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nsion merchant RAW novel - Chapter 141
차원상인 141화
“…….”
“어허! 어서 말하지 못할까?”
서릿발 가득한 외침 때문일까?
굳게 닫혀있던 테온의 입술이 열린다.
“원래는 일전에 말씀 드린 대로 메로나 자작을 이용해 릭 캐슬 후작을 상대해보려 했으나 사흘 전, 갑자기 토니노 자작이 아들의 복수를 해야 한다며 나서는 바람에 이리 되었습니다.”
“그럼, 토니노 자작의 돌발 행동이라 이 말이냐?”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조바오니 공작은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쿡쿡 누른다.
설마하니 토니노 자작이 이런식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껏 좁혀진 미간 밑으로 또르르 눈동자를 굴려 테온에게로 향한다.
“근데 왜 메로나 자작은 죽은 것이더냐?”
“혼자서 아들의 복수가 어쩌고 하더니 대뜸 메로나 자작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베어버렸습니다.”
말을 들은 조바오니 공작은 기가 막힌 빛을 자아낸다.
“항간에 아들 복수를 하겠다며 방에 백골이 된 아들 머리를 진열해 놓고 있다더니……. 아주 미친 모양이군.”
“제가 보기에도 좀 그랬습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는 듯 부르르 몸서리를 친다.
그런 그를 본 조바오니 공작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래, 릭 캐슬과 토니노 자작간의 싸움은 어찌 될 것 같으냐?”
“전력으로만 본다면 토니노 자작의 압도적인 승리가 될 것 같습니다만 레이젠과 같은 도베르만 왕실 기사단 출신자들과 천오백에 가까운 용병들을 생각하면 릭 캐슬 후작님도 쉬이 무시할 수는 없다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도베르만 왕실 기사단 출신자와 천오백의 용병들이 변수다 이 말이군.”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턱을 괸 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계의 거물답게 이번 일로 인해 미칠 여파를 한순간 읽어낸 조바오니 공작은 시선을 치켜들어 테온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을 하듯 묻기 시작했다.
“바딘 백작에게선 별말 없더냐?”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인지 잠잠합니다.”
“네 생각에 소식을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냐?”
“릭 캐슬 후작은 왕이 직접 임명한 귀족으로 그를 건든다는 것은 곧 왕을 건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 중한 사건을 저지른 만큼 단순히 주범인 토니노 자작의 책임만 묻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희생자가 더 필요하다 이 말입니다.”
“희생자가 필요하다라……. 자네 생각엔 그 희생자가 누구일 성 싶으냐?”
“제 생각에는 네이트 백작가가 될 것 같습니다.”
예상 밖의 곳을 들먹이는 그에 조바오니 공작은 놀라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일을 빌미 삼아 자신을 노리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네이트 백작가? 대체 왜 그곳을 목표로 삼는단 말이더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조바오니 공작이 물어온다.
이에 테온은 생각한 바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건 공작님과 관련된 인물들 중에서 제일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렇습니다. 네이트 백작가는 서북부 국경선을 책임지는 곳으로 왕국 내 제일의 무력을 가졌다 싶을 정도로 대대로 무력을 중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거기다 왕국을 향한 끝 모를 충성심과 희생정신은 기사의 표본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곳이 친왕파로 넘어갈 경우 네이트 백작을 추앙하는 많은 기사출신 귀족들 또한 저희 곁을 떠나갈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즉, 네이트 백작가를 포섭해 친왕파의 세력을 늘리고 반대로 우리는 열세에 놓이게 할 생각이라는 말이냐?”
“제 생각에는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확실히 그럴 듯한 이야기다.
세력, 특히 무력에 관해서는 절대적으로 약세인 친왕파로서는 네이트 백작가는 매우 탐이 나는 곳이다.
특히나 백작가를 포섭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기사 출신 귀족들의 지지는 세력은 물론이고 정계의 판도에까지 많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한껏 좁혀진 미간 사이로 돌려진 시선 위로 테온이 들어온다.
“자네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화근 덩어리인 릭 캐슬 제거하든, 네이트 백작가를 품에 넣고 내놓지 않든 친왕파와의 대립은 거세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이참에 일인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닐 거라 생각이 됩니다.”
“그 말은 왕위에 오르라는 소리냐?”
“예! 그렇습니다.”
“왕위에 오른다, 라…….”
턱 수염을 매만지던 조바오니 공작은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자네 생각엔 그게 가능하다 여겨지는가?”
“근 십 년 간 내전으로 얼룩진 왕국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힘들고 고달픈 백성들에겐 누가 왕이 되건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먹고 사는 문제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죠.”
“백성들이야 그렇다 쳐도 귀족들은 좀 다르지 않겠느냐?”
“어차피 현 왕국 내 귀족 사회는 공작님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왕위에 오르신다 해도 별문제 될 것은 없다 이 말입니다.”
부질없는 걱정이라며 테온은 말을 한다.
왼손 중지로 미간을 톡톡 치던 조바오니 공작은 굳게 다문 말문을 열어간다.
“좋다! 네 말대로 왕위를 노린다고 치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뭐라 생각이 드느냐?”
테온은 슬며시 앞으로 나서며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모반을 일으키십시오.”
“모반을 말이냐?”
예상치 못한 듯 조바오니 공작의 낯에 당혹감이 깃든다.
“예! 현재 왕도를 수비하는 이들은 공작님과 연을 맺고 있는 이들입니다. 그들을 사용한다면 그리 힘들지 않게 왕성을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딘 백작이 왕도에 있는데 그게 쉽겠느냐?”
“공작 각하! 토니노 자작 건은 벌써 잊으신 겁니까?”
“네 말은 토니노 자작 건을 빌미로 왕도에서 끌어내란 말이더냐?”
자신의 생각이 맞냐며 그가 물어온다.
이에 테온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단, 토니노 자작이 아닌, 네이트 백작을 미끼로 쓰십시오.”
“네이트 백작을 미끼로 쓰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더냐?”
“토니노 자작를 돕는다는 미명아래 네이트 백작을 움직이면 필히 바딘 백작이 막으러 나설 것입니다. 그때 네이트 백작 더러 그를 잡아 죽이라 한다면 이후 왕도 입성은 더욱 더 쉬워질 것입니다.”
“하긴 바딘 백작은 친왕파 그 자체라 할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구나!”
동의를 표하면서도 여전히 뭔가 맘에 걸리는 듯 이내 말을 걸어온다.
“근데 말이다. 네이트 백작이 순순히 우리말을 들을지 걱정이 좀 되는구나!”
“어차피 토니노 자작 건으로 인해 바딘 백작에게 좋은 소린 못 들을 것을 알 것이니 잘만 구슬리면 우리 손을 잡아줄 것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조바오니 공작의 손이 탁자를 후려친다.
“좋다! 네 말대로 한 번 해보자!”
“그 말씀은 왕위에 오르시겠다는 겁니까?”
“괜한 힘겨루기로 시간만 낭비하느니 그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더냐?”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전 말한 대로 조치를 취해두겠습니다.”
“아! 네이트 백작은 본 공작이 직접 말할 것이니 넌 왕도 입성을 위한 준비를 하거라!”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한 차례 고개를 숙이던 테온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
홀로 남은 조바오니 공작은 옆에 놓인 광주리에 담긴 사과를 들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왕이 되는 구나! 내가 왕이 돼! 크큭! 크하하하!”
생각만으로도 기쁜지 미친 듯이 방 안이 떠들썩하게 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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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문 너머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걷는 테온의 곁으로 온몸을 묵빛으로 휘감은 한 사내가 다가온다.
“넌 바딘 백작 곁에 있다가 네이트 백작을 만나러 갈 때 병사와 같이 움직이도록 힘을 쓰거라! 못해도 양패구상은 할 수 있게 말이다.”
“알겠습니다.”
답을 내뱉기 무섭게 사내의 신형이 사라진다.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떼려는데 또다시 조바오니 공작의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걸 들은 테온은 빙그레 웃기 시작한다.
“바보 같은 노인네! 이 일이 결국 자신의 명줄을 조일 것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군!”
서릿발 같은 냉소를 입에 담은 채로 말이다.
‡ ‡ ‡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륙의 상황도 모른 채 우현은 이틀 째 회사 일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흘 뒤, 납품할 물량이 어떻게 됩니까?”
“롱부츠 칠만 켤레, 일반 구두 육만 켤레, 킬힐은 육만 켤레, 신상품 하이힐 사만 켤레, 파우치 백칠만 개, 일반 백오만 개 등 총 삼십오만 개입니다.”
“잠깐만요! 이틀 뒤에 납품할 물량이 이십칠만이라 하던데 나흘 뒤엔 그보다 더 많은 삼십오만 개라고요?”
오인석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최근 흐름으로 볼 때 연말에는 두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집니다만 두 달 후, 가죽 판매를 시작하면 현재의 물량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죽 판매를 하면 기존에 있던 대기업들이 시장에 끼어들 테니 그럴 만도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예상보다 적어질 경우 하청업자들과 맺은 계약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은 차차 줄여나가자는 소리인가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디자인 면에서 저희보다 더 나은 대기업 쪽을 선호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다 보여 집니다.”
서류를 살피던 우현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솔직히 회사 입장에선 오인석의 말대로 하청업자를 줄이는 쪽이 이득이나 우현의 입장에선 시장이 국내만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지 마시고 현재의 계약을 유지시킨 상태에서 공장장님과 의논해 두서너 곳 더 늘려 놓으십시오.”
“그 말은 하청업체를 더 늘리라는 겁니까?”
“시장은 국내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축소보다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십시오.”
확실히 회사에서 팔고 있는 물품들은 해외에서도 능히 통할 수 있을 것들이라 오인석은 더는 화청업체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늘리는 쪽이 더 옳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음으로 배송업체 문제입니다.”
“배송업체 문제요? 혹시 배달이 지연되고 그랬습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점점 늘어나는 물량으로 인해 현재 계약한 곳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렇습니다.”
하긴 이틀 만에 물품 삼십만 개를 납품하는 상황인데 트럭이 십여 개뿐이 없는 개인 회사로는 힘들 성 싶었다.
거기다 서울을 넘어 전국에 배송을 해야 하는 처지라 더욱 그랬다.
“그럼, 배송업체를 늘리자는 겁니까?”
“늘리기 보다는 전문 배송업체를 골라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 비용이나, 배송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낫다 생각이 듭니다.”
“근데 우리처럼 작은 회사도 상대해줄까요?”