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39
차원상인 139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게 말처럼 쉽냐?”
“그래도 네가 좀 잘해 봐! 부탁한다!”
부탁까지 들먹이는 그에 그만 한숨을 푹 내쉬고 만다.
“일단 해보기는 하겠는데 잘될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다.”
그걸로 됐다는 듯 우현은 입가에 미소를 그린다.
하나, 서우는 그런 그가 싫은지 연신 입술을 삐죽인다.
이후, 둘은 정 양이 갖다 준 커피를 마시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충 서류를 훑어봤다 싶던 그때 오인석이 수화기를 들어 보이며 말을 건넨다.
“사장님! 전화입니다.”
“누구한테서 온 것입니까?”
“진소연이라고 하던데요.”
“진소연?”
갸웃대는 우현을 보며 서우가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백파 손녀! 보석 거래 때문에 붙여준다던 그 사람이야.”
“아! 그럼, 금괴 거래는 어떻게 하고 있어?”
“백파가 딴 사람 붙여줬어. 아무래도 비공인 금괴다 보니 신경이 좀 쓰이나봐.”
그러냐며 끄덕이던 우현은 오인석에게 전화를 돌려 달라고 하였다.
곧이어 벨소리가 울리고 서둘러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반가워요. 진소연이에요.”
“저도 반갑습니다. 근데 어쩐 일로 전화 하신 겁니까?”
“다름이 아니라 판매할 보석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에 연락을 드린 거예요.”
“죄송합니다. 잠시 일이 있어 딴 곳에 다녀오느라 신경을 못 썼습니다. 내일 아침 전과 같이 아버님 통해 연락드리도록 하죠.”
“알았어요. 그럼, 기다리도록 하죠.”
이 말을 끝으로 진소연은 전화를 끊는다.
진짜 ‘용건만 간단히!’라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수화기를 내려놓는 우현을 본 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야! 벌써 통화 끝났어?”
“단도직입적으로 할 말만 하고 끝내네.”
“호오!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하니 서로간에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자 이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뭐, 확실해서 좋네.”
맘에 든다는 듯한 서우를 보며 웃던 우현은 못 다한 회사 일들은 하나둘씩 처리해가기 시작했다.
‡ ‡ ‡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는 손 위로 박형만이 보인다.
“왜 벌써 전화를 끊으시는 겁니까?”
“목소리만으로도 전 만족해요.”
“하지만…….”
그만하라는 듯 손을 들어 보인 진소연은 말머리를 돌려간다.
“그보다 우리 언니에 관한 소식은 더 없어요?”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터라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측근에 있는 사람들이 아가씨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뒷조사요? 혹시 우리 언니가 시킨 건가요?”
“확신할 순 없지만 정황상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소연은 물컵을 들고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모양새로 보아 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점점 길어지는 침묵을 지켜보던 박형만이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아가씨! 외람된 말이지만 우현 사장과 우리란 분과 이이상은 친해지는 것은 좋지 않다 여겨집니다.”
“이유가 뭐죠?”
“그건 아가씨의 정체가 만천하에 알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곧 백파님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그 두 사람에 대한 위험도 역시 높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하긴 할아버지 성격에 약간의 빌미라도 야기할 수 있는 이들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겠지요.”
“맞습니다. 분명 백파님은 어떻게든 두 사람을 제거하려 들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소연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생각해도 박형만의 말이 백번 옳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괜한 욕심으로 그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좋지 않기에 지금은 되도록이면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 둘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당분간 저 대신 보석 거래를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절대 저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를 두시구요.”
“조치를 취해두겠습니다. 아가씨!”
“부탁드려요.”
이 말을 끝으로 박형만은 몸을 돌려 나간다.
잠시 의자에 기대 챈 누워있던 그녀는 백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든다.
이틀 전 박형만이 준 파일에서 빼낸 우리의 사진이었다.
하염없이 매만지던 진소연은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언니……. 지금은 보고 싶어도 조금만 기다려! 때가 되면 내가 언니 곁으로 갈 테니까 말이야.”
미안하다는 듯 내뱉던 그녀는 슬며시 사진을 품에 안는다.
이렇게 우현, 우리, 진소연의 관계는 점점 그 끝을 모르고 복잡해져간다.
‡ ‡ ‡
한편, 우현이 그간 미뤄둔 회사 일을 처리하는 동안 대륙에선 참모관을 중심으로 전쟁 준비로 한창 바쁘고 있었다.
“목책 쪽은 어떻게 됐어?”
“조금 전 토마스에게 들어온 말에 따르면 그쪽은 다 완성했고 현재 함정으로 쓸 구덩이 역시 며칠만 작업을 하면 끝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선 고흥만이 창밖을 바라본다.
저 멀리 영지 성 너머 사람들로 여겨지는 조그만 점들만 보이건만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듯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한참을 묵묵히 있던 고흥만은 시선을 돌려 탁자 가득 지도와 온갖 서류를 늘어놓은 채 열심히 살피고 있는 남궁운혜를 보았다.
“현재 영지민 사이에 반응은 어때?”
“예상외로 잠잠해요. 아마도 앞서 행한 영주님의 양심선언(?) 영향인 것 같아요.”
그랬다.
메로나 자작의 음모가 알려지고 이렇듯 떠들썩하니 전쟁준비를 하건만 정작 영지민들에게서는 별 반응이 없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동요가 있을 만도 하건만.
이는 남궁운혜의 말대로 우현이 메로나 자작의 음모를 폭로함으로 인해 어느 정도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심어준 듯하다.
천만다행이라는 듯 끄덕이던 고흥만은 재차 입을 열어 말을 건넨다.
“메로나 자작 쪽은 어때? 아직도 조용해?”
“그쪽도 병력을 모으고는 있다고 하는데 전쟁에 대한 언급은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고 해요.”
“언급을 안 한다, 라……. 그거 왠지 불안한데?”
“뭐가 불안하시다는 건가요?”
“여긴 계급 사회야! 한마디로 체면을 중시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자기가 꾸민 음모가 밝혀져 위신이 바닥에 떨어졌는데도 일절 언급을 안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잖아. 거기다 우리는 이렇게 대놓고 전쟁 준비 중인데 정작 주모자인 메로나 자작은 단순히 병력만 모으고 있다니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잖아.”
“참모관님의 말씀대로 좀 이상하군요.”
맞다는 듯 남궁운혜는 동의를 표했다.
고흥만은 창가에서 떨어져 나와 탁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간다.
“아무래도 이 일 주모자가 따로 있는 듯하네.”
“그럼, 메로나 자작은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듯인가요?”
“지금까지 보인 이야기의 흐름상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그리 일을 벌려놓고는 느긋하게 병력이나 모으고 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거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흥만은 내저어간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남궁운혜는 나름 반론을 펼쳐본다.
“어쩌면 언제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그건 싸움 좀 해본 놈들이나 그런 것이고 전쟁의 ‘전’자도 모르는 놈이 그리 느긋하게 군다는 건 말이 안 돼! 패하면 죽는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라도 그러기 힘들거든…….”
“그 말은 그에게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에 이리 행동한다는 건가요?”
“내 생각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겨져!”
그렇지 않아도 남궁운혜가 메로나 자작이 용병을 포섭해 영지 내 내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맨 처음 든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대체 ‘왜?’라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을 벌이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데 고흥만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그가 벌인 것이 아닌 제3자의 사주를 받고 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턱 밑에 자리한 수염을 쓰다듬던 고흥만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혹시 말이야. 메로나 자작과 회동이 잦았던 이들이나, 인근 영지 중 최근 들어 병력의 움직임이 많았던 곳에 대한 정보는 없어?”
“그런 건…… 아!”
없다고 답하려던 남궁운혜는 며칠 전 들어온 보고를 떠올리고는 어지러이 펼쳐진 서류들 중 하나를 꺼내든다.
“사흘 전, 들어온 소식인데 최근 한 달간 유독 군사 훈련과 병력 이동이 잦은 곳이 하나 있었어요. 상단 문제지만 메로나 자작과 회동도 몇 번 있었고 말이에요.”
“그게 어디지?”
“토니노 자작이에요.”
“토니노 자작?”
그가 누구냐며 막 물어보려던 찰라 낯익은 목소리가 그들 사이로 끼어든다.
순간 돌려진 둘의 시선 위로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중이었던 듯, 한 발만 방에 내디딘 레이젠이 보였다.
모양새로 보아 그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 고흥만은 토니노 자작에 대해 물었다.
“레이젠 대장! 토니노 자작이란 놈에 대해 알아?”
“일전에 몰핀 남작이란 사람으로 인해 상단이 시끄러워진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의 아비가 바로 토니노 자작입니다.”
“그 말은 아들인 몰핀이란 자가 이번 일을 선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군.”
“이번 일? 혹시 메로나 자작과의 영지전을 그가 부추겼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의 생각엔 그런 것 같네.”
그렇다는 말에 레이젠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세차게 내저어간다.
“몰핀 남작은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럴 수 없다니 무슨 말인가?”
“왜냐면 그때의 일에 대한 책임으로 영주님 앞에서 아비인 토니노 자작의 검에 죽었으니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레이젠은 천천히 전후사정에 대해 말해 주었다.
한참을 듣고만 있던 고흥만은 레이젠이 왜 아니라 했는지, 또 토니노 자작이 병력을 왜 움직였는지 알 것 같았다.
“아들의 복수군!”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큰 것 같네요.”
같은 생각이라며 남궁운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고흥만은 시선을 쳐들었다.
“아까 병력 이동이 잦았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온 것인가?”
“그것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어요. 다만 조금 전 언급했던 상단 문제로 토니노 자작의 일부 병력이 메로나 자작 영지로 들어온 적은 있다고 되어 있어요.”
“상단과 함께 병력은 철수 했는가?”
“죄송하지만 그것까지는…….”
“확인 못했다는 말이군.”
사죄를 하듯 고개를 숙이는 남궁운혜를 고흥만은 손을 들어 막는다.
아직 확실히 터도 잡지 못한 정보조직을 가지고 이만큼 정보를 얻은 것만도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미 토니노 자작의 병력이 메로나 자작 영지에 들어왔을 가능성은 농후하군.”
“아마도 그리 봐야 할 것 같네요.”
동감이라는 듯 끄덕이던 고흥만은 탁자에 펼쳐진 지도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