답 대신 서류 파일 하나를 건넸다.
본능적으로 받기 무섭게 펼쳐가던 그녀의 미간이 사정없이 좁혀든다.
그도 그럴 것이 파일 맨 앞 장에 꽂힌 사진이 다름 아닌 우리였기 때문이었다.
점점 찌푸려지는 눈살 밑으로 굴려지는 눈동자가 박형만에게로 향한다.
“이건 대체 뭐죠? 이런 건 내가 따로 지시한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우현이란 사람의 사무실에 갔다 나올 때 본 여자 분이 맘에 걸려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조사를 했으면 한 것이지. 굳이 제게 보여줄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서류를 건네는 손을 보고 있으면서도 웬일인지 박형만은 쉬이 다가서질 않는다.
이상타 여긴 진소연은 그를 보며 어서 가자가라며 재촉을 해댔지만 땅에 다리가 박힌 듯 움직이질 않는다.
“가져가라는 소리 못 들었어요?”
“아……가씨!”
“왜요?”
“죄송하지만 제 생각에는 한 번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제게 보라고 강요를 하는 건가요?”
치켜 올라간 그녀의 쌍심지에도 박형만은 그저 보고만 있다.
한참을 그렇게 있는 가 싶더니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강요가 아닌 아가씨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린다.
뒤늦게 찾아보지만 그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멍하니 문만 바라보던 진소연은 시선을 내려 손에 쥔 파일을 보았다.
“나를 위해서라…….”
조금 전 박형만이 했던 말을 되뇌다 이내 파일을 펼쳐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름이나, 나이나, 생일 같이 그녀도 익히 아는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그럴까? 별 느낌 없이 다음 장을 넘겼는데 예상외의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정말로…… 우리가 그 우리인거야? 우리나라 톱 여배우 우리? 그 우리?”
어릴 적 남 속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 싶더니 결국 국내 연기자로는 최고라 평을 받는 최고의 탑 배우가 되었나 보다. 우리가 성공을 해서 그런 것일까?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계속해서 읽어간다.
그러다 한 부분에서 딱 멈춰 섰다.
동시에 두 눈 밑으로 두 줄기 물자국을 새긴다.
“1년에 한 번씩 전에 있던 시설을 방문한다고? 내 소식을 들으려고……. 두고 온 건 난데……. 우리, 널 버려두고 온 건 난데……. 왜?”
그랬다.
그녀는 버렸다.
자신을 데려오기 위해 할아버지가 보낸 사람이 왔을 때 분명히 그랬었다.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데려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진소연은 우리를 두고 갔다.
혹시나 그랬다가 할아버지가, 하나뿐인 가족이 또다시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 그랬었다.
그것이 평생의 한이 되어 지금도 가슴 한쪽에 박혀 뽑혀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조사 파일을 받았을 때 그렇게나 피했던 것이다.
한데 그녀는 자신을 찾고 있었단다.
홀로 버려두고 떠난 그녀를 매년 시설을 찾아와 소식이 있냐고 물었단다.
친구를 두고 떠난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말이다.
근데 자신은 또다시 그녀를 밀쳐냈다.
우현의 사무실 앞에서 자신은 나라가 아니라며, 본 적 없다며 밀어냈다.
그것도 바닥에 내팽개칠 정도로 사정없이 말이다.
“미안……해!”
순간 가슴이 찢어질 듯 요동을 치고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온다.
눈물은 어느새 턱을 지나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건만 도통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다.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말이다.
“미……미안해! 저……정말 미안해!”
하염없이 이 말만 뱉는다.
마치 이 말밖에 모르고 살아온 듯 말이다.
이렇게 진소연은 밤새도록 우리의 파일을 꼭 쥔 채 계속해서 울어댔다.
이것뿐이 할 줄 모른다는 듯 말이다.
“미……안해!”
제6-4장
“현재 크르베의 사육 두수는 1,180마리 정도로 그중 성체가 칠백여 마리이고, 나머지 사백팔십 마리가 새끼입니다. 조만간 제갈세가로 보낼 모체가 될 백 마리 정도를 빼면 현재 가죽을 벗길 수 있는 두수는 육백여 마리 정도 되며, 앞으로 구 개월 뒤에는 이십칠만 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총관 남궁천옥의 말에 우현은 놀랍다는 듯 연신 탄성을 지른다.
“삼 개월 전 데려온 크르베가 고작 육십 마리였는데 벌써 이렇게 늘어났습니까?”
“그럴 수밖에요. 삼 개월에 한 번씩 오는 발정기가 지나면 암컷은 이십에서 삼십 마리 정도 새끼를 낳고, 새끼가 다 크는데 삼 개월밖에 안 걸리는 지라 다른 동물에 비해 더 빨리 번식을 하게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