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6
차원상인 136화
“그래요? 혹시 키우는데 어려운 점이 있습니까?”
“그런 건 아예 없습니다. 크르베라는 것이 잡식성이라 뭘 줘도 잘 먹고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별 어려움은 없다는 말에 이내 한숨을 내쉰다.
현대에서 가죽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크르베 사육은 우현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입가에 얇게 미소가 그려지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참! 운남성 상인에게 맡겨둔 일은 어찌 되었습니까?”
“커피 재배하라 시킨 운남성 상인 호월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일이 어찌 진행되고 있는 지 궁금해서 묻는 겁니다.”
“얼마 전, 들어온 거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라는 것이 크르베처럼 빠르게 자라는 것이 아닌지라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나무와 토질이 안 맞아 죽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하긴 그 문제도 있군요. 알겠습니다. 총관의 말에 따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지요.”
이렇게 그동안 미뤄둔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 앞으로 와 두들겨갔다.
“상단주님! 장강십이로채와 녹림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장강십이로채와 녹림?”
무슨 소리냐며 우현은 고개를 돌려 총관 남궁천옥을 바라본다.
그러자 총관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설명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장강십이로채는 수적으로 장강에 있는 제법 이름 있는 열 두 개의 수적들의 연합입니다. 녹림은 중원에 있는 산적들의 연합을 말하고 말입니다. 최근 들어 이 두 곳에서 저희 물품을 운송하는 표행의 길목을 잡고 통행료를 지불하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돈을 주고 넘어가겠지만 너무도 과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서로간의 마찰이 심합니다.”
“인근 관리들은 그에 대해 뭐라 합니까?”
“무림일은 자신들과는 무관하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쪽입니다.”
우현은 알 수 없다는 낯빛으로 고개를 갸웃댄다.
“하지만 산적이나, 수적 같은 건 단순히 무림일이라고 치긴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관리들이 녹림 또는 장강십이로채와 은밀하게 연을 맺고 있는 지라 쉬이 나서진 않을 겁니다.”
“하여튼 어딜 가나 돈 먹는 관리들이 문제군요.”
한숨을 푹 내쉬던 우현은 밖을 향해 소리를 쳤다.
“안으로 들이십시오.”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두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왼편 자리한 사내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거친 눈빛이 딱 봐도 수적으로 보였고, 그의 옆에 온몸에 호피로 두르고, 시커먼 털로 둘러싸인 하관 위로 치켜뜬 부리부리한 눈매로 보아 아무래도 산적인 듯했다.
‘산적과 수적의 표본이구먼!’
누구나 쉬이 상상할 수 있는 인상들이라 따로 몽타주 같은 건 필요 없을 듯하다.
어쨌든 건들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그들에게 우현은 따뜻한 미소를 보인다.
“안녕하십니까? 상단주 장우현입니다.”
“처음 보겠습니다! 장강십이로채의 대팔곡채 채주 종인이라 합니다.”
“오육산 산채 주인 팔적이라 합니다. 녹림 부림주 밑에 있소.”
“반갑습니다. 다들 먼 길을 오셔 다리도 아플 테니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진행하도록 하지요.”
의자를 권하는 그의 모습에 두 사람은 슬며시 그 위에 몸을 얹는다.
뒤이어 들어온 하인들이 건네준 찻잔을 들어 마시던 두 사람은 지켜보던 우현이 질문을 건넨다.
“장강십이로채와 녹림에서 오셨다 하는데 대체 무슨 일로 오신 것입니까?”
말을 듣기 무섭게 종인이라는 자가 차를 내려놓으며 답을 하였다.
“최근 들어 상단주의 물품이 실린 표행이 자주 저희 장강십이로채에 드나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소 같으면 지불했을 통행료를 자꾸만 주지 않겠다고 강짜를 놓으니 우리로서도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것에 대해선 저도 들었습니다만 전과는 달리 과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난데없는 돌직구 탓인가? 아니면 책망을 하는 우현의 태도가 거슬린 것일까?
순간 종인의 얼굴이 험악해지며 살기가 주위를 잠식해나가기 시작한다.
“상단…….”
거칠게 말을 토해내려는 찰라 서늘한 기운이 턱 밑 아래에 자리한다.
내려진 시선이 서슬 퍼런 단검을 따라 옆으로 돌려지고 무표정한 얼굴의 티아가 들어왔다.
“죽고 싶지 않으면 살기를 잠재우세요!”
나지막이 말을 하는데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솟아오른다.
하나, 그것도 잠시 수적 특유의 반항기가 고개를 치밀면서 불끈 쥔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딱 봐도 한 판 거하게 치룰 기세인 것이 아무래도 말려야 될 듯하다.
“티아! 난 괜찮으니 물러나요!”
물러나라는 손짓을 본 티아는 종인의 목에 드리운 단검을 치우고는 뒤로 물러난다.
그것을 보고 있던 종인의 한기 어린 눈빛을 한 채 우현을 쏘아보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녀는 제 호위 무사로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그런 것이니 그만 화를 푸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본인은 장강십이로채를 대표하는 이입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어찌 이런 행동을 한단 말입니까?”
“제가 그 일에 대해선 백번이라도 사죄를 하겠으니 이쯤에서 그만 넘어가 주십시오.”
우현이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혀서 그런 것일까?
냄비처럼 부글부글 끓어대던 종인의 노화도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차가웠던 방공기가 제법 훈훈해지자 끊어졌던 대화 또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상단주님의 말씀에 따르면 저희가 과한 통행료를 제시해 거부하기로 했다 이겁니까?”
“제가 거부한 것은 아니고, 표행을 가던 표국에서 먼저 거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 표행을 지시한 것은 상단주님입니다. 그 말은 표행의 최종 책임은 상단주님이란 말이 되지 않습니까?”
순간 우현에게서 기가 막혀하는 빛이 흘러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 상대의 말을 간단히 요약하면 네가 책임자니 돈 내라 이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들이 상인을 개호구로 아네!’
그렇지 않아도 대륙 일로 신경이 날카로운데 이들까지 이러자 자신도 모르게 어릴 적 성격이 튀어나오고 만다.
좀 전과는 달리 매서워진 눈매를 보인 탓일까?
강압적으로 나오던 종인의 태도 주춤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현은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뒤틀어간다.
“그러니까 장강십이로채에선 모든 건 제 책임이니 잔말 말고 돈을 내라 이 말입니까?”
“지금까지 장강을 이용한 모든 이들이 그리 왔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관례였다는 말이군요. 그럼, 묻겠습니다. 과거 통행료 납부를 거부한 이들은 어떻게 했습니까? 혹시 공격했습니까?”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는 이에게 어찌 장강을 비워주겠습니까?”
“그 말은 결국 공격을 했다는 말이군요.”
그러냐며 끄덕이던 우현은 총관 남궁천옥을 보았다.
“당가에 연락해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다고 전하십시오.”
“무엇입니까?”
“장강십이로채 사람들이 자꾸만 표행을 방해해 운송에 차질이 있으니 연왕께 부탁해 막아 달라 해주십시오.”
순간 총관 남궁천옥의 눈이 번쩍 뜨인다.
설마하니 연왕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워하던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종인이 서둘러 끼어들었다.
“사, 상단주님! 지금 우리 장강십이로채에게 협박을 하겠다는 겁니까?”
“협박? 수적이 떡하니 장강에 터를 잡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니 명나라의 한 백성으로써 잡아 달라 하는 것이 무슨 협박입니까? 지극힌 당연한 일이지. 안 그렇습니까?”
“그……그게…….”
반박거리를 찾아보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우현의 말대로 수적을 잡아 달라 나라에 고하는 것은 백성으로서는 너무나도 지극히 정상적인 말이기 때문이었다.
예상 밖의 상황에 놀라서 그런 것일까? 한참을 어쩔 줄 모르고 있던 종인이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간다.
“만약 저희가 상단주님을 해하려 든다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죽기 싫으면 자신의 말에 따르라며 협박을 해오는 그에 우현은 피식 웃고 만다.
“정말 상인을 모르는 군요.”
“예에? 그것 또 무슨 말입니까?”
답은 하지 않은 채 미소만 짓던 우현이 재차 총관 남궁천옥을 찾는다.
“총관님! 현재 상단이 보유한 모든 재화를 풀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의미로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맞장구는 쳐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온 중원에 알리도록 하십시오. 장강십이로채 사람들 목에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입니다. 금액은 한 사람 당 금자 세 개로 만약 일 년 안에 잡아올 경우 두 배인 금자 여섯 개를 주겠다고 하십시오. 아! 시체로 가져와도 상관없으니 굳이 살려서 데려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현상금은 장강십이로채 모든 사람들이 죽기 전까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라고 덧붙여 두시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묵묵히 듣고 있던 종인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자신이 상대하는 이가 대륙 상단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부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빛이 역역한 그를 보며 웃던 우현은 재차 입을 연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만 제가 이런다고 괜한 억하심정에 상단에 해를 끼치는 일은 안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희 상단이 문을 닫을 경우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이는 황실을 포함해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을 것입니다. 만약 그리 된다면 그들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 것 같습니까? 물어보나마나 이 일의 주범이 장강십이로채로 향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땐 황제 아니, 대라신선이 온다 해도 장강십이로채를 살리긴 어려울 것이니 괜히 건드렸다 큰 화나 입지 마십시오.”
종인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 십대 상단에 들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진 곳이라면 그만큼 많은 이들과 거래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근데 그 큰 상단이 돌연 모든 거래를 중단하다면 어찌 되겠는가?
거래하던 상인들은 물론이고, 그 밑에 자리한 중소 상인들과 물품 운송을 기다리던 표국, 마지막으로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던 백성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만약 그리 된다면 전 중원의 비난이 빗발칠 것이고 그로 인해 어쩌면 황군까지 움직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종인은 더는 할 말을 잃은 것이었다.
‘사, 상대를 잘 못 골랐군. 잘못 골랐어!’
여타 상인들과 같이 협박을 하면 알아서 기어들어 올 거라 여겼는데, 지금 그의 행동으로 보아서는 그러기는커녕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난리를 피울 모양새다.
최악의 상대를 골랐다는 생각에 결국 종인은 우현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