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8
차원상인 138화
“그럼, 앞으로는 입점 체결을 하되 조건을 따져서 되도록 좋은 곳이 아니라면 계약하지 마! 알았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마무리 된 듯 싶자 서우는 영등포 할인 마트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요즘 판매 현황이 어때?”
“많이 나아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상승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니 있다가 전화해서 필요한 있냐고 물어봐! 있다고 하면 회사 차원에서 전폭 지원해주고 말이야.”
“알았습니다.”
오인석이 고개를 끄덕여가던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배달부가 들어온다.
“짜장면 시키신 분!”
특유의 멘트와 함께 들어온 그를 반기며 사람들은 서둘러 음식을 탁자에 늘어놓기 시작한다.
서우 역시 한쪽에 앉아 짜장면 랩을 벗기고 막 비비려는데 정 양이 깜박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참! 아까 우리 언니 매니저란 분한테서 사장님과 연락 좀 하고 싶다며 연락처 좀 알려달라고 하던데요.”
“갑자기 연락처는 왜 달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을 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때문이라는 말에 서우는 슬며시 미간을 좁힌다.
“혹시 저번에 그 일 때문인가?”
“무슨 일이요?”
“얼마 전, 건물 앞에서 우리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거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 일도 있었어요?”
몰랐다는 듯 정 양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던 서우는 아차 싶은 생각에 서둘러 말을 건넨다.
“저번에도 말했듯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하면 안 되는 거 다들 알지?”
“잘 압니다. 걱정 마세요.”
“그래도 조심해! 명색이 탑 여배우인데 괜히 스캔들이라도 터지면 인기 하락은 물론이고 자칫 연예계 생활에 커다란 위기가 올 수 있으니까 말이야.”
“저흰 그것보다 사장님이 단칼에 해고하실까 두려워 못해요.”
“하긴 그도 그렇다!”
한바탕 웃던 사람들은 서둘러 짜장면을 먹기 시작한다.
‡ ‡ ‡
“누나! 누나!”
부름 때문일까? 침대 위로 누워있던 한 인영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축 늘어트려진 머리카락과 한참을 울은 듯 퉁퉁 부은 두 눈덩이와 초췌한 낯을 하고 있지만 본연의 미모만은 가리질 못하는 이 여인이 바로 우현의 친구이자, 인기절정의 탑 여배우인 우리였다.
온몸에 힘이 없는지 축 늘어진 몸짓으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벌컥 열려지는 문과 함께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누나! 또 우신 거예요?”
“아냐! 피곤해서 누워 있었어. 그보다 최 매니저! 알아보라는 것 어떻게 됐니?”
“이리저리 손을 써보긴 했는데 도무지 나오는 것이 없어.”
“없다고?”
“어! 누나가 봤다던 차번호 조회를 해봤는데 소유주는 쉰 살의 할머니로 슬하에 자녀는 없어. 즉, 대포차일 가능성이 크지. 거기다 사무실 직원이 말해줬다던 진소연이라는 이름도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아. 대부분 사십대 이상의 아줌마 아니면, 죽은 사람뿐이거든 한 마디로 이름이 가짜라는 거지.”
“그……래?”
한숨과 함께 우리의 어깨가 축 늘어진다.
그런 그녀를 보는 최 매니저의 낯에 안타까움이 깃든다.
벌써 오 일째 식음을 전폐하고 밤낮으로 울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장 박미현이 오고, 사장와 밥 한술이라도 뜨라고 하지만 숟가락은 잡기는커녕 침대 위에서 도통 내려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거기다 뭔 충격 받았는지 잠시 눈을 붙였다 싶으면 경기를 하듯 다시 일어나는 통에 눈가엔 짙은 다크 서클마저 드리고 있었다.
마치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반송장인 듯 보이기까지 해 더욱 더 안타깝기만 하다.
그녀가 이렇듯 변한 데에는 다름 아닌 얼마 전에 만난 진소연 즉, 나라 때문이었다.
꿈에도 그리도 사람을 만났으니 좋아해야 할 텐데, 그 당시 자신을 매몰차게 거부하던 모습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반 폐인이 되고 만 것이다.
“누나! 식사 좀 해요.”
“난 괜찮아!”
“그러다 누나 죽어! 그만 고집 피우고 밥 먹어요.”
“밥맛없어. 그냥 잘래!”
“누나 이런다는 소식 듣고 사장 형님 걱정 많이 해요. 그러니까 그만 밥 먹어요.”
우현을 들먹여서 그런 것일까?
한순간 우리의 몸짓이 돌부처처럼 굳어져 버린다.
하나, 그것도 잠시 이내 됐다며 손짓을 하고는 그대로 누워버린다.
그걸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던 최 매니저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초조한 낯빛을 한 채 소파 앞에서 오가는 실장 박미현이 보인다.
“우리는 좀 어때?”
“여전히 입에 물도 안 되고 있어요.”
“이러다 산송장 치우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동의를 표하던 최 매니저는 긴 한숨을 내쉰다.
그 못지않게 답답해하던 실장 박미현은 굳게 다문 입술을 벌렸다.
“근데 말이야. 대체 쟤가 이러는 이유가 뭔지 혹시 알아?”
“우현 사장님 회사가 갔다 온 후로 저리 행동하셔서 혹시 친구 분 때문에 그러신가 싶었는데 알아보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야?”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진소연이라는 여자 때문에 그런 듯해요.”
“진소연? 걔가 누군데?”
너무도 낯선 이름에 실장 박미현은 서둘러 물어온다.
“저더러 조사해보란 여자인데 누나와는 어떤 관계인지는 잘은 모릅니다.”
“조사해보라 했다며 그럼 당연히 조사해 봤을 것 아니야! 근데도 몰라?”
“차번호나 이름을 통해 알아보기는 했는데 전혀 나온 것이 없습니다. 마치 유령처럼 말입니다.”
“나온 게 없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왜 그런지는 저도 잘…….”
실장 박미현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뭔지나 알면 속이나 편할 텐데 전혀 모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던 그녀는 시선을 들어 바라보았다.
“네 말대로 진소연이라는 여자 때문일 수 있으니까 그 여자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해! 경비가 필요하면 언제든 내게 연락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부탁한다는 듯 어깨를 두들기던 그때 최 매니저가 말을 건넨다.
“참! 친구 분인 우현 사장님께는 어떻게 합니까? 이 일에 대해 알려드립니까?”
“최근 우리를 놓고 기자들 사이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니까 당분간은 비밀로 해둬! 괜히 스캔이라도 터지면 우리나, 그 친구라는 사람이나 좋을 것 하나 없으니까 말이야.”
“말씀하신 대로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잘 생각했다는 듯 끄덕이던 박미현은 잠시 우리의 방문을 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차마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말이다.
제6-5장
“이틀씩이나 외박을 했어? 이젠 조만간 가출도 하겠어!”
서연이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청을 연신 후려친다.
제법 휴대폰과 거리를 뒀음에도 말이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계집애가 뭔 목소리가 이렇게 커!”
멍멍한 귀를 만지느라 잠시 떼었던 폰을 대기 무섭게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이 오빠가 미쳤나! 기차 화통? 계집애? 그게 동생에게 할 이야기야?”
“들었냐?”
“시끄러워! 오늘 저녁에 집에서 봐! 아주 반 죽여 줄 테니 말이야.”
악다구니만 써대다 뚝 끊는 동생에 우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만다.
“괜히 핸드폰 켜가지고…….”
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자동차에 꽂아둔 휴대폰 배터리로 교체했었다.
그러고는 버릇처럼 부재중 전화를 살피다 실수로 이때 걸려온 전화의 통화버튼 누르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좀 전의 상황이 펼쳐졌고 그로 인해 한바탕 곤혹을 치른 것이다.
조수석에 핸드폰을 던지고 막 안전띠를 채우던 그때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서연이 전화했나 싶어 조심스레 살펴보니 서우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서둘러 통화버튼을 눌러갔다.
“이번엔 대체 어딜 가 있었기에 전화를 안 받은 거야?”
“아! 대륙에 일이 좀 있어서 그랬어. 근데 전화는 왜 했어?”
“왜 하긴! 공장장님이 가죽 떨어졌다고 난리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륙에서 가죽을 들여왔으니 공장장님 더러 가져가라고 해!”
“그래? 그럼, 공장장님께 연락해서 옮기라고 할게!”
“나머지 이야기는 지금 회사 들어갈 테니까 사무실에서 하기로 하자.”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와!”
“있다 보자!”
통화를 끝마친 우현은 차 시동을 키고는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오늘 따라 많은 교통량으로 인해 속도가 차츰 느려진다 싶더니 이내 멈춰 선다.
사고가 난 듯하여 잽싸게 다른 도로 갈아타 보지만 그곳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 2시간이나 걸려 회사에 도착한 그는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향하였다.
“왔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우현을 향해 서우가 인사를 건네기 무섭게 주위 사람들 역시 합창을 하듯 외쳐간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대충 손을 들어 인사에 답을 한 그는 서둘러 서우에게 다가갔다.
“참~! 빨리도 온다.”
“오늘따라 도로 상태가 안 좋았어. 이것도 나름 일찍 온 거라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인다.
그런 우현을 쏘아보던 서류철 몇 개를 앞에 놓는다.
“이건 뭐야?”
“그동안 신발 및 가방, 백 판매 현황과 그에 따른 수익에 관해 분석한 것이고 이쪽은 백화점 및 유명 쇼핑몰과 입점 체결한 계약서와 평가표이야. 맨 왼쪽에 있는 것은 영등표 할인 마트 판매 현황과 고객 선호도 조사표야. 마지막으로…….”
한순간 목소리를 줄이며 입을 우현의 귓가에 대간다.
“금괴 거래 상황과 보석상 판매 현황이야. 백파 쪽에서 보내왔어.”
슬쩍 손에 쥐어주는 서류 파일을 들어 살피며 물어온다.
“참! 가죽 판매에 대한 반응은 어때?”
“어떻긴? 난리도 아니지. 다른 회사보다 좀 더 빨리 물품을 받기 위해 술 접대에, 청탁에, 뇌물에……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다.”
“하긴 누가 먼저 우리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느냐에 때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테니 말이야.”
“특히 옷 같은 의류의 경우 아직 제품으로 나온 상태라 아니라서 더욱더 그래!”
“그렇기도 하겠다.”
우현이 맞다며 동의를 표한다.
서류를 살피는 그를 보던 서우는 깜박했다는 듯 물었다.
“근데 가죽 수급 상황은 어때?”
“크르베가 번식력이 빠르다는 것을 이용해 현재 중원에 대규모 사육장을 만든 상태야. 반년까지는 가죽 수급에 힘들긴 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활해져 갈 거야.”
“그래서 언제부터 가죽 판매에 들어간다는 소리야?”
“다다음달부터는 많지 않은 양이지만 팔 수 있을 거야.”
“그 말은 다다음달부터 최소한 반년간은 가죽 판매 때 회사 간의 배분 문제로 잡음이 일거라는 이야기네.”
“아마 그럴 거야! 그러니 네가 배분 때 좀 신경 써서 회사들 사이에 불만이 일지 않도록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