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7
차원상인 137화
“그럼, 상……상단주께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한풀 꺾인 말투에 입꼬리를 말아 올리던 우현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과한 통행료를 낮춰준다면 전과 같이 지불하고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아……알겠습니다. 채주께 그리하도록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그를 보던 우현은 고개를 돌려 녹림의 팔적에게로 향한다.
근데 시선을 부딪치기 무섭게 고개를 푹 숙인다.
조금 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터라 괜히 맞서다 어찌 될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임주에게 통행료를 낮추도록 하겠습니다.”
어느새 존칭을 까지 쓰며 알아서 기어들어오는 팔적을 보며 우현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아간다.
‘그러기에 상대가 누군지 잘 알아보고 덤벼야 할 것 아니야!’
한심하다는 듯 내뱉던 그때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잠깐! 장강 수적과 녹림이라……. 이거 잘만하면…….’
여기까지 뇌까리던 우현은 서둘러 종인을 찾았다.
“저어! 장강이 깊은 편입니까?”
“바다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깊지요. 배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되니 말입니다.”
“그럼, 혹시 장강을 통해 다른 곳으로도 배를 이동시킬 수 있습니까?”
“예! 어느 정도 가능 합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물음에는 답은 하지 않고 우현은 배시시 웃는다.
그의 행동에 주위 사람들이 갸웃거릴 때 쯤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괜찮다면 저희와 사업 한 번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사업이라니…….”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장강을 통해 다른 곳으로 배를 옮길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예! 그랬습니다만…….”
“사람이 타고 다니는 배라면 화물도 옮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눈을 껌벅대던 종인은 혹시 하는 빛으로 되물어온다.
“설마…… 저희 수적더러 배에 물건을 싣고 옮기라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왜 아닙니까? 그것이라면 단순히 통행료를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중원의 모든 수적들이 배에 화물을 싣고 운반을 한다면 표국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육지보다는 배편이 더 빠르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흰 수적입니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화물을 옮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수적임을 강조하는 그에 우현은 답답한 기색을 보인다.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수적! 아들에게도 물려줄 생각입니까? 한평생 군사들에게 쫓기고 상인들의 돈이나 뜯어내는 그 수적 말입니다.”
순간 종인의 입이 다물어진다. 그 역시 자신의 자식이 수적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
그 흔한 농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과는 달리 떳떳이 살기 바라기 때문이었다.
그저 침묵만을 지키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우현은 끊어졌던 대화를 이어나간다.
“제가 자식을 둔 아버지는 아니지만 그렇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제 앞에 있는 분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대로 배편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건 수적이 아니라 상인이 됩니다. 자식에게 떳떳하고 남들 앞에 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는 말입니다. 근데 그걸 어찌 마다한단 말입니까?”
남들 앞에 떳떳한 아비가 되라는 말에 종인의 두 눈이 감겨간다.
평생 자신이 바라던 꿈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종인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채주에게 한 번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더불어 다른 수적에게도 의견을 타진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의견에 따라주셔서 말입니다.”
“아닙니다. 항상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비가 되고 싶었는데 어쩌면 될 수도 있을 듯하니 오히려 상단주님께 감사합니다.”
종인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허리를 숙인다.
우현 또한 이에 답을 하듯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장강십이로채과의 일이 끝나자 이번엔 팔적에게 녹림과 펼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우리더러 산속에 있는 광물을 찾는데 도움을 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산적이니만큼 다른 누구보다도 광물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약 찾는다 해도 그게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광물을 찾을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이익의 1할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광물을 캐기 위한 인부를 모집할 때 참여하길 원하는 녹림 사람들을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좀 전 장강십이로채가 그랬듯 수적이 아닌, 광업에 종사하는 인부로서 떳떳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우현의 제안은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
특히나 아까 했던 것처럼 떳떳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녹림에 속한 이들은 대부분 산적이 되고 싶어 산에 오른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개중에는 흑도가 죄를 짓고 산적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악덕 관리나 사채업자, 상인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도망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 탓에 그 누구보다도 떳떳하게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팔적은 알았다는 듯 답을 하였다.
“상단주님의 제안을 임주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또한 언제까지도 산적으로 살 수는 없는 터라 잘됐다 싶으니 굳이 감사해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됐다는 듯 손을 내젓는 그에 우현은 더는 그것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피곤하실 텐데 저희가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시다가 몸 성히 돌아가 제가 말씀 드린 제안에 대해 물어봐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상단주님의 말에 따르지요!”
끄덕대는 그들을 본 우현은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모든 대화가 끝나자 총관 남궁천옥은 밖에 있는 하인을 불러 둘을 준비한 숙소로 데려가도록 하였다.
밖으로 나서는 그들을 지켜보는 우현을 보던 총관 남궁천옥이 슬쩍 말을 건넸다.
“사천에 진출하기 무섭게 이번엔 그곳에 있는 광물을 조사할 사람들을 마련하셨군요. 더불어 수적을 통한 해운업까지 나서게 되었고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제오늘 운이 매우 좋은가 봅니다.”
총관 남궁천옥과 우현은 서로를 마주보며 한참동안 웃었다.
이렇게 우현은 예상치 못한 횡재 속에 중원에서의 일을 차츰 마무리해나가고 있었다.
‡ ‡ ‡
“여보세요? 가죽 판매요? 조만간 할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킬힐…… 500켤레! 곰돌이 신발이요? 알겠습니다. 준비되는 데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끝내기 무섭게 시끄럽게 울어대는 또 다른 전화를 든다.
“태령 종합 상사입니다. 아, 예! 킬힐하고, 파우치 백을 각각 1,500개씩? 근데 지금 재고 다 떨어진데다가 밀린 주문이 좀 많아서 족히 사흘은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물품이 만들어지는 대로 최대한 보내드리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서우는 옆에 놓은 물컵을 벌컥벌컥 마셔댄다.
사무실 문 열기 무섭게 시작된 전화 세례에 진이 다 빠진 상태이건만 도통 줄어들 기세가 보이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현이 가죽 판매를 실시한다고 알리면서 전보다 더 늘어나는 통에 죽을 맛이다.
“전화 상담 직원을 따로 뽑던지 해야지. 이거 아주 입맛이 달구먼 달아!”
말이 툭 튀어나오기 무섭게 옆에서 전화를 끊던 정 양이 울먹인다.
“말만 하시지 마시고 좀 뽑아주세요! 이사님!”
이때를 놓칠세라 신입 사원 둘에 기존 사원까지 동참에 아우성을 치자 서우의 이맛살이 좁혀든다.
“생각해 볼 테니까 그 애긴 그만하고 점심때도 됐으니까 대기 전화로 돌리고 잠시 쉬자고…….”
그의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 모두 쌍수를 들고 만세를 외친다.
계속되는 전화를 상대하느라 많이들 지쳤기 때문이었다.
“그만들 해! 누가 보면 대한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서우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람들은 연신 조아라한다.
진이 다 빠져서 그런지 쉬이 일어나질 못하던 그들은 결국 짜장면으로 때우기로 하고 주문을 넣고 기다렸다.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고 있는데 영업 파트를 맞고 있는 오인석이 말을 건넸다.
“이사님! 아까 가죽이 딸린다며 공장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남은 양이 얼마나 된다는데?”
“현재 있는 걸로는 오늘내일이면 다 쓸 거라고 합니다.”
“물품 창고에 남은 가죽이 있는지 확인 해봤어?”
“예! 어제 가봤는데 텅 비어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사흘 뒤엔 공장이 스톱될 것 같습니다.”
“뭐? 공장이 스톱 돼?”
서우는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본다.
하긴 그 많은 가죽이 벌써 다 떨어졌으니 놀랄 만도 하다.
관자놀이를 매만지던 그는 슬며시 핸드폰을 보았다.
‘공장이 이 지경인데 우현, 이 자식은 대체 어디 가서 있기에 연락 한 번 안 오는 거야?’
불만을 토로해보지만 조용한 핸드폰이 갑자기 울릴 리가 만무하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시선을 돌려 오인석을 바라보았다.
“일단, 사장님께 연락해 볼 테니 공장장님께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해!”
“예, 그리하겠습니다.”
알겠다며 끄덕이는 오인석 너머 주문 관련 업무를 보고 있는 박 대리가 말을 건넨다.
“이사님! 공장 말입니다. 이번에 스톱되면 큰일 납니다.”
“그건 또 왜?”
“현재 받은 예약 주문만도 구두 종류 이십삼만 켤레, 가방 십오만 개, 백은 십칠만 개로 총 오십오만 개입니다. 그중 나흘 뒤 나가야 할 물량이 그중 반인 이십칠만입니다. 만약 공장이 스톱될 경우 우리로써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게 뻔합니다.”
앓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최근 들어 물량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렇듯 많은 물량을 납품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난감한 빛을 보이던 서우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납품 일자를 며칠 미룰 수는 없고?”
“대부분 보름 넘게 기다린 사람들이라 더 이상 미루기는 좀 그렇습니다.”
“하긴 더 미뤘다간 회사 신용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로 좋지 않겠군.”
“그렇습니다. 이사님!”
흔히들 산 넘어 산이라더니 딱 그 상황이다.
“알았어! 최대한 조치를 취해보지.”
답을 들은 박 대리가 물러서기 무섭게 이번엔 오인석이 말을 건넨다.
“어제부터 홀리데이 백화점과 엔젤홀 백화점에서 입점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는데 어떻게 할까요?”
“현제 입점 체결한 곳이 전부 몇 개야?”
입점 문의에 관해 묻는 말에 박 대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충 사십여 개 정도 됩니다. 그중 수도권이 스물다섯 개로 제일 많고, 나머지는 각 도에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는 편입니다.”
“사십 개면 좀 많은 것 아니야?”
“그렇긴 합니다만 백화점 및 유명 쇼핑몰 센터을 중심으로 입점을 추진하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