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0
차원상인 140화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시선을 들어 레이젠을 보았다.
“내 알기로 자네는 왕실 기사단에 있었다고 들었네. 맞는가?”
“맞소! 도베르만 왕실 기사단 출신이오.”
“그렇다면 한 가지 묻지. 토니노 자작 말일세. 기사 출신이라 들었는데 대부분의 기사들은 기마전술을 중시한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아무래도 자신에게 익숙하다 보니 그런 경향이 짙소.”
역시나라는 듯 고흥만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지도를 한편을 가리켰다.
“잘 보게! 현재 우리 영지와 메로나 자작의 영지 사이에 오갈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가지. 엘케비노 산맥을 이용한 길과 평원지대인 오르타 평지, 마지막으로 토톤 산으로부터 이어진 헤펜 숲길이 그것이네. 그중 기마전 술을 제일 활용하기 쉬운 곳은 오르타 평지이네.”
“그 말씀은 오르타 평지로 토니노 자작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군요.”
고흥만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흔히들 기마를 사용한다하면 평지 같은 곳으로 오리라 생각을 할 걸세. 아무래도 그편이 기마의 특성을 잘 살리는 편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말일세, 그건 기습과 같이 상대가 미처 방비하지 못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네. 지금처럼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일반 보병은 물론 당연 기마전술에 대해서도 방비를 할 테니 말이야.”
“전장이라면 몰라도 지금처럼 공성전의 경우 기마전술이라는 것이 상대가 알아챌 경우 충분히 방비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그렇다네. 지금의 상황으로는 굳이 훤히 트인 평지로 병력을 끌고 오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네. 아니, 어쩌면 그 편이 상대로 하여금 기마전술에 대한 카드를 숨길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네. 산길을 통해 올 경우 기마를 데리고 오는 것보다 일반 보병으로 편성하는 편이 더 나을 테니 말이야.”
맞는 말이라는 듯 남궁운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양동작전을 쓸 가능성이 크겠네요. 메로나 자작의 병사를 평지로 이동케 해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토니노 자작은 산길을 통해 병력 이동 후 기마전술을 통해 압박을 해올 가능성이 크겠군요.”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오는 전면전보다는 그편을 택할 가능성이 크네.”
“그럼, 엘케비노 산맥을 이용한 길과 토톤 산으로부터 이어진 헤펜 숲길 쪽에 사람을 보내 주위 사정을 살피라 해둘게요.”
“토마스에게 현재 작업 중인 일을 되도록 빨리 끝내라고 하고 말이야.”
“그리 할게요.”
남궁운혜와 대화를 마친 고흥만은 시선을 돌려 레이젠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자네는 기사단 사람들을 데리고 평지 쪽에 가서 훈련토록 하게. 마치 전쟁 훈련을 하듯 말이야. 그러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적의 움직임에 주시토록하게.”
“그렇게 하겠소!”
“이번 전쟁에 우리 영지뿐만 아니라 상단의 미래가 달려있네. 이점 명심하고 둘 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게!”
남궁운혜와 레이젠은 한차례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섰다.
홀로 남은 고흥만은 지도를 살피다 이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메로나 자작, 토니노 자작! 제법 꼼수를 쓴다만 네놈들 뜻대로는 이곳을 갖긴 힘들 것이야. 내가 꼭 그리 만들 테니 말이야.”
다짐을 하듯 불끈 쥔 주먹을 들어 탁자를 내리친다.
하나, 그는 몰랐다. 현 상황을 뒤엎을 사건이 잠시 후 발생될 줄은 말이다.
‡ ‡ ‡
어둑어둑 해져가는 밤하늘 밑으로 한 저택이 보인다.
제법 큰 것이 귀족이 머무는 곳처럼 보이는 이곳이 바로 메로나 자작이 있는 영지청이다.
수많은 병사들이 물샐 틈 없이 삼엄한 경계를 하는 가운데 유독 불빛이 없는 한 방이 있다.
혹시나 누가 들어올까 걱정이 됐는지 창문까지 모조리 걸어 잠근 것도 모자라 주위에 병사들을 깔아놓은 이 방이 바로 메로나 자작이 이용하는 침실이었다.
“힉!”
바람에 꿈틀대는 불빛에도 심히 놀란 듯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던 메로나 자작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돌려진 시선 너머 탁자 앞에 앉아 웃고 있는 테온이 눈에 들어온다.
한순간 노화가 피어오른 듯 메로나 자작은 거칠게 말을 토해낸다.
“왜 놀라겠어? 다 너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제가 뭘 어쨌기에 그러십니까?”
자기는 한 거 없다는 듯 손을 들어 보인다.
그걸 본 메로나 자작은 치밀어 오르는 부아에 또 한 번 소리친다.
“네가 가만히 있는 릭 캐슬 후작을 건들어서 이 사단을 만들었잖아!”
“그거야 자작님이 후작님의 영지를 원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네가 손쉽게…… 아무런 잡음 없이 가지게 해준다니까 그런 것이지.”
“에이! 세상에 그런 것이 어디 있습니까?”
말도 안 된다며 손을 내젓는 그의 모습에 결국 참다못한 메로나 자작이 탁자를 후려치며 일어선다.
“이……이놈이! 감히 본 자작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것이냐?”
서슬 퍼런 눈빛을 자아내던 그는 이내 시선을 방문으로 돌렸다.
이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이 안으로 들어오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한데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목청껏 소리를 쳤는데도 아무도 들어오질 않는다.
당혹스럽기까지 하던 그때 테온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렇게 소리쳐 봤자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뭐, 뭣이? 지금 내게 뭐라 했느냐?”
“제 사람이 밖에 있는 이들을 모두 처리해서 안으로는 들어올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방문을 열고 한 사내가 걸어 들어왔는데 검붉은 색의 민소매 조끼 뒤로 허리춤에 이(二) 자 형태로 단검 두 개를 매단 그는 써늘하기 그지없는 청록빛의 눈동자를 밝히고 있었다.
평소 보던 병사들과는 전혀 다른 차림새에 메로나 자작은 뭔가 일이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지……지금 뭐하는 짓이냐?”
“일 진행이 너무 더뎌서 진도 좀 빼볼까 합니다.”
“뭐라고?”
빙그레 웃어 보이던 테온은 한기가 깃든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자작님의 죽음으로 릭 캐슬 후작 영지전을 시작하겠다 이 말입니다.”
뭔 소리냐며 물으려던 그때, 시야 사이로 두 줄기 빛이 파고든다.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잘려진 머리가 데구르르 굴러 발밑에 자리한다.
하나, 테온은 별 감흥이 없는지 그저 녹색 머리의 사내만 본다.
“토니노 자작님에게 알리세요.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어서 오시라고 말입니다. 아! 전쟁 선포도 같이 말이에요.”
한 차례 주억대던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선다.
홀로 남겨진 테온은 들고 있던 커피 잔은 기울인다.
“역시 식후 마시는 커피 맛은 매우 좋단 말이야.”
기분 좋은 얼굴로 텅 비어진 잔을 내려놓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마치 자신은 커피를 마시러 이곳에 왔다는 듯 말이다.
‡ ‡ ‡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막 자기 방으로 향하던 고흥만의 곁으로 남궁운혜가 뛰어왔다.
“차, 참모관님! 큰일 났어요.”
“큰일? 대체 어떤 일인데 그리 뛰어온 게야!”
“조금 전 메로나 자작이 피습을 당해 죽었다는 연락이 왔어요.”
“뭐? 메로나 자작이 죽어? 대체 누구한테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야?”
“그게…… 우리가 그리했다고 해요.”
순간 발걸음을 멈춰 세운 그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본다.
“우리가 그놈을 죽였다고?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상세하게 말해 봐!”
잠시 거친 숨을 달래던 남궁운혜는 조금 전 들어온 소식을 전하였다.
“어제 저녁 정체 모를 이들이 메로나 자작을 죽이고 달아나던 중 병사들에 의해 한 사내가 붙잡혔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로잡힌 사내가 우리 영지의 용병이며 영주님의 명에 의해 메로나 자작을 죽이기 위해 왔다고 진술한 것입니다.”
“거참! 할 말이 없구먼. 그리 암살이 쉬우면 굳이 힘들게 전쟁 준비는 왜 해? 그냥 죽이고 말지. 거기다 속이 훤히 들어다 보이는 그 진술은 또 뭐고?”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막혀온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한데 문제는 뒤이어 들려온 말에 있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에요. 조금 전 토니노 자작이 영지청으로 사람을 보내 전쟁을 선포했어요.”
“그놈은 또 왜 전쟁을 선포해?”
“메로나 자작을 암살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해요.”
“아니, 사는 곳도 먼 놈이 어떻게 그걸 알아서 복수한다고 나서?”
“때마침 상단 일로 메로나 자작 영지에 와 있다 소식을 듣고 그리했다고 해요.”
“뭐어?”
기막힘을 넘어 이젠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건 누가 봐도 토니노 자작이 싸우고 싶어서 손을 썼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놓고 엮는구나! 우리와 싸우고 싶어서 말이야.”
“제 생각에도 그런 듯해요.”
한숨을 푹 내쉬던 고흥만이 물어왔다.
“언제 쳐들어오겠다고 하던?”
“전쟁 선포한 것에 따르면 정확히 열흘 후에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장사는 치러줄 생각인가 보군. 열흘이란 시간을 두는 걸 보면 말이야.”
“명분으로 삼은 것이 메로나 자작이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
남궁운혜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까칠한 수염을 매만지던 고흥만은 끊었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제 말한 세 곳의 길목에 대한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하라고 하고 만일의 일에 대비해 영지 내에 있는 천랑대를 엘케비노 산맥으로, 나머지 중원 사람들 중 반을 헤펀 숲으로 가라고 해. 기사단은 오르타 평지에 있으라고 하고 말이야.”
“그리 시행하도록 할게요.”
“참! 혹시 적을 조우했을 땐 헤펜 숲길과 엘케비노 산맥에 있는 이들에겐 전면전보다는 암습을 가하는 쪽으로 하라고 하고, 오르타 평지에 있는 기사단에게는 살짝 대응하는 척하다가 현재 토마스가 작업 중인 곳으로 유인하라고 해.”
“알았어요.”
한 차례 주억대던 남궁운혜는 서둘러 발끝을 돌린다.
그런 그녀를 보던 고흥만은 손을 들어 뒷덜미를 긁적대갔다.
“젠장!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뭔 일이 이렇게 돌아가?”
한바탕 불평을 토해내던 그는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좀 더 주위 여건을 파악해 확실한 전략전술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전쟁의 불꽃은 점차 하임이트 영지를 향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제6-6장
콰앙!
불끈 쥔 주먹 주위로 그릇과 과일이 요동을 친다.
분노 섞인 주먹질과는 달리 눈매는 한없이 좁아지고 있었다.
그것도 서슬 퍼런 눈빛을 담은 채로 말이다.
“테온! 대체 어찌했기에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냐?”
“죄송합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푹 숙여진 테온의 고개 밑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화를 불러일으킨 듯 조바오니 공작의 목소리가 커진다.
“죄송하다는 말로 끝내지 말고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설명해 보거라! 네 성격에 일이 이리 되도록 묵과하지는 않았을 것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